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ko 1716 彼方にこそ 저쪽이야말로
그 윳쿠리 플레이스는 조금 특수한 구조였다.
모래가 깔린 돔 모양의 공간에 서른 마리 이상의 윳쿠리가 살고 있었다.
벽은 노출된 암반이고, 높은 곳 한 구석에 아치형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으로 통하는 가파른 경사로가 모래바닥을 향해 내려 뻗어있고, 바깥으로 통하는 다리가 있었다.
반지하 구조의 윳쿠리 플레이스였다.
광원은 저 높이 있는 활 모양의 구멍 밖에 없다.
때문에 낮에도 돔 내부는 항상 옅은 어둠이 지배하고 있었다.
반면 빛과는 달리 열은 외부에서 흘러 들어온다. 하늘에 태양이 떠 있는 경우 - 돔 내부에 있는 한 태양같은 것은 볼 수 없지만 - 돔은 견디기 힘든 작열에 덮인다.
바닥은 그야말로 열사가 되어 돌아다니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밤의 장막이 내리는 동시에 완전한 어둠이 강림한다.
그러면 돔에서 빠르게 온기가 사라지고, 윳쿠리들은 몸을 베어내는 듯한 추위에 포위당한다.
밤낮과 상관없이 그대로인 것도 있다.
냄새다.
이끼가 낀 암반에서는 항상 물이 스며나오고 있다. 윳쿠리들은 암반을 핥아 수분을 섬취한다.
물기는 증기가 되고, 습도는 올라간다.이 습기가 느긋할 수 없는 냄새를 낳는다.
돔 구석에 파 놓은 구덩이에는 분뇨가 쌓여있다.
이것 역시 오취를 퍼뜨린다.
물론 처리를 하고는 있지만, 대략 사흘에 한 번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처리 방법은 무리의 성윳들이 입에 물어 돔 바깥으로 옮긴다는 매우 직접적인 방법이다.
서른 마리도 더 되는 윳쿠리가 살고 있다 보니 구덩이에 오물이 하나도 없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동굴안의 폭군은 오취와 썩는 냄새, 습기, 황혼만이 아니다.
가느다란 흐느낌, 간헐적인 훌쩍임, 거릴껏 없는 통곡, 애원하는 목소리, 배고픔을 참다 못한 새끼 윳쿠리의 오열. 절망에 미쳐버린 절규, 음울하게 중얼거리는 불평, 그저 바위에서 스며나오는 냄새나는 물을 찰박찰박 핥아대는 소리, 체력의 소모를 막기 위해 모래 위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 레이무의 한숨, 식량을 뺏고 뺏기는 새끼 윳쿠리들의 고함과 욕설이 항상 동굴을 채운다.
어디에 살고 있든, 음식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무리의 성윳들은 매일 사냥을 하러 나간다. 그들이 무리의 목숨을 쥐고 있다. 사냥의 전과가 무리의 사활을 좌우한다.
사냥에 나갔던 성윳들이 귀환하면, 특히 새끼 윳쿠리들이 기뻐하며 그들을 맞이한다.
음식을 받으려는 것도 당연하지만, 새끼 윳쿠리들의 희열의 원인은 다른 것에 있다.
성윳들이 들려주는 ‘바깥’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다양했다.
야생 동물의 이빨을 이겨내고 음식을 쟁취하는 팥소가 튀고 반죽이 타는 모험담.
시시각각 변화를 멈추지 않는 숲의 아름다움. 밤하늘에 점점히 박힌 별. 드넓은 하늘과 피에 젖은 듯 붉은 달. 시간과 계절에 따라 일곱 빛깔로 변하는 뇌쇄적인 호수 같은 삼라만상이 만들어내는 신비.
사냥에 나갔던 윳쿠리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윳쿠리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듣는다. 배를 감싸쥐고 폭소한다. 눈물을 흘리고, 공포에 떨고, 기적같은 광경을 상상하며 황홀해한다.
