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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9 07:24

anko 8676 이노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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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오역이나 오타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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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스

세쌍둥이 아키

 

마리사는 일본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아주 평범한 집윳쿠리였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한 쌍의 마리사와 앨리스 집윳쿠리 부부. 그들의 아이들이 자매혼을 거듭하며 이 방의 무리를 이루었다. 팥소로 이어진 동료들. 무리라기보다는 오손도손한 대가족. 모두 서로 돕고 의지하며, 그렇게 사이좋게, 정말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사는 사랑에 빠졌다.

 

상대는 처음 보는 레이무였다. 방 안 붙박이 선반 위에 홀연히 나타난, 마리사와 비슷한 크기의 신기하고도 신비로운 레이무. 마리사는 레이무를 본 그 순간, 심장이 꿰뚫리는 듯한 강렬한 감정에 휩싸였다.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몽환적인 눈동자. 입가에 머문 채 사라지지 않는 부드러운 미소. 마리사에게 그 모습은 그야말로 여신 강림이었다.

 

그날부터 마리사의 일상은 온통 레이무 생각뿐이었다. 쿨-쿨- 잠을 잘 때도, 밥 씨를 우-걱 우-걱 먹을 때도, 심지어 응응 씨를 눌 때조차 레이무를 떠올리며 달콤한 한숨을 내쉬었다.

 

놀랍게도, 그 레이무는 인간 씨 앞에서도 태연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집윳쿠리들은 레이무의 앞날을 걱정하며 몸을 떨었지만, 어째서인지 인간 씨는 레이무를 짓밟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묵인할 뿐이었다.

 

집윳쿠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저 레이무는 애완윳쿠리인 거야」 라고.

평범한 윳쿠리라면 몰라도, 집윳쿠리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인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집윳쿠리들은 레이무가 무사한 다른 이유를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었다. 집윳쿠리로서는 닿을 수 없는 높은 선반 위에 있는 것도, 사냥하는 모습 없이 몸 씨가 통통하고 윤기가 흐르는 것도, 애완윳쿠리라면 모든 게 설명되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가만히 있는 건, 분명 인간 씨의 명령 때문이겠지.

 

「저 레이무에게 말을 걸거나 해선 안 되는거제. 무시하는거제.」

 

무리의 장로는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만약 저 레이무가 애완윳쿠리라면, 엮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혼자 선반 위에 외롭게 서 있는 레이무를 안쓰럽게 여기는 집윳쿠리도 많았지만, 장로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머지않아 레이무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취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리사는 달랐다. 단 한 순간도 레이무를 잊을 수 없었다.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데도,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마음속 깊이 담아둔 애정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금지되었다. 하지만 보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마리사는 틈만 나면 레이무가 조금이라도 잘 보이는 곳으로 가, 가구 뒤에 숨어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저러다 말겠지.’ 처음에는 무리 모두가 쓴웃음을 지으며 마리사의 풋풋한 열정을 너그럽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마리사는 레이무를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주위의 시선은 점점 싸늘해졌고, 마침내 모두 입을 모아 마리사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저 레이무에게 마음이 닿을 리 없어.”

“손이 닿지 않는 존재라고. 포기해.”

“이제 그만 정신 차려!”

“눈앞의 가족이나 소중히 여기라구!”

 

하지만 마리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마리사의 여동생 앨리스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간청했다.

 

「언니야, 왜 그러는 거야? 저 레이무는 인간 씨의 것이라구. 이제 그만 포기해줘.」

 

여동생 앨리스는 마리사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함께 자라며 말없이 서로를 미래의 짝으로 여기고 있었다. 약혼자라고 해도 좋을 관계. 그런 앨리스가 느응느응 울며 매달리니, 마리사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사랑은 눈을 멀게 하는 법. 그래도 마리사는 레이무를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자매 중 누군가와 부부가 되어 아가야를 낳고 기른다. 평범하지만 따스한 가정. 그것이 마리사에게 약속된 미래였다.

 

하지만 마리사에게는 그런 상냥한 미래보다, 레이무를 그저 바라보는 이 순간이 훨씬, 훨씬 더 소중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쁨이었다. 마리사에게 레이무는 빛이었고, 세상의 전부였다.

