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20.05.05 23:26

5월의 기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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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마리사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아가야들에게 최고로 느긋한 아가야의 날을 선물하기 위해 조금 무리를 했던 것일까. 생각지도 못한 행운에 들떠 방심하고 말았던 것일까. 아니면 인간씨도 느긋할 수 있다고 생각해버려 한 번 더 기적을 바라며 다른 인간씨에게 다가가 버렸던 것일까.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다. 어느 쪽인지 알 필요도 없다. 무리를 하든 말든, 방심을 하든 말든, 인간을 피하든 말든 - 그런 것과는 조금도 상관없이, 길윳쿠리는 언제 어떻게 죽든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 길윳쿠리의 사망에 사인(死因)은 있을 수 있어도 이유는 있을 수 없다.

 

“느으...”

“뉴우...”

“뉴웅! 레-뮤으 뉴뀨탼 구슐쒸! 오뉼됴 뉴뀨탸꾜 있늉고녜! 늇꺄아~♡ 졍-먈료 매-뀬매-뀬햔교녜!! 뉴늉!”

 

새끼 레이무는 아직도 구슬을 받은 것이 좋아 죽을 것 같은 모양이지만, 그 신이 난 목소리도 골판지 상자 안에 드리운 무거운 분위기를 어찌 할 순 없었다. 이제 마리사는 돌아오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 아직도 마리사가 살아 있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을, 레이무는 알고 있었다. 아직 윳생의 가혹함을 다 알지 못하는 새끼 마리사는 아빠야가 죽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으로 단단하게 굳은 엄마야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느긋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밖에 느낄 수 없었다.

 

“느읏... 느긋이... 느긋이이...!”

 

레이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이제 걱정이 아닌 절망이 떠올라 있었다. 이제 밥씨가 없다. 3일 동안 마리사가 모아 놓은 밥씨로 어찌어찌 버텨오긴 했지만, 이제 더는 밥씨가 없다. 그렇다고 레이무가 사냥을 나갈 수도 없었다. 어디서 사냥을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남자와 만났던 곳 까지는 어찌어찌 찾아 갈 수 있었지만, 그 뒤로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 수 가 없었다. 그때 마리사를 따라 사냥터에 갔었더라면. 물론 그랬다간 일가가 전부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레이무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느으... 느기잇... 그 게스 마리사아아아...!”

 

근처에 사는 다른 마리사에게 사냥터를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자를 늘릴 생각이 없었던 마리사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물론 레이무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일가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레이무는 몰래 그 마리사를 따라가 사냥터를 알아내려 했다. 하지만 마리사는 자신을 미행하던 레이무를 역으로 기습해 흠씬 두들겨 주었고, 레이무는 느히 느히 울부짖으며 집으로 도망갈 수 밖에 없었다.

 

“뉴유... 뉴... 뉴웃...!”

 

새끼 마리사는 절망으로 일그러진 엄마야의 얼굴을 보았다. 구슬에 꼭 붙은 채 느긋하고 있는 여동생의 얼굴도 보았다. 그리고 새끼 마리사는 결심했다.

 

“뉴우... 뉴우우웃...! 늉뷰-쒸이... 뉴뀨찌 안녕인고졔...! 뉴우.. 뉴뀨찌... 뉴뀨찌 이쓔랴졔...!”

 

새끼 마리사는 빗자루씨에 볼을 부벼 작별인사를 하고, 그것을 물어 엄마야에게 내밀었다.

 

“느...? 느, 느읏! 아가야... 느응...! 오늘도 빗자루씨는 정말로 느긋하네! 느응! 느긋이 있으라구! 빗자루씨도, 느긋이 있으라구!! 느읏! 느긋이... 느긋이 있으라구...!”

“늉...! 뉴뀨찌 이쓔랴졔! 뉴...! 뉴웃... 엄먀아...!”

 

각오했던 일이지만 - 빗자루씨와의 이별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새끼 마리사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느! 아가야! 왜 우는거냐구! 느, 느후, 느후훗...! 아, 아빠야가 걱정인거냐구? 느후, 훗, 아, 아빠야는 걱정하지 말라구! 분명히 밥씨를 너무 잔-뜩잔-뜩 모아서, 조금 늦게 오는 것 뿐인거네! 늣! 느긋이 걱정하지 말라구! 느긋이...”