이야기를 할때 만은, 윳쿠리 플레이스에 느긋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바깥(おそと, 오소토)’
윳쿠리들은 외부 세계를 그렇게 불렀다. 이 단어를 입에 올릴 때면 어느 윳쿠리든 동경에 젖고 만다.
‘바깥’에 나가고 싶다. ‘바깥’을 보고 싶다.
사냥 담당이 아닌 윳쿠리들이 그런 희망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 희망이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밖은 위험하다. 그러니 어른이 되고 나서.
그것이 무리의 성윳들의 말이었다.
새끼 윳쿠리들은 마지 못해 수긍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경사로였다. 안과 밖을 잇는 가파른 비탈은 새끼 윳쿠리들이 올라 갈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한 새끼 윳쿠리들은 언덕 위에 있는 아치형 문을 부러워하는, 한이 맺힌 듯한 눈으로 매일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레이무는 성윳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레이무 역시 다른 윳쿠리들과 마찬가지로, 새끼 윳쿠리 시절 부터 ‘바깥’의 아름다움을 들으며 아치 문을 올려다 보며 자란 윳쿠리이다.
외부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은 매우 강하다.
당연히 사냥조에 들어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사냥조에 들어갈 지 말지를 결정할 때가 되자, 문제가 생겼다.
성체 윳쿠리는 사냥조와 집보기조로 나뉜다.
사냥할 때마다 동굴에 새끼 윳쿠리들만 남기고 갈 수는 없다.
따라서 남아있을 성체 윳쿠리가 필요하다.
그것이 집보기조다.
집보기조는 절대 사냥에 참가할 수 없다.
교대제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번 정해지면 사냥조는 죽을때 까지 사냥조이며 집보기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편 무리에는 레이무와 같은 나이의 파츄리가 있었다.
두 윳쿠리 모두 거의 동시에 성윳이 되며, 각각 사냥조와 집보기조에 한 마리씩 가기로 되어있기는 했지만, 어느 윳쿠리가 어느 조로 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파츄리도 사냥조에 가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이무는 자신이 있었다.
파츄리는 병약했다. 반면 지혜도 있고 재치도 있었고, 새끼 윳쿠리들을 좋아했다. 어떻게 봐도 집보기조의 소질이 있다.
반면 레이무의 경우 운동 능력을 높이 평가 받고 있었다.
적재 적소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레이무가 사냥에 나가고 파츄리에게 집보기를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사냥조의 성윳들은 판단을 망설였다.
논의 끝에 우두머리 마리사는 사냥조에 파츄리를 지명했다.
레이무는 그 결정에 불복해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했지만 결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 어찌 타협안이 제시되었다.
레이무와 파츄리가 공식적으로 성윳이 되기 전 까지는 아직 조금 유예가 있다.
그 동안 사냥조에 공석이 생기면, 레이무가 그 공석을 채우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사냥조의 윳쿠리들은 모두 젊고, 자연사할 확률은 극히 적었다.
우두머리 마리사의 결정이 이루어진 바로 다음날 파츄리는 시체가 되어 발견되었다.
범행은 한밤중. 동굴에 빛이라곤 없는 시간이다. 따라서 소리를 단서삼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싸우는 듯한 목소리는 누구도 듣지 못했다.
계획적인 범죄인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우두머리 마리사의 말 한마디에 수사는 중단되었다.
파츄리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레이무가 사냥조에 편성되었다.
우두머리 마리사는 레이무가 사냥조에 들어온 것에 대해 분명한 불만을 표했다.
신참 사냥꾼은 자신이 사냥꾼으로서의 재능을 갖고 있음을 주장했다.
우두머리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그런 게 아니라제.”
라고 만 말했다.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알 수 없었다.
마침내 그 때가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사냥의 날이다.
레이무는 사냥조의 선배인 열 한 마리의 윳쿠리의 뒤를 따라 돔을 빠져 나왔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아치형의 문을 지나 외부로 이어지는 긴 통로를 걸으며, 들뜬 마음을 필사적으로 눌렀다.