 

'모자 씨와 바꿔 레이무를 주겠다’고 누군가 말했다면, 마리사는 기꺼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모자 씨를 내놓았을 것이다. 윳쿠리답지 않은 격렬하고 한결같은 사랑을 더는 숨기려 하지 않는 마리사. 어느덧 마리사는 무리 안에서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 씨가 무언가를 집으려 선반에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손등이 그만 ‘콩’ 하고 레이무에게 부딪혔다. 레이무는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거꾸로 카펫 위로 떨어졌다.

 

그 광경을 유일하게 목격한 마리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분명 인간 씨가 금방 도와줄 거야.’ 마리사는 그렇게 믿으며 숨죽이고 지켜봤다. 하지만 인간 씨는 떨어진 레이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무언가를 손에 들고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그 순간, 마리사는 장로의 명령도, 집윳쿠리로서의 본분도 모두 잊어버렸다. 가구 뒤에서 뛰쳐나와 망설임 없이 레이무를 향해 달려갔다.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 제발 무사해줘! 신 씨, 제발요! 레이무를 죽게 하지 말아줘!」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마리사는 레이무에게 달려갔다.

 

레이무는 무사했다. 상처 하나 없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아, 신 씨, 신 씨! 감사합니다!’

 

뺨을 타고 흐르던 마리사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괜찮아? 레이무, 아픈 데는 없어?」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리며, 마리사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상대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하지만,

 

레이무는 미소 짓고 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모르는 윳쿠리가 말을 걸어서 당황했나?’ 마리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한번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미안해. 인사가 늦었네. 마리사는 마리사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그러나 레이무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마리사는 실망감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혹시 모르는 윳쿠리와는 말하면 안 된다고 들었나? 그렇다면… 얼른 자리를 비켜주는 게 레이무를 위한 거겠지.’

 

하지만 한마디라도 좋으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서 본 레이무는 역시나 너무나도 귀엽고 아름다운 미윳쿠리라서, 마리사는 좀처럼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때 마리사의 눈에는 레이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 씨가 방으로 돌아온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리고 말았다.

 

「어이, 너 뭐하는 거야.」

 

인간 씨와의 첫 만남.

물론 마리사는 이 인간 씨를 잘 알고 있다. 집윳쿠리는 기생충과도 같다. 숙주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 인간 씨를 잘 아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인간 씨를 잘 관찰할 것. 그리고 절대로 인간 씨에게 모습을 보이지 말 것. 집윳쿠리라면 어떤 아가야이라도 알고 있는, 살아가기 위한 확고한 철칙. 마리사는 그 철칙을 어기고 말았다.

 

도망칠 수 없어.

짓밟힐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마리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인간 씨는 바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며 마리사는 애원한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레이무가 떨어져서, 걱정했어요! 마리사는 죽어도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레이무는 용서해주세요! 레이무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그때 마리사의 머릿속에는 오직 레이무가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뿐이었다. 필사적으로 납작 엎드려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부디, 부디, 레이무는…」

 

마리사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애원한다.

 

「레이무에게만은 아야아야하지 말아주세요!」

 

인간 씨는 당황하고 있었다.

방에 돌아왔더니 카펫 위에 집윳쿠리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이 집에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무심코 혀를 차버린다. 상당히 능숙하게 숨어 있었음에 틀림없다.

바로 짓밟지 않은 것은 그 집윳쿠리가 기묘한 행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 모자의 집윳쿠리가 필사적으로 말을 걸고 있는 그것은, 생일에 악우가 억지로 떠넘긴 윳쿠리를 본뜬 작은 마스코트. 묘하게 섬세하고 공들여 만든 악취미적인 선물. 받기는 했지만 실은 당장이라도 버려버리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선물. 쓰레기통에 바로 던져 넣기도 꺼려져 결국 선반에 둔 채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자, 지금까지의 모습을 본 바로는, 아무래도 이 집윳쿠리는 이 마스코트에게 진심으로 반해있는 듯하다.

 

「흠.」

 

인간 씨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이, 너. 그 레이무가 좋은 거냐?」

 

갑작스러운 인간 씨의 물음에 의표를 찔리면서도 마리사는 똑똑히 대답한다.

