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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뭔가 문제가 생기시면 전화 주시거나 방문 해주세요.”
“아, 네. 안녕히 계세요.”
점장은 손님이 가게 문을 열 때 까지 접객용 미소를 그대로 유지했다.
“것 참... 요즘은 학대파랑 애호파랑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다니까.”
손님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점장은 떨떠름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 손님은 큰 맘 먹고 자신의 첫 펫윳쿠리를 사러 왔었다. 윳쿠리숍 입장에서는 귀중한 손님이다. 처음 윳쿠리에 도전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돈을 많이 쓰게 된다. 무난한 금뱃지 마리사 종 한 마리와 한 달치 사료, ‘집씨’와 장난감 몇 가지, 그리고 그것들 못지않게 중요하고, 또 그만큼 비싼, 전자동 윳쿠리 훈육 머신까지도.
“직접적인 폭력을 쓰지 않는 타입으로 사갔으니 충분히 애호파인거 아녜요?”
“아니, 뭐 그렇긴 한데... 너도 저거 작동 하는 거 보지 않았냐?”
손님이 사간 훈육 머신은, 머신 내부에 갇힌 윳쿠리들에게 ‘느긋할 수 없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려줌으로서 윳쿠리를 ‘훈육’하는 타입이었다.
“뭐어, 확실히 장난 아니긴 하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저걸 듣고 있느니 차라리 몇 대 맞고 말겠던데요.”
직접적으로 폭력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온갖 불쾌한 소음을 계속해서 듣는 것은 인간에게 조차 상당한 고통이다. 그러나 손님이 그 불쾌한 소음에 노출 되는 일은 없다. 저 윳쿠리 애호 머신의 제작비의 거의 대부분은 완벽한 방음 상태를 만드는 데에 들어갔으니까.
“처음 오픈 했을 무렵이라면 저런 걸 가게에 들여 놓기만 해도 난리가 났을걸.”
“아니, 점장님 스스로 추천한 거면서 뭘 그리 신경을 쓰십니까. 그보다는 비싼 거 하나 팔았으니 저한테 보너스라도 주세요.”
“니가 판 것도 아니잖아.”
윳쿠리라는 것이 나타난 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윳쿠리가 인간에게, 인간이 윳쿠리에게 익숙해짐에 따라 펫윳쿠리 업계 역시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이제는 아무리 애호파라 해도 윳쿠리가 인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에 따라 펫윳쿠리를 ‘훈육’하는 정도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애호파 조차 대화로 윳쿠리의 행동을 교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고참 직원한테 너무 하시네... 그럼 뭐, 저는 보너스 나오는 일 하러 가겠습니다.”
“아 그래? 오늘은 어디로 가려고?”
“오늘은 조금 멀리 가보려고요. 일제 구제 전에 좀 건져 와야죠.”
“그래. 좋은 걸로 건져와라.”
“맡겨 두십셔~”
직원은 업무용 앞치마를 벗고 모자를 썼다. 점장에게서 업무용 화물차의 키를 건네받은 다음 직원은 가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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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어느 공원에 도착한 직원은 화물차를 세운 후 짐을 내렸다. 약간의 달콤달콤과 비상용 오렌지 주스, 그리고 윳쿠리 운반용 카트. 얼마 되지도 않는 짐... 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크고 무거운 카트였다. 카트는 바퀴가 달린 판 위에 윳쿠리 케이지 12개를 쌓아올린 것으로, 손수레와 윳쿠리 케이지를 사다가 직접 만든 것이다. 아마추어의 솜씨로 튼튼한 것에 중점을 두고 만들다 보니 무게에는 신경을 쓸 수 없었다. 게다가 가게로 돌아 갈 때는 더욱 무거워 질 수도 있다. 이래저래 차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직원은 공원으로 들어섰다.
“느읏! 밥씨...! 느긋이 나타나라제...? 마리사 느긋이 사냥한다제...?”
“느으...! 이 팔~랑팔~랑씨, 뭔가 달-콤달-콤같은 냄새가 난다구우...!!”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드문드문 윳쿠리가 보인다. 일제 구제 요청이 들어왔을 정도니 이상할 것도 없다. 평소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유감인 일이지만, 직원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윳쿠리는 많을수록 좋다. 그럴수록 당첨이 있을 확률도 높다.
“느, 느읏! 이, 인간씨! 느읏!?”
“인간씨가 있다구요!!! 느긋하지 말고 도망... 느... 늣? 도시파적인 마차씨가...”
직원을 본 윳쿠리들이 깜짝 놀란다. 도망 간다구~ 인간씨는 느긋할 수 없다제~ 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도망치는 녀석들은, 이류다. 일류는 직원의 모습을 포착한 즉시 조용히 도망가고 있을 것이다.
한편 삼류들은 - 즉 대다수의 윳쿠리들은 - 그저 멍하니 직원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늣...! 쿨-한 웨건-씨라제...!”
“인간씨는 장식씨가 있다구...?”
윳쿠리의 취향에 맞추어 장식한 윳쿠리 운반용 카트와 머리에 쓴 모자 덕분에, 직원은 윳쿠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경계받는다. 알록달록 유치하게 장식해 놓은 카트와 그저 일하는 가게 이름이 박혀있을 뿐인 모자라도 윳쿠리들에게는 ‘느긋해’ 보이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헛된 기대를 품고 들러붙는 윳쿠리가 많아지는 바람에 곤란해 했겠지만, 직원의 경우 오히려 일부러 윳쿠리를 붙잡아 놓기 위해 일부러 이런 차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은 윳쿠리숍에서 팔 펫윳쿠리를 구하러 이곳에 온 것이니까.
길윳쿠리를 주워다가 윳쿠리 숍에서 판다니, 상식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보통 펫윳쿠리에도 ‘금뱃지 팥통’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애완견이나 애완묘에게 혈통서가 붙는 것처럼 말이다. 요컨대 금뱃지 윳쿠리에게서 금뱃지 윳쿠리가 태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럴 리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만약 금뱃지 윳쿠리는 금뱃지 아가야를 낳는다는 게 사실이었다면, 그렇게나 많은 수의 금뱃지들이 아가야 때문에 폐기처분 될 리가 없지 않은가. 금뱃지나 길윳쿠리나 낳는 애새끼의 수준은 비슷비슷하다. 결국 금뱃지 윳쿠리를 만드는 것은 팥통이 아니라 훈육이다. 그것은 이제 업계에 널리 알려진 상식이 되었다.
“커다랗고 느긋한 씽~씨~! 알고있어~!”
“저 모자씨... 본 적이 있다구...! 저번에도 윳쿠리를 데려갔다구...!”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자 몇몇 윳쿠리들은 직원을 알아보기까지 한다. 벌써 몇 번이나 똑같은 복장을 하고 이 공원에서 윳쿠리들을 주워갔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어... 저 인간씨가 바로... 전설의 P씨라구~!!”
“졔, 졔에에엣!!! 정말이냐졔!!”
“무큐... 그렇다구... 저 씽-씨와 모자씨... 전설의 P씨가 분명하다구...!”
정말로 느긋한 윳쿠리는, 느긋한 씽-씨와 모자를 가진 인간씨에게 선택되어 펫윳쿠리가 된다. 직원이 윳쿠리를 주워가는 모습을 본 윳쿠리들이 낸 소문과 가혹한 길윳쿠리 생활에 지쳐 기적만을 바라는 윳쿠리들의 욕망이 섞인 결과, 직원은 전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실 전설이라기엔 상당히 자주, 대략 3달에 한 번씩은 나타나긴 하지만, 그래도 2달이면 길윳쿠리의 평균 수명보다 긴 시간이다. 직원의 소문만을 들어봤을 뿐,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 길윳쿠리가 대다수인 것이다.
“느... 왔다제... 마리사에게 찬스씨가 느긋이 온거라제...!”
“무, 무큐... 현자인 파츄리는, 전설이 진짜는 걸 느긋이 알고 있었다구요...!”
길윳쿠리들의 눈이 온갖 것으로 번들거린다. 하지만 감히 나서는 녀석은 아직 없다. 아무리 삼류라지만 그래도 길윳쿠리. 인간에 대한 공포는 팥소뇌의 근본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늇! 거귀으 망햘 인갼쒸!”
“느으으으읏! 데이부으 아가야가아아아!”
그러나 어디에나 근본 없는 놈들은 있기 마련이다. 직원의 앞으로 뿅뿅 튀어나온 것은 한 마리의 꼬마 레이무였다.
“머햐다가 인제 온거냐규! 굼볭이뉸 레-뮤으 매니져쒸률 햐쓔 업땨규!! 툡아이됼~!인 레-뮤뉸 스케듈쒸갸 쟌뜍~!이랴규!! 샤쟤료 댜쿔댜쿔내냐!! 댱쟝이묜 댼댜규!”
꼬마 레이무가 직원을 향해 볼을 부풀렸다. 인간에 대한 경외는 조금도 없고, 턱도 없는 망상에 빠져있다. 게다가 양쪽의 귀밑털이 부풀어있다. 병신이 많은 레이무 중에서도 더욱 더 병신이 많기로 유명한 ‘와사종’이다. 만만찮게 게스인 제 어미와 함께 아비 마리사의 시체를 파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할 정도로 개노답인 녀석이다.
“흠... 좋아, 합격.”
“레-뮤 쳔샤쒸갸 대땨규우우!!”
그러나 직원은 고민도 거의 하지 않고, 집게로 꼬마 레이무를 집어 윳쿠리용 카트에 집어넣었다.
“느, 느으읏!?!?”
“저 망할 꼬마야가...!? 모르겠어~!”
윳쿠리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언제 어떻게 뒈져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그나마 주변의 윳쿠리들 까지 저승길 길동무 삼아 몰살 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일 개노답 애새끼가 눈앞에서 펫윳쿠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경악한 만한 짓을 한 장본인인 직원은 자신의 선택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다. 의심은커녕, 시작부터 괜찮은 녀석을 주웠다고 만족하고 있는 상태다.
