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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25

by 륭돵 posted May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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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앞서서

단-주인공 이름

설-주인공 딸내미 

혼-주인공 아내

 

 

 

"마리사 이모야. 우리 지금 어디가는 거야?"

 

"....그냥 어디든지 좋으니 밖에 좀 있어야겠다제. 너희 아빠야는 화나면 진짜진짜 무섭다제. 엄마야도 못말릴 정도인거제."

 

"아빠는 설이 앞에서는 항상 웃던데?"

 

"그건 설이가 소중한 아가야라서 그런거제."

 

 

애꾸마리사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난장판이 된 집안, 음식들이 마구 엎어져 있는 냉장고, 기타등등과 깨진 액자. 게스 마리사의 결정적 한마디.

 

"이 사진의 레이무는 너무너무 못생긴 거라제? 이 세상에서 최고로 귀여운 마리사가 느긋하게 안보게 해주겠다제."

 

그리고 찢어진 사진.

 

애꾸 마리사는 느낄수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자신이 평소에 아무리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청소를 안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단이었지만 빠드득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를 갈고 있단 것과 손이 시뻘겋게 되는것도 모자라 피가 방울방울 떨어질 정도로 꽉 쥐었다는 것도.

 

"아빠야가 저렇게까지 화낸적은 없었던거제. 아쉽지만 설이 관찰용 윳쿠리는 한마리 새로 사야하겠다제."

 

설이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마리사는 어쩔수 없다면서 설이를 계속 달랬다. 어느 집앞에 서자 마리사는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좀 자고 가야할것 같다제. 하루만에 집안 정리 안될 것 같다제."

 

띵동 하는 소리가 울렸다. 반응이 없자 마리사는 한번 더 눌러보았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3번째로 누르려는 찰나에 안에서 누가 나왔다.

 

"들어,와."

 

"퀸, 오늘은 좀 자고 가도 되겠냐제? 설이 아빠야가 오늘 느긋하지 않게 진짜로 화가 났다제. 엄마야가 붙어서 말려도 안될거 같으니 신세좀 지겠다제."

 

"안녕 퀸!"

 

"안녕, 언니야. 며칠, 전에, 윳쿠리, 사간거, 언니, 였어?"

 

"마리사? 그거 설이가 샀어."

 

"그렇,구나."

 

퀸은 머리를 대충 묶고 옷도 헐렁헐렁한 츄리닝을 입은채 그들을 맞이했다. 사실 따지자면, 퀸은 설보다 1살이 어리다. 그래서 설을 꼬박꼬박 언니라고 부르고 있다. 윳쿠리 사회에서 1초라도 먼저 태어나면 언니니까.

 

"이거, 라도, 먹고, 있어."

 

"아기 윳쿠리 델리만쥬? 이건 어떻게 만들었냐제?"

 

"텔레비전, 방송, 보고."

 

마리사는 거실에 텔레비전이 틀어진 것을 보았다. 텔레비전에서는 학대파들의 떠오르는 성경과도 같은 [학대파를 위한 우아하고도 고상한 윳쿠리 조리법]이 방송중이었다. 

 

"근데 저거 심야방송이지 않냐제?"

 

"윳플릭스, 로, 보는, 거야."

 

윳쿠리 관련 프로그램을 총망라하는 거대 스트리밍 사이트인 윳플릭스, 온갖 애호적 지식은 물론이고 학대 방법도 정규 프로그램에 버젓이 올라온다. 학대프로그램은 설정에서 학대프로그램 제외하기를 꺼주면 그때서야 보인다.

 

"윳플릭스에서 재방송도 해줄 줄 몰랐던거제."

 

"늘, 생방송, 만 , 하는, 건, 아니, 니까."

 

마리사는 아기윳 델리만쥬를 먹으려고 접시에 손을 가져갔으나 빈접시 뿐이었다. 마리사는 입가에 부스러기가 가득 묻은 설이의 입을 보며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근데, 뭐, 때문에, 설이, 아빠가, 화, 났어?"

