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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8 07:26

anko 11275 완전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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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오역이나 오타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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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외로움

치트 아키

 

 

・ 치트 아키입니다.

・ 문득 소재가 떠올라서.

 

아침 햇살이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다. 희미한 아침 이슬과 어린잎의 향기가 기분 좋다.

남자는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젊은이였다.

문을 나서 조금 걷자 발밑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야, 느긋하게 있으라구!」

「오우, 느긋하게ー」

 

시선을 향한 곳에는 한 마리의 들윳 레이무가 있었다. 들윳쿠리지만 몸은 제법 깨끗하다. 집 옆 잡목림에 살기 시작한 젊은 레이무였다.

레이무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말해 온다.

 

「일하러 가는 거야? 졸려 보이네.」

「오우, 엄청 졸리다구. 하지만 사냥 씨는 중요하니까 말이야. 사냥 씨 안 하면 밥 못 먹으니까 말이야. 사냥 씨 해도 미묘하게 가난하지만 말이야.」

「레이무도 이제부터 사냥 씨라구. 느훙, 독립했으니까 이제 엄마 씨에게도 아빠 씨에게도 어리광 부릴 수 없으니까, 레이무 혼자서 힘내야지!」

 

구레나룻을 치켜올리며 레이무가 기운차게 대답했다.

남자는 레이무를 내려다보며 솔직하게 고한다.

 

「훌륭하네, 너.」

「느훙. 그 정도는 된다구!」

 

레이무는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

 

하지가 가까워지면 일곱 시 전이라도 하늘이 밝다.

 

「아, 곤란한데…」

 

남자는 자택 현관 앞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려다가 남자는 열쇠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오빠야! 이거, 떨어뜨렸다구.」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레이무가 열쇠를 물고 있었다.

 

「옷, 고맙다구.」

「느훙. 보답은 양과자점 사쿠야의 푸딩 씨면 된다구!」

 

열쇠를 받는 남자에게 레이무는 눈을 반짝이며 보답을 요구해 온다. 양과자점 사쿠야. 이 근방에서는 유명한 과자 가게였다. 특히 푸딩 씨가 일품이라고 한다.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쓴웃음을 짓는다.

 

「아니, 그건 역시 무리다. 하지만 시판 중인 윳쿠리용 쿠키 씨는 사줄게. 단맛을 줄여 산뜻한 식감, 윳쿠리가 먹어도 혀 비만도 일어나지 않아. 제법 보존도 잘되고, 게다가 가격은 120엔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완전 굿! 오빠야의 주력 간식이기도 합니다.」

「오빠야 짠돌이ー!」

 

외치는 레이무의 입을 남자는 좌우에서 힘껏 꼬집었다.

 

「우묭오오오오!」

「그건 3대 오빠야가 상처받는 말 중 하나니까 삼가도록.」

 

구레나룻을 휘두르며 날뛰는 레이무에게 남자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비에 젖은 남자와 수풀 속에서 비닐을 뒤집어쓰고 있는 레이무.

 

「비네ー」

「비구나ー」

 

레이무는 힐끗 남자를 올려다보더니 눈동자를 반짝인다.

 

「오빠야 집에 레이무를 잠깐 들여보내 줘도 좋다구?」

「방 더러워지니까 싫어.」

「어째서 그런 말 하는 거야아아아아아!」

 

즉답하는 남자에게 레이무는 몸을 꾸물꾸물거리며 외쳤다.

머리를 긁적이고 나서 남자는 레이무를 바라본다.

 

「뭐, 처마 밑은 빌려줄 테니, 성심성의껏 감사하면서 비 피하면 좋다.」

「하하ー앗. 감사합니다앗!」

 

레이무는 납작 엎드려 오체투지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오빠야에게 소개할게, 레이무의 약혼자라구!」

 

눈썹을 휙 치켜세우며 레이무는 옆의 윳쿠리 묭을 가리켰다.

늠름한 얼굴의 묭이 가볍게 한번 절한다.

 

「처음 뵙겠습니다묭, 인간 씨. 묭은 레이무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묭 묭이다묭.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묭.」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남자는 감탄한 듯 턱을 쓰다듬었다. 깊이 중얼거린다.

