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대회] 비참한 카운트다운

by LIM0301 posted Dec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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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무엇일까? 인간들에게는 힘든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잠시나마 새 날을 맞는 축제와도 같은 날이겠지만, 윳쿠리들에겐 절대 그렇지 않다. 윳쿠리들에게 있어, 새해란 그저 힘들 뿐인 기나긴 윳생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겨울이란 원래 대부분의 생명에게 있어 힘든 시기. 그중에서 특히 추운 시기인 12월, 1월에 맞는 새해란 방한시설이 열악한 윳쿠리들에게 있어 죽음과 같은 시기인 것이다. 야생이라면 사정이 약간이나마 낫겠다. 윳쿠리들의 둥지 특성상 약간의 추위를 막아주며 먹이가 풍부해 살아남을 확률이 더 크지만, 시내의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윳쿠리라면?

 

겨울은 윳쿠리의 전부를 빼앗아가는 사신과도 같다.

 

여기, 평범한 길거리 윳쿠리 두마리가 있다. 겨울나기에 힘들어하며, 식량을 그날 그날 찾아내 하루하루 살아가는 마리사와 레이무 두마리.

 

"레이무... 밥씨를 가져왔다제..."

"마리샤... 레이무 너무 춥다구... 밥씨 맛없다구..."

"할수 없다제... 마리사도 이것만 찾아낸거제..."

"느엥...느에엥... 힘들다구우..."

 

울면서 밥이라기 뭣한 길가에 자란 풀들이나 음식쓰레기들을 삼키는 윳쿠리들. 바람도 막을수 없는 판지 상자에 들어가 길거리에 처박혀 근근히 살아가는 윳쿠리 부부. 그들의 시선 끝자락에는, 분주히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으, 뒤지게 춥네."

"그따구로 입으니까 그렇지. 한겨울에 패딩을 안입는 자식이 어딨냐?"

"나 패딩 싫다니까!"

"찡찡대지 마, 카운트다운하는데로 빨리 가기나 해."

"니가 이렇게 입어봐라. 팔다리가 움직이나 안 움직이나..."

"부탁이니까 제발 닥쳐라."

 

즐거운 듯한 사람들의 대화에, 윳쿠리들은 다시 절망한다.

 

"어째셔... 어째셔 인간씨드른 저러케 기쁜거냐구... 레이무드른 이러케 힘든데..."

"느...느에엥... 바디쟈두 저러케 되구싶다제..."

 

맛없는 음식을 우겨넣으며 윳쿠리 부부는 끝없이 울었다. 자신들은 이렇게 힘든데, 왜 인간씨들은 즐겁게 사는걸까. 하루하루가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인데, 왜 인간씨들은 편하게 사는걸까. 결코 그들이 풀 수 없는 의문이 문득 생각난다.

 

새해 전야의 마지막 시간. 카운트다운이 시작하기 몇분 전. 하늘에선 분위기를 띄워주려는 양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레이무... 눈씨다제! 눈씨가 내린다제!"

"와아... 레이무 이런 멋진 눈씨는 처음이라구!"

 

눈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광경에 윳쿠리 부부는 잠시나마 기뻐한다. 하지만,

 

"이야. 눈이 다 내리네. 그렇게 안내리더니 타이밍 죽여주네."

"그러게 말이다. 분위기 괜찮네."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사람들 역시 기뻐하며 웃는다. 아이 어른 상관없이 다같이 이번 해를 추억하며 다음 해를 맞이한다. 그들의 웃음이, 윳쿠리 부부를 더욱 비참하게 했다.

 

마침내 카운트다운의 시간.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하나되어 숫자를 외는 시간.

 

"10! 9! 8!"

 

윳쿠리 부부는 그 의미를 알수 없다. 단지 이렇게 추운 날 저녁, 어쩌다 한번 인간씨들이 저렇게 외친다는 것 뿐. 그것뿐이다.

 

"3! 2! 1!"

 

웅장한 울림과 함께.

다시 한번. 새해를 맞는다.

다같이 기뻐하며 축하하는 시간. 1월 1일 저녁 0시.

윳쿠리들에겐 끝없는 서바이벌이 기다릴 뿐. 그들에게 기뻐할 여유는 없다.

 

"레이무... 마리사는... 이러케 살구 싶지 않다제..."

"마리사..."

"마리사도 인간들처럼... 웃으면서 저렇게... 살구싶은데... 왜..."

그들이 밥이라 부르는 쓰레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눈물을 흘릴 뿐. 다시 한번 서러워 울며 윳쿠리들은 잠자리에 든다.

 

새해가 찾아왔다. 바뀐 것은 없다. 윳쿠리나. 사람이나. 그저 달력의 4글자짜리 숫자가 바뀌었을 뿐. 윳쿠리들의 비참한 생활이나, 사람들의 바쁜 생활이나. 바뀐 건 딱히 없다.

 

아니, 어쩌면 약간은 바뀌지 않을까 싶다. 여기선 매년 1월 1일, 신년맞이 대구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거리의 거리윳들은 당연히 쓸려나가며, 교외의 산에 있는 야생윳까지 전부 잡아 죽인다. 그래봤자 언젠가 거리윳들은 일부는 살아남거나, 아니면 다시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이 지루한 거리에 늘상 있던 시끄러운 윳쿠리의 음성이 잠깐 사라진다면, 그건 충분한 변화가 아닐까. 사람들은, 잠깐 어색해하는 것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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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입니다. 학대라기도 뭣한 학대글입니다. 바로 전에 나온 글에 비하면 질도 양도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이번 연말연시 느긋함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길 빌며, 전 앞으로 나올 다른 작품도 기다리겠습니다.

모두 느긋하시길!

 

참고로, 저 소설엔 모음 'ㅗ'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