“먀리샤... 엄먀야햔톄 선뮬쒸 쥬늉고졔... 빗자류쒸률... 엄먀야햔톄 느긋이 선뮬햐늉고졔...!”

“늣!?”

 

새끼 마리사는 이를 악문 채 말을 이어나갔다.

 

“인갼쒸갸 구런고졔... 쟌-뜍쟈교 냐묜, 엄먀야-!랑 아뺘야-!의 냘인고랴고졔...! 구로니꺄 오뉼은, 엄먀야-!으 냘인고졔...? 먀리샤 뉴뀨찌 알고 있늉고졔... 구로니꺄... 먀리샤... 엄먀야햔톄 선뮬쒸 햐늉고졔... 뉴뀨찌... 뉴뀨...찌...”

“아가야...?”

 

새끼 마리사는 설탕물과 의지로 빛나는 눈으로 레이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결료... 빗쨔루쒸률... 뱝쒸량 뉴뀨찌... 뱌꾸뉸고졔...?”

“!!!!”

“아뺘야갸 됴랴오면... 뉴흑... 먀리샤됴 샤냥쒸햬쎠... 뱝쒸 쟌-뜍 샤냥쒸해쎠... 댜시 뉴뀨찌 빗쨔류쒸량... 뱌뀨묜 댸늉고졔...! 구로니꺄... 구로니꺄...!”

 

레이무는 으스러지도록 이를 악물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아가야가 빗자루씨로 얼마나 느긋했는지는, 아가야를 지켜보던 레이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느긋해하는 아가야를 바라보는 자신이 더 느긋했던 것을, 레이무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가야의 보물씨를 팔아 밥을 구한다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가야가 먼저, 자신의 보물씨로 밥을 구하고 말했다. 레이무는 자신의 무능함과 아가야의 느긋함에 울었다. 새끼 마리사는 들썩이는 레이무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비며 함께 울었다.

 

“늉? 언냐아량 엄먀야 부-비부비햐교 이땨규? 늉! 레-뮤늉 구슐쒸량 부-비부-비햔댜뀨! 뉴늉! 부-비부-비!! 뉴늉! 매-뀬매-뀬!! 뉴뉴웃~♡”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하게 웃는 새끼 레이무의 목소리를 들으며 레이무는 다짐했다. 이제부터는 아가야들이 그 어떤 것도 잃게 하지 않겠다고. 레이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가야가 선물해준 빗자루를 물어 들었다.

 

“느긋이... 느긋이 알았다구...! 엄마야가... 밥씨 자아아안뜩 가져온다구...! 세상에서 가장 느긋한 아가야의... 세상에서 가장 느긋한 보물씨라구우...!!! 밥씨 자아아안뜩이 아니면, 느긋이 바꿔주지 않는다구우우우!!”

“뉴뀨찌... 뉴뀨찌... 이쓔랴졔에엥...! 뉴뀨찌 이쓔랴졔에에엥!!”

 

울고 있는 아가야와 웃고 있는 아가야를 뒤로 하고, 레이무는 골판지 상자를 나섰다. 레이무가 알고 있는 근처에 사는 윳쿠리는 하나 밖에 없었다. 어제 사냥터가 어딘지 물어봤던 마리사이다. 그런 느긋할 수 없는 게스 마리사에게 아가야의 보물씨를 넘긴다니 정말로 느긋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레이무는 빗자루를 힘껏 문 채 저부를 움직였다.

 

“뉴웅...? 엄먀야...? 어디가늉고냐규...?”

 

새끼 레이무가 레이무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딱히 질문을 한 것은 아니었다. 윳쿠리는 - 특히 새끼 윳쿠리는 - 생각하는 것을 바로바로 입에 내어 버리는 것이다.

 

“...엄마야뉸, 뱝쒸 갸지려 갼고졔...”

“뉴웅... 뉴꾸찌 아랴땨뀨!”

 

마리사의 대답을 듣고 새끼 레이무는 다시 구슬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구슬을 할짝거리던 새끼 레이무는, 무언가 생각 났다는 듯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뉴웅...? 아뺘야뉸...? 오디갼거냐뀨...?”

“느읏...! 아뺘야됴...! 뱝쒸률 가지려간고졔엣...!”

“뉴웅... 뉴꾸찌 아랴땨뀨!”