“해,해,해, 해내다구우우우우!!! 데이부으, 데이부으 아가야가 펫뉴꾸리라구우우우!!”
‘합격’한 꼬마 레이무의 어미가 울부짖으며 카트에 달라 붙는다. 자신도 카트에 타려는 모양이었지만, 직원은 레이무를 한 번 흘끗 쳐다보기만 하고선 다시 카트를 끌며 걷기 시작했다.
“느!! 밴~씨! 느그지 멈주라구우우우!! 데이부능 펫뉴꾸리으 엄마야라구우우!!”
지저분한 몸뚱이를 카트에 문질러대지만, 카트는 멈추지 않는다. 직원은 어미 레이무는 보고 있지도 않았다.
“멈주라고 하잔나아아아!! 느그, 느! 아, 아파아아!? 주로 귀미털시가, 느, 느기기기기긱!?!?”
카트를 치덕대던 귀밑털이 카트 앞바퀴에 말려 들어간다. 귀밑털이 점점 더 말려 들어가며, 카트의 앞바퀴가 서서히 어미 레이무의 면상에 가까워진다. 회전하고 있는 카트의 앞바퀴에 눈이 닿자, 어미 레이무는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말려 들어갔던 귀밑털이 뜯어져 나갔다. 바닥에 널부러져 한 쪽만 남은 귀밑털로 갈려나간 눈을 싸쥔 어미 레이무 위로 카트의 뒷바퀴가 다가온다. 카트의 뒷바퀴는 미리 약속이라도 해 놓았던 것처럼 쩍 벌린 어미 레이무의 입 위로 올라섰다.
“느으으읏!! 기다려 주세요, 인간씨!! 부탁입니다!! 앨리스를 한 번만 봐달라구요!!”
또 다른 윳쿠리가 직원을 부른다. 말투만으로도 알 수 있지만, 상당한 개념윳이다. 직원은 발걸음을 멈췄다. 카트의 뒷바퀴를 크게 한 입 베어 문 듯한 모습이 된 어미 레이무가 소리 없이 버둥댄다.
“앨리스는, 앨리스는...! 스물 까지 셀 수 있다구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아직 성체라기엔 조금 작다. 그럼에도 단순 계산으로 보통 윳쿠리의 여섯 배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의 훈육만으로 금뱃지를 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곱, 여덟...”
“아니, 너는 좀... 아니야.”
“아호... 느?”
직원은 앨리스의 말을 잘랐다. 충격적인 불합격 통보에 앨리스는 입을 벌린 채 굳었다.
“느, 느...? 이, 인간씨...? 이유가... 이유가 뭐냐구요...? 그런 촌것인 아가야가 ‘합격’인데, 어째서, 어째서 앨리스가...?”
이 녀석 대단한데? 직원은 생각했다. 앨리스는 정중한 말투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직원에게 이유를 물었던 것이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넌 좀 너무... 대충 생겼어.”
“느? 느하아아아아!?!?!?”
초창기에는 ‘소질이 있는 윳쿠리를 태어난 직후부터 훈육해도 될까 말까 한 것이 금뱃지’라는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윳쿠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지금에는 그것도 옛말이다. 그 동안 쌓인 경험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간은 이제 윳쿠리의 습성은 물론 사고 방식마저 어느 정도 원하는 대로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게스로 태어나 대형 쓰레기로 자라난 성체 윳쿠리라도, 충분한 예산과 시간만 있다면 금뱃지 흉내 정도는 내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금뱃지 흉내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지간한 윳쿠리든 대충 금뱃지 흉내 정도는 내게 만들 수 있다면, 금뱃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 다시 말하자면 금뱃지 윳쿠리를 가장 비싸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외모이다. 사실상 금뱃지가 펫윳쿠리의 최소 조건이 되어버린 요즈음엔, 귀여운 외형을 하고 있을수록 비싸게 팔리게 된다. 윳쿠리에게조차 외모 지상주의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생물과 마찬가지로 윳쿠리들의 외형에도 한 마리 한 마리마다 개성이 있다. 장식물로 서로를 알아보는 윳쿠리들 스스로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는 부분이지만, 인간의 경우 그 개성에 따라 특정 윳쿠리를 식별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예쁘다’고, 또는 반대로 ‘못생겼다’고 인식할 수 있다. 직원은 그러한 윳쿠리의 미추를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예민하게 파악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선천적인 능력이 다년간의 윳쿠리숍 근무라는 후천적 경험과 합쳐져, 직원은 꼬질꼬질하게 때가 낀 길윳쿠리를 보면 이 녀석을 씻기고 훈련시키면 대강 얼마쯤에 팔아먹을 수 있는지를 대충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 사장이 이 재주에 대해 물어보자,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 뭐냐, 너는 그림체가 말이지... 좀.”
자신이 보기에는 한 마리 한 마리마다 ‘그림체’가 달라 보인다고.
“그, 그런, 그러어어어어언!! 그림체라니이이이!! 무슨 씹덕 같은 소리냐구요오오오오오오!!”
“으음...”
직원은 찬찬히 앨리스를 살펴 보았다. ‘그림체’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일단 대다수의 윳쿠리는 기본적으로 (윳쿠리에 대해 모르는) 인간이 보기에 ‘귀엽다’고 할 만한 외형을 하고 있다. 그것은 이 앨리스도 마찬가지이다. 귀엽다 아니다로 나누자면 귀엽다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뭐랄까, 조금 과하게 심플하달까, 화려한 맛이 조금 부족하다. 거기에다가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왠지 모르게 짜증나게 생겼다. 학대파에게는 확실히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작가로 비유하자면 스이소(http://yukkuri.shii.org/posts?page=19&tags=suiso&utf8=%E2%9C%93) 라고나 할까.
“으으으음... 좋아. 너는 정말로 지능이 높아 보이니까 말이지.”
“느... 느으으으으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씨이이이이이이!!”
잠시 고민하던 직원은 앨리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외형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저 정도 지능이라면 앨리스에 흥미를 가질 손님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느읏!! 마리사!! 마리사도!! 마리사는 정말로 느긋한 윳쿠리라제!! 느긋이 펫윳쿠리로 해주십시오오오오!!”
“흠. 숫자 세 봐.”
“느, 느으읏!! 하나, 두울, 자, 잔뜨윽...! 느, 잔, 잔뜩잔뜩...?”
“탈락. 일단 그림판 말고 다른 걸로 그려와라.”
다음으로 찾아온 마리사는, 다소 지저분해 보이는 그림체였다. 길윳쿠리답게 꼬질꼬질하기 까지 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살짝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말하자면 초기의 노라아키 같은 그림체였다.(http://yukkuri.shii.org/pools/272) 지능이라도 높았다면 찬스가 있었겠지만, 그것도 그냥 평범한 윳쿠리 수준이었다.
“느, 길거리 캐스팅이라구!! 레이...부에에엑!!!”
“으엑, 기분 나빠.”
그 다음 참가자는 자기 어필을 해보기도 전에 직원에게 차여 날아갔다. 불필요할 정도로 사실적인데다가 채색까지 유화 같은 질감이라 정말로 기분 나쁘게 생겼던 것이다. 작가로 치면 TMF였다.(http://yukkuri.shii.org/posts?page=3&tags=tmf) 물론 저런 그림체가 취향인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자신의 가게에 올 확률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느으읏!! 인간씨이이이!! 부탁입니다아아!!! 아가야를, 아가야를 제바아아알!!! 정말로, 정말로 느긋한 마리사의 보물입니다!! 마리사는, 마리사는 어떻게 되도 좋으니, 부디, 부디 아가야만이라도 부탁드립니다아아아!!!”
“실타졔에에에에엥!!! 아뺘야량 가티갸 죠탸졔에에에에에!!!”
“응응씨도 시시씨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아아아!! 인간씨에게 나쁜 말 따위 절대 하지 않습니다아아아!! 부디, 부디 아가야만이라도오오!!”
이어서 마리사 한 마리가 졔엥졔엥 울어대는 꼬마 마리사를 억지로 끌고 나오며 울부짖는다. 역시 서바이벌 오디션에 감성팔이는 필수인 것이다. 뻔하디 뻔한 촌극이었지만, 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식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자기 희생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 가점이면 가점이지 감점이 될 일은 아니다. 게다가 꼬마 마리사의 그림체는 작가로 치자면 타쿠미(http://yukkuri.shii.org/posts?tags=takumi) - 즉 최상급이었다. 여자 손님이라면 ‘귀여워~!’라고 외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직원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시원스럽게 꼬마 마리사를 ‘합격’시켰다.
“느으으읏!! 감사한거라제에에에!! 이제 아가야는... 느긋할 수 있는거라제에에에!! 느긋이...!! 늣...! 감사한거라제에에에!!”
마리사는 넙죽 넙죽 몇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직원에게 감사를 표한다. 직원는 연신 구불텅대는 마리사를 내려다보았다. 외모로만 보면 꽤나 상급이다. 옛날 순정만화같은 그림체라고나 할까. 상당히 더러워져 있지만, 그래도 미윳쿠리임은 분명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팔 수 있다. 정 안되면 꼬마 윳쿠리의 멘탈 케어에 도움이 된다는 핑계로 자식놈에 끼워 팔 수도 있을 것이다.
“어이, 마리사, 잠깐 입 좀 벌려봐.”
“느, 느!! 아, 알겠습니다제 인간씨!! 느아아앙~”
다만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은 마리사의 입에 고급 윳쿠리 푸드를 던져 넣었다.
“느? 느... 느...!! 해,해,해,해,행보오오오옥!!!”
난생 처음 맛보는 달콤함에, 마리사는 방금 전 직원에게 감사 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격렬하게 몸을 뒤틀어댔다.
“역시... 이렇게 생긴 놈들 중엔 가끔 이런 게 있단 말이지...”
