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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5일쯤 숨은 은신처에서 쓴 단편입니다.

 

 

 

  주의 : 죄없는 윳쿠리가 느긋할 수 없게 됩니다.

  주의 : 이상한 세계관 주의

  

  

  이름모를 산골, 윳쿠리 유카 한 마리가 꽃을 돌보고 있다.

 

  윳쿠리 유카는 희소종 윳쿠리로, 육체능력은 하늘은 날지 못하지만 플랑종과 대등하며, 지능은 앨리스종과 파츄리종의 중간 정도이지만 인간의 관점에서는 파츄리종 이상의 지능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유카종은 태어나면서부터 농경의 관념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윳쿠리 중에서는 강한 유카종이라고는 하나, 인간의 아이 정도의 힘, 그리고 사지가 없는 윳쿠리의 신체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꽃을 길러내는 것은 그런 힘든 노동을 기꺼이 할 만큼 느긋할 수 있는 일이라고, 녹색팥소 깊은 곳에 새겨져 있기에, 오늘도 유카는 느긋하게 일한다.

 

  [늣챠... 늣...늣챠...]

 

  자세히 보면, 유카의 밭은 두 구역으로 갈라져 있다. 식용의 부드러운 풀과 관상용의 꽃을 구분한 것이다.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난 식물들의 배열은 삐뚤삐뚤하고 흙을 정리한 솜씨도 어설퍼,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맡기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손도 발도 도구도 없는 윳쿠리의 몸으로 그걸 해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것이다.

  

  [유카의 꽃씨, 느긋하게 자라라구...]

  

  잡초를 뽑아먹고, 벌레를 잡아먹고, 멀리 떨어진 강에서 물을 입에 머금고 와서 뿌려주는 긴긴 노동을 마치고, 잠시 새싹을 바라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유카. 비록 저부도 머리카락도 흙먼지에 더러워진 윳쿠리지만, 그 표정만은 플라워 마스터 카자미 유카의 그것과도 닮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표정만이지만.

  

  "닥쳐! 노예새끼가 어디서 감히 말대답이냐!"

  

  [느늣!?]

  

  갑자기 저 멀리서, 알아들을 수 없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유카는 당황했다. 이 주변에는, 자신 외의 윳쿠리는 전혀 살지 않는다. 그리고 동물들은 말을 못한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혼란에 빠진 유카가 미적거리는 동안, 몇 명의 인간들이 유카가 있는 분지에 나타났다. 

  

  "좋다, 쓰레기들. 이제 여길 싹 태워버리고 농사를 시작한다. 알겠나!"

 

  "..."

 

  유카는 처음 보는 생물들을 보고 당황했지만, 윳쿠리의 본능에 의해 그것들에 대한 정보가 팥소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떠오르자 조금씩 진정할 수 있었다. 저들의 이름은 '인간'씨다. 인간씨는 그 어떤 윳쿠리보다도 강하고, 말을 할 수 있고, 꽃과 풀을 기르는 법도 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윳쿠리와 마찬가지로, 인간에는 느긋할 수 있는 인간과 느긋할 수 없는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뒈지고 싶나? 대답은?"

 

  "네..."

  

  과연 지금 나타난 인간씨들은 느긋할 수 있는 존재일까?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물어보면 된다. 유카는 폴짝 뛰어오르며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면서 외쳤다.

  

  [느! 느긋하게 있으라구! 인간씨는 느긋할 수 있는 사람?]

  

  

  

  ===========

  

  

  

  "우와아아아아아아악!"

  

  "괴물이다아아아!"

  

  헐벗은 백인 남자 둘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인간의 머리통을 닮은 떡인지 빵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뛰어다니면서 말을 걸어오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두 사람이 주저앉자 유카를 볼 수 있게 된, 그들의 뒤에 있던 다른 헐벗은 백인과, 군복을 입고 있는 흑인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갓뎀!!"

  

  "하싸 디가 이보와이!"

  

  흑인은 뉴 캘리포니아 공화국 제식소총을 들어올려 유카를 겨냥했고, 백인은 성호를 그으며 기도문을 외쳤다.

  

  [느... 유카는 유카야! 괴물씨가 아니야!]

  

  이 격렬한 반응에 유카는 또다시 당황해버렸다. 이 반응만으로는, 이 인간들이 느긋할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자신을 보고 괴물이라고 한 것 같으니, 뭔가 오해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해는 풀지 않으면 느긋할 수 없다. 

