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2020.02.10 23:10

anko11453 안뜰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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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o11453 안뜰의 기적

 

http://yukkuri-futaba.sakura.ne.jp/kariloader/ssanko.html?c=read&n=11453

 

 

후타바네시는 나름대로 발전된 중심가와 자연이 넘쳐 흐르는 교외로 구성된 평범한 지방 도시이다.
내가 다니는 후타바네대학 공대 캠퍼스는 도심과 교외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었다.
전부 다섯 동의 교사 중에 2호관은 가장 큰 교사였지만, 회랑구조로 되어 있어 다른 동과
큰 차이는 없다는 언밸런스한 구조였다.
그 중심부에는 교사로 둘러싸인 안뜰이 있었다.

처음에는 휴식 공간으로 디자인된 이 공간은, 4층으로 지어진 건물 자체가 장애물이 되어 햇빛을 가려버리는
치명적인 실수가 발각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햇볕이 들지 않는 장소는 언제 봐도 땅이 희미하게 젖어있었다.
당연히 그런 음침한 장소를 즐겨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안뜰은 곧장 황폐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벤치는 썩어가고, 표석에는 풀이 자라고, 작은 연못은 이제는 모기의 발생원이 되어버렸다.
그 안에 유일한 출입구는 잠겨있어 누가 자물쇠를 관리하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거기에 윳쿠리가 나타난 것은 새로운 연호에도 익숙해질 무렵, 내가 대학생이 된 후 처음 맞는 여름이었다.

강의에 가기 위해 2층의 복도를 걷던 도중, 안 뜰에서 무언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학 이래 3개월간, 거기에 사람이 있던 것을 본적 없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목소리쪽을 향해 얼굴을 돌리자, 거기엔 한 마리의 윳쿠리가 있었다.
검은모자의, 마리사종이다.
메뚜기인가 뭔가를 쫓는 거 같았고, 벌레를 쫓아다니는 흥분한 소년같은 모습으로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사방팔방으로 뛰고 있었다.
아무런 눈길을 끄는 곳 없는, 평범하게 더러운 이상한 만쥬였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의문은 있지만, 누군가가 풀어준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별로 상관 없는 얘기다.
더 이상 그녀에게 흥미를 끄는 요소는 없었고, 나는 몸을 돌려 그 장소를 뒤로 했다.
태양이 빛나는 헤이세이 원년(1989년) 여름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그곳을 지날 때마다 마리사의 모습을 목격했다.
어떤 때는 먹을 것을 음식에 모으고(그 자리에서 먹는 쪽이 효율적인 거 아닌가?), 
어떤 때는 잠에 취해있고(새는 어째서 그녀를 공격하지 않는걸까?)
또 어떤 때에는... 그 꾸물꾸물 거리면서 모독적으로 몸을 흔드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하여튼, 그녀는 안뜰에서의 삶을 만끽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의 과제에 쫓기는 학생들에게는 멋대로 사는 그녀는 뭔가 부러운 위치로 보였다.
진짜 "윳쿠리가 되고 싶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거절하겠지만.

안뜰에 마리사가 나타난 이후 1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후타바네시에 태풍이 강타했다.
심야에 상륙해서 폭풍우를 흩뿌린 후, 다음날 아침에는 구름한점 남기지 않고 떠나니
성질 급한 태풍이었다.
다음날 대학으로 향하는 길에는 여기저기 녹아있는 윳쿠리의 잔해가 눈에 들어왔다.
안뜰에는 몸을 숨길만한 장소가 없었다. 마리사도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뭔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반쯤은 놀리는 기분으로 안뜰을 바라봤다.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살아있었고, 뭔가 행복한 얼굴로 홍백의 리본의 윳쿠리와 뺨을
맞대어 문질렀다.

왜 늘어났지.

태풍으로 죽기는 커녕 수가 늘어난다니. 역시나 엉터리 같은 생물이다.
저 레이무는 어디서 온걸까.
의외로 바람에 날려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농담같은 생각이 머리에 스쳐지나갔지만, 그 이상 흥미를 갖지는 않은 채
나는 그녀들을 눈에서 치웠다.

그때부터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두 마리의 만쥬가 만났다. 갈 길은 하나뿐이다.
두 마리였던 윳쿠리가 4마리로 늘어나고, 4마리였던 윳쿠리가 다시 늘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 안뜰은 윳쿠리의 대가족이 생겨나있었다.
이대로 가면 안뜰은 만쥬로 가득차 버리는 게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과연 대학도 신경을 쓰지않을까.
무심코 그런 걱정을 했지만, 곧 윳쿠리들은 모습을 감췄다.
월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깨달은 것은 모습이 사라진지 2일 후였다.
이 지역은 좀처럼 눈이 쌓이질 않는다. 그래서 월동할 필요가 있을 것인지 큰 의문이 들었지만,
아마도 본능적인 것일 것이다.
얼어붙은 추위가 대기에 가득한 겨울, 안뜰은 봄의 고요함이 자리를 잡았다.

눈이 녹고, 꽃이 피고, 내가 진급할 때가 되어도 마리사 일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4월도 반쯤 지났을 무렵, 안뜰에 윳쿠리가 살았다는 기억마저도 희미해질 무렵이었다.
그런 어느날이었다.
어느날, 나는 레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2호관을 방문했다.
복도를 걷고 있자니, 마리사 일가의 존재가 뇌리를 스친다.
야성의 윳쿠리가 겨울을 날 확률은 그닥 높지 않다고 한다.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일테지.

열려있는 창에서 봄의 향기가 날아들어왔다.
새싹, 흙, 희미한 습기
꽃, 태양, 울음소리.

울음소리?
그런 건 코가 처리하는 게 아닌데.
숨을 쉬고 원인을 찾았다.

있다.
너덜너덜한 벤치의 밑에 작은 검은 모자의 만쥬가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들렸다.
크기로 보면 아이 윳쿠리와 아성체의 중간 정도일까.
어디에서 온거지. 왜 울고있는걸까.
월동에 자기 이외의 가족을 잃은 슬픔일까. 혹은 인간에게 낯선 땅에 떨어져서 불안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은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상황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안뜰에 윳쿠리가 나타났다가, 여름에 2마리로 늘었다가, 가을에 대번식하고, 겨울이 되면 모습이 사라지고,
다음 봄에는 1마리만 불쑥 나타난다.
그러한 척박한 사이클이 3번 도는 동안, 세상은 크게 바뀌었다.
땅값이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경기는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이를테면 버블붕괴라는 녀석이다.
나는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기 때문에 그다지 영향은 없지만, 취직조는 그 여파에 따라 
어떻게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악전고투했다.