 

「예의 바른 묭이로군. 레이무에게는 아까운데――」

「엇 오빠야! 그 이상은 말하면 안 된다구!」

 

팟! 하고 구레나룻을 움직이며 레이무가 가로막는다.

남자는 입을 다물고 다시 두 마리를 바라보았다. 가볍게 웃으면서,

 

「음 뭐, 축하한다. 너무 소란 피우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구.」

「알았다구.」

「알겠습니다묭.」

 

레이무와 묭은 확실하게 끄덕였다.

 

 

 

 

 

「…………」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레이무들이 살던 집터였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부서져 주변에 흩어진, 집이었던 풀들.

반 토막 나서 죽어있는 아기 윳쿠리, 짓뭉개진 아기 윳쿠리, 질척한 팥소 덩어리.

입에서 팥소를 토해내고 숨이 끊어진 레이무, 열 몇 개의 나뭇가지가 꽂힌 채 숨이 끊어진 묭.

 

「…………」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흔한 들윳쿠리 일가의 최후다.

다만 눈가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늣, 꺽-하는거제.」

 

한 마리의 마리사가 저속한 트림을 하고 있다. 마리사 앞에는 윳쿠리용 쿠키 씨 상자가 버려져 있었다. 남자가 이전에 쓰레기 줍기 보답으로 레이무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어이……」

「응, 뭐냐――」

 

귀찮다는 듯 돌아보는 마리사.

 

퍼억!

 

그 옆면을 남자의 발이 걷어찼다.

 

 

 

 

창고 중앙에 놓인 탁자, 그 위에 마리사가 놓여 있었다. 마리사는 양쪽 눈을 감고 마치 잠든 것처럼 의식을 잃고 있다.

하지만 잠시 후 움찔움찔 몸을 떨더니,

 

「느갓, 핫!」

 

의식을 깨웠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는 마리사. 지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눈을 떴을 때 자신이 미지의 장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상황 확인이다.

남자는 조용히 말을 걸었다.

 

「좋은 아침, 마리사.」

「!」

 

눈을 크게 뜨고 마리사가 남자를 본다.

그것으로 즉시 자신이 놓인 상황을 이해한 듯했다.

마리사는 눈썹을 휙 치켜세우고 내뱉었다.

 

「자, 먹으십시――」

『느긋하게 있으라구!』 남자의 목소리가 기계적으로 울렸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갑자기 터져 나온 인사에 마리사는 본능적인 반사로 인사를 되돌려준다.

윳쿠리의 말에 특정 단어를 내뱉는 기계였다. 먹으십시오에 반응하고, 먹으십시오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말로 자살을 가로막은 것이다.

남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마리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유감이지만, 먹으십시오 대책은 해 두었다.」

「켓, 용의주도한거제.」

 

혀를 차며 마리사가 신음한다. 인간에게 잡혔다고 이해한 순간, 망설임 없이 먹으십시오를 통한 자살을 시도했다. 상당히 지혜가 돌아가는 개체인 듯하다. 지혜라기보다는 궤계인가.

씨익 웃으며 마리사는 남자를 올려다본다. 조롱하듯이.

 

「그래서, 똥영감은 마리사를 죽일 생각인거제? 그야 그런거제, 느히히히. 뭐, 세금 낼 때가 된 거란 말인거제. 마리사는 지금까지 제멋대로 게스 짓하며 살아왔던거제. 하고 싶은 일은 대충 다 해버린거제. 이제 이 세상에 미련은 없는거제.」

 

팔랑팔랑 도발하듯 땋은 머리 씨를 움직여 보인다.

그러고 나서 퐁 하고 땋은 머리 씨를 치는 듯한 몸짓을 해 보였다.

 

「엇, 똥인간에게 마리사의 무용담을 이야기하지 않았던거제.」

 

어딘가 국어책 읽듯 그렇게 말을 잇고 나서 마리사는 씨익 하고 천박한 미소를 입가에 붙인다. 남자를 깔보고 조롱하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똥애새끼를 인질로 잡고 부부에게 서로 죽이게 하는 건, 정말 최고였던거제! 폭소거리였던거제! 움직일 수 없게 된 녀석들 앞에서, 아가야를 레이프으으으! 했을 때는, 엄청나게 흥분읏! 했던거제. 아가야를 죽였을 때 그 바보들 얼굴을 떠올리면, 지금도 페니페니가 커져버리는거제!」

「딱히 그건 아무래도 좋다.」

 

남자는 한마디만 말했다.