뭍에 올라온 물고기 마냥 마리사가 몸을 뒤틀어댄다. 몸 전체를 발갛게 물들인채, 공중파 방송은커녕 인터넷 방송에라도 올라왔다가는 꽤나 논란이 될 표정으로 - 굳이 말하자면 느헤가오라고나 할까 - 부들부들 떨면서 전신에서 설탕즙을 찔찔 짜낸다. 괜히 세밀하고 정성이 담긴 그림체를 하고 있는 탓에 정말로 보기에 불쾌하고 민망하다. 작가로 치면 토냐자카(http://yukkuri.shii.org/pools/1850)였다. 저런 녀석을 팔았다가는 언론에 보도될 지도 모른다. 물론 세상은 넓고, 어딘가엔 저런 표정의 윳쿠리가 취향인 인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 그런 윳박이 따위는 가게에 한 발짝도 들이게 하고 싶지 않다.
“느으으으으!! 어째서 마리사만 달콤달콤씨를!! 불공평하다구우우!?”
“느읏!! 마리사만 주지 말고 마리사한테도 달라제!! 당장이면 된다제!!”
마리사가 달콤달콤을 먹는 것을 본 윳쿠리들이 소란스러워진다. 여기 있는 윳쿠리들에게 나눠 줄 만큼의 윳쿠리 푸드는 가지고 있지 않다. 있다 해도 줄 생각은 없다. 직원은 윳쿠리로 돈을 벌러 온거지 윳쿠리한테 돈을 쓰러 온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냥 무시해 버리기엔 너무나 시끄럽다. 적당히 몇 마리 뭉개버리면 조용해지겠지만, 그러면 윳쿠리들이 도망가 버릴 것이다.
“귀찮구만. 알았어. 달콤달콤을 독점하는 게스를 제재 할 테니까 조용히 좀 해라 좀.”
직원은 아직도 고급 윳쿠리 푸드에 취해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마리사의 모자를 밟았다.
“느헤에... 해, 행보... 행보~옥... 느... 느긋... 느... 느...?”
신발 바닥에 붙은 껌을 땅바닥에 문질러 떼듯 체중을 실어 확실하게 문지른다. 마리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모자는 거친 아스팔트 바닥과 신발 사이에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갈려나갔다.
“제...제,에...제...?”
아가야가 펫윳쿠리가 되고, 자신을 보며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직원의 모습에 설마 나도...?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윳생 처음으로 달콤달콤까지 먹게 되었는데 - 갑자기 자신의 모자가 윳쿠리의 어휘력으로는 제대로 묘사할 수도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운수 좋은 날 보다도 급격한 상황 변화에 넋이 나가버린 마리사는 그저 입만 뻐끔대며 직원과 자신의 모자(였던 것)를 번갈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왜. 뭐. 자기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며.”
심드렁하게 대답하고, 직원은 마리사에게서 완전히 신경을 꺼버렸다.
“됐냐? 뭐, 혹시 장식이 이렇게 되더라도 달콤달콤이 먹고 싶으면 말해. 줄 테니까.”
“느! 달라구!! 레이무에게 달콤달콤씨 달라구!! 당장이면 된다구!!”
“하아...”
직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이무 한 마리가 나선다. 방금 마리사의 모자가 갈려나가는 거 못봤냐? 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나름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했지만, 윳쿠리의 탐욕과 멍청함만은 인간의 예상을 쉽사리 뛰어 넘는다. 직원은 한숨을 내쉬며 윳쿠리 푸드를 바닥에 던졌다.
“달콤달콤씨!! 느, 해, 해, 해븡상태애애애!!!”
이 녀석도 팔릴 만한 그림체는 아니다. 최대한 빨리 그리는데 중점을 둔 것 같은, 마치 키리시마 류지(http://yukkuri.shii.org/posts?page=74&tags=kirishima_ryuji)같은 그림체이다. 이런 그림체인 녀석이 지능이 높다면 그것도 꽤나 웃기겠지만, 아무리 봐도 이 녀석의 지능은 윳쿠리 중에서도 평균 이하임이 분명해 보인다.
“다 먹었냐?”
“느으!! 잠깐 기다리라구!! 레이무의 느긋한 리본씨를 아-야아-야 하기 전에, 불쌍한 레이무의 이야기를 들으라구!! 느읏! 사실, 레이무에게는 느긋한 마리사가 있었다구! 그런데 갑자기...”
“나가 임마.”
“느게엑!”
직원은 같지도 않은 싱글 마더 썰을 풀려는 레이무를 걷어찼다. 고작 걷어차이는 것 한 번으로 달콤달콤을 먹을 수 있다면 길윳쿠리로서는 수지맞는 장사이겠지만, 그런 건 길윳쿠리에게 있을 수가 없다. 리본은 레이무가 정신없이 윳쿠리 푸드를 탐하는 동안 이미 아스팔트 바닥과 하나가 되어있었다.
“늣! 인간씨! 이제 마리사 차례라제! 얼른 달콤달콤 달라제! 느후훗...”
“아, 진짜...”
역시 한 두 번 정도로는 팥소뇌에 제대로 입력되지 않는다. 질리지도 않고 다음 도전자가 나선다. 주저나 각오는 보이지 않는다. 직원의 말을 듣지 못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리사의 표정은 자신 만만했다. 그런 표정을 지은 윳쿠리의 98퍼센트 이상이 5분 내로 사망한다는 것을, 과연 마리사는 알고 있을까.
“느긋이... 느긋이... 지금이다제에에!!”
직원이 한숨을 쉬며 윳쿠리 푸드를 바닥에 던지자, 마리사는 뾰옹뾰옹 뛰어와 푸드를 입에 믈고서 달아났다.
“느, 느헤헤헤헤헤헷!! 네놈들은 그래서 안 되는 거라제!! 조금은 마리사처럼 생각!씨를 하는게 어떤거냐제!!”
다른 윳쿠리들을 비웃으며 마리사가 뛰어간다. 제 말마따나 평소에 머리를 많이 쓰기 때문일까. 훤히 드러난 마리사의 정수리는 휑하니 비어있었다. 마리사의 뒷모습이 뾰옹 뾰옹 멀어져간다.
“병신인가... 아, 윳쿠리였지.”
마리사로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인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마리사가 윳쿠리 푸드 앞에 멈춰 선 후 그것을 입안에 넣는 데에는 3초는 족히 넘게 걸렸다. 직원이 집게로 마리사의 모자를 집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직원은 집게를 뻗어 윳쿠리는 절대 닿을 수 없는 높이의 나뭇가지에 마리사의 모자를 꿰어놓았다.
“더 있어? 없지?”
직원을 바라보는 윳쿠리들의 눈은 아직 욕망으로 번들거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더 이상 나서는 윳쿠리는 없었다. 달콤달콤을 달라는 녀석도 없고, 오디션을 보러 오는 녀석도 없다. 직원은 모여든 윳쿠리들은 한 번 더 훑어보았다. 주워갈 만한 녀석은 이제 눈에 띄지 않았다.
“흠. 이대로 돌아가기엔 조금 아쉬운데.”
아직 이 공원에는 확인하지 못한 윳쿠리들이 꽤 남아있다. 직원을 보고 달아나 버린 녀석들이다. 그 중 당첨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뭣도 모르고 직원 앞에 몰려든 어중이 떠중이들보다 똑똑한 녀석들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거기에 그림체까지 괜찮다면? 놓치기에는 아까운 녀석들이다. 직원은 공원을 한 바퀴 훑어보기로 했다. 직원은 다시 카트를 끌며 걷기 시작했다. 카트 뒷바퀴에 깔려 있던 어미 레이무는 마침내 해방되었다. 카트가 움직인 순간 움찔 떨며 시시를 찌익 뱉어낸 것을 보면 숨은 붙어있던 모양이지만, 어미 레이무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느으!! 알았다구!! 레이무 벗으라면 벗는다구!! 늣! 그래도 그라비아까지만 이라구? 그 이상은...느부웃!!”
“니 가죽을 벗겨주마...”
“알았다구요!! 앨리스가 양보하겠다구요! 솔로 데뷔는 포기하겠...느고오옥!!”
“지나가게 길이나 양보해주라...”
“느으으읏!! 인간씨!! 마리사의 눈을 보는 거라제!? 그러면 마리사의 열정!을 느긋이 알아 볼 수 있는 거라제!! 느으읏!! 인간씨!! 마리사의 눈씨... 눈씨가가아아아아!!!”
“좀 꺼지라고 이제!”
직원이 이대로 떠나버릴 것이라 생각한 윳쿠리들이 직원에게 몰려든다. 주울만한 녀석은 이미 주웠다. 이렇게 계속 몰려들어봐야 짜증만 날 뿐이다. 이제 윳쿠리들의 경계심을 사던 말던 아무런 상관도 없어진 직원은 마음껏 윳쿠리를 차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윳쿠리들의 연예계 데뷔에 대한 열망은 강렬했다. 비명과 팥소가 날려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윳쿠리들은 계속해서 직원의 발 앞에 몸을 던졌다.
“이건 뭐 윳쿠리용 저거노트도 아니고...”
이 공원에는 몇 번이고 왔었기에 직원의 머리 속에는 ‘우수한’ 길윳쿠리들이 거처를 마련할 만한 곳도 대충 입력되어 있다. 그런 우수한 윳쿠리들은 집을 은폐하는데도 신경을 쓰기 마련이지만, 인간의 눈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직원은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걸어갔다.
“어디 보자...”
직원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뉴삐이이이잇!!!”
“도망, 도망인거라제에에에!!”
벤치 뒤의 사각에 놓여있던 상자를 집게로 집어 흔들자 윳쿠리들이 튀어나온다. 뭔가 보통과는 다른 인간씨가 윳쿠리들을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집안에 숨어있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그럭저럭~이네.”
모자와 카트에 현혹되지 않는 신중함은 높이 살 만하지만, 그림체가 좀 대충대충인 느낌이다. 레미랴아키(http://yukkuri.shii.org/posts/72669?tags=remiryaaki) 같은 느낌이랄까. 뾰옹 뾰옹 도망가는 부모 윳쿠리들을 내버려 두고, 직원은 굼벵이처럼 꿈질대며 도망가고 있는 꼬마 마리사를 집어 들었다.
“마리샤갸 냘걔률-”
“쳇.”