후타바네 대학 공학부는 4년 이후에 연구실에 배속되는 것이 결정된다.
나의 연구실은 2호관에 있어, 거기서 강의가 있을 때만 볼 수 있던 윳쿠리들을 매일 볼 수 있게 되었다.
변한 것을 말하자면, 작년까지는 2층에서 바라보던 풍경을 올해는 연구실이 있는 3층에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 정도다.
그리고 같은 모습을 보이던 안뜰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시선에 끝에는 마리사와 레이무가 풀을 뜯고 있었다. (참고로, 레이무는 예전처럼 지난달에 나타난 개체이다. 겨울이 끝난 후
최초로 나타나는 것은 언제나 마리사 종으로 결정되어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반대편에는 얼빠진 얼굴을 한 금발과 당혹스러운 모습의 나이트캡을 쓴 윳쿠리가 있다.
앨리스와 파츄리이다.
안뜰에 마리사와 레이무 이외의 윳쿠리가 나타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게다가 그 2 마리는 출신이 명확한 점에 있어서, 선배들과는 달랐다.
멀리서 보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녀들에게는 장식에 뭔가 찢어진 흔적이 있었던 것이다.

최근의 사육 윳쿠리 붐(일부러 만쥬를 키우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의 빚이라고 할까, 말로라고 할까.
최근, 도심부에는 버려진 윳쿠리가 사회문제가 되었다.
경기후퇴에 따라 가계가 악화되어 그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개나 고양이조차 옛날부터
사육포기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말을 하는 만쥬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 빠르던 늦던 그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런 지방의 대학까지 세간의 무브먼트가 따라온 것 같다.
어설픈 죄악감에 시달리던 사육주가 양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저 파츄리와 앨리스를 안뜰에
버린 것 같다. 범인은 학생일까, 의외로 교직원일까.
여느 곳처럼,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에도 바보같은 인간은 있기 마련이다.

레이무와 마리사가 만족스럽게 풀씹기를 마친 후, 2마리에게 풀을 뜯어서 내밀었다.
아무래도 먹을 것을 권하는 것 같다. 
순진한 사육윳쿠리가 갑자기 바깥 세상에 떨어졌을 때, 살 수 있을까?
먹이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원래 윳쿠리의 혀는 높아지기 쉽지 않았나?
하면서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앨리스가 뜻을 정하고 나아가 풀을 입에 넣었다.
안 되는 것 같다.
그녀는 맞은 편에 앉아있던 레이무를 향해 기세 좋게 커스타드를 토해냈다.
갑자기 토사물을 맞은 레이무는 절규하며 지면을 굴렀다. 마리사는 그걸 보면서 우왕좌왕하고,
파츄리는 쓴 벌레를 씹는 것처럼 표정이 어두웠다.
그런 윳쿠리들의 모습을 뒤로한 채, 나는 연구실로 발길을 옮겼다.

안뜰이라는 이름의 '에덴'에 아담과 이브가 2쌍 생겼다.
가을에는 예년 이상으로 윳쿠리가 넘쳐 흘렀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세기 1:28)라는 녀석이다.
그리고 겨울이 다가오자, 그렇게나 많이 살던 윳쿠리들이 언제나처럼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췄다.
사육윳쿠리가 월동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래도 하는 걸 보면 역시나 월동이라는 것은 윳쿠리의 본능인가보다.

다음 봄, 대학원생이 된 나는 언제나처럼 안뜰에서 울고 있는 아이 마리사를 봤다. 
거기서 본 게 그녀뿐이었다면, '척박한 사이클 4번째'라고 줄여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성체의 파츄리가 푸석한 뺨을 문질러 그녀를 위로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성체 레이무와 아성체의 앨리스가 몇마리의 아기 윳쿠리를 돌보고 있었다.
고절사년. 외부 세계의 힘을 빌려서 결국 월동에 성공한 것이다. 
아무래도 윳쿠리들도 사회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 후에도 윳쿠리를 버리는 무리는 끝나지 않았다.
덕택에 안뜰에서도 기본 4종 외에 첸과 묭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이르자 대학교도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결정 덕택인지, 세상의 사육윳쿠리붐이 끝나서인지, 안뜰에 윳쿠리를 버리는 바보같은 일은 끝났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미 거기에는 번식하기에 곤란하지 않을 수의 윳쿠리가 살고 있었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무리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뿌리를 내린 것에 대해서는, 대학교는 큰 해가 없다는 결론으로, 방치한다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소문에 따르자면, 구제하는 비용이나 낭비되는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이렇게, 안뜰의 윳쿠리들은 인간에게 둘러싸인 채 존재를 묵인받는 들윳쿠리라는 특수한 위치에 다다랐다.

손 안에 있는 종이에서 눈을 떼고 시계를 바라봤다.
이 날은 아침부터 영어 논문을 번역하고 있어서 아차하는 사이 정오가 지났다.

인간 모두들 자신의 장래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왔다. 나는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이었다.
버블 붕괴 후의 불안정한 시대가 있었지만, 나는 학문에 몸을 담으려 결심했다.
그렇게 결정한 이상 지금 이상으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정신을 쏟았다.
내가 결정한 길이긴 했지만, 연구실에 쳐박혀서 생활한다는 것은 심신에 크게 해로운 것이었다.
그런 스트레스로 나는 담배를 피게 되었다. 진짜 건강하지 못 하게 된 것이다.

휴식을 잠시 가지기로 결정한 후, 크게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나 연구실을 나와 복도의 구부러진 모퉁이의 창을 연다.
여기가 나의 특득석이다.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정원을 내려봤다. 지금은 담배를 피우면서 멍하니 만쥬들을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덕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쯤은 그녀들에 대한 자세한 일을 알게 되었다. (전부 쓸 일 없는 지식이지만)

비바람이 부는 때에는 어떻게 버티는지 의문이었지만, 둥지는 아마도 교사의 바닥같다.
환기구를 막는 철망이 일부 손상되어 거기로 출입할 수 있는 것 같다. 건물 밑이라면 비오는 날이라도 안전할 것이다.
과연 그 내부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활 리듬도 대체로 파악할 수 있었다.
평소 정오 이전에 테이블로 나와서 제각각 먹이를 모은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둥지에 돌아가는 것이다.

현재 시간은 정오를 갓 지났을 터이다. 이 시간이면 윳쿠리들이 열심히 먹이를 모으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을 볼수가... 없었다.