 

그런 것도 모르는 거냐. 새끼 마리사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새끼 마리사는 붕붕 고개를 흔들었다. 아빠야가 없는 동안은, 자신이 여동생과 엄마야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하지만 요즘 들어 여동생은 조금 지나치게 느긋하다. 구슬씨 말고 다른 것엔 조금도 신경을 쓰질 않는다. 마리사의 느낌은 정확했다. 라무네는 윳쿠리에게 진정제와 같은 효과를 낸다. 구슬에 딱 달라붙어 있던 새끼 레이무는 구슬에 묻어 있던 라무네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때문에 새끼 레이무의 정신과 신체는 평소보다도 더 ‘느긋해져’ 있었다. 사실 이것은 윳쿠리 일가에게는 행운이었다. 새끼 레이무가 평소 그대로라고 해 봐야 아무런 도움도 되질 않는다. 이렇게 가만히 구슬 옆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해 주기만 하는 것이 훨씬 낫다. 만약 새끼 레이무가 평소와 똑같이 식량을 소비했다면, 그리고 온갖 레이무와 새끼 마리사가 새끼 레이무의 온갖 뒤치닥거리를 해야 했다면, 아마 마리사가 모아 놓은 밥씨로 3일을 버티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라무네도 이제 거의 다 없어졌다. 새끼 레이무가 자신의 몸뚱이와 혀로 전부 닦아내버린 것이다. 새끼 레이무가 ‘평소대로’ 돌아오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윳쿠리 일가의 지옥은 - 혹은 새끼 레이무의 지옥은 - 그때 부터 시작일 것이다.

 

“햐-쨕... 햐-쨕... 뉴웅... 먼갸 쬬귬 뉴뀨탸쓔 업땨규...! 뉴웅...! 늉! 엄먀아... 늉! 엄먀아...? 뉴늇! 엄먀아아! 기여운 레-뮤갸 부류고 이땨규?”

 

새끼 레이무도 구슬에서 나던 ‘느긋한 냄새’가 사라져 버린 것을 알아챘다. 무언가 느긋할 수 없을 때 새끼 윳쿠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부모를 보채는 것 뿐이다. 새끼 레이무는 밥씨를 사러 나간 레이무를 부르기 시작했다.

 

“뉴기잇...! 엄마야뉸 뱝쒸 갸지로가땨규 먈햔고졧!”

“뉴웅... 뉴꾸찌 아랴땨규! 늉... 뉴... 뉴웅...?”

 

새끼 마리사도 슬슬 한계였다. 얼굴이 팥소가 몰려 새빨개진다. 말끝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 뿐이었다. 초윳적인 인내심이었다. 새끼 레이무는 화를 참기 위해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는 새끼 마리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니야의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새빨간 얼굴이나, 힘이 들어간 말투가 아니었다.

 

“뉴...? 언냐-아...? 빗쨔루쒸갸 뉴뀨찌 엄땨규...?”

“늇...!”

 

새빨갛던 얼굴이 새파래진다. 새끼 마리사는 중추팥소를 찔린 듯한 느낌에 입술을 깨물었다.

 

“뉴? 언냐-아 빗쨔루쒸갸 엄땨규? 뉴?”

“...느, 느읏! 모륜댜졔! 아침메 뉸씨뜨니꺄 업썼던고랴졧!”

 

새끼 마리사는 결국 삐잇 소리를 질러버렸다. 새끼 레이무한테 홱 등을 돌리고선 골판지 상자의 구석으로 가 벽에 얼굴을 묻는다. 때문에 새끼 마리사는 새끼 레이무가 활짝 웃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뉴웅... 뉴훙... 뉴후훙... 햐-쨕...햐-쨕...”

 

새끼 레이무는 다시 구슬을 핥기 시작했다. 느긋한 냄새가 거의 사라져 버리긴 했지만 - 언니야의 빗자루씨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고 나니 어쩐지 느긋한 냄새가 날 때 보다 더욱 느긋해 보였다.

 

“뉴뉴늉~♩ 레-뮤예~ 뉴우뀨탼~ 구슐씨~♪ 뚕구랴꾜~ 뉴~뀨탼~ 뉴늉~♬”

 

언니야의 뒤통수를 흘끔거리며, 새끼 레이무는 들으라는 듯이 노래를 부르며 보란 듯이 구슬을 핥았다.