 

「네! 마리사는 레이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당사자인 레이무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리사는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드디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는 상쾌함도 있다.

 

마리사는 레이무가 정말 좋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계속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지만 그 레이무는 말하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해. 덧붙여 말하면 아이를 만들 수도 없어. 그래도 그 녀석이 좋은 건가?」

 

인간 씨의 말에 마리사는 격렬한 충격을 받는다.

 

레이무와 이야기하는 것이 꿈이었다. 나란히 산책하고 싶었다. 그리고 만약 이루어진다면 레이무와 함께가 되어 아가야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레이무와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평범한 집윳쿠리로서의 기쁨을 무엇 하나 맛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마리사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넘쳐흐른다.

 

「어때, 그래도 그 레이무가 좋아?」

 

인간 씨의 물음에 마리사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그래도, 그래도 마리사는 레이무가 좋아요!」

 

그렇다. 이치가 아니다. 그것이 연애라는 감정. 걷지 못해도 말하지 못해도 아가야를 만들 수 없어도, 그래도 마리사는 역시 레이무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가. 그럼 내 말을 듣는다면 그 레이무는 너에게 주지.」

 

순간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다.

 

「무슨 말씀이세요, 인간 씨?」

 

「그러니까, 내 말을 들으면 그 레이무는 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을 마리사는 깨닫는다. 마리사의 세계가 장밋빛으로 물든다.

 

「정말인가요, 인간 씨?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리사는 울면서 인간 씨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레이무 자신의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에 마리사는 아주 약간의 불안을 느끼지만, 그러나 그것은 사소한 일. 마리사의 사랑은 진짜인 것이다. 분명 레이무도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 것임에 틀림없다.

 

「뭐든지 말씀하시는 대로 할게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 레이무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라. 두 번 다시 여기로 돌아오지 마라.」

 

마리사는 동요한다. 마리사는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자랐다. 이 방 이외의 장소 따위는 모른다. 그러니 여기서 나가라고 해도 갈 곳 따위는 없다. 하지만 마리사에게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다.

 

「네, 알겠습니다. 나가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내가 돌아올 때까지 나가라. 알았지.」

 

그렇게 말을 남기고 인간 씨는 휙 방에서 나가버렸다.

 

「레이무, 레이무… 이제부터 쭉 함께야. 잘 부탁해.」

 

마리사는 터질 듯한 기쁨에 몸을 떨며 레이무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역시, 레이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로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마리사의 마음 한구석이 바늘에 찔린 듯 따끔거렸다.

 

「괜찮아. 마리사에게 맡겨줘. 레이무가 힘든 일은 겪게 하지 않을 거야. 이제부터는 쭉 마리사가 돌봐줄 테니까.」

 

마리사는 레이무의 구레나룻 모양 장식을 자신의 땋은 머리로 꼭 쥐며 말했다. 어쩐지 레이무의 미소가 더 깊어진 것 같았다. 마리사의 마음이 전해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여기를 떠나게 되었지만 걱정하지 마. 마리사가 꼭 멋진 집 씨를…」

 

「…마리사.」

 

레이무에게 다정하게 속삭이던 마리사의 말을, 장로의 목소리가 차갑게 끊었다.

 

「느… 늣?」

 

정신을 차려보니 장로가 바로 곁에 와 있었다. 아니, 장로뿐만이 아니었다. 무리 모두가 마리사와 레이무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마리사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리사. 터무니없는 짓을 해줬구나제.」

 

장로의 목소리 또한 더없이 싸늘했다. 마리사는 꿀꺽 침을 삼켰다.

 

「여, 명령을 어겨서 죄송해요, 장로! 마리사들은 나갈게요! 그러니까…」

 

「마리사들만 나가면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제. 거기까지 바보였냐제.」

 

장로는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리 모두, 지금부터 이사하는거제.」

 

장의 말에 마리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왜요? 나가라고 들은 건 마리사랑 레이무뿐인데요!」

 

「집윳쿠리를 본 인간이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거냐제? 그 인간 씨는 이 방에 집윳쿠리가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제. 머지않아 구제약 씨를 쓸 게 뻔하다제.」

 

「아…」

 

이제야 마리사는 자신이 저지른 일의 의미를 깨달았다.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명령을 어긴 마리사를 제재! 하지 않는 것은, 마리사가 모두와 팥소를 나눈 형제이기 때문인거제. 그래서 추방으로 용서해주는거제. 하지만 다음에 보이면 용서는 없는거제. 우리들과 같은 방에 사는 것은 금지! 하는거제.」

 

「서, 설마…」

 

집윳쿠리의 행동반경은 좁다. 무리가 정착할 수 있는 장소, 그것은 마리사가 레이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기도 할 것이다. 거기서 사는 것조차 금지라니.