  

  "이런 씨발! 의사양반! 의사양반! 듣고있나! 대가리 괴물이 나타났어!"

  

  흑인은 총을 겨눈 채로, 무전기 너머로 동료를 불렀다. 의대를 중퇴했기 때문에 의사양반이라고 부르는, 그들 조직에서 보스 다음으로 학력이 높은 그 놈이라면 이것에 대해서도 뭔가 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무슨 소리야?"

  

  "여자 머리통처럼 생긴 게 통통 튀어다니면서 말을 한다고! 홀리쉿!"

  

  "말로만 듣던 YUKKURI인 모양이군. 들개보다 안 위험하니까 빨리 처리하고 돌아와! 아직도 할일이 존나 많이 있다고!"

  

  "뭐? 유..뭐라고? 들개보다 안 위험해? 이봐! 의사양반! 의사양반!"

  

  그러나 의사양반은 다른 일을 하느라 바쁜지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흑인은 침을 뱉고는, 주저앉은 백인 사내들을 걷어찰 듯 발을 휘두르며 말했다.

  

  "뭐하고 있냐! 일어나!"

  

  사내들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여전히 유카에게 가까이 가기 싫은 듯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한편 유카는, 아무래도 전혀 느긋하지 못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들이 별로 느긋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어지간히 우수한 개체라도 윳쿠리의 사고속도는 느리기 때문에, '내리고 있었다' 는 꽤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양반이 그러는데 저건 괴물도 아니고 들개보다 안 위험하댄다! 쫓아버리고 일이나 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던 남자가 그 말을 듣고 유카에게 주춤주춤 다가간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유카는 몸을 살짝 늘이며 언제든지 뿌꾹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는 인간에게 경고했다.

  

  [늣! 느긋할 수 없는 인간씨들이구나! 여기는 유카의 윳쿠리 가든이야! 느긋할 수 없는 인간씨는---뿌웨엑!]

  

  경고의 메세지를 마치기도 전에 날아드는 인간의 발길질에 반응해 뿌꾹을 시전하려던 유카. 그러나 당연하지만 너무 늦다. 빨리 했어도 별로 다르지 않았겠지만. 다행인지 이빨엔 맞지 않았으나, 유카는 얼굴에 신발 자국을 깊이 새기며, 뒤로 2m정도 날아가버렸다.

  

  [하느를 나---뿌엑!]

  

  격렬한 고통에 반응하기보다도, 허공에 떠오른 데 대한 반사작용으로 비행대사를 외치는 유카. 그러나 그 짧은 비행대사를 마칠 수도 없을 만큼 체공시간은 짧았다. 바닥에 처박힌 유카는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렸다.

  

  [느으으으! 아파아아아아... 느으응....]

  

  "뭐야, 약하잖아?"

 

  "괜히 겁먹었어."

  

  헐벗은 백인 남자들이 떠드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군복을 입은 흑인 남자는 총을 내리고 말했다.

  

  "3일 뒤에 종자가 올 때까지 여기 준비를 다 해놔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성호를 긋고 기도문을 외우던 남자가 대답하자, 흑인은 그에게 큼지막한 배낭을 넘기고는 만족한 듯 자리를 떠났다.

  

  

  

  ===========

  

  

  

  "됐다 친구들. 일단 이 잡초들을 싹 태워버리자고."

  

  "어이, 이것 좀 봐."

  

  "뭐야 이건? 누가 농사 흉내라도 낸 건가?"

  

  "순 잡초잖아? 뽑아버려!"

  

  [느! 유카의 꽃씨! 안돼!]

  

  얼굴을 강타당하고 바닥에 내팽겨쳐진 고통에 신음하던 유카. 하지만 자신의 꽃이 위험에 처했다는 느낌이 들자, 윳쿠리가 낼 수 있는 최대속도로 일어나 남자에게 덤벼들었다!

  

  [유카의 꽃씨를 괴롭히지마아아아아!]

  

  "우왁! 아직 있었나!"

  

  야생동물이라면 방금처럼 험한 꼴을 당했다면 금방 둥지로 도망쳤을테지만... 유감스럽게도 유카의 윳쿠리 플레이스는 바로 이곳이다. 도망칠 곳도 없고, 지켜야 할 것은 여기에 있다.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꽃씨가 위협당하는 순간, 유카는 상대가 윳쿠리보다 강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으악! 이건 정말 아프다..."