 

***

 

또 다시 3일 후.

 

마리사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레이무도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아가야의 보물씨는 정말로 느긋할 수 있었다. ‘게스 마리사’의 아가야들은 레이무가 물고 있는 빗자루씨를 보자마자 발광하기 시작했다. 평소 엄격한 훈육으로 쌓아왔던 가장의 위엄도 통하지 않았다. 울부짖는 마리사의 아가야들을 바라보며 레이무는 성공을 확신했다. 레이무는 가지고 있는 밥씨를 전부 주면 빗자루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미 밥씨를 얻은 양 군침을 흘리기 시작한 레이무의 생각과는 달리, 마리사에게는 레이무와 거래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느긋이 알고 있었다. 마리사는 설탕물을 뿌려대는 아가야들을 귀밑털로 후려쳐 골판지 상자에 밀어 넣었다. 그런 다음 레이무를 향해 달려들었다. 레이무는 끝까지 빗자루를 입에 문 채 죽었다. 마리사는 레이무의 입에서 빗자루를 빼내는데 애를 먹었다.

 

“우-꺽... 우-꺽... 컝뽀-옥-!!”

 

둘 만 남은 골판지 상자 속에서 새끼 마리사는 첫 사냥의 전리품을 만끽하고 있었다. 첫 사냥은 너무나 쉬웠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새끼 레이무는 새끼 마리사의 공격에 저항은 커녕 제대로 도망 갈 수도 없었다. 자신의 여동생을 죽인다는 것에 대한 저항감은 지난 3일 동안 새끼 레이무 스스로가 깨끗하게 지워 없애 주었다. 새끼 마리사를 멈춰 세울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리사는 천천히 최후의 만찬을 즐겼다.

 

“뉴... 뉴웅... 컝뵤옥!”

 

중추 팥소도 새끼 마리사의 입속에서 완전히 녹아 사라졌다. 이제 새끼 마리사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뉴웃... 먀리샤... 배쒸 뺭뺭인고졔... 늉... 늉...”

 

대체 얼마 만에 느끼는 만복의 느긋함일까. 새끼 마리사는 당연히 알 수 없었다. 언제까지고 이 느긋함을 즐기고 싶었지만 - 그럴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배씨가 빵빵할 때 길을 나서야한다. 얼른 인간씨와 만나 엄마야와 아빠야를 찾아야 하니까.

 

“뉴웃! 먀리샤으 구슐쒸! 늉! 뱌료 츌뱔~!인고졔!”

 

새끼 마리사는 구슬을 입안에 넣고 곧바로 골판지 상자를 나섰다. 느긋한 인간씨와 새끼 마리사간의 인연을 상징하는, 새끼 마리사의 보물씨. 구슬 외에는 가져갈 만한 것도,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새끼 마리사는 곧바로 길을 나섰다.

 

“늇! 구슐쒸! 이쬭인고졔!!”

 

아빠야와 갔던 길은 어렵잖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애초에 산책로를 따라 쭈욱 걸어갔던 것이니까. 골판지 상자를 나와 왼쪽으로 갔는지 오른쪽으로 갔는지만 기억하면 됐던 것이다. 새끼 마리사는 산책로를 따라 열심히 움직였다.

 

“뉴히... 뉴히... 뉴히이...”

 

입에 문 구슬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 졌을 때 쯤, 새끼 마리사는 인간씨와 만났던 그 장소에 도착했다. 나무에 둘렀던 볏짚이 사라진 것만 빼면, 그 장소는 6일 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벤치. 쓰레기통. 가로등. 그리고 인간씨.

 

“뉴...!”

 

저 인간씨가 그 느긋한 인간씨일까? 만약 맞다고 해도 어떻게 알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을까? 새끼 마리사의 팥소뇌에는 그러한 의문을 가질 만한 능력은 없었다. 환희가 지쳐 쓰러지려던 새끼 마리사의 몸뚱이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새끼 마리사는 길게 시시 자국을 남기며 나아갔다.

 

“뉴! 인갼쒸! 마리샤! 마리샤갸 뉴뀨찌 온거랴졔!”