이윽고 하얀 빛으로 채워진 구멍이 보였다.
그러자 우두머리 마리사가 조원들을 멈춰 세우고, 레이무를 불렀다.
레이무는 안달이 났지만 겉으로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레이무, 두 가지만 말해두는 거제. 먼저, 무엇이 있어도 놀라지 않는 거제.”
쉬운 명령이었다. 처음으로 외부 세계에 나가는 것이다. 놀랄 일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마리사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는 거제.”
이 역시 쉬운 일이었다.
레이무는 상상 속의 세계에는 폭력의 몰아치는 거대한 숲에서 종횡 무진 사냥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사냥을 할 때 있어 망설임은 허용되지 않는다. 우두머리 마리사는 레이무를 흘겨 본 후, 등을 돌려 빛을 향해 저부를 옮겼다.
다른 성윳들이 뒤를 따른다.
레이무는 맨 뒤에서 나아가고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성윳들이 하얀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아, 그 너머에 고대하던 ‘바깥’이 기다리고 있다.
차가운 강물을 듬뿍 마시자. 달콤달콤을 양껏 먹고, 작은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조용히 낮잠을 즐기자. 물론 사냥에는 최선을 다한다. 많은 음식을 모아서 돌아가자. 그리고 아가야에게 바깥 이야기를 해주자.
영윳이 되자.
어두운 동굴의 태양이 되자.
폭발할 것만 같은 희열을 안고 레이무는 빛에 삼켜졌다.
바깥은 사막이었다.
모래와 돌로 덮인 땅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풍화된 암석이 굴곡 없는 모래바닥 위에 있었다. 녹색이라곤 드문 드문 서 있는 메말라버린 나무 뿐이었다. 가끔씩 바람이 불어와 마른 풀을 날렸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무기질한 청색만이 펼쳐져 있었다.
강의 시냇물 소리,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 잔잔한 호수, 작은 새의 지저귐.
그런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바들바들 떨며 뒤를 돌아 보았다.
큰 바위가 있었다.
바람에 깎일 대로 깎인 거대한 암석이 윳쿠리 플레이스의 지붕이었다.
그 위에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었다.
구불구불 뒤틀린 줄기를 가진 그 나무는 푸른 하늘에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사막 한 가운데임에도 잎의 녹색은 거짓말처럼 선명했다.
동료들을 보았다.
놀란 윳쿠리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모두 다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뜨거운 사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 두 마리 사냥조는 우두머리 마리사를 선두로 해 거대한 암석 뒤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인간의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의 앞에는 사막을 양단하는 아스팔트 도로가 있었다.
도로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사냥꾼들은 마을의 집집마다 찾아가 말을 걸었다.
문이 삐걱인다. 인간이 나왔다.
인간은 열 두 마리 윳쿠리들을 노려보았다.
“또…네 놈들이냐.”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처음 보는 인간의 거대함에 신참 사냥꾼은 충격을 받았다.
그 인간의 발치에 우두머리 마리사가 머리를 조아렸다.
주위의 윳쿠리들도 따라했다.
갑작스런 사건에 레이무는 반응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우두머리 마리사는 면상을 땅에 문지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부, 부탁드림미다, 밥씨를, 밥씨를 주데여엇! 모두들 배씨가 고픈데, 밥씨가 엄씀니다앗! 아가야드도, 데이무도, 파츄디도, 앨리드도, 모두, 배씨를 고파하고이씀미다앗! 그더니까… 머등지 상간엄씀미다! 음식씨를 나너주데여어! 부탁드딤미다앗! 더러어도 상감엄씀미다앗! 냄새나도 상감엄씀미다앗! 썩은 거시등 마덥능 거시등 머든지 상감엄씀미다앗! 밥씨를 바드면 곧바도 꺼디게씀미다앗! 인간씨에게능 폐끼치디안케씀미다! 부탁드딥미다앗! 뎨발, 뎨발, 밥씨릉 나너두데여엇… 머든지, 머든지 상간엄씀미다앗!”