 

"설이 아빠가 아끼던 사진을 멍청한 게스 마리사가 부숴버린 거제. 그리고 그 사진에다가 대고 험한 말까지 한거제."

 

"마리사 이모야, 아빠야는 그 사진을 왜 소중하게 생각하는거야?"

 

마리사는 잠시 고민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니 꺼려지는 이야기도 있고.....

 

"그 사진은 아빠야한테는 보물씨인거제. 설이도 좋아하는 구슬 같은거 있지않냐제?"

 

설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마리사는 한숨 돌렸다며 안심하였고 퀸은 못마땅한 눈치였다.

 

"진짜, 그게, 맞아?"

 

"자자 그럼 텔레비전이나 보는거제. 윳쿠리학에서 권위있는 토시아키 교수님의 말인거제."

 

마리사는 황급히 리모콘을 주워서 채널을 돌렸다. 채널을 돌리자 토론쇼를 하고 있었다. 주제는 인간형 윳쿠리와 윳쿠레나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였다.

 

<토시아키 교수님, 인간형 윳쿠리와 윳쿠레나이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무엇일까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손가락 개수가 있습니다. 인간형 윳쿠리는 손가락이 4개, 윳쿠레나이는 인간이니 5개지요.>

 

마리사는 무심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4개였다. 퀸의 손가락도 확인해 볼까 생각했지만 쿠션밑에 파뭍힌 상태라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그것 외에도 무엇이 또 있나요?>

 

<인간형 윳쿠리는 윳쿠리 특유의 말투를 버리지 못하고 계속 사용하지만, 윳쿠레나이는 평범한 인간의 말투를 사용합니다. 그것도 차이점이라 할수 있겠군요>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내용물입니다. 윳쿠레나이는 완벽한 인간입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종이지요. 뇌, 허파, 위장같은 모든걸 갖추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인간형 윳쿠리는 피는 흐르고 있지만 내용물은 팥소입니다. 뇌 대신에 중추 팥소가 존재하고 있구요. 팥소의 경도는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높힐수 있습니다. 철판을 때려서 주먹자국이 날 정도까지 높아지지요.>

 

<그렇군요. 교수님>

 

"그럼, 난, 뭘까?"

 

퀸은 쿠션에서 손가락을 빼고 마리사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양손에 각각 4개씩 있었다. 마리사는 머릿속이 잠시 느긋하지 않게 되었다가 원래의 느긋함을 되찾았다. 집에 돌아가면 설이 엄마 손가락이 몇개인지 확인해 보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퀸, 전화좀 빌리겠다제. 집에 전화는 해야하는거제."

 

"써도, 돼. 난, 언니랑, 윗층에, 가, 있을게."

 

퀸의 집전화는 매우 불편하게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취향 참 고약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리사는 집전화 번호를 꾸역꾸역 돌렸고 누군가 전화 받기를 기다렸다. 3분쯤 지나도 전화 받는게 들리지 않자 마리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해 했다.

 

"여보세요?"

 

"혼인거제? 설이 아빠야는 어떻게 된거제."

 

"그게......"

 

전화기 뒷편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와 살려달라는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것만 들어도 상황 짐작은 어림잡아 할수 있었다. 아직도 심각하다.

 

"응, 오늘은 밖에서 자고 올거지? 단은 내가 달래볼게."

 

"지금 퀸네 집에 와 있다제. 여기서 자고 가겠다제."

 

(뚜.....뚜.....)

 

전화가 끊겼다. 마리사는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머리를 마구 긁어댔다. 그러다가 결론은 머리 복잡하면 소파에 앉아서 실컷 텔레비전이나 보는게 답이다 라는 결론이었다.