안뜰은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어있었다.

이유는 명백했다.
빨간 작은 모자와 하얀색의 폼폼으로 장식된 키메에마루의 얼굴이 그려진 풍선이 달린 고무공이
안뜰의 굴러다니고 있었다.
어딘가에 스피커가 달려있어서 망가진 라디오처럼 "오, 무서워무서워"라고 연호하는 그 모습에
무리의 윳쿠리들은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다.
가짜 키메에마루는 4개의 타이어로 달렸다.
한바탕 달리다가 벽에 부딪히면 벽을 박차고 다시 달리는 기묘한 움직임이었다.

아마도 그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사륜구동의 모형을 개조한 것이었다. 
오프로드 사양의 큰 타이어를 착용하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가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장식으로 개체를 판별하는 윳쿠리들에게는
진짜로 보일 것이었다.
어떤 녀석들은 공포에 떨고, 어떤 녀석들은 패닉 속에 토하고, 어떤 녀석들은 눈이 뒤집혀져서 오줌을 싸버렸다.

한 마리의 용감한 마리사가 그 만행을 막기 위해 진로에 뛰어들었다. 힘껏 몸을 부풀린채로
갈 길을 막아세운 후, 멋지게 튕겨나왔다.

평소와는 다른 무리의 모습을 깨달은 것은 나 뿐만은 아닌 듯, 건너편 복도 및 위아래의 창문을
통해 정원을 보는 사람이 하나 둘씩 보여졌다.
무조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교직원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범인은 학생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씩이나 되어서 아이 장난감으로 논다는 건 실로 통탄할 일이다.

그러나 반면에, 크게 관심도 있었다.
그 가짜 키메에마루는 벽에 부딪힌 후에 다른 방향으로 달렸다. 아마도 충격센서를 이용하여 모터의
회전방향을 변화하게끔 만든 것이다. 또한, 스피커가 계속 반복하여 동일한 음을 내는 것으로 미루어볼때,
IC를 사용한 회로도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가짜 키메에마루는 무리를 공포의 도가니로 떨어뜨린 후 도랑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시시한 장난은 어이없게 끝을 맞았지만 배운 지식을 구현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장난에 마음이 움직인 것은 나 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안뜰의 무리는 종종 학생들의 창의력과 장난기의 실험대가 되었따.

어느 날 안뜰에 케이크가 얹혀진 받침대와 거기에 이어지는 슬로프가 설치되었다.
케이크의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무리의 윳쿠리들은 앞다투어 언덕을 올랐다.
그러나 매혹의 단맛을 향해 날아오르려고 힘을 준 그 순간 슬로프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고,
윳쿠리들은 힘차게 언덕을 굴러내려왔다.
분명히 그것은 가정용 런닝머신을 개조한 것일 것이다.
동력은 따로 없지만 언덕을 오르려고 힘을 줄 때 벨트가 회전하고 윳쿠리가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부하가 조정되는 방식이다.
심플하지만 섬세하게 조정된 기구는 꽤 좋은 인상이었다.
그녀들은 수시간 동안 언덕을 올랐지만, 결국 케이크는 까마귀의 위장에 들어갔다.

때때로 시사 소재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안뜰의 작은 연못에 새끼윳과 아이윳이 탄 발포 스티로폼이 떠있었다.
연못의 중심으로 두 동강난 배의 모형이 있었기 때문에, 대히트한 영화를 흉내낸 것은 분명했다.(역주: 시기상 타이타닉)
윳쿠리들은 5~6마리가 1개의 스티로폼에 태워있고, 각각 노같은 것이 붙어있었다. 구명정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진행하면 해안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겠지만, 북극해로 보이기 위해 투입된
대량의 얼음이 장애물이 되어 생환을 어렵게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이변을 깨달은 마리사 종의 성체가 과감히 모자를 띄워 구조로 향했다.
어떻게던 구명정에 도착했을 때 너무 기쁜 나머지 노를 떨어뜨린 그녀는 순조롭게 조난자의 반열에 올랐다.

아가윳용의 노나 부서진 배의 모형등, 소도구는 훌륭했다. 다만, 조금 더 오리지널리티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학생들의 장난이 몇번이고 계속되는 동안,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 종종 무리의 소란을 목격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에게 평가를 하는 것이 나의 은밀한 즐거움이었다.

먼저 가정용 런닝머신은 81점, 배는 65점이다.
참고로 지금까지의 최고 점수는 95점으로, 일본 대표가 먼 프랑스 땅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을 마친 다음날의 일이었다.

이 날, 무리는 아침부터 전례없는 정도의 소음과 광란에 휩싸여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담배를 피울 이유도 없는데 안뜰의 모습을 확인하러 나갈 정도였다.

소란의 원인은 한 마리의 윳쿠리였다.

월드컵의 무대를 갈망하면서도 대표에서 떨어진 비극의 스타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 
등번호(매직으로 적혀있었다)의 앨리스였다.(역주: 미우라 카즈요시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 앨리스가 본선에 상대한 나라들의 국기를 이마에 붙인 무리의 윳쿠리들을 따라온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레이퍼를 푼 것이었다.
그녀는 상대국의 윳쿠리들을 마크하고, 격렬하게 접촉플레이를 하면서 골을 양산했다.
비유도 뭣도 아니다. 정말로 골인 것이다. 그녀가 갈 때마다 정수리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골!"
이라는 환희의 음성이 흘러 나오는 것이다. 본인이 골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골인건지. 
생식기에 유체센서가 장착되어있는 것인지, 혹은 "상쾌!" 라고 하는 목소리에 반응하는 센서가 어딘가에 있는건지.
안타깝지만 내 위치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자칫하면 국제문제가 될 수도 있을 광경이었다. 공학부에 상대국에서 온 유학생이 없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등 뒤에 프랑스의 바람을 받지 못한 숫자 "11"이, 그 울분을 담은 듯이 활약하고 있었다.
메세지성, 사용된 기술 등 많은 것이 좋았지만 최고점을 받은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나도 그 결정에 조금은 불만이 있었던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안뜰의 무리에 대한 스탠스로 말하자면, 누가 말한 것도, 명문화된 것도 없지만
암묵적으로 통용된달까, 불문율이랄까 하는 것이 몇가지 존재했다.

하나, 뭔가 했을 때는 누가 했는지 알려지지 말라.
요컨대, 자기만족으로 했기 때문에, 칭찬 따위를 바라지 않는다고 할까나.

