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화는 홍의 시점입니다
텔레비전을 틀고 소파에 앉아 뉴스를 튼다. 이게 요즘 내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그놈은 항상 늦게 일어나고 꼬마들도 늦게 일어나니 뉴스나 틀어보는 거다. 뉴스 틀어봤자 별 내용 없다. 매일 날씨, 사건사고, 경제관련.....비슷비슷한 거 뿐이다.
그러고보니 요즘 매일매일이 비슷하다. 팀에 있을땐 임무 때문에 바빠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고 목숨 왔다갔다한 순간도 여러번 있었다. 지금은 그런건 없다. 내가 뭘하든 말릴 사람도 없고 본능따라 행동하면 된다.
그렇게 기지개 한번 피고나니 뉴스에서 속보를 방영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뭔 중대발표를 하는걸까.
"여러분, 전 지금 이 자리에서 한가지 중대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잠깐, 저거 회장놈이잖아. 뭔 중대발표를 하려고 기자회견까지 연거야. 옆에 샤메이마루하고 우리팀은 왜 끌고 온건데.
"전 회사를 만들기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실행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물을 보여드리도록 하는게 오늘의 일정이었습니다만."
다만?
"하지만, 그 결과물이 도망쳐 버렸습니다. 전국에 계신 모든 분께 말하겠습니다."
뻥치네, 어디 지하실같은데 감금되어있겠지. 거기서 도망치는게 쉬운일이냐.
그냥 헛소리 취급하고 채널을 돌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놈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난 잘잤냐고 인사했지만 그놈은 나한테서 리모콘를 뺏아 다시 뉴스 채널을 틀었다.
"옆에 있는 이 여성들과 윳쿠리들은 회사에서 특별히 심혈을 기울여 만든 특수 윳쿠리와 윳쿠레나이들 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공개하는 겁니다."
카메라가 그들을 향해 돌아갔다. 이자요이는 수많은 카메라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고 샤메이마루는 그런 이자요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 이 팀말고도 여러 팀이 더 있습니다. 모두 극한의 훈련을 받았고, 엄청난 잠재력과 전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놈은 힘 없는 목소리로 나한테 말했다.
"진짜냐?"
"뭐, 훈련받은거? 그거면 진짜지. 그리고 온갖 더러운 일들 다 했고."
그놈은 내 옆에 푹석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앉았다. 카메라는 다시 회장놈을 비추고 있었다.
"이 팀들을 전국의 가공소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가공소들은 협력하여 도망친 실험체를 포획하는걸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작 저런 팀들로 뭘 할 수 있습니까?"
어떤 기자놈이 질문을 던진 모양이구만. 회장놈은 웃음을 지으며 팀의 능력들에 대해 설명했고 기자들은 앞다투어서 여러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만들었느냐. 정말 윳쿠리가 맞느냐 등등부터 해서 왜 그 실험체를 포획하려 하냐는 질문이 나왔을때 회장놈은 대답했다.
"몇십년간의 실험의 결과물이자 완성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실험체에 비하면 이 팀들은 실패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의 모두가 잠시 침묵했고 나도, 그놈도 텔레비전을 눈이 빠져라 보았다.
"인류와 윳쿠리의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가야 하고 그 길을 다져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되찾아야합니다."
바닥에 리모콘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놈은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온갖 욕지거리와 함께 말이다. 에효, 난 모르겠다.
"왜 안받아!"
그놈은 전화기를 쾅 내려놓으면서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고는 초조한지 계속 왔다갔다 하였다.
"왜, 걱정되냐?"
"너같으면 안되겠냐. 퀸이 지금 거기서 탈출했다잖아."
"반대로 생각해봐라. 왜 탈출했겠어?"
난 소파에서 일어서서 리모콘을 주웠다. 그러고는 예능 채널로 돌렸다. 또 음악방송하고 있네. 주작하다 걸렸으면서 아직도 투표방송하는 저 채널은 징하다 징해 참.
그놈 얼굴을 보자 아직도 멍때린채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한마디 해줄 수 밖에 없지 그럼.
"너 보려고 탈출했겠지. 그 지옥같은 곳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여기로 오고 있을걸."
"날 죽이러 오는걸까. 거기 두고간거에 대해서 복수하려고?"
"그거야 모르지."
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놈은 잽싸게 전화기를 받아들었지만 곧바로 던지고 왔다. 스팸 전화였나보다.
"하나만 물어보자, 너네 팀 몇정도 있냐."
"우리팀이랑 지령전 애들 말고도 내가 아는건 6팀 정도 더 있는데, 몰라. 저거 말고도 한참 더 있을걸."