칫, 하고 재미없다는 듯 혀를 차고, 마리사는 다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어떻게 마리사를 죽일 거제? 설마 그냥 짓밟을 생각은 아닌거제? 때리거나 자르거나 하는 거제? 발 씨 구이 하는 거제? 눈 씨 도려내는 거제? 아가야라도 억지로 낳게 하는 거제? 느히히히히히. 마리사의 최후, 기대되는거제!」

「딱히 너를 죽일 생각은 없다.」

「느?」

 

들려온 말에 마리사는 한순간 굳었다.

 

「잠깐 이 안에 들어가 줄 뿐이다.」

 

남자는 발밑에 놓여 있던 상자에 손을 넣어 내용물을 꺼낸다.

그것은 입방체로 짜인 틀이었다. 윳쿠리 한 마리가 들어가기에 딱 좋은 크기다. 그리고 틀에는 나뭇가지를 늘어놓은 듯한 위장무늬가 빽빽하게 그려져 있다. 그것은 결계의 무늬였다. 가장자리에는 가공소 마크와 No.2701이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느? 느읏? 뭣? 뭔, 데… 제?」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마리사가 남자의 손을 본다.

마리사에게는 미지의 체험일 것이다.

허무가 존재한다는 것은.

남자가 가진 틀. 인간이 보면 위장무늬가 그려진 틀이지만, 윳쿠리의 눈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인식할 수 없다. 가공소 연구자에 의해 만들어진 극히 강력한 결계. 강도 6이라 불리는 최강의 결계. 매우 강한 반(反)밈 특성을 가진 인자다.

 

「설명하는 것보다 체험하는 편이 빠르다.」

「늣!?」

 

남자의 말에 마리사가 목구멍을 경련시켰다.

하지만 늦었다.

 

스윽.

 

「!」

 

틀이 마리사 위에 내려진다. 전후좌우상하 모든 것이 강도 6의 결계에 둘러싸인 공간.

마리사의 움직임이 멈추고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강도 6의 결계는 윳쿠리의 인식을 완전히 차단한다. 또한 결계의 고리를 만듦으로써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입체적인 틀로서 만들어진 결계는 극히 강대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대략 시간이 조금 흐르고.

 

「이제 됐나.」

 

남자는 결계 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마리사에게 표정이 돌아온다.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지고 목구멍 깊은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느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가아아아아아아아오 아아아아아아! 아갓! 아깃! 아가가가가가가갓!」

「어서 와 마리사. 어땠어, 감상은?」

 

던져진 남자의 말에 책상에 엎드려 있던 마리사가 얼굴을 든다. 눈물과 침과 땀으로 엉망이지만 씩씩하게 웃어 보인다. 거친 숨을 반복하면서.

 

「느힛, 히히히… 제법, 조용… 한, 곳이었, 던거제. 소란스런, 현대사회, 지친 마음을 쉬게 할, 조용한, 곳은 귀중, 한거제. 느힛, 히히.」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다, 그럼 다시 한번.」

「기다려――」

 

스윽.

 

말을 마치려던 마리사에게 틀을 내린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흐르고, 틀을 들어 올렸다.

 

「갓, 아… 아아아… 느――느긋…」

 

파들파들 경련하면서 희미한 말을 잇는 마리사.

 

「어서 와 마리사.」

「!」

 

움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펄쩍 뛰고 나서 마리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덜덜 떨리는 몸. 노란 눈에서는 명백하게 제정신의 빛깔이 사라져 있다. 그래도 기합으로 버티고 있는 듯했다.

두려워하면서도 물어온다.

 

「망, 망할 영감… 마, 마리사에게 무슨 짓 한 거제…!」 마리사의 목소리는 공포로 떨리고 있었다.

「설명하기 전에 이걸 봐라.」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남자는 마리사의 눈앞에 태블릿 씨를 내밀었다. 마리사가 그 화면에 눈을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동영상을 재생한다.

 

「느?」

 

뚫어져라 화면을 보는 마리사.

동영상 내용은 기묘한 무늬나 히라가나가 불규칙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감기에 걸렸을 때 꾸는 꿈처럼 뭐라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풍긴다.