 

「알아들었냐제. 마리사도 레이무도, 두 번 다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거제. 무리로부터 떨어져서 사는거제.」

 

장로는 휙 몸을 돌렸다. 다른 윳쿠리들도 장로의 뒤를 따랐다. 아무도 마리사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강렬한 비난이 담긴 시선만을 던지고 갈 뿐이었다. 마리사의 진짜 부모님이나 자매들조차 마찬가지였다. 마리사의 행동은 가족이 감싸줄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이었다.

 

오직 한 마리, 여동생 앨리스만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슬프게 마리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앨리스도 곧 등을 돌렸다.

 

마리사는 이를 악물고 떠나가는 무리 모두의 등을 바라보았다. 나가는 것이 아니라, 무리에서 추방당했다. 그 사실이 마리사의 작은 몸을 무겁게 짓눌렀다.

 

「레이무…」

 

마리사는 움직일 수 없는 레이무를 땋은 머리로 꼬옥 끌어안았다.

 

「괜찮아. 분명 모든 게 잘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리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솔직히 두 마리의 미래에는 불안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사와 레이무 사이에는 사랑이 있다. 그것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깊고 깊은 진실한 사랑이다.

 

「우리들도 가자.」

 

마리사는 레이무에게 다정하고 또 다정하게 속삭였다.

 

두 마리의 사랑의 보금자리는 벽 안쪽, 복잡하게 얽힌 배관 뒤편에 자리 잡았다. 먼지투성이에 어두컴컴한 그곳은 갓 신혼(?)을 시작한 두 마리에게 어울린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물론 마리사도 더 안락한 곳에 터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는 언제 무리의 누군가와 마주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잠잠해질 때까지는 여기서 지내자고 마리사는 마음먹었다. 레이무가 불평할 리는 물론 없었다. 데굴데굴 마리사에게 밀려 이동한 레이무는 그 새집에서 가장 편안해 보이는 자리에 조용히 안착했다.

 

이렇게 두 마리만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레이무, 다녀왔어.」

 

레이무가 대답해주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마리사는 언제나 레이무에게 말을 건다.

 

「오늘은 거미 씨의 다리 씨를 주웠다구. 레이무도 같이 우-걱 우-걱 하자.」

 

마리사는 레이무 앞에 오늘의 사냥 성과를 늘어놓는다. 배관 뒤편과 그 주변이 사냥터이니 변변한 것을 잡을 리 없다. 가느다란 거미 다리 몇 개와 너덜너덜한 날벌레의 날개 몇 장. 이것이 지금 마리사의 최선이었다.

 

「자, 레이무, 밥 씨 먹자.」

 

하지만 마리사가 아무리 재촉해도 레이무는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지을 뿐. 아무래도 오늘도 레이무는 마리사가 가져온 밥 씨를 먹어줄 것 같지 않다.

 

「미안해… 애완윳쿠리였던 레이무가 이런 걸 먹을 수 있을 리 없지…」

 

마리사는 눈물을 꾹 참으며 고개를 숙인다. 레이무가 밥 씨를 먹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마리사조차 인간 씨의 방에 살았을 때는 이런 식사를 해본 적이 없다. 애완윳쿠리였던 레이무가 인간 씨에게 어떤 것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때의 밥 씨와 지금의 밥 씨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건… 마리사가 먹을게.」

 

마리사는 벌레 사체 조각을 입으로 가져간다. 먼지 맛에 쓴맛이 섞인 지독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이런 것을 자신은 레이무에게 먹이려 했던 것이다. 한심함에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

 

지금은 아직 괜찮다. 애완윳쿠리였던 레이무는 영양 상태가 좋았던 건지, 무언가를 입에 댄 모습은 없는데도 아직 몸 씨는 통통하고 동그랗다. 하지만 아무리 레이무라도 이대로 계속 밥 씨를 먹지 않고 지낼 수는 없다. 머지않아 싫어도 마리사가 가져온 밥 씨를 입에 넣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레이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걸 먹게 될 바에는 애완윳쿠리로 있고 싶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자 마리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일이야말로, 뭔가 맛있는 걸 가져올게.」

 

마리사는 필사적으로 레이무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힘내.