"그럼 그 많은 놈들이 퀸 잡으려고 온다는거 아냐."
"그렇겠지. 우리 팀도 올거고."
그러고보니 퀸 그 애는 거기서 어떻게 그렇게 오래 버틴걸까. 보통 이틀이면 실험체가 죽어나가는데 거의 1달을 버텼네. 레이저로 벽 뚫어 버리고 탈출한건가.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문을 열어보니 역시나였다. 그 애는 아니었다. 대신 우리랑 좀 친한 사람이 오셨구만.
"갑자기 여긴 왠 일인데?"
"뉴스 보고 왔죠. 그리고 혼이라고 부르세요."
"미안, 아직 적응이 안되서."
혼은 품에 뭔가 많이 얻어맞아 울퉁불퉁해진 치르노 한마리를 안고 왔다. 나 먹으라고 가지고 온건가. 그리고 내 이름이랑 좀 많이 비슷해서 부르기가 좀 뭐하단 말이지.
"뉴스를 보니 그 도망친 실험체가 당신이 데리고 있던 그 아이 맞죠? 이름이 퀸이었던가."
"네, 맞아요. 홍 말로는 아마 이쪽으로 올거 같다던데요."
"저도 그럴 것 같네요. 조심해야 할 거에요. 그 아이랑 당신을 노릴거에요."
"나를? 왜요?"
"회사쪽에선 당신을 잡아놔야 그 아일 유인할 수 있을테니까요."
갑자기 밖에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혼은 빨래를 깜빡했다면서 몸조심하라고 인사한 후 급하게 나갔다. 치르노는 나 먹으라고 덧붙이고.
그놈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많이 걱정되긴 하겠지 뭐. 난 치르노를 들고 말하였다.
"이거라도 먹고 좀 진정해라."
"고맙다. 식충."
"누구보고 식충이래, 죽을래?"
그놈이랑 난 서로를 보고 킬킬 대었다.
나는 치르노를 쟁반위에 올리고 칼로 머리 윗부분을 베어냈다. 치르노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저항했고 난 숟가락을 머릿속으로 푹 찔러넣고 휘휘 저었다.
치르노는 바닐라 아이스 크림이라 그냥 퍼먹으면 된다. 투X더 사먹기 싫을때 먹으면 된다는 말이지.
숟가락을 하나 더 들고가 그놈한테 주었다. 한숟갈씩 떠먹힐때마다 치르노는 기괴한 비명를 질러대었고 시끄러워서 입을 붙잡고 뭉게버렸다. 중간쯤 먹자 하얀색 중추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저건 바닐라 사탕같은 맛 날테지.
"이거 먹을거냐."
"그거 너무 달더라 너 먹어라."
숟가락을 깊게 뜨자 중추아이스크림이나왔다. 그전까진 계속 파닥거리던 치르노는 중추아이스가 나오자 거짓말같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맛은 굉장히 달콤했다.
"아빠야 치사한거제. 마리사도 달콤달콤 달라는거제."
"껍질이라도 먹을래?"
"느! 좋다제."
꼬마들은 이제야 일어나서 달콤달콤 타령을 하고 있었다. 거의 다 먹었지만 껍질이라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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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길가 모퉁이라고도 애매한 곳에 한 소녀가 누워있었다. 몸으로 보자면 성인이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소녀에 가까우니 소녀라고 하자. 소녀는 청백색의 몸을 하고 있었으며 가슴팍은 엷은 주황 빛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그리고 옷은 없었다. 자신을 가리기 위해서 신문지로 잔뜩 몸을 덮고 있었지만 엷은 빛은 세어나왔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고 소녀는 몸을 웅크렸지만 쌀쌀함에 눈이 떠졌다.
소녀는 싫은 기억이 있었다. 자신을 아프게, 괴롭게 만든것에 대한 기억. 뭔가 아련하고 소중한 것이 있었던것만 같지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다.
신문지가 빗물에 녹아내리자 소녀는 일어나 몸을 움직였다. 어렴풋이 자신을 쫓는 자들이 있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생존의 본능인지 뭔지는 몰랐지만 계속해서 그들을 피해 다니고 있었다.
소녀는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을 찾았다. 뒷골목이었다. 그곳에서 박스에 몸을 숨기고 몸을 웅크렸다. 이렇게 누워있으면 당분간은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소녀는,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부르면 마음이 느긋해지는 말을 되뇌었다. 신기하게도 이 말만 하면 뭔가 느긋해졌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