시간이 조금 흘러 동영상이 끝났다.

남자는 태블릿 씨를 치우고 마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자, 봤지. 그런데 마리사, 너 저 세계에 얼마나 있었는지 알아?」

 

마리사는 흠칫 놀란 듯 남자를 올려다보더니 씨익 웃어 보인다.

 

「세 시… 삼십 분 정도인거제.」

「땡이다. 잠깐밖에 안 지났어.」

「하아아아아아!? 장난도 적당히 하는 거제! 마리사는 세 시간 정도, 저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갇혀 있었던거제! 잠깐이라니, 거짓말하는 거 아니제! 이 거짓말쟁이 영감!」

 

들려온 사실에 목소리를 높이는 마리사. 자신은 그 지옥 같은 공간에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긴 시간 갇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는 잠깐이라고 들었다. 그 의미하는 바를 부정하듯 마리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남자는 간단히 틀을 들어 올리고.

 

「잠깐이 불만이라면 다음엔 좀 더 길게 가볼까.」

「느힛! 기, 기다려. 기다리는거제… 침착하게――」

 

스윽.

 

얼굴이 새파래져서 거부하는 마리사에게 틀이 씌워진다.

틀 안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무표정을 드러내는 마리사.

 

「…………」

 

남자는 아무 말 없이 표정도 바꾸지 않고 마리사를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제법 흘러 남자는 틀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마리사도 현실로 귀환한다.

 

「느힛, 느읏…… 느긋하게… 아아앗…」

 

온몸을 경련하면서 축축하게 땀을 흘리며 의미 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는 마리사. 양쪽 눈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입에서는 질질 침이 흐르고 있다.

발광 직전인 듯했다.

남자는 말을 건다.

 

「어서 와, 마리사. 어-이, 일어나-」

「느힛! 이, 인간…」

 

남자를 올려다보며 숨을 헐떡이는 마리사. 조금 전까지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노란 눈동자에 숨길 수 없는 공포의 빛을 띠고 입가에는 아첨하는 듯한 미소가 붙어 있었다.

 

「이번엔 얼마나 저쪽에 있었어? 단순 계산으로 하루 정도려나. 어떤 느낌인데? 꼬박 하루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 방치되는 건.」

 

남자는 그렇게 물었지만 마리사는 대답하지 않는다.

느닷없이 눈썹을 휙 치켜세우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내뱉었다.

 

「자, 먹으십라리루레롯! ……느엣!?」

 

입에서 나온 말에 경직된다.

먹으십시오를 해서 자살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먹으십라리루레로. 이것으로는 두 동강 날 수도 없다.

 

「느으으…」

 

마리사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진다.

그대로 미친 듯이 외치기 시작했다.

 

「느아아아아아! 자, 먹으십라리루레롯! 자, 먹으십라리루레로! 자, 먹으십라리루레로! 자, 먹으십라리루레로! 자, 먹으십라리루레로오오오오! 어째서 말 못 하는거제에에! 마리사의 입 씨, 심술부리지 마러어어어!」

 

울면서 마리사는 그 자리에서 몰랑몰랑 엉덩이를 휘두르고 있다.

 

「아까 그 영상 봤지?」

 

남자가 중얼거렸다.

흠칫 얼굴을 돌려오는 마리사에게 아까 그 태블릿 씨를 보여준다. 마리사에게 보여줬던 영상을 다시 재생하면서 설명했다.

 

「이건 가공소제의 자살 방지 밈 영상이라는 것 같아. 요컨대 『먹으십시오』를 할 수 없게 되는 영상이다. 너는 이제 먹으십시오는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이외의 방법으로의 자살도 할 수 없어. 잘됐네!」

 

밈이란 문화이며 정보이며 상식이다. 그것을 특수한 영상으로 덮어 써버리는 것이다. 「먹으십시오」라고 입에 담으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먹으십라리루레로」라는 무의미한 말을 발해버리도록. 설령 어떤 편법적인 방법으로 「먹으십시오」를 입에 담아도 그쪽의 효과도 덮어 써져 있다. 틈을 주지 않는 이중 차단. 이 상태에서 「먹으십시오」를 이용한 자살은 불가능하다.

