학대
2016.11.28 09:28

사회 건설 (시즌3) -2-

조회 수 296 추천 수 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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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아기 마리사는 눈을 떴다. 

그래봐야 보이는건 잠 자기 전과 똑같았다. 수많은 윳쿠리들이 덜덜 떨고 있는것 뿐. 아침인지 저녁인지조차 알수가 없었다. 그저 천장에 달린 희미한 전구 몇개만이 밤이 아니라는걸 말해 줄뿐. 

 

분명 며칠 전만 해도 학교에 가야하니 잠꾸러기는 일어나라며 부드럽게 깨워주었을 어미 레이무는 아기 마리사보다도 더 잠꾸러기가 되어있었다. 한때는 숙련된 농사윳이라고 칭찬도 들었었지만 이 방공호에서는 농사지을수가 없기에 레이무가 할수 없는 일은 없었다. 아기 마리사도 마찬가지였다. 겨울에는 학교도 열지 않았다. 수많은 아기윳들을 모아서 교육할 공간도 없었고 설령 있다고 한들. 수많은 노숙윳들 사이에서 아기윳이 안전하게 학교까지 올 수도 없으니까.

어차피 꺠어있어도 할것은 없었고 나가 놀만한 공간도 없고 가만 앉아있어도 배가고플지경이니 아기마리사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기마리사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꺼지라제!!!"

"꺼지는건 마리사겠지이이이이이?!?! 여긴 레이무의 자리라고 했자나!!!!"

"헛소리 지버 치라제!! 자리가 어딨냐제!!!"

 

한시간이 멀다하고 벌어지는 지리한 자리 다툼이였다. 경비윳이 순찰도는 가운뎃 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빽빽하게 있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다 다퉈봐야 배만 고플 뿐이건만 윳쿠리의 자존심은 그런걸 용납하지 않는지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아가야. 신경쓰지 말라구.."

"뉴규타게 이해해쪄.."

상관없는 일이기에 아기 마리사는 곧 잠이 들었다.

 

 

"아가야. 아가야."

"늇..."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구?"

"뉴규타게 이해해따졔"

 

아기 마리사는 잘 모르지만 매일 12시쯤 되면 지루한 겨울나기의 메인 이벤트인 식량배급이 있다.

맨 처음엔 일주일에 한번씩 대량보급을 해서 편의를 도모했지만 윳쿠리의 팥소뇌는 일주일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었고. 식량 도둑이 활개쳐서 결국 1일 1회 보급으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바글바글하던 윳쿠리들이 휑하니 사라져서 경비윳들의 순찰로의 일직선으로 쭈욱 서있는 장면은 꽤나 장관이였다. 그 줄의 맨 앞에서는 경비윳들의 엄한 경호 속에서 식량이 배분되고 있었다. 가족당 감자 1개. 그리고 야채 수프라는 이름의 야채 끓인물. 현명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어미 레이무는 늘 배급줄 중간즈음에 섰는데 그러면 야채 수프통의 바닥즈음에 있는 맛있는 야채 건더기를 먹을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앞에 서면 국물만 받기 일쑤니까 중간 즈음에 선다. 그러면 맨 끝줄에 서면 건더기가 잔뜩 나올것 같아서 끝줄에 서본적도 있었지만. 그때는 아예 수프가 떨어져버려 국물도 주지 않았다. 국물도 없는데 감자라고 남아있을리가 없었다. 결국 그날은 굶어야 했다.

 

식량을 받는다고 해서 끝난게 아니다. 가족이 기다리는 자리로 험난한 길을 떠나야 했던것이다. 그 도중을 노리는 날치기 식량 도둑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식량 도둑만 있는건 아니였다.

 

"느읏...느읏.. 몰래..몰래...지금이라제!"

한 마리사가 신문지 쪼가리를 입에 물고 도망쳤다. 아니 도망치려고 했다

"뉴아아아아아으어아아앙!! 마리쨔꼬랴쪠에에에에에!!!!"

"느읏?!"

놀란 도둑 마리사가 돌아보자 아기 마리사가 신문지 이불을 땋은머리에 묶여서 질질 끌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느앗?! 노으라제!! 노으라제에에에!!"

당황한 도둑마리사가 아기마리사를 두들겨 팼지만 아기마리사는 악을 쓰며 버텼다

"소듕한 마리쨔의 이부리야아아!!!!!!"

"느앗..느앗..!!"

"뭔일이냐구요!"

 

소동이 일어나자 이빨도끼로 무장한 경비윳 두마리가 달려왔다.  

"늣?! 그..그러니까.. 그..그렇다제! 마리사의 아이가 땡깡을.."

"마리쨔의 파퍄가 아니랴쪠에에에에!"

"늣! 도시파적이지 못한 빈집털이윳이라구요!"

"빈집털이는 즉결사형!!! 인거네!"

"사..살려달라제!! 마리사의 아가야들이 너무 추워해서 그ㅁ...."

