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대회] 일가의 기둥! 마리사의 2020년 새해맞이

by 다섯개 posted Dec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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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가 공모전 첫작이 되겠군요.

 

학대물입니다.

 

주인공은 마리사이며,

 

인간이 당하는 내용은 안나옵니다.

 

감사합니다.

 

 

 

 

 

 

 

 

 

“어이 똥인간!! 똥인가안!!!”

 

마리사가 얼굴을 찌푸리며 외쳤다. 곧 몇명의 사람들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마리사님.”

 

대답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긴장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마리사는 그들을 불만스럽다는 얼굴로 쭉 둘러본 다음 땋은 머리를 붕붕 휘두르며 노성을 질렀다.

 

“지금 시간이 몇시인지 아는거제? 당장 달콤달콤을 내놓으라제!”

 

물론 마리사는 시간이라는 것이 뭔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어감만큼은 너무나도 느긋할 수 있었다.

마리사의 호통에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고개를 숙였다.

 

“죄,죄송합니다. 마리사님. 당장 대령하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달콤달콤이 가득 담긴 쟁반을 가져왔다. 이가 시릴정도로 달달해보이는 과자와 케이크의 산을 보며 마리사는 침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여,여기있습니다.”

 

한 사람이 쟁반을 마리사의 앞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마리사는 사람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고 쟁반이 놓이자마자 달콤달콤에 얼굴을 쳐박았다.

 

“크헤헤! 우꺽 우꺽 캐캐캐캥뽀옥!”

 

보이는 것 이상의, 기대 그 이상의 단맛이 마리사의 혀를 감싸 안았다. 마리사는 절로 흘러 나오는 행복감 속에서 달콤달콤을 먹고 또 먹었다.

 

“마,맛있으십니까? 마리사님?

 

마리사가 달콤달콤을 먹는 모습을 보며 가만히 서 있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리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달콤달콤을 먹던 것을 우뚝 멈췄다.

마리사는 천천히 그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 사람은 마리사가 노려보자,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마리사님이 달콤달콤을 먹는데 지금 말을 건거냐제?”

 

“죄,죄송합니다.”

 

“사실 이거 전혀 맛있지 않았다제. 느긋하게 죽으라제!”

 

마리사는 그 말과 함께 땋은 머리를 휘둘렀다. 그와 함께 금빛 섬광이 일며 사람들을 덮쳤다.

 

“아, 아아아악!”

 

귓가에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마리사는 일어났다.

 

 

 

 

 

 

 

<<일가의 기둥! 마리사의 2020년 새해맞이>>

 

 

 

 

“느으…”

 

눈을 떴을 때 마리사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금빛으로 빛나는 섬광도, 울며불며 쓰러지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물론 산더미같이 쌓인 달콤달콤도 없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지저분하고 어두운 집 벽이었다.

 

“...꿈이었던거제…”

 

깨어난 마리사는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아 차리며 우울함을 느꼈다. 

곧 느긋하지 못한 기분과 함께 팥소를 경직시키는 한기가 느껴졌다. 마리사는 몸을 우울한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

 

“쿠울… 쿠울…”

 

몸을 돌려 본 곳에는 레이무와 사랑스러운 아가야들이 쿠울쿠울 자고 있었다. 침대 대용으로 쓰는 닳아버린 티셔츠에 옹기종기 밀착해 자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상당히 야위어 있었다. 

마리사는 야위어버린 가족의 얼굴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물려받은 기억으로는 분명 이런 겨울에는 동면!이라는 것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리사는 그 동면!이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루 이상 먹을 수 있는 음식들도, 겨울 내내 일가족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도 마리사는 본적 없었다.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 없었고, 그런 것을 구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마리사가 아는 것이라고는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와 잔디를 뜯어 하루하루 버티는 것뿐이었다.

 

마리사는 우울한 눈으로 골판지 밖을 보았다. 아직 어둑어둑한 날이었다. 윳쿠리가 활동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시간이었다. 마리사는 한숨을 한번 쉬곤 쭈욱쭈욱하며 뭉친 팥소를 풀어주었다. 움직이기 싫은 온도였지만, 어쩔수 없었다.

마리사는 아빠야였다. 가족의 기둥이었고, 또다시 오늘 하루를 버티기 위해서는 사냥!을 갈 수 밖에 없었다.

 

“느하...춥다제…”

 

골판지 밖으로 나온 마리사를 반긴것은 익숙하면서도 도저히 친숙해지지는 않는 싸늘한 새벽 공기였다. 마리사는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이내 마리사는 일부러 고개를 들고 모자를 다잡았다.