뒤통수와 엉덩이 밖에 보질 못해 제대로 확인하려 했던 것이지만, 굳이 확인해 볼 필요도 없었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눈이 크면 보통 귀여워 보이기 마련이지만, 이 녀석은 뭔가 기분 나쁠 정도로 크다. 부모와 마찬가지로 그림체가 심플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작가로 치자면 바리이토(http://yukkuri.shii.org/posts/78185?tags=bary%C4%ABto)였다.
“-쇼네 너어땨ㅈ부구엑!”
집게로 집었던 꼬마 마리사를 휙 던져 버리고, 직원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느읏! 얼른 집으로 느긋이 돌아간다제! 오늘의 점심씨는 곱배기!씨인 거라제!”
직원과 그를 따라오는 윳쿠리들과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마리사 한 마리가 눈에 띈다. 경쟁자들이 전부 오디션을 보러 모여들었을 때를 틈타 혼자서 여유롭게 ‘사냥’을 해서 돌아가는 모양이다. 영리함과 담대함이 돋보이는 행보였다. 직원은 성큼성큼 걸어가 마리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느읏, 아가야들이... 느,”
갑자기 자기 앞을 막아선 직원을 본 마리사가 얼어붙는다. 당첨이다. 직원은 씨익 웃었다. 윳쿠리의 귀여움이 잘 표현된 Big.g(http://yukkuri.shii.org/posts?page=1&tags=big.g)의 그림체였다. 직원은 마리사가 물고 있던 모자를 집게로 빼앗았다.
“느으으!! 마리사의 모자씨!! 느, 느아아아!! 느긋이, 느긋이 멈추라제!! 그건 마리사들이 우-걱우-걱할 밥씨, 느, 느으으으읏!! 모자씨! 모자씨이이이이!!!”
직원은 마리사의 모자를 뒤집어 그 안에 들었던 쓰레기들을 털어낸 다음 카트를 열어 그 안에 모자를 던져었다. 그러자 마리사는 모자를 쫓아 제 발로 카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직원은 재빨리 카트의 문을 닫아 잠그고 다시 발을 움직였다. 유능한 가장이 갑자기 납치되어버린 마리사의 가족들의 윳생은 꽤나 힘들어지겠지만, 직원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역시 많이 모여 있으니 당첨도 많이 나오는군... 응? 저기 또 있네.”
자판기와 자판기 사이에 또 골판지 상자가 있다. 입구가 길 반대쪽을 향해 있어 안은 보이지 않는다. 직원은 집게를 뻗어 상자를 흔들었다. 윳쿠리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는 일은 없었지만, 집게에 전해지는 무게를 통해 보건대 이 상자 안에도 무언가가 들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윽... 설마 윳쿠리 시체...”
괜히 건드렸다가 구역질 나는 광경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직원은 최대한 상자에서 멀리 떨어져 조심스럽게 상자를 끌어당겼다.
“...!”
“...”
직원과 앨리스의 눈이 마주친다. 앨리스는 이빨이 부서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빨을 꽉 물고 있다.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고 있던 것이다. 레이무와 마리사와 달리 앨리스는 입을 막을 귀밑털조차 없음에도, 앨리스는 끝까지 비명을 참았다. 탈윳쿠리급 자기 통제력이었다.
“휴우... 어이쿠, 실례.”
뭐야, 그냥 윳쿠리잖아. 직원은 안도하며 상자를 원래 있던 곳으로 밀어 넣었다. 앨리스의 그림체는 모루타로(http://yukkuri.shii.org/posts?tags=morutarou) - 나름 귀여운 맛이 있지만 지나치게 수수하달까, 그리 비싸게 팔릴만한 녀석은 아니었다.
슬슬 돌아갈까. 카트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던 직원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저 멀리 수풀 위에, 낙엽과 나뭇가지가 얹혀 있는 것이 보인다. 만약 저것이 윳쿠리가 집을 숨기기 위해 한 짓이라면, 그 윳쿠리는 꽤나 똑똑한 녀석일 것이 분명했다. 인간의 시선은 윳쿠리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간이 ‘내려다’보게 되는 집의 윗부분을 숨기려고 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어찌 위장을 했더라도 정작 윳쿠리 스스로는 자신의 집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 위장이 얼마나 어색한지는 알 수 없었고 - 오히려 그 어색한 위장 때문에 인간의 눈에 띄고 말았다.
“뭐, 그게 윳쿠리 퀄리티지만.”
마지막으로 저기나 한 번 뒤져보고 갈까. 직원은 카트를 세워 둔 채 홀로 수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카트를 끌고 가면 거기에 따라 붙는 윳쿠리들 때문에 눈치 채일 것이 뻔했다. 어차피 윳쿠리의 힘으로는 카트를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직원이 수풀에 다가서자, 레이무 한 마리가 수풀에서 뛰쳐나왔다.
“느, 느, 느, 히, 히이이이... 느히...!”
레이무는 완전히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지만, 직원을 보고 깜짝 놀라지는 않았다. 직원의 접근을 이미 눈치 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레이무는 벌벌 떨며 시시를 조금씩 흘리면서도 - 어찌 된 일인지 도망가지 않았다. 입에 나뭇가지를 문 것을 보면 맞서 싸워보려는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직원에게 달려드는 것도 아니다.
미끼이다. 자신이 인간의 시선을 붙잡은 사이 다른 녀석들이 도망가게 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 하면서도 직원은 레이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대박이 났군. 직원은 생각했다.
이번 오디션의 1위가 등장했다. 다른 녀석들과는 그리는데 들인 선의 개수가 다르다. 귀엽다라는 말로는 조금 모자라다는 생각이 드는 고급스러운 외모였다. 작가로 말하자면 M1아키의 후기 그림체(http://yukkuri.shii.org/posts/64747?tags=m1)였다. 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직원의 미소를 본 레이무는 더욱 심하게 몸을 떨었다.
“느,히이...”
레이무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였다. 홀린 듯이 레이무를 바라보며 저게 얼마쯤에 팔릴지를 상상해 보던 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레이무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다.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마리사 한 마리가 자신의 다리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우오앗!!”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다리를 움직여 마리사를 피했다. 자신이 할 행동을 외치는 것은 윳쿠리에게 있어 거의 호흡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마리사는 느긋이 죽으라제에에에 같은 소리는 외치지 않았다. 때문에 마리사의 기습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직원은 거의 넘어질 뻔 했다.
“느겟! 느, 느읏...!!”
직원의 다리 대신 바닥에 얼굴을 부딪힌 마리사는 잠시 신음하더니 곧바로 자세를 바로 잡아 직원 쪽을 향했다. 입에는 녹슨 못이 물려져 있다. 직원과 눈이 마주친 마리사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있었다. 인간이 윳쿠리에게 어떠한 존재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느, 느히이!! 최강으 바디자가, 똥닌간씨를 제재해주게따제에에에에!!!”
마리사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발악하듯 외쳤다. 인간을 제재하겠다. 그렇게 외친 마리사 자신조차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임을 잘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마리사는 그렇게 외쳤다.
“느히이이이이이이잇!! 주그라제에에에!!! 채강으 마리사가아아아...!! 게스 닝가늘 젯재해두게따제에에에!!”
아무리 봐도 목숨 구걸에 어울릴 반쯤 우는 듯한 표정과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마리사는 다시 직원에게 달려 들엇다. 녹슨 못을 물고 있다 해도 윳쿠리의 힘으로 바지의 천을 뚫지는 못하겠지만, 스치기라도 했다 파상풍에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섬찟하다. 윳쿠리에게 공격당해 병원행이라니 농담도 못 된다. 당장이라도 밟아 으깨버려야 한다. 실제로 위해를 끼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인간을 공격한 윳쿠리를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직원은 발을 들어 - 돌진해 온 마리사를 슬쩍 뛰어 넘었다.
“대-박. 대애애애박!!”
직원은 환희에 차 외쳤다. 밟아 으깬다니 말도 안 된다. 마리사의 그림체도 레이무와 같았던 것이다. 한 마리만 해도 대박인데 두 마리라니. 세트로 내 놓으면 얼마가 될지 가늠도 잘 안 된다. 자신도 모르게 흐흐흐, 하고 웃는 직원을 보며 레이무와 마리사는 절망에 빠졌다. 이대로 가지고 놀다 천천히, 처참하게 숨통을 끊어 주마, 라고 말하는 표정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느히이... 제,제재애애!! 느그타지 모탄 잉강씨는 제재해주게따구우우우!!”
레이무 역시 공포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직원을 향해 달려 들었다. 직원은 슬쩍 움직여 레이무의 공격을 피했다.
“어, 이거 좀...”
직원은 난감함을 느꼈다. 윳쿠리 두 마리의 공격 정도야 입에 뭘 물고 있든 위험할 것은 하나도 없지만, 직원의 목표는 분쇄가 아니라 생포다. 그것도 가능하면 상처 하나도 없이. 비싸게 팔릴 상품에 조그마한 상처 하나라도 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두부 모서리에 대가리를 박아 뒤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게 윳쿠리이다. 그런 것들을 상처 하나 없이 포획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무장을 해제시키는 것조차 상당히 힘들다. 입에 물고 있는 것을 억지로 잡아 빼내려 하면 분명 입과 치아가 손상되어 버릴 테니까. 이대로 붙잡아서 카트로 갈까? 하지만 날뛰는 성체 윳쿠리 두 마리를 동시에 옮기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귀밑털을 잡으면 한 손에 한 마리씩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상태에서 날뛰었다가는 귀밑털이 끊어질 지도 모른다. 그럼 한 번에 한 마리씩? 한 마리를 카트로 옮기는 사이 다른 한 마리가 도망갈 것이 뻔하다. 달콤달콤으로 회유? 이 정도로 똑똑한 녀석들이라면 오히려 경계심을 높이게 될 것이다.
“젠장, 라무네 스프레이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느히이이이이잇!!! 느그시 주, 주, 주그라구우우!!”
“얌마, 그만둬! 위험하잖아!”