  

  성체 윳쿠리는 대략 30cm 지름의 구체이고, 그 안에는 물보다 무거운 팥소가 가득 들어차 있다. 그 무게는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아령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윳쿠리 중에서도 특히 강한 편인 유카종이 전력을 다해 들이받는 공격력은, 성인 남성이라도 주춤하게 할 수 있으며 재수없으면 골절상을 입힐 수도 있다!

  

  "엄살 한번 쩔어주네. 일어나 병신아."

  

  "쳇."

  

  "그보다 저녀석 아까부터 영어로 떠들고 있지 않아?"

  

  "그렇지. 야, 넌 영어 아냐?"

  

  "대충은 알아듣는데."

  

  윳쿠리는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으로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이유로 수많은 국가들이 윳쿠리의 통관을 거부했고, 윳쿠리는 대부분 일본 영토 안에만 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극히 드물게, 일본령 밖에서 발견되는 윳쿠리가 있으며, 이 유카도 그런 개체다. 윳쿠리는 보통 일본어를 하지만, 외국에서 발견되는 윳쿠리들은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로 말한다고 한다. 여기는 북아메리카이기 떄문에 이 경우 윳쿠리가 쓰는 말은 영어지만, 우연히도 여기 세 남자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느긋할 수 없는 인간은 당장 나가! 사과 안해도 되니까 당장 나가! 느아아아!]

  

  "뭐라는 거야?"

  

  인사를 했더니 대뜸 폭력으로 되받고, 소중한 꽃까지 위협당하자 유카는 분노했다. 윳쿠리라면 설령 포식종이라도 그 분노 앞에서는 느긋하게 있을 수 없을 테지만, 영어조차 못 알아듣는 이 인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뭐... 여긴 자기 땅이니 꺼지라는 것 같은데?"

  

  "지 땅이래? 하하..."

  

  "야, 미안하지만 우리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어. 딴 데 가봐라?"

  

  이 남자들은, 이 지역 마피아들에게 가족을 인질로 잡힌 노예들이었다. 가족들의 목숨으로 협박당해서 이 이름도 없는 산골에서 마약농사를 지으라고 던져진 것이다. 어설픈 영어로는 도저히 이런 복잡한 사정을 전달할 수 없었기에 간단히 둘러댄 남자는, 배낭에서 농기구를 꺼내 잡초를 내리찍었다. 윳쿠리의 입장에서는 식용으로 쓰는 부드러운 풀이지만, 인간이 보기엔 잡초에 불과한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느아아아아아!? 유카의밭을망치지마!!]

  

  눈앞에서 미래의 식량이 파괴당하는 꼴을 두고볼 수 없는 유카가 인간에게 돌격하지만, 남자의 발에 가로막혀버렸다.

  

  [느겍!]

  

  "어이쿠. 발이 미끄러졌네."

  

  유카는 전력을 담은 몸통박치기로 남자의 신발을 들이받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이런짓을하는거야아아아!?]

  

  "우리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냐. 살려줄테니까 딴 데 가서 살아라."

  

  다시 폴짝거리며 뛰어와서 항의하는 유카. 남자는 안 되는 영어로 그렇게 말하고, 가볍게 발로 유카를 밀어내려 했다. 이 남자는 방금 본의아니게 걷어찬 꼴이 되어 미안하게 생각해서 가볍게 밀어내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유카는 헐벗은 대머리 남자들을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 자신을 걷어찬 남자와 이 남자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이 남자가 또 자신을 걷어차려는줄로 알고, 가볍게 들이대진 남자의 발을 세게 깨물었다!

  

  "얼씨구?"

  

  인간이 맨발이었다면 포식종급의 강함을 가진 유카의 악력으로 피를 보여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다 떨어져가는 지저분한 것이라도, 인간의 신발은 튼튼하다. 그 신발을 뚫고 피를 보게 할 수는 없었다... 확실히 유카의 공격은 피는 내지 못했지만, 인간의 분노를 일으키는 데는 충분했다.

  

  [느으으으으! 느긋할 수 없는 인간은 느긋하게 죽어어어어!]

  

  입에 뭘 물고도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역시 윳쿠리의 신비지만, 흥분한 남자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 윳쿠리 자체가 너무 신비하기에 이런 것에 하나하나 놀라고 있을 수도 없었다.

  

  

  

  ===========

  

  

  

  

  

  "일단 텐트를 치자고. 짐 좀 풀어놓고. 이 풀은 언제 다 뽑지?"

  

  "그새끼가 아까 말한거 못들었어? 태워버리라던데?"

  

  "아 그래? 그럼 불은... 내가 안갖고 있는데?"

