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오해 上

by 곰복 posted Oct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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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읏... 느읏...."

 

슬슬 어둑어둑해질 즈음의 거리.

한 성체 마리사와 아가야들. 그러니까 마리사종과 앨리스종이 거리를 걷고..아니, 기고 있었다.

성체와 아가야를 합쳐 모두 다섯의 가족.

 

"슬-금...슬...금.."

"조용히이..조용..히이.."

 

분명 눈에 띄지 않으려는것 같지만

윳쿠리 특유의 행동 선언 때문에 어차피 다 안다.

그저 더러운 길 윳쿠리 가족에게 관심 갖고 싶은 사람이 없을 뿐

 

마리사는 윳쿠리 플레이스를 찾는 윳쿠리였다.

그렇다고 해서 흔하디 흔한

"마리사는 윳쿠리 플레이스를 찾으러 갈거라제!!!!" 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무리를 튀어나온 윳쿠리는 아니였다.

마리사는 그저, 이번 마리사 구제로 인한 추방령 때문에 무리에서 쫒겨난 윳쿠리였을 뿐이다.

마리사가 찾는 윳쿠리 플레이스는, 미 윳쿠리가 바글바글할 정도로 많고. 물엿과 연유가 흐르는 꿈의 장소 따위는 절대 아니였다. 그저 자신과 아기 윳쿠리들이 몸을 의탁할수 있는 곳에 놓여있는 골판지 상자 정도를 원하는 것이다.

이루기 쉬운 꿈은 아니겠지만. 불가능하다고 할수는 없는 . 그런 소박한 꿈.

 

 

하지만 마리사는 알고 있다.

 

그 소박한 꿈조차 이룰수 없다는 것을

자신과 아가야들은 윳쿠리 플레이스는 커녕. 당장 쌀쌀한 늦가을 바람을 피해 몸을 뉘일. 오늘밤을 보낼 장소조차 구할 보장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윳쿠리 플레이스를 찾아 떠나는 이 여행이

결국은..

 

아가야가 하나씩 낙오하다가. 결국 자신도 끝내 영원히 느긋해..아니. 그냥 뒈져버리는 결말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마리사는 전진한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운명을 저주하면서.

증오와 저주만이 마리사의 발걸음을.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게 해주었다.

남들처럼 쉽게 죽어주진 않겠다는. 최후의 한걸음을 내딛으며 죽겠다는 마음으로.

마리사는 지금도 걷고 있다.

 

 

 

"...늣?"

 

하지만 그 걸음은. 끝나고 말았다. 

마리사의. 낮은 시야각으로 바닥을 보고 있던 시야에

두개의 검은 막대

그러니까 짙은색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느..느읏?! 미, 미안하다제!! 길을 막아버렸다제!! 느긋하지 않게 당장 비킨다제!!"

마리사는 재빨리 벽으로 찰싹 붙는다.

아가야들도 마리사를 따라 순식간에 붙어버린다.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아마, 이렇게 해내지 못한 아기윳 한 둘 정도는 죽었을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는 마리사의 기대와 다르게.

두 검은 막대는 다시금 마리사 쪽을 향했다.

 

 

 

마리사의 여행은 끝났다.

마리사가 예상한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아가야, 인간씨들은 절대로 느긋하지 못하다제."

"뉴웃?"

"인간씨들은 윳쿠리를 괴롭히고 학대하고 죽여버릴 생각으로 가득한 게스라제."

"늣!! 그럼 인간씨들을 만나면 어쩌면 되는거냐구!! 젯!!재!!한다제!!!"

아비 마리사는 인자한 표정으로 대답해주었다

"아무것도 못한다제, 그냥, 죽으면 된다제."

 

"허억...."

아버지 마리사의 꿈을 꾼 것은 정말 오랫만이였다.

 

마리사의 아버지는. 사냥의 명윳이였고. 무리의 영윳이였다.

도적 윳쿠리에 맞서 싸워 쫒아내고. 레미랴의 날개를 잘라내기도 했던.

그런 아버지도 딱 하나 두려워 벌벌 떠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였다.

아버지는 스스로를 학대윳 출신이라고 했고.

마리사가 혈기에 넘쳐 인간을 얕볼때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문현듯 스쳐지나가는 기억.

 

공포에 떠는 여동생 앨리스를 낼름 낼름해주며 진정시켜주던 차녀 마리사를.

인간이 데려간것이다.

 

아아..

아버지의 말이 떠오른다

가족이 납치되었다면.  먹이로 돌아온다고.

저부가 갈라지고. 온몸이 태워지고. 머리 장식은 물론 머리카락조차 다 뽑혀.

도저히 가족이라고는 생각할수 없는. 달콤달콤으로 돌아온다고.

그 달콤달콤을 다 먹어치운 다음에야. 인간씨는 그 달콤달콤이 사라진 가족이였다고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

아직 아기 윳쿠리였던 마리사는 시시를 지렸었다.

 

 

"늣, 아빠야아.."

앨리스종의 아가야가 몸을 비벼온다.

몸 한곳에 자그마한 구멍이 뚫려. 그곳으로 크림이 새나오고 있다

 

낼름 낼름을 해주는 마리사.

달콤한 맛이 혀 끝을 감싸지만. 이내 억누르고 치료에 전념을 다한다.

크림 유출이 멈추었지만. 어차피 응급조치일 뿐이다.

금방 다시금 새나오겠지.

 

이것은 분명.. '비 윳쿠리증 방지약'이라는 것을 맞은 흔적일 것이다.

마리사도 맞았으니까.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윳쿠리들이 미쳐버리면 학대할 재미가 없어진다며.