직원이 다시 한 번 레이무의 공격을 피했다, 라기 보다는 레이무의 자해를 막았다. 레이무의 공격을 받아줬다가는 나뭇가지가 레이무의 뒤통수를 뚫고 나올 것이다. 이대로 계속 공격을 피하며 지쳐 나자빠질 때 까지 기다릴까? 꽤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정도는 참을 가치가 있는 녀석들이다.
“엇차. 아니, 그것도 안 돼지...”
이어진 마리사의 공격을 피하며, 직원은 마음을 바꿨다. 계속 이렇게 마구 뛰어다니게 내버려 뒀다가는 서로 부딪혀서 다칠 것이 뻔하다. 나뭇가지가 눈에 박힌 채 울부짖는 마리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일단 무장 해제를 시키자. 직원은 자신에게 뛰어 오고 있는 마리사의 모자를 집게로 잡은 다음 아래로 끌어 내렸다.
“느, 느으으읏!?”
끌어 내려진 모자의 챙이 마리사의 눈앞을 가린다. 마리사가 귀밑털을 허우적대며 당황하는 사이, 직원은 집게를 팽개치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레이무를 양 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흐느를늘그이쓰~!!”
하늘을 날고 있어~라고 말하느라 나뭇가지를 놓쳐주기를 바란 것이었지만, 레이무는 초윳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나뭇가지를 놓지 않았다. 직원의 양 손에 붙들린 채 직원과 눈이 마주친 레이무는 공포로 부르르 떨며 시시를 찌익 갈기더니 - 이내 악귀 같은 표정으로 입에 문 나뭇가지를 움직여 직원의 팔을 툭툭 때리기 시작했다.
“근성 보소...”
고급지게 생긴 주제에 근성은 갤리선 노예급이다. 직원은 조심스럽게 레이무를 다시 바닥에 내려 놓았다. 레이무는 직원의 행동이 완전히 의외였는지 순간 멍하니 직원을 바라보았다. 직원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레이무가 물고 있던 나뭇가지를 양 손으로 잡아, 레이무의 입에는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툭 하고 부러트렸다.
“느아아...!”
무기(라고 하기엔 좀 많이 빈약했지만)를 잃은 레이무가 경악한다. 직원은 곧바로 몸을 돌려 마리사를 향했다. 마리사는 마악 모자를 고쳐 써 시야를 회복한 참이었다. 직원은 그대로 재빨리 마리사에게 접근했다.
“느기... 느, 느케, 느케에에엑!!”
직원은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못을 마리사의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못의 길이는 레이무가 물고 있던 나뭇가지의 반도 안 됐다. 마리사의 입 안을 찌를 리는 절대 없었다. 마리사는 갑자기 입안에 들어온 이물에 당황해 켁켁거리다가 그것을 뱉어냈다. 직원은 마리사가 뱉어낸 못을 주워 저 멀리 던져버렸다.
“느, 히이...!”
“느아아...!”
순식간에 무장을 해제 당한 두 마리 윳쿠리의 얼굴에 절망이 퍼져나간다.
“느, 느으읏!! 마리사는, 마리사는 도망간다제에에!!”
“레이무, 레이무도 도망간다구우우우!!”
보통 윳쿠리라면 ‘어째서어어어어!?!?’라고 외치며 경악하는데에 15초 정도는 소비할 상황이었지만, 역시 레이무와 마리사는 보통 윳쿠리는 아니었다. 두 마리는 곧바로 몸을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직원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공격해오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레이무와 마리사는 날쌔게 도망갔다. 믿고 있던 무기를 잃어 멘탈이 나가버린 것일까. 그러나 뾰옹뾰옹 뛰어 도망가던 레이무와 마리사는 갑자기 멈춰 서서 직원 쪽을 돌아보았다. 표정과 하는 말이 맞지를 않는다. 표정과 행동도 맞지를 않는다. 행동과 행동의 앞뒤가 맞지를 않는다.
자신의 직감에 따라, 직원은 레이무와 마리사를 쫓지 않고 그대로 뒤로 돌아섰다. 그곳에는 맨 처음 눈에 들어왔던 수풀이 있었다. 직원은 수풀의 뒤쪽으로 돌아들어갔다.
“느, 느, 느아아아아아아아!! 어째서어어!! 어째서어어어어!?!”
“느긋이 그만두라제에에!! 이쪽이라제!! 마리사를 쫓아오는거라제에에!?”
직원이 자신들을 쫓아오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로부터 도망가듯 자신들과 정반대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레이무와 마리사는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방금 전 까지 직원에게서 도망가던 윳쿠리 두 마리는 이제 반대로 직원을 쫓아 뛰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수풀 뒤로 돌아 들어간 직원은 뾰옹뾰옹 뛰어가고 있는 꼬마 레이무와 마리사를 발견했다. 부모가 ‘도망간다’고 외치면 도망가기로 약속해 둔 것일까. 상당히 지능이 높은 녀석들이다. 아직 꼬마 인데도 뾰옹뾰옹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체 능력도 평균을 훨씬 웃돌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인간에게 발견 된 이상 인간을 따돌릴 수는 없다. 직원은 단 두 걸음 만에 두 마리 꼬마 윳쿠리를 따라 잡았다.
“능냐아아아아아아!! 하느를 날고이써어어어어어어!!?”
“뉴와아아아아아!! 여둉섀애애애애앵!! 하느를 냘고이써어어어어어어!!!”
“아가야아아아아!! 안돼애애애애!!!”
“느아아아!! 느긋이 그만둬주세요라제에에에!!”
꼬마 윳쿠리들의 비명을 들릴ㄴ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 인간은 레이무와 마리사의 생각쯤은 뻔히 들여다보인다는 듯이 분명 보이지도 않았을 아가야들을 쫓아가 붙잡았다. 레이무와 마리사는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헤, 헤헤헤...”
양 손에 쥔 꼬마 윳쿠리들을 들여다보며 직원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레이무와 마리사는 그 모습에 완전히 절망했다. 살려 달라고 비는 것 보다 죽여 달라고 비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직원의 모습은 레이무와 마리사가 그렇게 생각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헤헤헤헤헤....”
갑자기 조용해 진 공원 한 구석에 직원의 웃음소리만이 퍼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직원은 윳쿠리 일가를 유린할 생각에 웃고 있던 것이 아니다. 이제 언제 무슨 일을 당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죽음, 어쩌면 그 보다 더한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레이무와 마리사는, 그리고 손에 쥔 꼬마 윳쿠리들조차 이를 악문 채 부들부들 떨 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삐익삐익 소리를 내서 인간을 자극해 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일까. 윳쿠리라고는, 더욱이 꼬마 윳쿠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자기 통제력이다. 혹독한 길거리 생활이라는 훈육을 통해, 이 윳쿠리 일가는 펫윳쿠리들이 갖춰야할 덕목들을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런 덕목 따위는 아주 사소한, 부차적인 장점에 불과하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 이 녀석들의 그림체 역시 자기들의 부모들과 똑같다는 점이다.
“헤,헤헤... 헤헤... 츠읍, 후, 후우...”
최고급 펫윳쿠리 일가 세트라니. 도대체 얼마가 될까. 입가에 뭔지 모를 액체가 흐르는 것을 느끼고, 직원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침이었다. 군침은 먹을 것을 봤을 때만 흐르는 것이 아니었군... 직원은 자신의 어깨에 입가를 문질러 닦은 다음 마리사에게 짤막하게 말했다.
“모자.”
마리사는 움찔 떨었지만, 직원의 말에 따르지는 않았다. ‘느긋한 모자씨’를 포기 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가족을, 아니 아가야만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모자 정도는 내줄 수 있다. 그렇다. 살릴 수만 있다면. 그러나 눈앞의 인간은, 모자를 주면 아가야를 놓아 준다는 말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설사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그 말을 믿기는 힘들었다.
“느... 느긋... 그마...ㄷ...”
마리사는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온 말을 힘껏 삼켰다. 무슨 말을 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애원을 하든 저주를 하든, 그저 눈앞의 인간을 자극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의 말에 따르지 않는 것 역시 인간을 자극할 수 있다. 마리사는 팥소가 입으로 튀어나오려 하는 것을 느꼈다.
“모자.”
직원은 다시 한 번 말하며 양손에 든 꼬마 윳쿠리들을 흔들어 보였지만, 그래도 마리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 없나. 직원은 꼬마 윳쿠리를 쥔 손에 서서히 힘을 넣었다.
“...뉴, 뉴...! 뉴...!?”
“뉴, 늉냐, 뉴, ㄴ...!!”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던 꼬마 윳쿠리들은 곧 비명을 지를 수도 없게 되었다. 직원의 손에 눌린 팥소가 입으로 쏟아져 나오려 했기 때문이었다. 비명을 대신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꼬마 윳쿠리들의 엉덩이가 더욱 분주하게 씰룩이기 시작한다.
“모자.”
마리사는 결국 직원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의 말을 듣는다고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모자를 뺏기는 것은 그저 고통의 시작에 불과할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마리사는 모자를 벗어 입에 문 채 직원에게 내밀었다. 직원은 손에 쥐고 있던 꼬마 윳쿠리들을 마리사가 내민 모자 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느... 느흐... 느... 느?”
꼬마 윳쿠리 두 마리를 마리사의 모자에 넣은 직원은, 그대로 뒤로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대체 어떤 끔찍한 일이 닥쳐올지 상상하고 있던 마리사에게 그것은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마리사와 레이무는 멍하니 멀어져가는 직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대체 왜? 인간씨조차 무서워할 무언가가 나타난 것일까? 마리사와 레이무는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럴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기 때문일지, 아니면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마리사와 레이무는 직원이 다시 자신 쪽으로 걸어와 아가야들이 든 모자를 낚아채갈 때 까지도 멍하니 직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느,”
마리사는 모자가 자신의 입에서 빠져 나가는 감촉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느, 느, 느아아아아아아아아!! 어재저 이던지슬 하능거냐제에에에에에에!!”
“느아아아아아!! 아가야를... 아가야를 돌려달라구우우우!!”