  

  "어이! 뭐하냐? 아직도 그거랑 놀고 있어?"

  

  영어를 할 줄 아는 남자가 유카와 실랑이하는 동안, 두 남자는 다른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근처를 셋이서 3일만에 마약농장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라도 놀고 있다면 이야기가 안 된다.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영어를 할 줄 아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장비를 생각해내고, 그쪽으로 두 남자가 눈길을 돌렸을 때, 유카가 남자의 발을 깨물었던 것이다.

  

  "뭐야 저거! 사람을 문다!"

  

  "때려죽여!"

  

  

  "이거 놔라 미친 대가리 괴물아!"

  

  찰싹!

  

  남자는 손을 뻗어 힘껏 유카의 뺨을 후려쳤다.

  

  [느아아ㅇ아아ㅏㅏ!]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앞니빨은 부러지지 않았지만, 안쪽의 이빨이 하나 부러지면서 유카는 옆으로 날아갔다.

  

  "괜찮냐! 안다쳤어!?"

  

  "괜찮아. 안 다쳤어. 이거 존나 약해."

  

  [어째서이런지슬하능거야아아아!! 유카는그냥느그타게이써쓸뿐인데에에에!!]

  

  "우와. 신발에 이빨자국이 났는데? 저거 그냥 내버려뒀다간 위험한 거 아냐?"

  

  "그렇네. 자기 땅이라고 뭐라고 하는걸 봐서는 쫓아낸다고 갈 것 같지도 않고."

  

  여기서 잠시, 여기 있는 남자들을 정리해보자면, 영어를 할 줄 아는 남자, 기도문을 외웠던 남자, 그리고 유카를 걷어찬 남자가 있다. 세사람 다 헐벗은 대머리 백인 노예 단역이기 때문에, 이름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는 부르기 불편하니까, 순서대로 A, B, C라고 하자.

  

  "그래도 살아있는 것 같은데, 죽이긴 그렇지 않냐."

  

  기도문을 외운 남자 B가 그런 양심적인 소리를 하자, 처음에 유카를 찬 남자 C가 대답했다.

  

  "음... 그럼 죽이지만 않으면 되겠지? 이건 내가 처리할테니까 니들은 불놓을 준비나 해."

  

  "적당히 하고 빨리 와라. 둘이서는 다 못하니까."

  

  "그래 그래. 적당히."

  

  영어를 할 줄 아는 남자 A와 기도문을 외운 남자 B가 배낭을 지고 좀 떨어진 곳으로 가서 장비를 점검하는 동안, 유카를 찬 남자 C가 유카를 처리하게 된 모양이다.

  

  

  

  ===========

  

  

  [어째서 이런지슬 하능거야아아! 여기는 유카와 유카의 엄마야와 엄마야의 엄마야와 엄마야의 엄마야의 엄...]

  

  퍼억

  

  유카는 대략 자신의 5대조상까지 여기서 살았다는 사실을 들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C는 유카의 입을 걷어차서 앞니를 부러뜨렸다. 부서진 앞니가 바닥을 구른다.

  

  [능야아아아아아! 유카의 백합처럼 새하얀 이빨씨가아아아아!]

  

  나름대로 물로 입을 헹구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야생 윳쿠리로서는 깨끗한 이빨이긴 하지만 백합에 비유하는 것은 백합에 실례다.

  

  "시끄러. 사람을 무는 이빨따윈 없어도 상관없겠지!"

  

  [무슨마를하능거야아아아! 알아드를수인는마를하라구우우우!]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하긴 머리통밖에 없는 거랑 말싸움을 할 수도 없지. 에잇!"

  

  [느아아아!! 아파아아아!!]

  

  C는 유카를 마구 패서, 폭력으로 공포를 심어주고 쫓아내기로 했다. 굳이 폭력을 택한 것은, 영어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족은 인질로 잡히고 자신은 노예가 되어 가혹한 생활을 하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는 생각 역시 있었다. 

  

  "일단 맞고 이야기하자! 한대! 두대!"

  

  [느긱! 느아악! 느에에엑!]

  

  머리 위쪽을 주로 맞고 있는 유카. 이를 악물고 버텨보려 하지만 이빨이 몇 개 나가버린 탓에 그나마도 잘 안된다. 눈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눈가가 퉁퉁 부어버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꼴이 될때까지 계속 맞으면서도, 유카는 입을 다물고 팥소를 토하지 않으려고 버텼다. 아, 입을 다물고도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것은 윳쿠리만이 할 수 있는 재주다.

