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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27

by 륭돵 posted May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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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내가 가득 베여 있는 체육관 안. 윳쿠리의 비명소리도 한가득 들려온다. 안에는 한 여성이 샌드백 대용으로 놓인 윳쿠리 레이무를 두들기고 있었다. 그런 여성의 뒤로 하얀 머리칼을 한 남성이 후줄근한 옷을 입은채 서 있었다.

 

"느끼야아아악! 너무 아프다구우우!! 머그세요!!! 머그세요!!!!"

 

아무리 먹으세요를 외쳐도 레이무가 반으로 쪼개지는 일은 없었다. 왜냐면 레이무는 이런 용도로 개발된 특수 윳쿠리였기 때문이다.

 

일반 윳쿠리들의 내구성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걸 깨달은 과학자들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만들어 낸 것이 내구성을 한껏 높힌 특수 윳쿠리였다. 지상 200m에서도 떨어뜨려도 멀쩡한 내구성을 가진 이 윳쿠리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내구성을 높힌다고 고통이 안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흡!"

 

"느삐이이잇! 지베 도라갈래!!!!"

 

여자는 권투 글러브를 낀 손으로 레이무에게 강력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고 레이무는 끼워져 있던 갈고리에서 뜯겨나가 벽에 부딪혔다. 벽에 부딪힌 레이무는 입에 거품을 물면서 끼익끼익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여자는 옆에 걸려있던 수건으로 얼굴을 마구 닦았다.

 

"오, 오랜만입니다 형님? 아직도 운동만 하시는겁니까? 아니다, 이젠 누님인가?"

 

"니가 사고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맘이 든 모양이구나. 망할 동생아."

 

"에이, 그건 실수입니다. 진짜로요! 왜 날 못믿는 겁니까."

 

"장난 그만치고, 진짜 어딨어. 내 동생놈은 여기 위치를 모른다."

 

백은 배를 잡고 깔깔 웃고는 박수를 한번 쳤다.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정장을 입은 누에의 모습으로 변했다. 여전히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누에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백 녀석이 출소했어. 바로 어제."

 

"어제?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여자는 손가락을 접으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계산해 보았다.  어림잡아 10년쯤 흘렀으니 백의 형무량과 비슷했다.

 

아까 날려버린 윳쿠리 레이무를 다시 갈고리에 걸고는 여자는 의자에 앉았다. 누에는 벽에 기대서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회장님은 별다른 얘기 안하셨어. 백이 출소했다는 소식듣고는 바로 널 불러오라더라 흑."

 

흑, 그것이 여자의 이름이었다. 망할 동생놈이 출소하는 날 부르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였다.

 

"근데 말이야, 분명히 10년전쯤에도 그렇고 프로필에도 그렇고 너 남자라고 되어 있던데 지금은 왜 여자냐?"

 

"복잡한 사정이 있다. 몰라도 돼. 그리고 옷좀 갈아입고 올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흑은 그 말을 남기고는 운동기구들을 해치고 탈의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곧 꺼질듯한 전구 하나만 켜져 있는 탈의실은 기기묘묘하고 오싹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기다가 바퀴벌레까지 나온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안타깝게도 바퀴도 먹을것이 못된다고 생각하는 윳쿠리들만 몇마리 있었다.

 

보통 윳쿠리들은 인간을 보자마자 달콤달콤 내놔라고 소리치거나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특유의 말을 하지만 이 윳쿠리 가족은

 

"느으으으! 다음은 레이퍼 앨리스를 데려가라구!!!! 첸은 때리는 맛이 없는거네에!!!!"

 

"하아아아앙?????그런게 아니라구요???? 저 첸을 더 찰지게 때릴수 있다구요????"

 

이런식으로 서로를 두들겨 패라고 말하고 있었다.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지만, 이 두 윳쿠리도 앞서 나왔던 레이무처럼 특수윳쿠리였다. 흑이 이곳으로 오면서 터질 위험이 있는 샌드백 대신 특수윳쿠리를 몇마리 가지고 들어왔는데, 레이무와 이 둘은 돌아가면서 샌드백이 되었다.

 

어쨋거나 흑은 이 2마리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탈의실 락커룸의 철문을 열고는 빛바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잠시동안 보았다. 그러고는 주먹으로 거울의 한가운데를 쳤다. 거울이 깨지면서 파편이 흑의 손에 박혔지만 여의치 않았다. 철문을 쾅 소리내게 닫고는 이번에는 그 철문을 주먹으로 쾅쾅 쳐댔다. 녹슨 철문은 주먹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국이 실시간으로 생겨나는 중이었다.

 

"망할 영감탱이! 나한테서 뭘 더 원하는거야! 내 아이도! 내 성별도! 내 동생도! 이제는 뭘 원하는거냐고. 내 목이냐?"

 

흑은 윳쿠리들 쪽으로 고개를 훽 돌렸다. 윳쿠리 두마리는 서로를 껴안고는 벌벌 떨었다.

 

"체,첸은 착한 윳쿠리라는 거네에? 때리지 말라는거네에? 알, 알고있어?"

 

"애,앨리스도 도시파라구요? 맞기에는 너무너무 귀엽다구요?"

 

윳쿠리들 쪽에 시계가 있는 것이어서 돌아본 것이었지만 윳쿠리들에게는 공포감을 느끼기 충분한 살기였다. 흑은 찌그러진 철문을 열어 옷을 대충 갈아입고 탈의실을 나왔다.

 

"형님, 10년만입니다? 누에가 소식은 잘 전해줬죠?"

 

"여기가 어디라고 니새끼가 얼굴을 함부로 들이밀어!"

