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윳을 오래동안 하다보니까, 수명이 다 되어서 죽는 윳쿠리들을 꽤 봤습니다. 윳쿠리의 수명 문제는 디버그 탭에 있는 기능으로도 어떻게 조작이 안 되더군요. 윳쿠리는 설정상 오렌지 주스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 죽어가도(혹은 죽여놓고도) 살릴 수 있어서 묘하게 생명이 가벼워보이는 감이 있는데, 수명 문제는 어떻게 안된다는 점에서 '얘들 목숨이 꼭 그렇게 목숨이 가벼운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애호파라서 윳쿠리는 물리법칙을 다 생까는 존재이긴 해도 생명체라고 봅니다만, 인간의 생명보다는 은연중에 가볍게 보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생사 문제부터 이런저런 것들을 인간의 입장에서 너무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윳쿠리 한 쌍을 들여와서 가족을 만들면, 뭘 어떻게 해도 수명의 차이는 생기게 됩니다. 별 차이가 안 나서 한쪽이 늙어죽고 남아있는 아가야들이 다 커가는 도중에 뒤를 따라가는 애들도 있지만, 한쪽은 골골대는데 다른 한 쪽은 쌩쌩해서 아가야들 다 커서 독립하고도 한동안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이죠? 근데 사육주로서 한가지 곤란한 건, 얘들이 짝이 죽어도 발정은 계속 한다는 점입니다. 이 상황에 빠지면 그때부터 남겨진 아비/어미가 일상생활을 못하더군요. 아가야들이 전부 다 독립해서 혼자 남겨지면 그나마 낫습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에서 한 맵에 윳쿠리가 한 마리만 있으면 발정을 안 하거든요. 근데 남아있는 애들도 한두마리고 아기가 아니라 아이윳으로 성장한 상태에서만 둘 중 하나가 죽으리란 법은 없죠. 아기윳만 10마리 넘긴 상태에서 죽는 경우도 봤습니다.
근데 저는 어쩔 수가 없는 애호파인가봅니다. 이런거 보면 '짝이 죽었는데 상쾌하고 싶다니 너 게스!!' 라고 써먹기 딱 좋은 소재같은데 저는 '에휴 안타까운 자식들' 이라는 생각만 드는 걸 보면 말이죠.
근데 어느 날 보니까, 한쪽이 죽어서 시체를 숲 에리어에 갖다놨는데도 다른 한쪽이 전혀 발정을 안 하더군요.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또 발정하고...처음에는 원인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게 이유가 있더군요.
대략 이런 알고리즘을 거치는겁니다.
1.윳쿠리는 자신의 짝이 임신한 동안에는 진동기를 들이대지 않는 한 발정하지 않는다.
2.그런데 만약 줄기형 임신을 할 경우, 버그인건지 아기윳이 떨어진 후에도 임신중으로 간주되는 기간이 있다.
3.따라서 줄기형 임신을 통해 아기윳들이 태어난 직후에도 발정하지 않는 상태는 이어진다.
4.만약 죽은 쪽이 줄기형 임신으로 아기들을 출산하고 추가적인 임신 기간을 걸쳐 완전히 출산하기 이전에 죽었을 경우, 배우자 윳은 파트너가 임신중인걸로 간주되어서 발정하지 않는다.
네 그렇습니다. 발정하지 않는 케이스는 줄기형 임신으로 아기윳 출산~추가적인 임신 기간 후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사이에 죽어서 그랬던 겁니다. 그럼 저 기간 사이에 안 죽은 애들은 어쩌냐고요?
가구중에 '오렌지 풀' 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걸 설치할 때 치료약 모드로 설치하면 죽은 윳쿠리를 올려놓았을 때 치료약 풀 위에 있을 때 한정으로 잠시 살아납니다.(일시적인 부활만 될 뿐, 수명을 근본적으로 연장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치료약 풀로 죽은 쪽을 되살려놓은 동안에 짝 윳쿠리를 데려다가 임신시키고, 줄기형 임신으로 아기윳들이 다 떨어진 직후에 치료약 풀 바깥으로 끌어내면 배우자 윳쿠리가 발정하지 않게 되는겁니다.
사실 어쨌든 임신만 하고 있으면 되기에 좀 냉정하게 가자면 상쾌시킨 다음에 바로 끌어내서 도로 죽게 만들거나, 아니면 장소이동 기능을 통해 다른 맵으로 옮겨서 살리고 임신시킨 후에 다시 원래 쓰던 맵으로 돌아와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해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기 아가야들과 못 만나게 되는 어미/아비가 안돼보여서 낳은 아가야들은 같이 살게 해 줍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줄기형 임신에서 윳쿠리는 열매의 형태니까 어찌보면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사랑의 결실이죠. (물론 썩은 과실은 레미랴 밥이지만...) 그래서 발정을 막기 위해 마지막으로 태어나게 해준 아가야들은 그야말로 두 윳쿠리의 사랑이 맻은 최후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굉장히 묘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