우두머리 마리사만이 아니었다.
무리에서 가장 강한 열 한 마리 윳쿠리 모두가 인간의 발 앞에 엎드려 울며 애원하고 있었다.
레이무의 눈 앞에는 사냥꾼들의 모래 투성이 엉덩이가 나란히 모여 있었다.
위 아래로 흔들어대며 모래를 두드리거나, 좌우로 흔들어대며 분뇨를 흘리고 있었다.
수치심도 없이 음식을 구걸하는 뒷모습은 한심한 것을 넘어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한 마리, 멍하니 있는 놈이 있군. 네 놈들 맨 뒤다.”
레이무를 말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지적에 사냥조의 윳쿠리들이 조용해지더니, 벌떡 일어나 레이무들 둘러쌌다.
스물 두 개의 눈동자에는 핏발이 서있었다.
우두머리사가 얼른 인간에게 조아리라고 외친 것을 시작으로, 성윳들이 시뻘건 얼굴로 노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빨리 인간씨에게 음식을 달라고 빌어라. 노예라도 되라고 외쳐댄다.
전혀 현실감이 없는 광경이었다.
레이무는 천천히 면상을 모래에 대고, 음식을 구걸하는 말을 외치기 시작했다.
사냥꾼들도 애원을 재개했다.
“…옛다.”
잠시 후 인간의 무뚝뚝한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곧바로 거칠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모래위에 음식물 쓰레기가 쏟아져 있었다.
악취나는 생선, 변색된 썩은 고기, 달걀 껍질, 야채 꼭지, 썩은 냄새가 밴 탄수화물 덩어리등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것은 확실히 레이무가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먹던 음식이었다.
윳쿠리들은 황급히 음식물 쓰레기들을 모자에 쑤셔 넣었다. 레이무도 거들었다.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음식을 모은 윳쿠리들은 도망치듯 인간의 마을을 떠나 큰 바위속으로 사라졌다.
무리에게 돌아가기 직전, 우두머리 마리사가 레이무를 불러 세웠다.
다른 사냥꾼들에게는 먼저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레이무, 처음에 파츄리를 선택했던 이유를 말해주는거제.”
“느, 느으?”
아직 레이무의 팥소뇌에는 충격이 남아있었다.
혼란한 머리로 이야기를 듣는다.
“파츄리는 머리가 좋은거제.”
그것은 레이무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거짓말을 잘 하는거제.”
“거짓말?”
“밖에는 물씨가 있고 숲씨가 있고…그런 거짓말을 하는거제.”
우두머리 마리사는 싸늘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가야들은 분명 레이무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거제.”
지금껏 그래왔다.
아가야들은 첫 사냥에서 돌아온 윳쿠리들의 신선한 놀라움을 같이 느끼고 싶어한다.
레이무 역시 그랬다.
“제대로 ‘바깥’에 대해 이야기하는거제… 파츄리를 죽인걸로 제재당하고 싶지 않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제.”
“…”
마리사의 금발이 어두운 동굴 속으로 사라져간다.
우두머리 마리사의 말 그대로였다.
새끼 윳쿠리들은 레이무가 돌아온 것을 보자 마자 앞다투어 몰려왔다.
빛나는 눈으로 레이무를 올려다 본다.
레이무의 감동을 공유하기 위해 애타게 레이무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레이무는 눈가에 눈물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가야들, ‘바깥’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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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지적 및 감상 환영합니다.
오랜만에 함 해봤습니다. 이유는 짧아서(…)
제목을 뭐라 번역하기가 힘들군요. 저쪽일수록? 저쪽이야말로? 대충 동굴 안은 지옥이고 동굴 밖(저쪽)은 낙원이다, 라는 윳쿠리들의 생각과 달리 저쪽(밖)이야 말로 진짜 지옥이다 뭐 그런 의미인데 뭔가 잘 읽히는 표현이 떠오르질 않는 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