직원은 그저 내팽개쳤던 집게를 주우러 갔던 것 뿐이었다. 그러나 직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가족 몰살의 문턱에서 올렸다 떨어트리기를 당하고 만 마리사와 레이무는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직원은 아무런 생각도 무기도 없이 달려드는 레이무와 마리사를 가볍게 피한 다음, 내버려 두었던 카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느아아아아!! 느긋이, 느긋이 거기 서라제에에에!”
“얼른 아가야를 돌려달라구우우우!!!”
안 그래도 어떻게 카트에 데려갈 지가 걱정이었는데, 알아서 쫓아와 주니 잘된 일이다. 직원은 흐뭇하게 웃으며 발걸음을 빨리 했다. 가볍게 뛰는 것도 아니라 그저 빨리 걷는 것뿐이었지만, 레이무와 마리사는 온 힘을 다해 뛰는 것으로도 직원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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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여 이건... 좀비 영화도 아니고.”
잠시 내버려 둔 사이 카트에는 난리가 나 있었다. 꾸역꾸역 카트에 몰린 윳쿠리들이 서로를 발판삼아 어떻게든 카트위에 올라타려 발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원의 중얼거렸던 것 처럼 서로를 딛고 올라서며 벽을 넘으려 하는 좀비 웨이브 같은 모습이었다. 아래쪽에 있던 윳쿠리들은 이미 위에 올라탄 윳쿠리들의 무게에 으깨져 있었다. 강렬한 시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윳쿠리들은 어떻게든 카트 위에 올라서려 계속해서 서로를 짓밟아 대고 있었다.
“카트에 타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이지...”
직원의 근처에 있던 쓰레기통 위에 마리사의 모자를 걸쳐 두었다. 직원의 허리 정도 높이였지만, 윳쿠리에게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높이다. 능야 능야 울부짖으며 쓰레기통 주변을 뛰어다니기 시작한 레이무와 마리사를 뒤로하고 직원은 카트쪽으로 다가갔다. 윳쿠리 더미에 묻힌 카트를 당겨 빼내자, 하늘, 천사씨, 새씨 따위의 소리와 함께 카트를 기어 오르려하던 윳쿠리들이 무너져내린다. 공원을 청소하시는 분께는 죄송하게 되었다고 직원은 생각했다.
“무큐!!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파츄-ㅂ”
직원은 카트 위에 올라와 있던 파츄리를 집게로 후려쳐 날렸다. 대충 생겨도 너무 대충 생긴 녀석이었다. 그런 주제에 표정만은 생생하게 짜증나게 생겼다. 부리아키, 혹은 그냥 ‘부리’라고 불리는 그림체(http://yukkuri.shii.org/posts?page=17&tags=buri&utf8=%E2%9C%93)였다. 신체도 약한 파츄리 주제에 어떻게 여기까지 기어올라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림체가 저 모양이어서야 인간급의 지능이라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없다.
“느푸풋! 똥파츄리 따위가 아이돌!씨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는 거라구! 아이돌!씨는 레이무 같은 팔등신 미윳쿠리!가 하는 거라구! 느긋이 이해하라구!”
카트 위에 올라와 있던 레이무가 카트에서 튕겨나간 파츄리를 보며 비웃엇다. 확실히 그 레이무는 다른 윳쿠리들 보다는 좀 더 위아래로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는 했다. 물론 8등신은 커녕 아주 잘 쳐줘봐야 1.5등신 정도지만, 어쨌든 머리통만 있어서 턱에다 오줌구멍을 달고 다니는 다른 윳쿠리와는 달리 최소한 ‘몸통’이라고 부를 만한 부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작가로 치자면 게스아키(http://yukkuri.shii.org/posts/17913?tags=wormshape)의 그림체다. 이 녀석 역시 펫윳쿠리가 될만한 녀석은 아니다. 몸통이라 할 만한 부분이 존재하는 게 뭐 어쨌다는 말인가. 흔히들 이렇게 생긴 녀석들을 서양배 모양이라고 묘사하곤 하지만, 실제로 꾸물꾸물 기어다니는 꼴을 보면 애벌레나 구더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귀엽기는 커녕 혐오스러울 뿐이다.
“느훙! 프로듀서!씨도 레이무의 팔등신 몸매에 느그븝!!”
“팔등신은 무슨... 걍 등신이겠지.”
직원은 집게로 레이무를 내리쳐 입을 다물게 했다. 눈알이 흘러나와 카트 지붕 위를 구르고, 얼굴 부분은 몸통 안으로 쑤셔 박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쓸데없이 위 아래로 길쭉한 몸뚱이가 다 타서 녹아내린 양초마냥 무너져 내리고, 정수리 부분이 함몰 되는 바람에 만세라도 부르듯이 치켜 올려진 귀밑털이 기분 나쁘게 퍼덕댄다. 다른 짓밟힌 윳쿠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구더기처럼 꾸물꾸물 움직일 때 보다는 훨씬 봐줄만 하다. 직원은 레이무를 카트 밖으로 내던졌다.
“느, 느...? 느히...”
마지막으로 카트 위에 남은 것은 마리사였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카트 위에 올라와 아이돌이 된 것에 기뻐 날뛰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집게와 동족이 휙휙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선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느, 느헤, 헷...! 최후에 남은 건 바로 이 마, 마리사님인 거라제...? 이번 프로듓스!하나 둘 잔뜩!의 우승자인 거라, 제...?”
마리사는 직원을 힐끔힐끔 직원의 눈치를 살피며 능얼능얼 윳소리를 늘어놓았다. 직원이 ‘그렇다’라고 대답해 주길 간절히 바라며. 그러나 마리사를 보는 직원의 얼굴에는 혐오의 기색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느, 어, 어째서 마리사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냐제에...! 마리사... 마리사, 카트씨에 탄 거라제...? 톱-!스타~!인 거라제...?”
“야... 너 진짜 대단하다...”
“느, 느... 느으으읏!?!?”
직원의 말을 들은 마리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진다. 직원의 얼굴은 혐오감에 점점 더 일그러져가고 있었지만, 마리사는 직원의 ‘대단하다’는 말을 들은 순간 팥소뇌 속에 촤라락 펼쳐진 톱스타 윳생에 광희하며 기쁨시시를 찌익 쏘아냈다.
“느, 느긋이! 느긋이이이!! 느긋이 있으라제!! 느헤, 느헤에에... 마리사... 주연 배우씨...! 다음에는... 씽어송!라이터에 느긋이... 도전... 느헤...”
“와... 진짜... 너 같이 역겹게 생긴 건 처음이다, 진짜.”
“느, 차트 1위, 느읏! 조작씨가... 아니라제... 뿌꾸... 뿌꾸...!!”
“보고 있는 건 만으로 헛구역질이라니... 너 설마 중국에서 개발한 생물학 병기냐?”
“느, 70대씨들 모두... 마리사의 앨범!씨... 느헤, 느헤...”
“카트 씻어야겠네... 아 그냥 버려야되나? 와 진짜...”
“느, 앨리스와는 그저... 느,”
“야, 야, 집게로 건들기도 역겨우니까 니가 뛰어 내려라.”
“좋은 친구씨... 느... 느, 느...?”
역겨움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직원의 표정과 말에, 마리사는 정신을 차렸다. 방금 전 거름이 된 레이무와는 반대로, 이 마리사는 좌우로 길쭉한 모습이었다. 좌우로 넓적한 입과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두 눈은 심해어를 연상시킨다. 불필요하게 사실적인 그림체가 비만환자처럼 늘어진 몸통과 거기에 찌들어 있는 때를 리얼하게 묘사해 역겨움을 가중시킨다. 머리칼은 이상할 정도로 꼬불꼬불해 설탕물과 오물에 떡이 져 굳어버렸음에도 군데군데 한 가닥씩 꼬불꼬불 튀어나와 있다. 모자에도 꼬불꼬불한 실밥이 한 두 가닥이 군데군데 튀어나와 있다. 어디서 음모라도 주워다 뭉쳐서 만든 것 같은 모습에서 압도적인 불결함이 흘러나온다. 그림체로 말하자면, 후기형 노라아키(http://yukkuri.shii.org/posts?page=4&tags=noraaki)의 것이었다.
“어재서... 어재서 그덩마를 하능거냐제에에에!! 마디사가, 카트씨에 오른거라제에에에!?!? 미래으 톱스타!씨인게 당연한거라제에에에!?!?”
마리사가 울부짖는다. 직원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섰다. 이 마리사가 튀겨대고 있는 무언가로 부터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고 싶었던 것이다. 집게로 후려칠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집게에 맞는 순간 이 마리사로부터 튄 무언가가 자신의 호흡기로 들어올지도 모른다.
“느으!! 느긋이 이해해쓰면 얼릉 마디사으 에픽!한 데뷔 무대씨를 준비, 느, 느기이이잇!! 노으라제에에에에!!”
움찔 물러난 직원의 행동을 멋대로 해석하고, 마리사는 의기양양하게 윳소리를 지껄여댔다. 직원은 마음을 굳게 먹은 후 신중히 집게를 뻗어 마리사를 꽉 잡았다. 혹시라도 놓칠 순 없다. 직원은 양손으로 집게를 있는 힘껏 쥐었다. 집게가 조여들자 기분 나쁠 정도로 좌우로 떨어져 있던 마리사의 양 눈이 얼굴 중앙으로 모였지만, 더욱 더 역겨워 보일 뿐이었다.
“자,잠깐, 잠깐.”
마악 마리사의 눈알이 튀어 나와 카트 지붕 위를 구르려는 순간, 직원은 간신히 냉정을 되찾았다. 이대로 카트 위에서 이 녀석을 쥐어 으깰 수도 없는 것이다. 이 혐오체의 몸뚱이 안은 팥소 대신 음식물 쓰레기로 차 있을 것이 분명하다... 마리사의 역겨움은 직원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직원은 폭발물을 해체하는 듯한 표정으로 양손에 준 힘을 조절했다.
“경호원씨이이이이!! 느으으으읏!! 함부로 마디사를 터치하지 마란거라제에에에!! 사생팬씨는 느긋할 수 없다제에에!!?”