둘, 혼자 작동하게 한다.
설치한 것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의사가 개입되지 않는다는 것 같다.(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자율주행 모형은 OK지만 조종하는 것은 OUT이라고 할까)

셋, 윳쿠리들이 사람의 짓임을 알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두번째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다들, 어느날 돌연 찾아온 재앙에 대한 반응을 보고 싶은 것이다.

넷, 윳쿠리를 직접적으로 죽이지 않는다.
윳쿠리가 죽는 걸 보고싶다면 들어가서 으깨버리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죽는 일이 있다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먼저의 예를 들자면,
연못에 떠있는 윳쿠리들은 노를 쓸 수 있었다).

다섯, 다음날까지 정리한다.
사람으로서 당연한,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중요한 규칙이었다.

반복하자면 이러한 규칙은 누군가가 결정한 것도, 게시되어있던 것도 아니었다.
입으로 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준수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 역시도 다른 학생에게 들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대학생이라는 것은 윳쿠리와 비슷하게 기이한 공감능력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분위기를 읽다"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까지 한번도 이러한 규칙을 위반한 경우를 본 기억은 없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안뜰의 윳쿠리와 그녀들의 몸에 닥친 재난이 대화에 오르는 일은 전무했다.
당연한 것이다. 학생으로 말하자면 반 수 이상이 성인인 것이다. 초등학생이라면 몰라도
어른이 되어서까지 윳쿠리에게 얽매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느낌이 있다.
물론 무관심의 가면 밑에는, 누구라도 장난기가 불끈불끈 고개를 들고 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처럼 다양한 창의력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사춘기 같은 모습이 아닌가.
학생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것은, 그런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얻을 수 없는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덧없는 세기말이 지난 후, 우연히 포스트 닥터가 비어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나는 떳떳하게
조수의 직함을 얻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포스트닥터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마도 행운이었다.
교원이 되었기 때문에 직함과 연구실 이외에도 얻은 것이 있었다.
나의 방이다.
장소는 2호관의 2층. 분명히 이 교사에서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직함이 있는 만큼 지금 이상으로 바빠져서, 지금까지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날도 허다했다.
담배의 수도 늘어서 지금은 훌륭한 꼴초가 되었다.

그 사이 안뜰은 학생의 발표회장이 되었고, 개성 풍부한 창작물이 차례차례 나타났다.
윳쿠리의 목소리에 반응해 소리를 내는 "레미랴디오"
항상 윳쿠리가 향하는 반대로 달리는 "스위치백"
중독자가 속출한 "파쳉코"
모두 멋진 솜씨였다(모두 내가 마음대로 명명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가장 높은 점수는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은 까마귀들도 안뜰에서 즐기고 있는 것 같고, 자주 옥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도 가끔 윳쿠리들에게 장난을 걸어 놀고 있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소풍 나온 가족을 노려 아기윳과 아가윳을 휩쓸어 부모의 머리 위를 선회하고 가는 것이다.
학생의 규칙에 따르자면 규칙 위반이지만, 아무래도 까마귀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요 몇일 끝내야할 논문이 있어서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배가 꼬르륵 거리는 소리에 키보드를 누르던 손을 멈추고, 낮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를 넘었다.
지금부터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왔다.

2층은 나의 방 이외에 불이 켜진 방은 없었다.
연기를 들이마시고, 휴대용 재떨이에 재를 털었다.
안뜰은 낮의 소란이 무색할만큼 고요해져있었다.
아래를 향해도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우연히 하늘을 향해 올려다봤다.
들이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한 보름달이었다.
요즘은 쭉 통조림 상태가 계속되어서 시간 감각이 없어졌지만, 그러고 보니 오늘은 보름이었다.
저녁은 먹는 김에 만두라도 사먹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거기 있는 것은 누구야?"

갑자기, 안뜰에서 누가 목소리를 냈다.
눈 밑으로 시선을 향하자, 그때까지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한 마리의 파츄리가 나타났다.
도대체 누구와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 외의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안뜰의 윳쿠리들을 봐왔지만, 말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떻게 한 것인지 의아해하고,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계속했다.

"무큐...... 본적이 없는 윳쿠리네? 이름은 뭐야?"

어째서 그녀가 나를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걸까.
아마도, 방의 불빛이 역광이 되어 내 모습을 거의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무시하고 가버려도 좋곘지만 문득 이런 깊은 밤에 윳쿠리가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안뜰의 윳쿠리와 대화하고 인간의 존재를 어필하는 것은 예의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잠깐의 시간 후, 나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나는 신님이다.
아무것도 아닌 적당한 거짓말이다.

"무큐-! 시, 신님이었다-!"

리액션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길게 대화할 생각은 없다.
알고 싶은 것을 물은 후, 빠르게 달아나자.
그렇게 결심한 나는, 그녀에게 뭐를 하고 있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파체는 '마도서'를 찾고 있었어. 여러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어서..."

배우려는 의욕이 있다니, 좀처럼 보기 힘든 만쥬가 아닌가.

"하지만, 햇님이 있는 동안에는 찾을 수 없어서... 그래서, 달님이 있는 동안이라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안 보이네. 찾을 수 없는 걸."

도대체 어떤 사고회로냐.

"저기, 신님. 마도서가 어디서 떨어지지 않을까?"

내놓으라고 소리지르지 않는 것만 봐도 선량한 개체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은 천년을 기다려도 스스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속이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연구자라는 입장상, 그게 무엇이던지 배우고자 하는 자를 속이는 것은 뒷맛이 썼다.
예를 들어 만쥬라고 해도 말이다.
급히 신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적당히 둘러대었다.

"무큐-! 그, 그런거였어!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신심씨가 잔뜩이 될 수 있는거야!?"

흥분에 눈을 빛내는 파츄리가 다시 물어왔다.
눈을 감고 머리채를 십자 모양으로 흔드는 동작을 3번 반복하도록 지시하자, 그녀는 빠르게 기도를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방으로 가서 프린터에서 이면지 몇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가 기도를 끝내기 직전, 손에서 종이를 안뜰로 떨어뜨렸다.
낼 수 있는 가장 위엄있는 목소리를 만들어 파츄리의 기도가 닿았다는 것을 알렸다.

"무큐?! 이, 이건! 마도서! 그, 그것도 이렇게나 잔뜩!"

눈을 뜬 그녀는 놀라고 기뻐서 안뜰에 흩어진 프린트를 끌어모았다.

"신님! 고마워! 이걸로 모두들 느긋할 수 있어! 신님도 느긋하게 있어!"

그녀는 넘쳐흐르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모습으로 거처로 돌아갔다.