 

「죽는거제에에에! 이 망할 영가――아…!?」

 

남자를 향해 깡충깡충 돌격하는 마리사.

남자는 당황하지도 않고 마리사 앞에 틀을 놓았다.

 

「느힛!」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얼굴을 굳히는 마리사. 급정지하려고 했지만 윳쿠리는 간단히 멈출 수 없다. 돌진의 기세 그대로 틀 안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공허가 다시 마리사를 삼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검고 희고, 좁고 넓고, 점이자 무한대인 세계.

 

오감은커녕 신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허무의 세계에 마리사의 정신만이 떠 있었다.

 

「…………! ……――!? …………! ―――!」

 

필사적으로 외치지만 목소리가 나온 감각은 없다.

필사적으로 날뛰어도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땅속 깊은 곳에 갇힌 듯한 압박감.

마치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 내던져진 듯한 공허감.

 

마리사는 움직일 수도 없고 외칠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이, 영혼을 짓누르는 허무에 그저 견딜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조차 알 수 없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혹은 찰나 같은 시간 속에서 마리사의 자아는 서서히 붕괴되어 갔다.

 

「빱삣뿌뻿뽀! 빠삐뿌뻿뽀ー! 빱빱삣삣뽀ー!」

 

남자가 상자를 치우자 마리사는 발광하고 있었다.

엉터리로 땋은 머리 씨를 휘두르며 서툰 춤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다. 양쪽 눈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해 있고, 입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의미 없는 말뿐.

당사자 시점에서는 대략 열흘, 완전히 감각이 차단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정신을 유지하기에는 그 시간은 너무나 길었다.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마리사…」

 

하지만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준비된 스피커 씨의 스위치를 누른다. 한 아름 정도 되는,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스피커 씨였다. 측면에는 가공소 마크가 찍혀 있었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스피커 씨에서 터져 나온 말에 마리사는 눈썹을 휙 치켜세우고 기운차게 인사를 되돌렸다.

 

「느엣?」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본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빛이 사라졌던 눈동자에는 뚜렷하게 제정신의 빛깔이 돌아와 있었다.

 

「어서 와 마리사.」

「히이이이이이이잇!」

 

남자의 목소리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뒹군다. 책상 가장자리까지 도망치지만 거기에는 결계 테이프 씨가 붙어 있어 아래로 떨어질 수는 없다.

시시를 지리면서 떨고 있는 마리사에게 남자는 찰싹찰싹 스피커 씨를 두드려 보였다.

 

「놀랐나? 이건 가공소제의 윳쿠리 음성으로, 완벽한 발음의――」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기운찬 인사를 되돌리는 마리사.

 

「――를 내보내는 장치다. 이걸 들은 윳쿠리는 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완전히 느긋하게 된다. 즉, 발광하고 있어도 간단히 제정신으로 돌릴 수 있다는 거다. 이해 가능?」

 

하고 한쪽 눈을 깜빡인다.

가공소에 의해 만들어진 완벽한 발음의 「느긋하게 있으라구!」라는 말. 발음 장치는 상당히 고가지만 그 효과는 절대적이다. 중추팥소만 무사하다면 발광하고 있어도 완전히 제정신으로 돌아올 정도로.

 

「미아내애애애애! 마리사가 바버여쑈요오오오! 레이무랑 묭이랑 아가야를 주겨서 죄셩해쑈요오오오! 용서해쥬셰여어어어!」

 

남자 앞까지 달려와 철퍽철퍽 도게자하면서 마리사가 용서를 구한다. 죽는 것보다 괴로운 꼴을 당하고, 게다가 발광해서 도망칠 수도 없다. 마리사의 미래에는 절망밖에 없었다. 이제 남자의 자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담담하게 고한다.

 

「사과할 필요는 없다구. 울 필요도 없다. 이제 그건 끝난 일이니까 말이야. 레이무와 묭과 애들은 죽었다. 네가 죽인 거다. 네가 이제 와서 아무리 울부짖어도 레이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죄, 죄송합니다…」

「그래도 반성할 마음이 있다면 이걸 눌러라.」

 

마리사의 눈앞에 버튼 씨가 놓인다.

입가를 경련시키는 듯한 아첨하는 미소와 함께 마리사가 묻는다.