 

의심할 여지는 조금도 없다. 느긋한 모자씨와 똑같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모습. 애초에 그 느긋한 인간씨가 아니라면 이곳에 있을 리가 없다. 새끼 마리사는 꼬물꼬물 움직여 남자에게 다가갔다.

 

“뉴, 뉴우우우웃!! 빗쨔류쒸이이이이!! 먀리샤의 빗쟈류쒸이이이이이이!?!?!?”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간 새끼 마리사는 남자가 들고 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것이었다. 그것은 엄마야에게 선물 했던 자신의 빗자루씨였다. 다행이다. 새끼 마리사는 눈물을 흘렸다. 인간씨가 벌써 엄마야를 찾아 놓았던 것이다. 역시 느긋한 인간씨는 대단하다. 이제 아무 문제도 없다. 느긋한 인간씨가 아빠야도 당장 찾아 줄 것이다. 아니, 벌써 찾아 놓았을 게 당연하다. 이제 엄마야와 아빠야와 구슬씨와 빗자루씨와 느긋이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먀리쨔 햐뉴률 냘교이쎠어어어어!!”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온 탄성은, 새끼 마리사의 기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 새끼들은 뭐만 보면 다 지꺼라 그러네...”

 

신발 밑창을 바닥에 문질러 닦던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쓰레기를 휙 던져버리곤 새끼 마리사를 집어 올렸다.

 

“뉴우우웅! 인갼쒸! 뉴뀨찌! 뉴뀨찌 있쓔... 늉? 뉴우우우웃!?!? 구슐쒸! 마리쨔으 뉴뀨탼 구슐쒸!”

 

하늘을 날고 있어~ 라고 외치는 통에 떨어졌던 모양이다. 남자는 땅바닥에 떨어진 구슬을 집어 새끼 마리사의 입에 다시 물려 주었다.

 

“늉! 인갼쒸! 뉴뀨찌! 뉴뀨찌 이쓔랴졔! 뉴웅! 빗쨔류쒸! 빗쟈류쒸됴 뉴뀨찌 있늉고졔엣!! 뉴늉! 댜시 먄냐셔 졍먈료 뉴뀨탸쓔 있늉... 뉴? 빗쨔류쒸? 뉴? 빗쨔류-”

 

남자는 새끼 마리사를 산책로 바닥을 향해 던졌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구슬이 깨졌다. 새끼 마리사의 입 안에 유리 파편이 튀었다.

 

“히햐휴..히.. 히... 흐히... 히... 히.. 흐... 히...?”

 

얼굴 오른쪽은 바닥에 부딪혀 사라졌다. 새끼 마리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언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새끼 마리사는 팥소에 밀려 툭 튀어나온 왼쪽 눈을 간신히 움직여 남자를 찾았다.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남자는 이미 새끼 마리사가 볼 수 없을 만큼 멀리 가 있었다.

 

6일 전 인간씨가 새끼 마리사에게 해주었던 것이 인간씨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듯이, 이번에 인간씨가 새끼 마리사에게 한 일 역시 인간씨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히, 힣햐휴, 히, 히, 힣햫히...? 히, 히, 히, 히, 히, 흐, 흐햐, 햐, 흐햐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흐, 흐, 흐히이이이이이이이이힣!?!?”

 

밀려있던 고통이 새끼 마리사에게 밀려 들었다. 이미 상당히 지쳐있었던 새끼 마리사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생명력이 서서히 빠져 나간다. 그에 따라 고통도 서서히 둔해져 갔다.

 

“히, 힣햐휴히... 힣햫히... 힣햐휴히... 힣햫히... 흐흐히... 흐흐히...!”

 

고통과 공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새끼 마리사의 팥소뇌는 윳생에서 가장 느긋했던 때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빗자루씨와 인간씨. 빗자루씨와 인간씨. 감히 신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전능한 존재가, 아무런 악의도 없는 순수한 선의로 새끼 마리사를 느긋하게 해주었다. 선행을 베풀었던 남자 역시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리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모두가 느긋한 어린이 날이었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한 번의 기적 따위, 길윳쿠리에게는 그저 한 순간의 위안일 뿐이다.

하루에 기적이 다섯 번 일어나더라도, 길윳쿠리가 계속 느긋하며 살아가게 해줄 수는 없다.

 

바스라진 이빨로 부서진 구슬을 문 채 새끼 마리사는 서서히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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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보다는 크리스마스에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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