  

  "이녀석, 제법 맷집이 좋은데? 이번엔 뒤집어서 때려주지!"

  

  그렇게 말하며 C는 유카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하늘을 나는 것 같아...! 느히이익!]

  

  반사적으로 비행대사를 내뱉지만, 그 직후 다가오는 주먹을 보고 덜덜 떠는 유카. 하지만 남자의 주먹은 매정하게도 저부를 강타했다.

  

  "어퍼컷이다!"

  

  [느아아아아아아! 제발그마내애애애애애!]

  

  어퍼컷도 아니고 뒤집어서 때린 것도 아니지만 신경쓰지 말자. 아래에서 올려치는 주먹으로 저부를 계속 타격당하면서 울먹이는 유카를 보며, C는 스트레스가 풀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좀 있다가 여길 마약농장으로 만드는 노동을 하게 되면 이 기분은 금방 사라지겠지.... 농장?

  

  "그러고 보니, 여기가 니 땅이라던가 했었지. 설마 농사라도 지은 거냐."

  

  [느으으... 어째서 이런지슬 하능거야... 영문을 모르게써....]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대화가 안 된다. 하지만 C는 말로 묻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내었다.

  

  [느아아아아!? 유카의 꽃씨에게 무슨짓을 하는거야아아아! 당장그만둬어어어어어!]

  

  유카의 머리채를 움켜잡은 채로, 다른 한손으로 유카가 심어놓은 잡초를 파헤치려고 하는 C. 그 잔인무도한 만행에, 유카는 매우 격렬한 움직임으로 반응한다.

  

  "니 꺼란 말이냐? 거 참 미안하게 됬네."

  

  별로 미안해보이지 않는 얼굴과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C는 잠시 A와 B가 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담배냄새가 살짝 풍겨오는 걸로 봐서, 이들은 아마 담배라도 태우며 쉬고 있는 모양이다. C는 악마의 속삭임을 들은 듯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느꼈다.

  

  유카를 뒤집어놓고 저부를 찰싹 때리고 살짝 밟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한 다음, 배낭에서 꺼낸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담배불로 유카가 기른 새싹을 지져버린다.

  

  [머머머머머야그거어어어어어! 유카의 꽃씨가! 밥씨가 사라져버려어어어! 안돼애애애애!]

  

  지금까지 불합리한 폭력을 당하면서도 참고 있던 눈물을 펑펑 쏟으며 절규하는 유카. C는 묘한 고양감을 느끼며 그것을 반복한다. 기껏 불붙인 담배를 한번 빨지도 않고, 담배가 다 타버릴 때까지.

  

  [어째서... 어째서어어어어! 이 괴물! 게스! 악마아아아아아! 유카의 윳쿠리 가든이이이이이!]

  

  "아, 재밌네, 계속해주고 싶지만 풀도 다 타버린 것 같고... 좋아. 이번엔 이빨을 뽑아보자."

  

 어쩐지 스트레스 해소가 아니라 평범한 학대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여기 있는 남자들은 학대파도 뭣도 아니고 오늘 처음 윳쿠리를 본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잔혹한 짓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은, 윳쿠리가 가진 마력인지도 모른다...

 

 [흐히이이이! 흐하하허허어어어어어! 하흐흐흐흐!]

 

 "여전히 못 알아듣겠지만 무슨 뜻인진 알겠어. 아프니까 하지말라는 소린가? 하하하하하!"

 

 이빨을 다 뽑혀버린 입을 멍하니 벌리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유카. 이젠 아무 소리도 못 낼 정도로, 몸도 마음도 꺾여버리고 말았다. 

 

 [느흐으으으... 느으...흐으으...]

 

 "이빨도 다 뽑았으니 그걸 해볼까? 으흐흐흐흐..."

 

 그 모습을 보던 C는 하의, 그러니까 하체를 간신히 가리고 있는 넝마같은 천조각을 풀기 시작했다...

 

 

 

 

 ===========

 

 

 

 "C가 늦는데."

 

 "그놈은 맨날 그래. 아, 배가 좀 아프군. 나도 잠시만."

 

 "휴지는 갖고가라고."

 

 "그래그래."

 

 

 C가 유카를 처리하는 동안, B와 A는 담배를 태우며 잡담을 하고 있었다. 담배 두 대를 태울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기도문을 외웠던 남자 B가 휴지를 들고 C와는 반대방향으로 떨어진 수풀 속으로 걸어갔다. 자연의 부름을 받은 모양이다.