설마 이런 형태로 윳쿠리들과 관계될 줄이야.
놀라운 모습이나 기술도, 관심가는 테마도 없다.
점수로 치면 30점 정도일까.
학생들의 창의성을 다시한번 인식하게 되는 밤이었다.

윳쿠리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몇일 후였다.
평상시였다면 먹이를 모으고 있을 시간에 몇 마리의 윳쿠리가 흙투성이가 되어 열심히 굴을 파고 있었다.
지붕 위에서 까마귀가 고개를 갸웃하고 흥미로운 듯이 바라보고 있다.
직경 70 센티미터 정도의 일그러진 구멍을, 신장의 절반까지 구부려 나아간 곳에서 그날의 작업은
끝이 났다. 윳쿠리로서는 상당한 중노동이었을 것이다.
다음날, 몸을 흙으로 더럽힌 윳쿠리들이 부지런히 가지를 모았다. 어느 정도 모은 곳에서, 그 가지를
굴에 꽂아세웠다. 더 이상 꽂을 가지가 없어진 시점에서 그날의 작업을 마쳤다.

거기까지 왔을 때, 나는 일련의 작업에 앞장선 것이 파츄리가 펼친 종이를 보면서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틀림 없다. 그날 밤의 파츄리이다.
뒷면에는 무엇이 적혀 있었던 것일까.
사무실에서 받은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학과의 강의 레쥬메일 수도 있다.
몇번이고 기억을 되돌려봐도, 그 내용을 떠올릴 수는 없었다.

답을 알아차린 것은 다음날이었다.
그녀들이 가지 세운 곳 위에 다른 가지를 엮어 골조를 만들고 있었다.
핑하고 왔다. 저것은 수혈식 주거이다.
반드시 이면지는 건축학과의 레쥬메였던 것이었다. 건축의 역사 강의에서 커리큘럼으로
건설 방법이 소개되어있었을 지도 모른다.

일그러진 뼈대가 완성되자 윳쿠리 무리는 파츄리의 지시 아래 진흙과 나뭇잎으로
둥지의 외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해가질 무렵, 그들의 새로운 둥지가 완성되어 있었다.
빠르게 가족으로 보이는  앨리스와 마리사와 그 아이윳쿠리들이 집에 들어가, 집선언을 했다.
윳쿠리 치고는 잘 지었다고 생각하던 찰나, 지붕이 갈라져서 집이 무너졌다.
지붕 위에서 까마귀가 가소롭지도 않다는 듯이 웃는 듯한 모습으로 울었다.
그 날은 구출작업이 밤까지 계속되었다.

그 이후, 인재교류라는 명목으로 나는 어떤 연구기관으로 떠났다.
모교의 잠시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연구에 힘썼다.
그리고 발표한 논문이 적당히 권위있는 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후타바네대학 조교수로 돌아오게 되었다.
실로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조교수라 해도 바뀐 것은 직함만으로, 교수실은 이전과 같은 2호관의 2층의 방을 받았던 것이다.
절실히 여기서 옮기지 않기를 바라는 듯 했다.

사무실에서 수속을 마친 후, 바로 안뜰의 일이 신경쓰여 돌아가기 전에 2호관에 가보기로 했다.
5년의 세월이라는 것은 야생 무리라면 전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무리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있는 것일까.
기대 반, 불안 반 같은 마음으로 안뜰을 들여다 보았다.

윳쿠리 무리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풀을 먹고, 벌레를 쫓고, 무언가 모독적으로 몸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는 없던 것도 있었다.
벽을 따라 수혈식 주거가 밀집되어 있던 것이다. 아무래도 5년 사이에 건축의 조언을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장난도, 여전히 계속 되는 것 같았다.

안뜰에 중앙에 놓인 타원 궤도의 코스 위에 씽-을 탄 윳쿠리가 즐겁게 달리고 있었다.
한 바퀴 돈 이후 스토퍼가 나타나서 씽-을 천천히 멈춰세웠다.
열차의 선두에 있는 레이무 모양의 모형에 달린 스피커에서

"느긋하게 순번을 지켜줘!"
"씽-이 도착했으니 내려줘!" 등의 주의사항이 흘러나왔다.

의외로, 모두들 순수하게 지키는 것이었다. 한바퀴 돈 후, 아쉬운 듯 씽-에서 내려 줄의 마지막에
다시 서는 것이다.

-왠지 상당히 마일드하게 된 거같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씽-에 탄 와사레이무가 교대를 거부하고, 그대로 2바퀴째에 돌입했다.
당연히 서있던 윳쿠리들은 크게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당연히 본윳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그대로 3바퀴째에 돌입했다.
그러자 갑자기 씽-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스를 1회 돌때마다
스토퍼가 나타나지 않고 와사레이무는 점점 속도를 높여갔다.
참을 수 없던 그녀는 비명을 질렀지만, 때는 늦었다. 운동에너지가 충분한 수치에 이르자,
갑자기 스토퍼가 나타났고, 관성의 법칙에 따라 레이무는 씽-에서 튕겨져 나갔다.

그 앞에는 준비해둔 듯한 바늘꽂이가 있었다.

갑작스런 참극에 무리는 패닉상태가 되었다.
전언철회. 학생들도 당황했다.
그렇다쳐도 어떤 원리일까. 그 모형 레이무의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날아가는 거 같지만
어떻게 그것을 판정하고 있는 것일까. 
소리 센서와 질량 센서를 결합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던 한정된 정보에서 윳쿠리 개체를
판별하려면 상당한 프로그래밍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작품에 85점을 주었다.
기술이 진보한다고 해도 그 정신은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알았다.

하늘에서,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왔냐' 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향에 돌아온 듯한 그리움에 젖어있으면 눈 아래에서 평정을 되찮은 듯한 윳쿠리들이
와사레이무의 유해에 모이기 시작했다.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가 모인 곳에 피라미드 모양의 형상을 만들어 눈을 가리고 침묵한다.
갑자기 선두에 서있던 파츄리가 회전하여 한바퀴 돌았다.
제자리에 돌아온 파츄리가 다시 똑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번째줄의 앨리스와 레이무가
중얼거리며 똑같이 움직였다.
마지막, 세번째 줄의 첸, 묭, 마리사가 타이밍을 잰 듯이 동일하게 움직인 후, 파츄리가 뭐라고
얘기하자 집단은 해산했다.

지금은 대체 뭐였던 걸까.