 

 

흑은 백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하였다. 형제는 사이가 안좋았다.

 

"자자, 지금은 싸우지들 말고, 회장님이 호출하셨는데 안갈꺼야? 홍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안간다! 그 영감탱이 얼굴 다신 볼일 없을거라고 내가 말했지!"

 

"형님, 나도 아버님 얼굴 보고 싶어서 갔겠습니까?"

 

흑은 이를 빠득빠득 갈고는 누에를 따라갔다. 백은 코를 막고는 이 땀내 가득한 공간에서 얼른 나가고 싶다며 농담섞인 어조로 말하였다.

 

건물의 바깥으로 나오자, 홍이 검은색 차에서 대기중이었다. 홍은 흑을 보자마자 잠시 목례를 하고는 차 뒷자석에 타라고 손짓을 하였다.

 

"왜 니새끼가 뒷자석이냐."

 

"누에가 먼저 앞자리 앉은거 안보입니까?"

 

흑은 백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철저하게 창밖만 바라 보았다. 백이 뭐라 말을 꺼내려 할때면 시끄럽다 하고 묵살시켰다. 앞자리에 앉은 누에는 잠에 골아떨어진 후였고 홍은 운전만 하였다.

 

잠시 빨간불이 되자 백은 또다시 흑에게 말을 걸었다. 

 

"형님, 할말이 있습니다."

 

"시끄럽댔지."

 

"아버님 만나러 가면서 그런 차림은 좀 아닌거 같습니다만."

 

"니가 할말이냐?"

 

흑은 검은색 바탕에 가슴쪽에 윳쿠리 레이무가 그려진 반팔 티셔츠 한장에, 검은색 긴 츄리닝 바지, 검은색 슬리퍼 뿐이었다. 백도 옷 상황은 만만치가 않았다. 하얀색 긴팔 티셔츠에, 하얀색 면바지, 하얀 신발. 흑보다는 조금 예의를 차렸지만 둘다 후줄근하게 입은건 마찬가지였다.

 

"둘다 사람이면서 옷은 무슨 윳쿠리인 우리보다 더 못입는거냐?"

 

홍이 대화도중에 듣다못해 끼어들었다. 백은 감옥에 있다 나와서 옷이 없다는둥, 하얀색 옷들은 관리가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는둥의 변명을 했지만 흑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자동차는 한참을 달렸다. 흑이 있던 곳이 워낙에 구석진 곳에 있어 찾아오는 것도 힘들었던 탓이었다. 백은 흑이 있는 곳을 처음 들었을때 왜 그리 구석진 곳에 있냐며 황당해 했다.

 

"알면서 하는소리냐 그거?"

 

물론 홍과 누에에게 곧바로 반박을 당했지만 말이다. 백은 내가 뭘 잘못했다고? 하는 몸짓과 표정을 지었고 말이다.

 

"형님, 그거 알고 있습니까? 아버님은 아직도 그 구닥다리 팸플릿을 쓰더군요. 바꿀 생각도 없어보이구요."

 

"....듣고 있다. 말해라."

 

"홍한테 들은거지만 팀 홍마관이 전멸했다고 들었습니다. 한 녀석에게 죄다 죽었다고 하더군요."

 

"10년전에 팀 하쿠레이처럼 말이냐?"

 

"예? 예, 그런거죠. 그때와는 다른점이 있다면, 그 녀석을 포획했다고 합니다."

 

흑은 드디어 흥미가 생겼는지 계속 창문 밖을 보고 있던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홍은 묵묵히 운전중이었고 누에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아버님이 하셨던 프로젝트 기억나십니까?"

 

"어떤거? 하도 해놓은게 많은 영감이잖아."

 

"완전생물 프로젝트요. 그거 성공작이라고 했습니다."

 

"뭐냐, 그럼 그거도 윳쿠리인거냐?"

 

"그런거지."

 

홍은 운전중에 입을 열었다. 백미러로 비치는 눈은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

 

"회장놈이 너희를 부르는 이유는 별거 아니야. 그 프로젝트가 성공했으니까 부르는거지."

 

"그거때문은 아닐텐데?"

 

"니 말대로라면, 그건 만들어진 완전생물이지. 자연적인건 아니지. 그렇다면..."

 

"세계 어딘가에 있는 진짜 완전생물을 찾아 오라는거지. 안그래 달링?"

 

홍은 갑자기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콱 밟았다. 그때문에 누에는 자동차 앞 창문에 얼굴을 부딪혀 잠에서 깼다. 홍은 얼굴이 벌게진채 백을 뒤돌아 보았다.

 

"너, 너!"

 

"왜? 그렇게 부르면 안되나? 다시 시작하기로 한거 아니었어? 달.링?"

 

"너네 연애사는 관심 없으니까 나중에나 실컷 떡을 치던지 하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라."

 

"느헷? 뭐야, 갑자기 왜 멈췄어. 다온거야?"

 

누에는 자다 깨서 정신을 못차렸는지 횡설수설한채로 차안을 두리번 거렸고 흑은 이마에 손을 집고는 꾹꾹 눌렀다.

 

차는 그 뒤로도 2시간을 더 달려 주식회사 Y.U.T의 건물 앞에 도착했고 흑은 못마땅해 하면서 들어갔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자기야?"

 

"야!"

 

백은 홍을 놀리다싶히 하고는 도망치듯이 들어갔다. 누에는 뭐씹은 표정을 하면서 커플이라는건 좋겠구나~~~라고 말했다. 홍은 또다시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자동차 핸들에 얼굴을 쳐박았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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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돌려막기2

이제 나올 인물들은 거의 다 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