 

같은 채널에서 유명한 프로그램이 방송중이었다. 제목은 [윳쇼]였다. 윳쿠리와 관련된 직종의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의 일에대해 말하기도 하고 개그도 치는 토크쇼 프로그램이었다. 오늘의 게스트는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주식회사 Y.U.T의 회장인 옥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예, 안녕하십니까! 전국의 시청자 여러분, 윳쇼의 진행자인 토시아키입니다. 오늘의 게스트는 주식회사 Y.U.T의 옥 회장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편안한 저녁되시길 바랍니다. 옥황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요즘 여러 아이디어가 생겼다고 하셨는데 그건 무엇인가요?>

 

<실생활에서 윳쿠리가 쓰이는 곳을 찾아가 보는 TV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고 있습니다. 윳쿠리가 쓰이는 곳이 많이 늘어난건 알고 계시죠?>

 

"아빠가, 텔레비전에, 나왔네."

 

마리사는 한창 텔레비전을 보다가 퀸의 목소리 때문에 뒤를 돌아 보았다. 퀸은 씻고 나왔는지 머리를 풀어해친 상태였다.

 

"평소에도 맨날 보지 않냐제? 퀸은 회장 비서면서. 오늘은 주말이라 퀸은 쉬는데 회장은 휴일도 없어 보이는거제."

 

"아빠는, 일만, 해."

 

5년전, 옥 회장은 중대발표를 했었다. 자신의 숨겨둔 딸이라며 퀸을 만천하에 공개했었다. 목을 다쳐서 말이 이상하게 나오니 양해해 달라고 부탁하는 말까지 했었다. 퀸은 그때가 싫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만 바라보고 있었고 옷은 불편했으며(지금은 그냥 입지만) 자랑거리이던 머리카락은 거의 발끝까지 오던걸 어깨까지 오는 것으로 잘라버렸기 때문이었다.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 퀸은 옥 회장이 시키는걸 모두 해야만 했다. 매일 먹는 약도 그중 하나였다.

 

"약, 먹을, 시간, 이네."

 

"그약 마리사도 먹어봐도 되는거제?"

 

퀸은 마리사를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못마땅스러운 눈을 하면서 약을 한알 쥐여주었다. 진한 빨간색 알약은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캡슐형 알약이었다.

 

퀸은 물컵을 가져와서 2알을 삼켰다. 마리사도 한알를 입에 머금어 보았다. 굉장히 비릿한 맛이 낫다. 

 

<....그리고 이게 지금 개발중인 윳쿠리용 긴고아 입니다.>

 

<이건 무엇인가요? 신기하게 생겼네요.>

 

<윳쿠리 훈육용으로 개발중입니다. 서유기 아시죠? 손오공의 머리띠 말입니다.>

 

<아, 그것 말이군요. 삼장법사가 주문을 외우면 머리를 꽉 조여서 고통을 줬죠.>

 

<그것처럼 말 안듣는 윳쿠리에게 이걸 씌워주면 잘못할때마다 머리를 조이는 것입니다. 이건 시제품이라 리모콘을 누르면 작동합니다.>

 

진행자는 어딘가에서 윳쿠리 레이무 한마리를 가져와 머리에ㅜ긴고아를 씌웠다. 레이무는 벌벌 떨었고 옥 회장은 리모콘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제품은 시제품인가 보군요. 아직 작동이 완전하지가 않을걸 보니.>

 

<사용법도 보여드리려 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크아아아악!"

 

마리사는 비명소리에 옆을 돌아보았다. 퀸이 쓰러져서 목에 있는 고리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마리사는 어쩔줄을 몰랐다. 도와주려고 해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아마 회장이 누른 버튼은 이걸 작동시키는 버튼이었던것 같았다.

 

"으아아아아악!!"

 

퀸은 목이 졸려서 점점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눈은 까뒤집힌지 오래고 입에 거품까지 물었다.  정확히 10초 후에 퀸의 발작이 멈추었다. 회장이 다시 버튼을 누른 모양이었다.

 

"괜찮은거제?"

 

퀸은 말대신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하였다. 얼마나 목이 조였는지 계속해서 기침을 하였고 숨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오늘의 쇼는 끝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안녕!>

 

"그만 우리도 자러 가는거제."

 

"응."

 

텔레비전을 끄고 둘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갔다. 퀸의 침대 한가운데에 이미 설이 대자로 뻗어서 자고 있는 중이었다. 둘은 설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여서 침대에 누웠다.

 

마리사는 잠이 오지 않아 천장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