“간다... 간다... 하나, 두울...”
직원은 심혈을 기울여, 그러면서도 동시에 전력을 다해 마리사를 멀리 던져버렸다.
“느와아아앗...! 마리사가 차트씨를 날아오른다제에에에!!”
마리사는 역겨운 면상에 만면의 미소를 띄운 채 날아가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직원은 간신히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직원은 심호흡을 하며 가빠진 호흡을 진정시켰다.
“후욱... 후우... 응?”
“무큐우우우우!! 파츄리는, 파츄리는 예능 전문 아나운서씨가 된다구요오오오!!”
“느느느느으으으으으! 당댱 데이부를 아이돌씨로 해라아아아아아!!!!”
“알고 있어~! 첸은 아육대에서 우승한다구~! 알고 있어~!”
직원이 마리사를 최대한 피해 없이 처리하는 데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던 사이, 나머지 윳쿠리들이 또 다시 카트에 몰려들고 있었다. 한천 눈알을 번들거리며 털과 혀를 한껏 내민 채 뛰어 오는 모습은 어지간한 윳쿠리 애호파라도 얼굴을 찌푸릴 만한 모습이었지만, 방금 전 처리한 마리사에 비하면 충분히 봐 줄만 했다.
“후... 다시 보니 선녀 같...지는 않군.”
물론 봐 줄만 하단 건 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에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는 아니라는 정도일 뿐이지 상품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진짜 귀찮은 녀석들이다. 이러다 차까지 따라올 지도 모른다.
“정리 하고 가는게 낫겠네...”
직원은 다시 카트를 움직였다. 윳쿠리들 역시 카트를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카트를 포위하듯 사방에서 몰려들던 윳쿠리들은 자연스럽게 카트 뒤를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무리로 합쳐지게 되었다. 좀비영화라면 이거지. 직원은 카트를 잠깐 세웠다가 다가오는 윳쿠리 무리들을 향해 밀기 시작했다.
“개조 차량으로 돌진이다아아아!!”
외치기는 호쾌하게 외쳤지만, 카트의 속도는 느릿했다. 귀중한 상품들이 안에 들어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그 느릿한 카트도, 과속 방지턱에서 낙사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윳쿠리들에게는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이나 마찬가지이다.
“데이부를 아이ㄷ... 느힛!?”
윳쿠리 무리의 가장 선두에 있던 레이무가 카트에 부딪힌다. 카트에 밀려난 레이무는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배를 하늘로 향해 누운 채 제 얼굴에 시시를 뿌리는 레이무의 위로 카트가 지나간다. 지면과 카트 사이 높이 10cm 정도의 공간에, 레이무는 저부부터 빨려 들어갔다. 몸뚱이가 압축되며 팥소가 면상 쪽으로 모인다. 내부의 팥소압에 툭 튀어나온 레이무의 눈과 그 뒤의 마리사의 눈이 마주친 순간, 레이무의 면상은 한계를 넘어 안에서 밖을 향해 무너졌다. 군데 군데 치아가 섞여있는 팥소를 뒤집어쓴 마리사가 비명을 지른다. 쩍 벌어진 마리사의 입을 향해 카트는 전진했다. 카트는 그 아래에 마리사의 아랫턱과 구멍 두 개 만을 남겨 두고 나머지 모두를 뜯어내 팽개쳤다. 모자 위에 있던 꼬마 마리사도 내팽개쳐졌다. 지면을 뒹군 꼬마 마리사가 삐익 울기도 전에 카트가 그 위를 지나갔다. 체구가 작은 덕에 짓눌려 팥을 토하지는 않았지만, 카트 바닥은 꼬마 마리사의 면상을 문질러 거의 지워버렸다. 잘 지워지지 않는 지우개로 문지른 듯한 얼굴로 직원의 신발바닥과 츄츄를 하는 것으로 꼬마 마리사의 짧은 생은 종료했다. 흩날리는 팥소와 터져나오는 비명. 진하게 풍기는 시취에 대열의 앞부분에 있는 윳쿠리들이 저부를 멈추었다. 그러나 카트는 멈추지 않는다. 상황을 파악하고 뒤로 돌아선 파츄리의 엉덩이가 카트 밑으로 사라진다. 크림으로 부풀어 오른 파츄리의 면상을 본 꼬마 마리사는 그것을 뿌꾸!라고 생각했다. 여동생을 지키겠다며 볼을 부풀린 꼬마 마리사의 미간에 카트의 바퀴가 박혀들어간다. 카트의 바퀴는 꼬마 마리사를 세로로 쪼갠 후 파츄리의 뿌꾸에 놀라 도망가려던 여동생 앨리스의 허리 - 윳쿠리에게 그런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토막냈다. 그 참상을 보고 울부짖어야할 부모 마리사는 이미 카트의 아래에 있었다. 납작하게 눌려 가자미같은 모습이 된 부모 마리사 위로 직원의 신발이 내려온다. 앞쪽에 있던 윳쿠리들은 이제야 도망가려 돌아섰지만, 사태 파악이 안 된 뒤쪽의 윳쿠리들은 계속해서 카트를 향해 전진했다. 카트는 서로 뒤엉켜 꿈틀대는 윳쿠리 무리를 지면에 펴 발라가며 전진했다. 잔디 깎는 기계 같은 모습이었다.
“느히...히... 느긋이... 느긋이...!?”
“느아, 아, 아아아...!”
비명과 시취는 아가야들을 구하려 쓰레기통 주위를 뛰어다니던 마리사와 레이무에게도 전해졌다. 흠칫 놀라 비명이 난 쪽을 바라본 마리사의 레이무의 눈에 지옥과도 같은 광경이 들어왔다. 마리사와 레이무는 거미새끼 마냥 흩어져 도망가는 윳쿠리들을 헤치며 다가오는 카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카트에는 팥소와 반죽과 한때 윳쿠리의 일부였던 여러가지가 들러붙어있다. 마리사와 레이무의 눈에는 지옥문에서 마악 굴러 나온 악마의 마차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이고... 이거 들켰다가는 벌금 먹을 수도 있겠네.”
카트의 뒤로 펼쳐진 팥소 카펫을 보며 직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얼른 떠야겠구만. 직원은 쓰레기통에 걸쳐놓았던 마리사의 모자를 집어 카트 안에 집어넣었다. 마리사와 레이무는 멍하니 그것을 지켜 보았다. 아가야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마치 몸을 움직이는 법을 잊어 버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타라.”
마리사와 레이무는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천천히 카트 안으로 들어갔다.
“흐... 보너스가 기대되는구만. 거의 월급만큼 나오겠는데?”
직원은 휘파람을 불며 카트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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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뭔가 문제가 생기시면 전화 주시거나 방문 해주세요.”
“아, 네. 안녕히 계세요.”
점장과 직원은 손님이 가게 문을 열 때 까지 접객용 미소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예에쓰...!”
“대애애애박...!”
손님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점장과 직원은 철썩 소리가 나도록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야... 이게 대체 얼마야...? 최고급 푸드 1000봉지는 팔아야 나오는 돈을 한방에 먹었네.”
“500봉지겠죠, 사장님? 판매 대금 반은 제 것이지 않습니까.”
낮은 목소리였지만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게 안에 손님이 없었다며 기뻐 날뛰며 서로 얼싸안았을지도 모른다. 직원이 공원에서 데려왔던 ‘최고급’ 윳쿠리 일가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판매되었다. 네 마리 전부 한 가족이었던 만큼 최고급 윳쿠리 네 마리 분 이상의 금액을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야, 오늘 고기나 사라.”
“아니 제가 왜요? 제가 데려온 놈들인데?”
“넌 임대료 안내도 되잖아.”
“저도 월세 내야 되거든요?”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직원은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최고급 윳쿠리 일가를 파느라 진작 했어야 할 일들을 미뤄둔 상태다. 그러나 귀찮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솔직히 오늘 일당은 안 받아도 상관없을 정도다. 일단 청소부터 할까.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창고로 향했다. 창고는 가게 가장 안쪽에 있다. 직원이 창고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에 진열된 윳쿠리들의 질은 점점 떨어진다. 잘 팔릴 만한 상품일수록 손님의 눈에 잘 띄는 가게 바깥쪽에 놓고, 가치가 떨어지는 상품일수록 손님이 잘 오지 않는 가게 안쪽에 처박아 놓기 때문이다.
창고로 가려던 직원의 발이 멈추었다. 누군가가 창고 바로 옆의 진열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창고 바로 옆에 놓여 있다는 것은 그것의 가치가 창고안의 대걸레랑 비슷한 정도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손님은 직원이 온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진열대 안의 상품에 빠져 있었다.
직원은 저 진열대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의 보너스가 조금 더 늘어날 모양이다. 직원은 생각했다.
“저, 저기요!”
직원이 온 것을 알아차린 손님이 다급히 직원을 불러 세운다. 청소를 하며 간을 좀 볼 생각이었지만, 이 손님은 직원의 생각보다 훨씬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직원은 히죽대는 얼굴을 간신히 접객용으로 바꾸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이거... 이거 왜 이리 비싼 겁니까.”
직원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손님은 진열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안의 상품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아, 그 레이무는 외형이 상당히 좋아서요, 네.”
“아니, 그래도...”
“그리고 아무래도 상품 가격은 가게 쪽에서 정하는 거라...”
손님의 눈이 직원에게 향했다. 당장이라도 이 악덕 장사치 새끼야아아아!! 라고 외치며 죽빵을 날려올 듯한 눈빛에 직원은 살짝 움츠러 들었다.
“그래도 이거... 이 놈은 동뱃진데, 이 가격은 좀 아니지 않나요?”