경비윳들은 변명을 듣지도 않고 도끼를 내리찍어 불운한 빈집털이 윳을 팥떡으로 만들어버렸다. 그에 휘말린 아기 마리사의 신문지 이불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만큼 조각조각 나버렸지만 경비윳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찢어진 이불에 낼름낼름을 시도하며 엉엉 울고 있는 아기 마리사를 어미 레이무가 찾아온건 한시간 뒤였다.

 

 

맛난 밥씨와 어머니의 사랑으로 배를 채우고 잠이 들었던 아기 마리사는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문득 잠이 깨었다.

"아빠야. 어째서 저 윳쿠리들은 저러고 있냐구?"

아이 윳쿠리 정도의 레이무와 그 아비로 보이는 마리사였다

"늣헴. 그건 저기 아래있는 놈들이 더러운 거지새끼들이기 때문이라제! 이 위대하신 마리사님은 경!비!윳!이시기 때문에 느긋하게 살수 있는거라제! 존!경!하라제!"

"늣! 아빠야는 대단하다구!"

 

유능한 농사윳도. 천재적인 수색윳도 겨울의 방공호 안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경비윳의 경우는 방공호내의 치안을 담당하는 중요한 업무가 있기에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받을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경비윳들은 노숙을 하지 않아도 될 자그마한 방이라도 얻을수 있었으니까. 식량 배급도 저렇게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되었고 메뉴도 좀더 나았다. 그래봐야 야채 수프 대신 벌레 야채 수프나 말린 생선 야채 수프일 뿐이지만 사소한 차이라도 남들보다 위에 있다는걸 더없이 좋아하는게 윳쿠리라는 존재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걸 밑에서 들은 아기 마리사의 생각은 다를수밖에 없다. 지금은 죽은 아빠야는 매일같이 포상을 받아오던 유능한 수색윳. 어머니도 매일같이 벌레를 잡아오면서도 야채를 잘 키우는 농사윳이였는데. 어째서 거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것일까. 며칠 전만 해도 집에는 먹을거리가 가득했고.. 학교에는 친구들이...

"뉴아아아아앙!!"

"아 시끄럽다제!! 잘수가 없다제!!"

"늣?! 아가야..왜그러냐구..? 뚝. 해야지? 뚝?"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기 마리사는 울고 또 울었다. 

 

 

 

 

 

며칠 뒤.

아기마리사는 일어났다.

아니. 자세히 보니 좀 다르다.

그렇다. 아기 마리사는 얼어 죽어있었다. 눈을 뜬 채로. 오늘 죽은게 아니다. 이 삼일은 되어 있었다.

소중했던 신문지 이불은 난도질 당했고. 어미 레이무가 소중한 아가야게 양보한 어미 레이무의 이불은 누군가가 훔쳐갔다. 

어미 레이무는 아가야의 이불을 얻으려고 창고에 몰래 들어가 훔치려다 발각되어 사형당했다.

결국 이불도 없고. 대신 밥을 받아줄 윳쿠리도 없고. 함께 몸을 부비며 체온을 나눠줄 가족마저 잃은 아기윳은 고통과 슬픔속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기윳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기에 현자 파츄리가 자신의 방 창문 너머로  밤중에도 눈을 뜨고 있는 아기 마리사의 얼어죽은 시체를 의아하게 생각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아기 마리사가 죽은것을 알아 채지 못했다. 

 

아기 마리사의 사망이 확인되고 시체가 처분되던 그날. 리더 마리사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별 일 없었다제."

 

 

-------------------------------------------

 

인터넷을 뒤지다가 기사 하나가 띄었다.

TV에서 윳쿠리를 학대하는 컨텐츠가 나왔다며 윳쿠리 단체가 불만을 표시하는 기사였다.

무슨 일인가 해서 살펴봤더니 내전으로 인해 굶고있는 아이들이 더러운 길윳을 잡아먹는. 뉴스의 한장면이였다.

 

저 사람들 눈에는 전쟁으로 팔 다리, 부모를 잃고 처참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은 안보이고 잡아먹히는 윳쿠리만 보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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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 맛있네요. 몸을 데워주는 맛이야.

 

  • profile
    노비코프 2016.12.04 08:44
    익숙해져서 그런건가?
    아님 우선 자신은 안전하다고 하는건가?
  • ?
    건달바 2016.12.04 08:44
    배급제 사회 ㅜㅜ
    P.s:수프라는 단어는 보기만 해도 배고파집니다
  • ?
    hundredsshootingkill 2016.12.04 08:44
    마지막 기사가 왜 이렇게 와닿지...
  • ?
    건달바 2016.12.04 08:44
    작중인물인 여장남자에게는
    몇몇사람을 제외하면 인간이나 윳쿠리나 그와 같으리라고 생각하면
    더욱 와닿죠
  • ?
    LIM0301 2016.12.04 08:44
    배급줄 중간부터 섰단 이야기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에서 따온듯 하군요.
    실제 아우슈비츠에서 저랬다는데... 곰복님이 쥐를 읽어보신것 같아요.
  • profile
    미리내미르 2016.12.04 08:44
    Aㅏ... 서부전선 이상없다......
    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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