 

레이무는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미소를 돌려주었다.

 

안 그래도 채광이 부족해 어둑한 배관 뒤의 새집. 그곳은 밤이 되면 더욱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긴다. 그 어둠 속이라면 마리사는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다. 마리사는 레이무에게 꿈지럭꿈지럭 다가간다.

 

「있지, 레이무. 오늘도 괜찮을까?」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에게 격렬하게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느으으… 레이무의 피부 씨… 정말 기분 좋아아읏!」

 

다른 윳쿠리들과 접촉했을 때와는 또 다른, 폭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의 레이무 피부 씨. 그토록 애타게 그렸던 레이무의 피부 씨에 지금 자신이 닿아 있다. 그것만으로 마리사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한다.

 

「늣! 늣! 늣! 늣!」

 

마리사 혼자만의 거친 숨소리가 잠시 동안 어둠 속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마리사는 마침내 절정에 달한다.

 

「사, 상쾌-앳!!」

 

마리사는 욕망을 해방한다. 레이무의 피부 씨는 순식간에 정액팥소로 범벅이 되었다.

 

「느… 미안해, 레이무. 지금 깨끗하게 해줄게.」

 

마리사는 일이 끝나자 혀로 정성스럽게 자신이 뿜어낸 팥소를 핥아낸다.

 

「레이무, 오늘도 정말 기분 좋았어. 마리사는 행복해.」

 

그렇게 말하며 마리사는 레이무의 몸 씨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해준다.

 

「자, 깨끗해졌어. 그럼 오늘은 이제 자자. 또 내일 봐, 레이무. 느긋하게 잘 자.」

 

그렇게 마리사는 눈을 감는다. 오늘도 레이무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다. 내일도 함께 있을 수 있다. 아아, 마리사는 얼마나 행운아인 윳쿠리일까.

 

마리사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흐윽… 흐윽… 흐끅…」

 

어째서일까. 사랑하는 상대가 곁에 있는데. 보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상대와 마음껏 접촉할 수 있는데. 마리사의 마음에는 뻥 뚫린 커다란 구멍이 있는 것만 같고, 그곳으로 휭휭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다.

 

「으으… 으으으…」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는다.

 

「으으으… 적어도 한마디라도… 한마디만이라도 좋으니까 레이무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적어도 같이 밥 씨를 먹고 싶어…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움직여줬으면 좋겠어…」

 

욕망에는 바닥이 없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야 했다. 그저 그곳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자 다음, 또 그다음의 욕망이 고개를 든다.

 

마리사는 모든 것을 각오하고 레이무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레이무와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마음속 무언가가 점점 더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대가 같은 건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이렇게나 괴로울 줄이야. 자신은 얼마나 욕심 많은 윳쿠리인가. 가장 괴로운 것은 레이무일 텐데.

 

스스로를 책망하는 마리사의 눈물은 밤새도록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마리사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식량을 찾아 인간 씨의 다른 방으로 잠입했다. 며칠 전까지 살았던 방의 바로 옆방. 아마도 무리 모두가 새로운 보금자리로 선택했을 그곳이었다.

원래라면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곳. 하지만 마리사가 침입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 어떻게든 레이무에게 맛있는 밥 씨를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사의 각오로 기어들어간 그곳에서, 마리사는 예상치 못한 재회를 맞이했다.

 

「어… 언니야?」

 

다른 집윳쿠리들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기려 뛰어든 좁은 가구 틈새. 그곳은 젊은 집윳쿠리 부부의 보금자리였다. 부드러운 티슈 씨로 만든 아늑한 잠자리 옆에서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는 젊은 아내는, 틀림없이 마리사의 여동생 앨리스였다.

 

「애… 앨리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하는 마리사에게 앨리스는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앨리스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다시 열었다.