 

「이걸로, 마리사는 영원히 느긋하게 할 수 있는거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저 세계로 가는 버튼이다.」

「싫어어어어어어!」

 

울면서 도망치는 마리사.

 

「꾹-하고.」

 

남자가 버튼 씨를 누른다.

책상 옆에 설치된 소형 크레인 씨와 그 끝에 매달린 틀 씨.

버튼 씨가 눌림으로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센서 씨에 의해 마리사의 위치를 확인하고 크레인 씨가 방향을 바꾸어 팔 씨를 뻗어 마리사 위까지 틀 씨를 이동시킨다. 그대로 로프 씨를 늘어뜨려 마리사에게 틀 씨를 내렸다. 다시, 허무 속으로.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스피커 씨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마리사는 눈썹을 휙 치켜세우고 기운찬 인사를 되돌렸다. 바로 몇 초 전까지 의미 없는 말을 반복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어서 와 마리사.」

「!」

 

말을 건네자 마리사는 공포에 얻어맞은 것처럼 펄쩍 뛰었다. 양쪽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딱딱 치아를 부딪치면서 온몸을 떨며 남자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뻐끔뻐끔뻐끔뻐끔.

꾸물꾸물꾸물꾸물.

몰랑몰랑몰랑몰랑.

 

그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닫았다, 몸을 비틀었다, 엉덩이를 흔들었다 하는 기묘한 춤을 시작했다. 내용과는 정반대로 죽기 살기의 형상으로.

옆에서 보면 신기한 춤으로 보이지만 본인은 자살하려고 필사적으로 자신을 상처 입히려는 것이다. 다만 아까의 밈 덮어쓰기 영상 탓에 자해 행위의 내용이 의미 없는 행동으로 덮어 써져 있다.

 

「열심히 자살하려고 하는 중에 미안하지만 뭔가 할 말은 있나?」

 

남자의 물음에 마리사는 즉시 도게자했다.

 

「부탁드립니댜, 인간 나으리잇! 죽여주셰여어어어! 마리사를, 죽여주셰여어어어! 어떤 고문해도 상관없셔여엇! 모자 씨를 찢고 온몸에 상처 입혀도 상관없셔여엇! 응응 씨라도 먹겠셔여어어어! 아가야를 낳아서 바치겠셔여어어어! 그러니가 죽여주셰여어어! 이제 이런 거 느긋하게 못 해애애애! 느냐아아아아아아아!」

「싫은데.」

 

남자는 한마디만 말했다.

 

「!」

 

마리사가 남자를 올려다보며 굳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평범하게 남자는 마리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동자에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거나, 살기를 두르고 있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다만 조용히 마리사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형용하기 어려운 공포가 마리사의 영혼을 붙잡고 있었다.

눈앞에 놓이는 스위치 씨.

 

「눌러라.」

「느힛…」

 

딱딱 치아를 부딪치면서 마리사는 땋은 머리 씨로 스위치 씨를 눌렀다.

 

스윽.

 

허무가 마리사를 삼켰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마리사는 남자를 향해 오로지 사죄의 말을 터뜨리고 있었다.

 

「미아내애애애! 마리사가 바버여쑈요오오오! 쓰레기여쑈요오오오! 어쩔 수 없는 팥소뇌였셔요오오오오! 게스였셔요오오오오! 미아내애애애! 용서해쥬셰여어어어!」

 

제정신으로 돌아온 마리사는 죽은 듯한 눈으로 책상 위를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죽고 싶은거제… 죽고 싶은거제… 죽고 싶은거제… 죽고 싶은거제… 죽고 싶은거제… 죽고 싶은거제… 죽고 싶은거제… 죽고 싶은거제…」

 

제정신으로 돌아온 마리사는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양쪽 눈에 분노와 증오의 불꽃을 태우면서.

 

「뒈져라아아아! 네가 뒈져라아아아아아! 이 망할 영감아아아아아!」

 

「느아아아아아앗! 가아아아아아앗! 아아앗… 앗…」

 

책상 위에서 남자를 바라보며 떨면서 그저 외치는 마리사. 몇 번째인지 모를 발광과 회복의 왕복. 마리사 자신은 세지 않았고, 남자도 백 번을 넘긴 시점에서 세는 것을 그만두었다.