적어도 내가 있던 시절에는 본적이 없던 움직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 이상한 광경을 보고 있던 것은 아무래도 나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얼굴을 들자 건너편 창가에 서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왠지 조금 어색하게 되어 나는 의미도 없이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뒤로 했다.

아무래도 저건 조문 의식인 것 같다.
그렇게 눈치챈 것은 산산히 무서진 묭 주위에서 예의 의식을 보이는 윳쿠리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요즘은 흡연자에 대한 비난이 강화되어, 나도 담배를 피우지는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 움직임에 관심이 끌렸던 나는 종종 창문을 통해 정원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게 죽음에 대한 조문인 것으로 나타난 것은 좋지만, 도대체 언제 누가 그런 풍습을 알린 것일까.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윳쿠리들에게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예의 불문율이 방해하여 그럴 수 없었다.
그런 괴로운 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 밤은 달이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복도를 걷고 있으면 안뜰에 아이윳쿠리 마리사가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시간에 윳쿠리를 보는 것은 드물다.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며 잠시 관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마리사는 예의 의식을 시작했다.
내 머리에 물음표가 떴다.
그녀의 눈 앞에는 어떤 시체도 없고, 오늘 죽은 윳쿠리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이유일까.
누군가 집 안에서 죽은 것일까 생각하면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내려왔다.
포식종의 레미랴였다.
그녀는 아이마리사를 물고 그 체내의 팥소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마리사가 뭔가 아우성치기 시작했지만, 당연히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그때, 뇌리에 뭔가 떠올랐다.
레미랴가 마리사를 둥지에 옮기려고 올라가는데, 나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우-? 뭐야-?"

그녀는 솔직하게 부름에 응해서 창을 넘어 복도에 들어왔다.
윳쿠리답게 경계심이 약하달까, 사람이 좋달까.
누군가에게 보이면 귀찮아서 내 방에 그녀를 초대했다.
하지만 용무가 있는 부분은 레미랴가 아니다. 그녀가 물고 있는 만두다.

책상 위에 아이 마리사를 내려놓도록 레미랴에 부탁하니 마지못해 따라주었다.
분명히 인간과의 힘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현명한 개체이다.

"해낸고제에에! 마리쨔는 기적의 순간을 맞은고제에에! 이걸로 영윳같은 게 되는고제에에!"

해방된 순간, 삶의 기쁨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아이 마리사에게 나는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신이다, 라고. 네가 느긋하기 때문에 도와준 거다, 라고.

"제, 제제제제제! 지, 진짜 신님인고제에에?"

그녀는 눈이 동그래지도록 놀랐다. 울고 기뻐하거나 놀라거나 엄청 바쁜 만쥬다.
마리사의 주의가 흐트러지기 전에 먼저 본론 - 아까 무엇을 하고 있던 건지를 물어봤다.

"흐흥-! 신님이면서 그런 것도 모르는고제? 그거는 기도인고제!"

"마리쨔, 열심히 기도한고제! 그래서 엑스칼리바씨를 받고 싶은고제!"

응? 기도? 무슨말이지?
내가 그녀에게 왜 기도를 했는지 질문했다.

"마리쨔, 엄마에게 들은고제! 잔뜩 옛날에 파츄리가 달님의 밑에서 '마도서를 원해' 라고 기도하자,
신님이 준거인고제!"

"마리쨔, 엑스칼리버씨를 원하는 고제! 그러니까 기도하는 고제!"

드디어 수수께끼가 풀렸다.
아무래도 조금 잘못한 거 같다.
저것은 조문의 의식이 아니라 신님에게 기도했던 것이다. 죽은이의 평온을 신에게 바란 것이다.
따라서 누가 그런 것을 퍼뜨린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나였다.
내가 파츄리에게 거짓말을 해서, 우여곡절을 거쳐 기도의 의식이 되어 무리의 풍습이 된 것이다.
확실히, 그 움직임이라면 십자가를 자른 듯한 궤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파츄리가 눈을 뗀 사이에 저런 다이나믹한 십자가를 그리고 있었을 줄은.

"뭐하는 고제! 우물쭈물하지 않는고제! 빨리 엑스칼리버씨를 주는고제!"

의문이 풀린 이상, 만쥬는 원래 있던 곳에 돌려주는 것이 옳은 것이다.
나는 레미랴에게 감사를 표하고, 볼일이 끝났으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조금쯤은 마음을 써서 책상위에 있는 사탕을 넘겨줬다.

"신님이 필요하시다면, 쉬운 일입니다도~!"

농담같은 미소로 그녀는 달밤을 날아갔다.

그때부터 레미랴가 안뜰에서 사냥을 하다가 나의 방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 신님-! 듣고 싶은 게 있을까-?"

윳쿠리를 입에 물고 언제나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마도서'를 손에 넣은 파츄리의 이야기는, 무리의 생활양식에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조수일 무렵까지는 밤중에 안뜰에 나가도 윳쿠리들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거기에 둥지가 있는 것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번뇌의 덩어리인 윳쿠리이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어두운 밤길을 다니는 윳쿠리가 종종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주의한 녀석은 대개 레미랴의 뱃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모처럼 가져다 준 선의를 소홀히하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해서 안뜰의 윳쿠리들에게 다양한 것을 들었다.
덕분에 지금은 그녀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있었다. (이 무슨 메모리의 낭비란 말인가!)

처마 밑에 살고 있던 일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노출된 토양이 사면을 만들었고,
그녀들은 수혈을 파고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수혈식주거를 짓는 윳쿠리가 늘어난 것이다.

5년 전에는 무리라 불리긴 했어도 각각 제멋대로 살고 있는 집단이었지만, 지금은 간단한 계명이 존재하는 공동체가 된 거 같다.

그리고 놀랍게도, 윳쿠리 무리는 인간이라는 생물의 존재를 깨끗하게 잊었다.

