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설정, 학대, 식윳, 윳쿠레나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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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그럼에도 어딘지 궁금증을 느끼고 있는 빛나는 눈동자는 아름답게 광택을 비추고 있었다.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소녀가 차고 있는 두 자루의-어딘지 그녀의 체격에는 기이하리만치 큰-칼만이 철컥거리며 빈 방의 정적을 깼다.
"넌 누구지?"
소녀는 들은 채도 없이 내 캡슐 침대 쪽으로 걸어왔다. 다시 봐도 눈부시다. 달을 머금은 듯하다. 그녀는 군더더기없는 동작으로 내 옆에 조용히 들고 온 것들을 내려놓았다.
"저는 요우무-021입니다."
"요우무 021?"
황당한 이름이다. 침대 곁에 선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전혀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당당한 얼굴이다. 흐음, 그녀의 가슴께에 작은 명찰이 달려 있다. 가슴은 작...아니 그런 것보다 명찰을 본다. 분명 반듯한 글씨체로 "요우무-021"이라는 이름이 인쇄되어 있다.
"그건 누가 지어준 이름이지? 너희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이야?"
요우무-021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진다.
"초면부터 반말이라니, 다분히 예의가 없으신 분이군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물을 때는 자신의 이름부터 밝히는 것이 예의라고 인간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인간님?"
그녀의 얼굴이 붉혀진다. 뭔가 정곡을 찌른 것 같다. 아까의 당당한 태도는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입고 있는 스커트의 주머니에서 지갑 같은 것을 꺼낸다. 그리고는 작은 신분증 정도의 카드를 건냈다.
"윳쿠레나이?"
거기에는 '윳쿠레나이 등록증'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윳쿠레나이인 것이다.
윳쿠레나이. 그것은 윳쿠리가 20년 이상 살게 되거나 인간이 되고자 하는 갈망이 큰 개체가 인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윳쿠레나이를 보다니. 일단 윳쿠레나이가 되면 정말 '인간'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이런 곳에서 볼 줄이야. 거기에 적혀진 나이는 3년 전, 그러니까 대충 이 요우무-021은 23살 정도인 것이다. 뭐 나보다야 어리지만, 나름 성인인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원래 요우무 윳쿠레나이의 특징인 초록 옷은 정부에서 준비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상태이다, 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적혀진 대로 저는 윳쿠레나이입니다. 인간님께 존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인간님의 가정교육 상황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편하게 해줄 때 본모습이..."
"그만, 그만, 충분해."
되는 대로 말하는 녀석인가.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만, 그래도 모습이 아름다우니까.
"너는 어디에서 온 거지?"
다시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많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미리 일어나신 분들께 항성 착륙 전에 필요하신 물픔들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 중으로 셔틀 우주선을 이용하여 목적지인 오네아미스 행성의 도시인 제3 신도쿄 시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흐음, 그렇구만"
"가지고 계신 짐을 정리해 주십시오. 그럼 이만, 다른 분들을 깨워야 해서요."
조용히 자동문이 열렸다. 나가며 그녀는 덧붙였다.
"윳쿠리를 전부 드시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 매 끼니마다 올려드리지요,"
그녀는 그러고는 대꾸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 눈매에는 희미하지만, 확실한 즐거움의 기운이 있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마리쨔를 머찌마라졔에에에에에에!! 능? 레미랴 치우라쩨에에에에에!!"
"레-뮤는 음시기아니야아아아아아아!! 레미랴댜아아아아아!!"
"쟈꾸야아아아아아!! 바리 아뺘아아아아아아!!"
그리고는 매 끼니마다 정갈하고 작은 접시에 저부를 구운 작은 아기윳쿠리가 세 마리씩 올라오는 것은 덤인 것이었다. 그녀들을 젓가락으로 집으며 생각했다.
"맛은 좋지만, 역시 이건 아니야."
입을 굽지도, 혀를 뽑지도 않은 새끼 윳쿠리들이 능능거리며 울부짖었다. 같은 방의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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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빠르게 오네아미스 행성 입국 절차는 진행되었다.
우리는 거대한 항성 항해용 우주선에서 좀 더 작은 셔틀 우주선으로 이동했다. 짐은, 사이드백 하나에 몇 벌인가의 옷, 디지털 폭풍이 일어나면, 모든 게 망가진다고 해서 챙긴 구형 워크맨 하나 정도. 거기에 끼울 카세트 두세 개. 이런 게
다시 유행하다니 세상은 이상하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윳쿠리부터 제정신이 아닌 세상이지만.