 

「마리사. 한 가지 알릴 게 있다.」

 

남자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크게 숨을 내쉬고 시선을 들어 올리고,

 

「역시 나도 질려왔다.」

「!」

 

마리사의 눈에 희망의 빛이 켜진다. 질려왔다면 죽여줄 것이다. 죽여주지 않더라도 발광한 채로 내버려 둘 것이다. 미쳐버리면 이제 괴로움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죽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드디어 편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남자는 무자비하게 설명했다.

 

「그래서 가공소에 부탁해서 완전 자동식으로 만들었다. 비싼 컴퓨터 씨 두 대 살 정도의 돈이 들었지만, 역시 가공소―― 좋은 일을 해 주었다. 이걸로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너를 계속 괴롭힐 수 있다는 거지. 그런고로 이것이 이승에서의 작별이겠네.」

 

하고 미소를 띠며 마리사에게 손을 흔든다.

가공소 전문 기술자에 의해 남자의 창고는 마리사를 계속 살리고 계속 부수고 계속 회복시키는 방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밈적 유도를 이용한 완전 자동 급식기 씨. 결계 무늬가 붙은 분뇨 청소 룸바 씨. 크레인 씨로 매달린 결계 틀 씨는 센서 씨에 의해 재빨리 마리사를 포획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이런 짓 하는 거제에에에! 확실히 레이무들을 죽인 건 마리사가 잘못한 거제! 하지만, 하지만! 여기까지 당하는 건 납득할 수 없는 거제에에에!」

 

몸을 쭉쭉 늘리면서 마리사가 울부짖는다. 자신은 레이무와 묭과 그 아가야를 죽인다는 죄를 저질렀다. 그 벌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괴롭히는 벌은 죄에 비해 너무나 무거운 것이다.

 

「…………」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버튼 씨를 누른다.

 

스윽.

 

크레인 씨가 가동하여 마리사 바로 위에 틀 씨를 내렸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마리사는 눈썹을 휙 치켜세우고 기운찬 인사를 되돌렸다.

 

「!」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주위를 본다.

좁은 방. 마리사가 놓인 책상. 창문에서 들어오는 낮의 빛.

하지만 거기에 남자의 모습은 없었다.

오싹,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기가 마리사의 몸을 쓰다듬었다.

 

「망할 인간읏! 어디인거젯! 마리사는 여기에 있는거젯! 대답하는거젯!」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긋하게 있으라구!!!」

 

마리사는 눈썹을 휙 치켜세우고 기운찬 인사를 되돌렸다.

 

「!」

 

주위에 눈을 돌려 거기에 남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방 구석구석까지 눈을 돌려 어디에도 인간이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마리사는 울면서 도게자했다.

 

「인간 나으리잇! 부탁입니댜앗, 부디잇, 나와주셰여엇! 마리사는 여기에 이써여엇! 있습니댜앗! 그러니가, 나와주셰여엇!」

 

「늣, 늣…」

 

좁은 책상 안을 질질 기는 마리사.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하지만 그 방에 있는 것은 마리사뿐이었다.

 

스윽.

 

틀 씨가 마리사 위에 내려왔다.

 

「외로운거제… 혼자는, 싫은거제…」

 

책상 중앙에서 마리사는 오로지 떨고 있었다. 허무의 세계에 내던져져 몇 번이고 발광하고, 완전한 인사로 제정신으로 되돌려진다. 그것을 몇백 번이고 몇천 번이고 반복한다.

마리사 단 한 마리로.

 

인간은 없다. 방으로 돌아온 기색도 없다.

 

좁은 방에 있는 것은 마리사뿐이었다.

 

가공소가 만든 시스템 씨에 의해 마리사는 자동적으로 괴롭힘당하고 발광하며, 억지로 제정신으로 되돌려진다. 그리고 또 허무의 세계에 갇혀 발광한다.

 

그것에 어울려줄 이는 없다.

 

학대는 담담하게 기계적으로 실행된다.

 

마리사는 고독했다.

 

혼자였다.

 

육체가 썩어 문드러져 죽을 때까지 혼자인 것이다.

 

「늣, 아아아아…!」

 

울면서 마리사는 울부짖는다.

하지만 그것을 듣는 자도 응답하는 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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