손님이 보고 있던 것은 그날 맨 처음으로 ‘합격’을 시켰던 개노답 와사 레이무였다. 살기 어린 손님의 눈빛에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은 채, 북실북실한 귀밑털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뿌꾸!를 하고 있다. 뿌꾸를 하느라 잔뜩 몸에 힘을 넣은 탓인지 시시가 픽 새어나와 진열장 바닥을 적신다. 자기 스스로는 자신이 플래티넘 뱃지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지만, 손님이 말했듯 레이무의 리본 귀퉁이에 붙어 있는 것은 동뱃지이다. 분명 손님을 향해 거슬리는 소리를 삑삑 떠들어대고 있을 테지만, 진열장이 완전 방음인 탓에 그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확실히 그래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무엇을 얼마에 팔지는 가게에서 정하는 것이라서... 하하... 솔직히 저도 이 레이무는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다른 윳쿠리로 안내해 드릴까요?”
“아뇨, 아뇨, 그냥 이 레이무를 보통 동뱃지 가격에는... 안될까요?”
“아... 그건 제가 어떻게 하기가 조금... 죄송합니다. 그 레이무는 외형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아무래도 가격을 좀 높게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할까...”
와사 레이무의 가격은 가장 싼 금뱃지와 거의 비슷한 정도였다. 확실히 외모는 뛰어나다. 동글동글한 몸과 눈. 사람들이 보통 떠올리는 ‘윳쿠리의 귀여움’을 정확하게 잡아낸 듯한 모습이었다. 볼을 부풀린채 시시를 픽픽 흘려대는 이 모습도, 보통 사람에게는 그저 귀여워 보이기만 할 것이다.
“조금 높은 게 아니잖아!!”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손님은 결국 소리를 질렀다. 사실상 금뱃지가 펫윳쿠리의 커트라인이 된 요즈음 세상에 동뱃지나 은뱃지 윳쿠리는 소모품이나 마찬가지이다. 펫윳쿠리는 아니지만 윳쿠리숍에 상품으로 들여 놓는 녀석들, 요컨대 포식종들의 먹이 생산을 담당할 윳쿠리 따위에 붙는 것이 동뱃지나 은뱃지인 것이다. 윳쿠리 숍에서 동뱃지란 ‘씻어는 놨습니다’, 은뱃지는 ‘사람한테 무턱대고 욕을 내뱉지는 않습니다’라는 뜻 정도이다. 윳쿠리숍 바깥에서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동뱃지는 ‘일단 누군가의 사유 재산이니 함부로 뭉개면 손괴죄로 고발당할 확률이 이론상 존재하기는 합니다. 동뱃지 윳쿠리따위로 변호사를 찾아가는 사람은 없지만’란 뜻이고, 은뱃지는 ‘이 윳쿠리의 소유자는 은색을 좋아합니다’라는 뜻이다.
“개소리 집어쳐! 니들 이거 지금 나 공사치는 거지...? 내가 오니상인거 다 알고서... 지금 나 공사치고 있는 거잖아...!”
직원은 울부짖는 손님에게서 슬쩍 눈을 돌렸다. 솔직히 그런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가 오니상인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면 그 노랗게 물들인 모히칸 머리를 어떻게든 숨기는 게 먼저 아닐까.
“내가... 내가 이깟 똥만쥬에 저 돈을 태울 것 같아...? 어림도 없다... 어림도 없지... 암... 아아아암!!”
괴성을 지르며 비틀대던 손님이 진열장에 손을 짚었다. 불행히도 손님이 짚은 곳은 진열장 내부 마이크 버튼이 있는 곳이었다. 진열장에서 윳쿠리를 꺼내지 않고도 윳쿠리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달아 놓은 것이었다. 진열장에 막혀있던 와사 레이무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게쓔 하라볌 주졔에 맘댸료 레-뮤에게 뉸됵듀리지 먈랴규! 쀼뀨! 쀼뀻! 늇! 벌쎠 봐쓔니꺄 갼럄료 냬뇨으랴뀨!!」
“...”
「뉴웃? 뉴우웃!? 댱쟝 갼럄료 내뇨으랴교 마해쨔냐? 댜-쿔댜-쿔쒸뉸 어딨냐뀨? 엄늉고야? 뉴우우웅! 구로면 쥬거! 갼럄료됴 엄쓔면셔 레-뮤률 훔쳐보댜니 용셔뱌듈슈 있늉 일이 아니랴규!」
“...이...”
「레-뮤으 팬크럽!쒸갸 게쓔 하랴벼뮬 졧졔햐꺼랴뀨! 늉! 쥬규랴뀨! 뉴훙! 구래됴 주끼 저녜 레-뮤률 봐쓔니꺄 댜행인고녜! 늉! 기여어셔 미아ㄴ...」
“이 XXXXXXXX 털북숭이 똥구슬 새끼가아아아아아!!!”
“뉴삐이이이이이이잇!!!”
“소, 손님! 손니이이임!!”
손님은 괴성을 토하며 진열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화들짝 놀란 와사 레이무는 아기들 신발에서 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진열장 구석으로 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직원은 또 다시 진열장을 내리치려는 손님을 필사적으로 붙들었다.
「뉴삐이이... 젼쇽려구로 젼진햔댜규...! 늉... 늉...!」
“손님, 손님! 진정하세요!! 손 다치십니다!!”
와사 레이무는 앞이 아니라 옆으로 가려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있다. 하늘을 향해 치켜 올려진 아냐루에서 삐질 삐질 응응이 삐져나온다. 부들부들 떨며 그것을 보고 있던 손님의 몸에서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 지병으로 고혈압이라도 앓고 있었던 건가!? 직원은 사색이 되어 손님을 살폈지만, 손님은 별다른 문제없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후... 죄송... 죄송합니다.”
손님은 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것 같았다.
“아, 아닙니다... 저, 다치시지는...”
“괜찮습니다. 저, 혹시 저 레이무를 꺼내서 볼 순 없을까요?”
“아... 그... 좀 너무 흥분하신 거 같은...”
“이제 괜찮습니다. 꺼내서 보여 주실 수 있나요?”
“...혹시라도 파손하시면 저 가격으로 배상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들러붙어있던 귀신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뭐 상관 없나. 직원은 생각했다. CCTV도 달려 있겠다, 곧바로 뭉개버리더라도 배상을 받으면 그만이다. 청소는 조금 귀찮겠지만. 직원은 열쇠로 진열장을 열었다.
“레-뮤에께 선녀으 냘걔오시이이이!?”
“사겠습니다. 계산해 주시죠.”
와사 레이무를 진열장에서 꺼내자마자, 손님은 직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뭐 상관 없나. 직원은 또 다시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손님이 보면 좀 그렇지만, 마침 가게 구석이고 다른 손님도 거의 없다. 직원은 카드를 받아들고 계산대로 갔다.
“계산 되셨습니...”
계산을 마치고 오니, 손님이 라이터로 와사 레이무의 엉덩이를 굽고 있었다. 와사 레이무의 입은 손님의 손에 단단히 막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흔들어 대지만 그저 좀 더 골고루 엉덩이의 구석구석까지 구워지는 것을 도울 뿐이었다. 어찌나 집중하고 있는지 손님은 이번에도 직원이 온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손님, 계산 되셨습니다.”
손님의 눈 앞으로 카드와 영수증을 내밀자, 손님은 그대로 굳어졌다. 뭐가 어찌되었든 손님이 하고 있던 일은 아무데서나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일단 라이터를 좀... 화재 경보기 울려요.”
“아, 아니, 이건,”
“아뇨 뭐, 이미 계산 됐으니까요.”
이제 레이무는 손님의 것이다. 손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계산대 쪽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포장해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네, 네에. 죄송, 죄송합니다.”
잘 구워진 와사 레이무를 직원에게 넘기고, 손님은 황급히 진열대 앞을 떠났다. 카드와 영수증을 받는 것도 잊은 채였다.
“느끼, 이이이이잇! 뜨, 뜨거어어어어!! 저부띠갸아아아아!! 데-브으 발찌갸아아아!! 느, 느으!! 세계가, 데-브으 느그탄 댄쓔!쒸를 잃코마라따뀨우우우!! 느으! 전세게덕 손실!이라뀨우우우!”
직원은 삑삑 소리를 지르는 와사 레이무의 입을 막았다.
“이제부터 넌 저 오빠야의 펫윳쿠리다.”
“!?!?”
와사 레이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버스럭대던 귀밑털도 실이 끊어진 듯 뚝 멈춘다. 직원은 와사 레이무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었다.
“뉴, 뉴...? 뉴우...? 무슌 쇼리냐규...? 저 게쓔 하랴벼뮈 레-뮤으 발찌 뜌-거뜌-거해땨규...? 뉴뀨탸쓔 엄땨규...?”
“어... 뭐 그렇지. 아마 저 오빠야 집에 가면 더한 일도 당할 걸. 달군 송곳으로 찌른다던가.”
“뉴... 뉴...? 무슌 쇼리햐뉸고냐규? 어쟤셔 레-뮤갸...? 레-뮤뉸 프라치-넘 배지랴규...? 톱뿌 아이됼!이 랴규? 뉴, 21세기뉸, 레-뮤으 시댸랴규...? 늉, 그론뎨 어재셔... 어재셔...?”
“내가 보기에는 되게 당연한 일인데.”
“늉냐아아아아아!! 모가 당연햐냐규우우우우!! 세계젹 쎄례브인 레-뮤갸 저련 뉴뀨탸쓔 엄뉸 계쓔 하랴볌으 펫뉴꾸리갸 댸쨔냐아아아아!? 구론겨 말됴 안댸뉸계 댱연햐계찌이이이이!?!?”
“아니, 그치만...”
직원은 와사 레이무에게 라무네 스프레이를 뿌렸다.
“니 그림체, 완전 키리라이터아키란 말이야.”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하는 의문을 갖기도 전에, 레이무의 의식은 끊겼다. 직원은 잠든 와사 레이무를 정성들여 포장했다. 사은품으로는 윳쿠리 치료용 오렌지 주스 농축액를 주기로 했다. 보통은 사료지만, 아마 저 손님에게는 필요 없을 테니까. 직원은 포장이 끝난 박스를 들고 일어섰다. 직원은 경쾌하게 휘파람을 불며 계산대로 향했다.
씻기기만 해서 이 가격이라니 - 역시 키리라이터아키야 말로 본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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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적당한 제목을 생각해 내기가 꽤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