 

 

 팡팡팡!!!

 

 "끄아악!"

 

 갑자기 공기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B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이 소리는...!

 

 철컹철컹하는 금속성의 소리와 함께, 강철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머리가 반쯤 날아간 채 축 늘어진 B의 시체를 밟고 선 그들은 듣도보도못한 무기를 손에 들고, 커다란 깃발을 짊어지고 있었다.

 

 "이... 이단심판관...!!"

 

 팡팡팡!!

 

 그것이 A의 유언이 되었다. T-45d 파워 아머를 걸치고 M72 가우스 라이플을 든 모르몬 이단심판관들은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고 A를 사살해버렸다.

  

  "방사능과 악에 찌든 영혼을 위해 기도합시다 형제여."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자비심이라고는 1그램도 없는 아메리카 제국의 이단심판관들은 가끔 치안헌병과 유사한 임무를 받기도 한다. 미대륙 중부 지방에는 옛날부터 마약 관련 범죄자들이 판을 치고 다니며 국가권력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파워아머를 입은 이단심판관들이 투입된 이후로는 감히 정부에 반항하는 범죄자들은 사라져버렸다. 다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한 놈은 생포해오라는 주교님의 명령입니다, 형제여."

  

  "알겠습니다. 형제들, 또 인간이 보이면 다리를 쏘십시오."

  

  

  

  

  ===========

  

  

  

  "후우... 상쾌하다..."

  

  C는 용무를 마치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카는 팥소를 토하고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지만,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C가 그 옆으로 쓰러졌다.

  

  팡팡팡!

  

  "끄아아아악! 뭐... 뭐야!"

  

  갑자기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고, 허리 아래로 감각이 없어지는 것을 느끼고 C는 경악했다. 앞으로 쓰러졌기에 다시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다리가 없어진 것이다.

  

  "죄수 확보 완료했습니다, 형제여!"

  

  "히이익! 이단심판관! 사...살려주세요! 저는 그냥 노예일 뿐입니다아아아!"

  

  C는 눈물콧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다행인지 뭔지, 엘리트 출신인 이단심판관들은 영어를 모르는 C가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파워아머를 철컹거리며 다가온 두 명의 이단심판관 중 한 사람이 C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죄악에 물든 어린양이여... 저 형제가 그대를 안내할 것입니다. 묻는 대로 정직하게 답하십시오."

  

  "뭐든지! 뭐든지 말하겠습니다아아! 제발 목숨만은! 제게는 아내와 자식들이 이스미다아아!"

  

  "음? 이건 뭐지?"

  

  이단심판관이 바닥에 널브러져 죽어가는 유카를 발견한 것이다.

  

  "낫 띠따 형제, 이게 뭔지 아십니까?"

  

  "오 맙소사. 이건 불경한 피조물입니다! 즉시 주교님께 연락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통신기를 사용해 상부와 대화를 나눈 이단심판관은, 등 뒤에 메고 있던 화려하게 장식된 상자에서 뭔가를 꺼냈다.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유탄발사기, 봉인 해제!"

  

  "주님의 뜻대로!"

  

  이단심판관이 꺼낸 것은 모르몬교회의 제식병기인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40mm 유탄발사기였다. 

  

  [느...느...느...]

  

  이미 숨이 꺼져가는 유카를 향해 성스러운 무기를 조준하는 선임 이단심판관. 나머지 이단심판관들은 한발 물러서서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다. 이단심판관들은 잠시 후 기도를 마무리지었고, 큰 소리로 입을 모아 처형의 말을 외치며 유탄발사기를 쏘았다.

  

  "진실이 널 불태우리라!"

  "진실이 널 불태우리라!"

  

  콰아아아아앙!

  

  유카와 그 밭이 있던 자리는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악마의 피조물이 신성한 아메리카 땅에 출몰하다니... 세상이 어찌되려고 이러는가..."

  

  선임 이단심판관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의식을 잃은 C를 고문할 준비를 시작했다.

  

  

  

  ====================================================

   

 

류민혜씨리즈(가칭)라는 이름도 제대로 짓지 못한 장편의 설정을 기반으로 쓴 단편.

이 설정이 반영된 다른 글들도 있지만, 그것들은 윳쿠리의 비중이 낮고 오리지날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서...

여기 올리긴 좀 그렇네요.

 

유카종은 농사를 짓기 때문에 좋은 대접을 받는다는 전형적인 패턴을 좀 바꿔보려고 했던 것 같지만 잘 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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