 

「언니야, 서둘러 나가줘. 지금이라면… 무리 모두에게는 비밀로 해줄게.」

 

「아… 아…」

 

「자, 빨리!」

 

앨리스의 다급한 재촉에 마리사는 허둥지둥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몸을 숨기며 탈출하는 와중에도, 마리사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앨리스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앨리스는 행복해 보였다. 풍족해 보이는 식량 씨, 부드러워 보이는 잠자리. 그리고 얼핏 봤지만, 잠자리 안에는 틀림없이 알 씨들이 놓여 있었다. 앨리스는 엄마가 된 것이다.

 

간신히 벽 안쪽 안전한 곳까지 돌아온 마리사는, 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을 위한 눈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리사 안에서 온갖 감정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다.

 

원래대로라면 저곳으로 돌아가야 했던 것은 자신이었다.

사냥에서 돌아온 자신을 맞이하는 아내는,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는 레이무가 아니라, 상냥하게 남편을 보살펴주는 여동생 앨리스였을 것이다. 그리고 잠자리에 소중하게 놓인 알 씨들의 아버지는… 자신이었을 것이다.

 

후회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버린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자 마리사의 마음은 거세게, 아주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결국 사냥은 하지 못했다. 마리사는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먼지투성이에 어둡고 어두운 보금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레이무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밥 씨가 없으면… 레이무, 화낼까나…」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린 후, 마리사는 자조하듯 쓴웃음을 지었다. 레이무가 화를 낼 리가 있나. 밥 씨를 가져간들 어차피 먹지도 않을 텐데.

 

애초에 레이무는 마리사를 조금이라도 신경 쓰고 있기는 한 걸까.

 

마리사는 그 생각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지금까지 무서워서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혹시 레이무는 마리사를…

 

그 의구심을 떨쳐내려는 듯 마리사는 머리를 붕붕 흔들며 통로로 삼고 있는 배관 틈새를 빠져나갔다. 끈적끈적한 붉은 테이프가 붙어있는 굵은 파이프 너머. 그곳이 마리사의 보금자리였다.

 

「레이무, 다녀왔어.」

 

그렇게 말하며 파이프 아래를 지나던 마리사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뛰어 들어왔다.

 

붉은 눈동자. 잿빛 털. 긴 꼬리. 날카로운 앞니.

 

마리사보다 갑절은 커 보이는 짐승이 그 입에 확실하게 레이무를 물고 있었다.

 

「레, 레, 레이무우우우우우우우우!」

 

마리사는 자아를 잊었다. 조금 전까지의 복잡한 감정 따위는 가볍게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마리사의 머릿속에는 오직 레이무뿐. 말하지 못해도, 움직이지 못해도, 아가야를 만들 수 없어도, 마리사의 아내는 레이무 단 한 마리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레이무뿐인 것이다.

 

「놔아아아아아아아아! 레이무를 당장 놓아라아아아아아아!」

 

이길 리 없는 상대. 하지만 마리사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분노에 불타오르며 몸통박치기를 반복한다. 물론 집윳쿠리의 몸통박치기 따위, 그 짐승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귀찮다는 듯 휘두른 꼬리 한 번. 그 무심한 한 번의 휘두름에 마리사는 사정없이 벽에 처박혔다.

 

「으그아아아아아아아악!」

 

온몸에 격렬한 통증이 달린다. 몸 어딘가에서 팥소가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도저히 움직일 수 있을 만한 상처가 아니다. 하지만 마리사는 움직인다. 움직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레이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마리사뿐이니까.

 

「놓아랏… 레이무를… 놓아랏…」

 

숨이 끊어질 듯하면서도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힘없이 짐승에게 계속 부딪힌다. 그런 마리사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짐승은 유유히 레이무의 배 쪽을 씹는다. 하지만 잠시 후, 짐승은 불만스러운 듯 그 눈동자를 흐렸다. 그리고 레이무를 입에서 떼어내더니, 재미없다는 듯 그 자리에 내팽개치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곳에서 재빨리 모습을 감췄다.