미쳐버릴 자유조차 뺏어버리는 약을 몸 안에다가 찔러 넣는다고 했다.

 

아마, 마리사도 미쳐버릴수 없겠지.

자신과 아가야들이 말로 표현할수조차 없는 고통을 느낀다고 해도.

 

마리사는 공포에 덜덜 떠는 아가야들과 부비부비를 하다가. 잠이 든다

 

 

 

 

"여기, 밥이야."

 

며칠이 지났다.

 

이 '밥'은 오늘도 마리사와 아가야들에게 주어졌다.

 

적어도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가족을 달콤달콤이라며 밥으로 줄때는 그나마 알아볼수도 없게 해준다고 했는데

이래선..할말조차 없었다

게으른 것인지. 아니면 대놓고 조롱하는것인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 녹아 눌어붙은 피부. 큰 구멍에 있는 발씨.  한쪽은 어디 갔는지도 모르겠고, 한쪽은 녹아 흘러 입 주변까지 내려온 눈.

그리고. 형편없이 타고 찌그러졌지만 윳쿠리의 모자임을 알아 볼수 있는  마리사종의 고깔 모자.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리사종의 아가야중 하나일 것은 분명하다

 

 

벌써, 잔뜩이다.

이렇게 희생된 아가야들은.

 

 

아마, 하나 하나 이렇게 요리해서 내놓을 생각인걸까.

 

처음 나왔을땐. 이미 각오하고 있었으면서. 아가야를 외치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인간이 가장 기뻐하는것이 그런것이라고 아버지 마리사가 말했던 것이다.

 

 

 

인간은 이젠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마리사와 아가야들을 보고는

맛 없는 쓴 풀을 옆에 놓아두곤 자리를 뜬다.

 

마리사는 그 풀을 열심히 씹어, 아가야들에게 주었다.

 

 

 

 

 

며칠이 지났다.

 

 

얼마나 많은 아가야들이 달콤달콤이 되어 죽어갔을까.

아직 아가야들은 '잔뜩' 있었지만. 얼마 버티진 못할것이다.

 

"느읏.."

 

오늘의 '밥'인 달콤달콤이다.

오늘은 앨리스종의 아가야인지. 지독한 크림 탄내가 난다. 

 

인간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달콤달콤을 주고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한계다.

 

영양분도 얼마 없는 잡초를 한계까지 씹어 먹였지만.

아가야들이 소화하기엔 너무 거칠었다.

 

마리사 자신이야 운명과의 싸움을 각오했지만.

아가야들은..무슨 죄일까..

 

"아가야들... 이쪽으로 모이라제.."

"늣...?"

"아라쪄..."

 

마리사는 아가야들을 훑어본다.

 

하나

..잔뜩.

윳쿠리의 팥소뇌의 한계까지 숫자를 센 마리사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가야들.. 오늘로 끝인거라제.."

아기 윳쿠리들은 아무런 말도 없다.

 

마리사는 장녀 마리사 앞으로 가서 입을 벌리고...

물어뜯어 먹었다.

 

다른 세마리의 아기윳들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급작스러운 사태에 대응하지 못한게 아니라

당연히, 일어날게 일어난듯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마리사는 눈물이 왈칵 솟아올라. 삼키지 못하다. 한참 뒤에야 꿀꺽 삼켰다

"불..행.."

 

둘째 마리사는 마리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뺘야. 마리사, 느그타게 있었다제...! 느긋한 아빠야 너무 좋았다제!!!"

유언과 함께 잡아 삼켜지는 둘째 마리사.

 

"아빠야... 아빠야는 느그탰다구여어!! 모두들 느그태써어!!!"

불만의 말 한마디 없이. 잡혀먹히는 셋째 앨리스.

 

"파퍄아, 다시 태어나며는!!! 사육 유꾸리로!!!!!"

다소 철없을지도 모르는, 하지만 너무나도 절박한 소원을 외치며 생을 마감하는 막내 앨리스.

 

 

 

 

 

마리사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달기는 커녕 쓰디 쓴 아가야들의 맛을 느끼면서.

 

그러다. 도어락의 소리가 들린다

 

도어락이 뭔지는 몰라도

저기서 소리가 나면 인간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때가 되었다며

마리사는 인간을 향해 몸을 돌렸다

 

 

퉤에.

 

인간 보라는듯. 대놓고 아가야들의 머리장식을 내뱉는다.

마리사의 입에서 나온 머리장식

잘린채 남아있는 아기 윳쿠리들의 저부들.

 

이정도라면. 아무리 멍청한 인간이라 한들 상황을 이해할수 있는것이다.

 

 

마리사는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었다

 

이제 인간의 엄청난 고문이 시작될 거라고

하지만 마리사는 굳게 다짐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말만은 하지 않고 죽겠다고

'어째서 이런 지슬 하는거야.' 라는. 인간이 가장 좋아한다는 그 말 만큼은...

 

 

.....

"어째서..?"

"늣?"

 

"어째서, 이런 짓을 ..한거야..?"

예상 밖이였다.

'그 말'을 한것은 마리사가 아닌 인간이였던 것이다.

 

혼란에 빠진 마리사 앞에.

다리에 힘이 빠진 인간이 주저 앉고..

 

"어째서..이렁지슬..한..거..냐..제......??"

마리사는 그토록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맹세했던 그 말을

말하고 말았다.

 

 

인간의 손에서 

'윳쿠리 푸드 느긋한 맛'

'DIY 윳쿠리 하우스'

'아가야를 위한 느긋한 펫 토이!'

'노려라 은뱃지! 아기윳용'

같은 윳쿠리 상품들이 흘러나온것을 보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