확실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2호관의 1층은 모두 학생 실험실이 있으며, 강의실이 있는 위층과 비교하면 왕래는 매우 적다.
또한 복도 창문은 굵은 유리로 되어있어 (설계자는 정원을 어떻게 하고 싶었던 걸까?) 안뜰에서
교사를 명확하게 볼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 이외의 구경꾼도 모두 2층 이상에서 
안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연못에는 장구벌레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모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은 항상 닫혀있다. (물론 장난을 치는 경우 창문으로 출입하고 있겠지만)
그녀들이 인간을 가까이서 볼 기회는 전혀 없는 것이다.
윳쿠리의 시각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적어도 안뜰에서는 머리 위를 오가는 인간의 일 등은
마음에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도 자신의 시선에 느긋할 수 있는
먹이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대를 거듭해가는 동안, 윳쿠리는 인간의 기억을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사람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그 존재를 잊어버릴 줄이야.
왠지 기구한 생물이지만, 동시에 말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후타바네 대학에 복귀하고 몇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내 직함은 또 다시 바뀌어있었다.
라고 해도 대단한 것은 아니다. 조교수가 부교수라는 호칭으로 바뀐 것뿐이다.
하지만 호칭 이외에는 바뀐 게 없냐하면 실은 그렇지도 않기도 하다.
나도 진짜 놀라씨만, 나는 윳쿠리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예전의 레미랴의 아이이다.
그녀가 딸이 몸첨부가 되어 곤란한데 키워줄 수 있는지 부탁한 것이다.
레미랴는 적당히 긴 시간 교제했기 때문에 불쌍하게 생각한 나는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키운다고 말은 했지만 집은 윳쿠리 금지의 임대였기 때문에 대학에서 키우기로 했다.
(물론 허가는 받았다. 좋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의외로 꽤 일을 잘 하고, 차를 끓이거나 실험의 조수를 하는 등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거의 연구실의 마스코트가 되어, 그녀를 목적으로 나의 연구실을 희망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 무렵, 윳쿠리들도 다소의 발전이 있었다.
지금은 벽을 따라 주거지가 줄지어져 있어 그 중에 일주일에 4채 정도는 주인을 말려들게 해 무너졌다.
만쥬 치고는 대단한 숫자였다.

학생들과의 관계성도 변했다.
그들에게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여 장난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윳쿠리무리는 그 피해자가 된다.
안뜰에 가짜 키메에마루가 나타난 지도 이래저래 몇년이 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규칙이 이어져간다는 점에서 후타바네 공대의 학생들은 정말 윳쿠리와 비슷했다.

이 날은 구름낀 가을 하늘이었다.
얼마 전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해 윳쿠리 무리는 월동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부지런히 먹이를 모으는 그들의 모습은 이제 가을의 풍물이다.
출근하면 회랑에 인산인해가 있으며, 모두가 속삭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안뜰에 집중하고 있었다.
또 무언가가 장치된 것이다.
나는 그것을 평가하려고 창문을 통해 정원을 들여다 보았다.

정수리를 파헤쳐진 레이무.
눈 부터 아래가 검게 타버린 마리사.
이상하게 허리가 들린 앨리스.
무수한 못이 박힌 파츄리.

짓눌리고, 흩어지고, 산산조각나고, 잘리고-
거기에 있는 것은 고통의 표정을 지은 한 때 윳쿠리였던 다수의 물체였다.
무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의 눈에도 인간의 소행임이 분명했다.
미친듯한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유난히 귀에 맴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되었다는 영상이 학내에 확산하기 시작했다.

"윳쿠리를 학대해 보았다 ㅋㅋㅋ"

그렇데 명명된 동영상에서는 한 남자가 실실 웃으며 안뜰의 윳쿠리들을 한마리씩 학대해 나가는
장면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낯익은 인물이었다.
내 강의를 수강하고 있던 1학년 학생이었다.
강의의 끝에 뭔가 질문 사항이 있냐는 물음에 기세좋게 손을 들고 정치논의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때 미묘하게 빛나는 표정이 기억에 남았다.

화면에서는 그가 여기를 향해 몸짓과 손짓을 섞어 뭔가 말을 하지만,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얼굴에는 미소가 떠 있지만 거기에서 분노나 기쁨, 증오와 쾌락 등 어떠한 심정도 읽을 수 없었다.
영상을 통해 전해지는 주목을 받고 싶다는 메시지 뿐이었다.

그 동영상이 계기가 되어 그에게 가벼운 처분이 내려졌다.
무단으로 구내의 동영상을 유표한 것과 구내에서 불을 사용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후, 그는 다른 학생들에게 백안시당해 몇달 후 조용히 대학을 그만둬버렸다.

나는 그가 규칙을 어긴 일을 콜럼버스가 달걀을 세워보였다 같은식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혹은 명문화되어 있지 않지만 정말 안뜰에 관한 불문율을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쨌던 스스로의 인식 외의 규율이 존재한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런 기술도 표현도 없는 그의 동영상을 굳이 평가한다면 거침없이 0점이었다.

제대로 계산한 것은 아니지만, 살아남은 것은 무리 전체의 2할 정도 같다. 과연 모든 윳쿠리를
죽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동영상에 그가 무리의 윳쿠리들에게 비축 식량을 내놓게 하고 그들 눈 앞에서 불을 지르는 것이 비치고 있다.
땅 위에 나와있는 거처도 마찬가지였다.
무리 전통의 수혈식 주거는 그 모든 것이 파괴되어 지금은 한 채도 남지 않았다.
머지 않아 겨울이 온다.
이미 가지고 있는 식료의 비축이 줄어들고 있고, 지금부터 다시 월동용의 비축을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20여년의 궤적이, 이런 형태로 단절된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기분이었다.

안뜰을 내려다 보면 윳쿠리들이 열심히 먹이 몰이를 하고 있었다. 일할 시간이 끝난 줄도 모르고
분주하게 일하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멍청해서 불쌍했다.
안뜰 구석에 시선을 돌리면, 몇 마리의 크고 작은 윳쿠리들이 신님에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죽음의 평온을 바라는 일은 아닐 것이다. 결국 신님에게 기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안뜰 윳쿠리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인간의 존재를 모르는 그녀들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엉터리로 퍼뜨린 거짓 신으로서 그녀들을 구할 책임이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내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에서 사람의 존재를 알아버리면 지금까지의 무리는 없게 될 것이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땋은 머리로 십자가를 만드는 그녀들의 모습에 조금 가슴이 아파졌다.

이튿날 나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출근했다.
사라져가는 그녀들을, 적어도 기록에 남겨 두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들은 여전히 안뜰을 바쁘게 뛰고 있었다.
파인더를 들여다 보며 한 장, 두 장, 먹이를 모으는 그녀들의 모습을 찍는다.

열번 정도 셔터를 누르다가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먹이를 모으는 속도가 괴상하게 빠르다.
뭐랄까, 미리 준비되어 있는 물건을 줍는 것 뿐이라는 느낌이다.

그 때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져내렸다.

카메라를 그쪽을 향하고 확대한다.
그것은 공중에서 이동할 리 없는 정체모를 애벌레였다.
사태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안뜰 곳곳에 열매와 꽃이 내려 떨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하고 생각하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몇개의 검은 날개가 태양을 등지고 안뜰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덧 안뜰을 바라보던 까마귀들이었다.