 

「아아아아… 레이무… 레이무으…」

 

레이무는 축 늘어진 채 바닥에 몸을 내던지고 있다. 자신도 반죽음 상태지만 어떻게든 곁까지 기어간 마리사. 거기서 절망의 신음 소리를 내뱉는다.

 

레이무의 배는 크게, 아주 크게 찢겨 있었다. 그리고 배 안에서 흘러나와야 할 팥소는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그 짐승이 빨아먹어 버린 것이리라.

 

…살릴 수 없어.

 

「그럴 수가… 그럴 수가… 그럴 수가… 거짓말이지, 레이무…」

 

통통하게 부풀어 있던 배는 이제 납작하게 쪼그라들었다. 얼굴 씨는 찌그러졌고, 마리사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 미소는 이제 영원히 사라졌다.

 

「레이무, 레이무레이무레이무레이무레이무레이무…」

 

마리사는 입에서 팥소를 울컥울컥 쏟아내면서도 레이무의 몸 씨에 매달렸다. 그 순간, 레이무의 몸 씨에서 팥소가 아닌, 하얗고 폭신한 무언가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레이무의 몸 씨에서 나온 그 하얗고 폭신한 것 속에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것을 마리사는 발견했다. 그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그 레이무를 만든 인간의 사소한 장난이었다. 하지만 마리사에게는 진실한 사랑이 불러온 위대한 기적이었다.

 

레이무의 체내에서 굴러 나온 그것은, 인간의 손톱만 한 크기의 「마리사」였다.

 

마리사는 떨리는 땋은 머리로 그것을 들어 올렸다. 어디까지나 덤으로 끼워 넣어진 그것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레이무와는 달리, 겨우 그것이 「마리사」라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조악한 만듦새였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마리사에게는 아직 형태가 갖춰지기 전의 갓난아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리사는 눈물을 흘리며 아가야에게 뺨을 부볐다. 지점토로 만들어진 아가야는 딱딱했고, 마리사의 뺨을 긁었다. 하지만 마리사는 개의치 않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뺨을 부비고 또 부볐다.

 

「레이무… 레이무… 고마워… 마리사는 아빠야가 되었구나…」

 

역시 자신의 사랑은 레이무에게 통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기적이 일어날 리 없다. 아가야를 만들 수 없을 터인 레이무가 아가야를 품을 수 있을 리 없다.

 

「미안해… 미안해… 못난 아빠야라서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마리사는 레이무의 몸 씨에서 나온 하얗고 폭신한 것으로 아가야를 감싸주었다. 왠지 그것이 알 씨의 껍데기가 되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안해… 미안해… 아내 씨를 지켜주지 못하는… 못난 마리사라서 미안해… 하지만 말이야, 레이무, 이제부터는 가족 씨 세 마리 영-원히 함께야.」

 

마리사는 레이무의 곁에 꼭 붙어 누웠다. 두 마리 사이에는 폭신한 것으로 감싸인 아가야를 놓아주었다. 이제 더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마리사도 곧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갈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이제 두 마리 다 절대로 놓지 않을 거야…」

 

마리사는 천천히 눈동자를 감았다. 지금까지 기력으로 움직였지만, 마리사가 입은 상처 또한 충분히 깊은 것이었다. 사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마리사가 움직일 필요는 없다. 마리사가 가야 할 곳 따위는 다른 곳에는 없으니까. 마리사는 온몸의 힘을 뺐다. 의식이 희미하게 멀어져 간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마리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윳쿠리.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된 윳쿠리니까.

 

「레이무… 아가야… 정말 좋아해…」

 

그 말과 동시에 마리사는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입주자 여러분께 알림」

 

그런 종이가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훑어보니 그것은 집주인으로부터 온 편지였다.

 

최근 이 아파트에서 집윳쿠리 피해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집윳쿠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해충이나 쥐의 먹이도 늘어난다는 것. 따라서 전문 업체에 본격적인 구제를 의뢰했다…

 

그런 내용 뒤에 실제 구제 날짜가 적혀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방에도 있었던가.」

 

인간 씨는 떠올린다. 그 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가짜 집윳쿠리를 진짜라고 믿어버리고 사랑에 빠졌던 집윳쿠리가 있었지.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려나.

 

인간 씨는 상상하며 씨익 웃는다.

 

그리고 편지를 구겨, 힘차게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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