셔틀 우주선은 마치 지구의 비행기 같았다. 300명가량의 사람들이 2-4-2의 좌석 구조로 앉아 벨트를 맸다. 흡연 금지등과 라이트, 안전벨트도 비행기 같아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형씨, 비위도 좋구만, 생 윳쿠리를 식사때마다 챙겨먹더니 그런가?"
창가 자리라 좋아하고 있는 중에 그 옆으로 커다란 캠핑용 배낭이 휙 날아왔다. 큰 우주선의 같은 방에서 깨어난, 말하자면, 행성 개척 동기다. 나이는 30대 중반이나 될까. 나처럼 군대 빼려고 온 게 아니라 이 아저씨는 '우주개척이라는 벤쳐'에 투자하기 위해 지원했다고 한다. 이름은 '베이커'라고 하자.
"베이커 씨는 속이 안좋으신가 봐요?"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에이 씨야 젊으니까. 나는 골다공증을 조심하라고 하더구만. 유우를 들입따 먹었더니 우주 멀미랑 겹쳐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애써 짓는 그가 애처로워 보였다. 그 순간 천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비행에서 여러분들을 수행할 요우무-021이라고 합니다. 가시는 곳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출발 30분 후까지는 화장실을 이용하실 수 없으며, 구토는 좌석 앞쪽 비치된..."
베이커 씨가 봉투를 집어들었다. 그는 급했다. 그의 얼굴도 새하얗게 변하고 내 얼굴도 새하얗게 변한 듯(나중에 그가 말하기로는)했다.
대기권으로 우주선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우주선이 시뻘겋게 변하자 급격히 우주선 내부 온도가 올라갔다. 메뉴얼대로 급하게 창문을 닫았다.
"에어컨 가동"
"우욱"
베이커 씨는 다시 토하기 시작했다. 어이 그거 민폐라구요. 이런 온도에서 토 냄새 풍기는 짓은. 어쨌든 에어컨 가동
구령에 맞추어 무언가 우주선 안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몸!"
치르노인가 하는 윳쿠리다. 그들이 기내의 어디에선가 등장하더니 사람 당 한 마리씩 찾아가 무릎 위에 앉는다. 일부는 맨질맨질한 머리 위에 올라앉기도 했다.
"햣하!"
"괴롭히시면 안됩니다."
누군가 욕정을 참지 못한 것일까. 의심스런 소리가 들리자 즉시 스피커에서 다시 안내방송이 나온다. 치르노의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자 올라간 기내 온도도 견딜 만 했다. 다만, 베이커 씨는 치르노도 마다하고 땀을 줄줄 흘리며 35도에 가까운 기온을 버티는 것이었다. 척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빠르게 강하하던 우주선이 수평을 되찾고 안전벨트등이 꺼지는 것은 20분여 후였다.
"오네아미스 행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행성에 도착하는 것을 환영하는 요우무-021의 사무적인 목소리. 그렇지만, 새로운 집이 될 이 행성에 2년여의 과정을 거쳐 오는 것은 나름대로 감개무량했다.
창 밖을 내다보았다. 지구처럼 구름이 있고, 지구보다는 푸른 바다가 있다. 지구와는 좀 다르지만, 하늘은 푸르고, 땅도
푸른 빛이 만발한, 그야말로 윳쿠리들의 말을 따르면, 느긋한 광경이다. 이 모습은 마치
"먼 옛날의 지구 같구먼"
베이커 씨가 툭 던졌다. 그의 얼굴도 상기되어 있다.
"본 행성은 여름입니다. 행성의 여름을 즐겨 주시길."
나는 잠시간 경이로움으로 말을 잃었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그리고 남은 3년여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만감이 교차했다.
앞쪽이 웅성거린다. 요우무가 카트를 밀며 트레이에 담긴 음식을 나눠준다. 곧 내 앞까지 다가온다. 예의 요우무-021이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식사, 드셔야죠?"
나도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그녀는 허리를 구부려 트레이를 꺼낸다. 가느다란 다리가 아름답게 뻗어 있다. 무심코 침을 삼킨다. 그러나 그녀의 손에 들린 음식은 그런 느긋한 감성 따위 가볍게 부숴버리는 것이었다.
"오늘의 기내식은 레미랴 함박입니다. 맛있게 드셔 주세요."
"즈꾸야아아아아아아아!!"
"에이 님을 위해 준비한 특식입니다."
그녀는 조용히 숨죽인 트레이들 중에서 유독 혼자 소리를 빽빽 지르는 트레이를 꺼낸다. 자세히 보니 특별히 따로 빼내서 안쪽에 넣어 놓은 물건이다. 트레이에 놓인 접시 속에서 예의 울부짖음이 들려 온다. 나는 피가 빠져나가는 심정으로 트레이가 내 앞에 놓이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싱긋 다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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