그들은 부리 외에 음식을 정원에 떨어뜨리고 새로운 먹이를 찾아 어딘가로 날아갔다.
여러번 이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도움의 손길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다.
윳쿠리 무리는 먹이를 찾기 위해 필사적이어서 하늘의 도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까마귀들은 계속 음식을 떨어뜨려 갔다.
나는 사진을 찍는 것도 잊고 삼킬듯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도-?"

레미랴의 목소리에 나는 되돌아왔다.
연구실에 나타나지 않는 나를 걱정해서 보러 온 것 같다.
그녀에게 아무런 대답도 없이 커피를 가져오도록 요구했다.

"알겠다도-!"

토닥토닥 연구실로 향하는 그녀를 보낸 후, 나는 안뜰로 시선을 옮겼다.

커피를 마시면서 안뜰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 마리의 까마귀가 내 앞을 가로질렀다.
그는 지붕에 남아 이쪽을 보고 웃는듯이 울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들은 여전히 안뜰을 보고 싶은 것이다.

내 직함이 교수로 변화하기보다 연호가 바뀌어버렸다.
완전히 낡아버린 2호관 교수실에서 나는 오늘 마감 서류를 읽고 있었다.
"연구실 이전 희망 조사서"라는 제목의 그 서류를 앞에 두고 나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레이와를 기념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후타바네 공대에 새 건물이 지어지게 된 것이다.

"무엇을 읽고 있어?"

플랑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손의 서류에서 그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몸첨부 레미랴의 딸이며, 어머니가 죽은 후 실험실의 2대째 마스코트를 맡고 있다.
몸은 없지만 어머니보다 현명하여 전국에 셀 정도 밖에 없다고 하는 플래티넘 뱃지를 따서
지금은 나보다 유명하다.
하지만 손이 없기 때문에 차도 못 타고 실험도 돕지 못한다. 몸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좋게 돌아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녀에게 서류의 내용을 설명하는 김에 새로운 방이 좋을까 물어본다.

"우- 플랑은 어느쪽이라도 좋아"

역시라고 할까, 당연하다고 할까.
플랑은 흥미없다고 대답하며 흔들흔들 날면서 교수실에서 나갔다.

오늘은 아내와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햇빛이 밝은 낮에 교수실의 열쇠를 닫았다.
복도를 걸으면서 안뜰에 눈을 돌리자, 정원에서 몇마리의 윳쿠리가 고리를 만들어 황홀한 얼굴로
그 중심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전구로, 작은 촛불같은 부드러운 불빛에 모두들 느긋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 느긋함을 손에 넣기 위해 한마리의 레이무가 귀밑털을 뻗었다.
귀밑털이 닿은 순간, 섬광과 함께 전구가 깨졌다. 깨진 파편이 모여있던 윳쿠리에게 꽂혔다.

60점이라고 할까.
윳쿠리가 닿는 순간 전구를 단락시키는 장치일 것이다. 어쩌면 전구도 자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훌륭하겠지만, 불행히도 이미 확인 할수는 없다.

표현도 좋다.

위태로운 작은 촛불이라는 걸로 '소 비 세'. 만지면 터진다는 것에서 맘에 안 든다.
(역주: 일본어 말장난입니다. 역자는 포기했습니다...)

소비세 증세로 사고 싶은 물건에 손이 나가지 않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능숙한 풍자가 효과좋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전의 증세 때 똑같은 일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상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전에도 본거야! 그리고 화난 듯 했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났다.
까마귀들의 도움으로 멸망의 위기를 면한 무리는 2년의 세월을 거쳐 발전을 했다.
지금은 그 수혈식 주거는 더 정교한 형태로 지어져, 붕괴하는 것은 1주일에 3개 정도의 비율로
되어 있었다. 만쥬 치고는 굉장히 발전한 것이다.
시선의 끝에서는 파편이 박힌 윳쿠리들이 고통에 몸부림 치는 모습이 보였다.
학생들과 무리의 관계도 여전했다.

덧붙여서 급기야 지난해 최고 점수가 업데이트 되었다.

여름의 오후, 안뜰에 나와있던 윳쿠리들이 일제히 뜬 것이다.
갑자기 떠올라서 그녀들은 들떠있었지만, 보고 있던 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도대체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저런 걸 보여준 이상 만점을 지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바로 안뜰의 기적이라 불릴만한 사건이었다.


와인을 잔에 부어 아내의 요리에 입맛을 돋웠다.

'이따금은 플랑짱도 데리고 돌아가면 좋은데'

그녀는 입을 삐죽였다. 집은 아직도 윳쿠리 금지의 임대주택이다. 게다가, 플랑은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면서 대학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빠지면 곤란하기에, 화제를 바꾸어 돌아가서 살펴본 안뜰의 광경을 말했다.

'안뜰이라... 2호관의? 헤- 재밌는 일을 하는 녀석이 있네'

그녀는 안뜰의 무리와 학생의 관계성에 대해, 처음 알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아내가 그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너도 대학에 있었을 무렵 안뜰을 보지 않았어? 하고 지적하자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반박했다.

'그건 당신을 보고 있던 거예요!'

...... 왠지 나까지 부끄럽게 되어왔다

식후의 커피를 마시면서 '그러고 보니' 라며 그녀가 말을 건다.

'연구실은 어떻게 할지 결정했어? 새 교사로 옮기거나 머무른다고 말했던 거 같은데.'

결국 나는 희망 조사서를 내지 않았다.
그것을 말하자 그녀는 '어머, 그래?' 하고 매정하게 대답하고 계속 말했다.

'하지만 왜? 새로운 곳이 좋은 거 아냐?'

당연히 그렇다.
삐걱거리는 2호관과 반짝이는 새 교사.
어느쪽이 좋은지는 고민할 것도 없다.

반대로 말하면, 고민하는 시점에서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내의 물음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거기엔 안뜰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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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적고 나니까 힘드네요... 교정은 나중에 보겠습니다...

  • ?
    륭돵 2020.02.11 00:04
    오오 관찰물
  • profile
    윳살파 2020.02.11 05:29
    오랜만의 번역..... 근데 진짜 어떻게 뜬거냐
  • profile
    김병투 2020.02.11 15:12
    번역하느라 고생 많으셨읍니다
  • ?
    LAYA 2020.02.11 19:31
    감사합니다 최고예요
  • ?
    테크마린 2020.02.20 17:53
    마지막 결말은 뭐지...?
    그러니까 윳쿠리판 휴거가 일어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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