 

“느부부… 하지만 마리사는 아빠야! 인거제… 느긋하게 사냥하러 가는거제.”



 

 

“어째서 밥씨가 없는거제? 이상한거제?”

 

그런 마리사를 반긴 것은 텅빈 쓰레기장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것도 없는 전봇대였다.

전봇대에는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라는 글귀가 쓰여있었지만, 마리사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마리사에게 있어 이곳은 사냥터!였고, 음식씨가 담긴 봉투씨가 마음대로 나오는 곳이었다.

 

“이상한거라제? 어째서 밥씨가 없는거제? 마리사 배가 꼬륵꼬륵인거제?”

 

마리사는 전봇대에게 호소하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세번, 그리고 마리사에게 잔뜩힌 횟수를 둘러본 끝에, 마리사는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심술 부리는 거냐제…”

 

마리사는 그 말과 함께 천천히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더 기다리면 봉투씨가 나올지도 몰랐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마리사도 이 도시에 근 1년동안 자라온 윳쿠리였고, 수많은 동족의 죽음을 목격해온 베테랑이었다. 한 곳에서 오랜시간 머문 윳쿠리의 최후쯤은 팥소가 시릴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마리사는 분한 눈길로 전봇대를 노려보고는 천천히 다른 사냥터로 향했다.

 

“추운거제…”

 

마음을 다잡고 나온 사냥이었고, 오늘 처음 나온 사냥도 아니었다.

하지만 추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리사는 느긋할 수 없는 날씨에 괜시리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쓸데없이 맑은 하늘이 마리사의 눈에 들어왔다.

 

“느…”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마리사는 다시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춥지만, 그가 사냥을 해가지 않으면 집의 가족들이 굶는다.

이 사실에 억지로 팥소를 놀려가며 마리사는 그렇게 거리를 이동했다.

 

“느?”

 

그렇게 고개를 숙인채 이동하던 마리사는 문득 코를 간질이는 냄새를 맡았다. 마리사는 코를 벌름거리며 풍겨오는 냄새를 맡았고, 이내 이 냄새가 달콤달콤 냄새라는 것을 깨달았다. 

 

“늣!”

 

마리사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냄새가 풍겨오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마리사는 고개를 숙였다. 냄새가 풍겨오는 곳은 포장마차였다.

마리사는 고개를 숙인채 피식 웃었다.

하기야 이 도시의 달콤달콤은 모두 인간의 것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과 애완 윳쿠리의 것이었다. 들윳쿠리를 위한 달콤달콤 따위는 마리사의 윳생에서 단 한번도 본 적 없었다.

 

“쳇…”

 

마리사는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으로 가려했다.

하지만 잔인할 정도로 달콤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마리사를 자극하고 있었다. 마리사는 주춤주춤 다시 몸을 돌려 포장마차를 보았다.

 

느긋함은 나누는 것이다.

 

마리사가 알고 있던 ‘상식’이었다. 하지만 인간씨는 그 상식에 맞춰 움직이지 않았다. 느긋함을 나누기는커녕 언제나 비겁한 수로 윳쿠리를 괴롭힐 뿐이었다.

 

“늣…”

 

이같은 부조리한 현실에 마리사는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눈을 슥슥 비볐다. 

그때 한 인간씨가 다른 인간씨에게 어떤 음식을 건냈다.

 

“호,호떡씨?”

 

마리사는 메마른 목소리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멀리서밖에 본적 없는 음식이었고, 한번도 먹어본적 없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팥소로 전래받은 기억속에는 그 이름이 각인되어 있었다.

 

마리사의 저부가 슬금슬금 포장마차쪽으로 향했다.

 

“마리사도 조금만…”

 

비척거리는 동작으로 포장마차로 향하는 마리사였다.

 

“슬-금… 슬-금…”

 

마리사는 입으로 중얼거리며 그렇게 포장마차로 기어갔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호떡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저 호떡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는 곧 믿음이 되었고, 믿음은 곧 마리사 안에서 약속이자 현실이 되었다.

마리사는 그렇게 호떡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포장마차로 기었다.

 

“응?”

 

그때 포장마차에서 호떡을 받은 사람이 마리사를 눈치챘다. 그 사람은 마리사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 윳쿠리잖아.”

 

“늣!”

 

그 순간 마리사는 정신을 차렸다. 마리사의 지저분한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분명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었는데 어째서 들킨 것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리사는 그 생각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대신 반사적으로 고개를 땅에 쳐박았다.

 

“느느느느느느! 죄,죄송합니다아아아!! 용서해주세요오오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나쁜 것인지 마리사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리사는 죽고 싶지 않았다.

 

느긋할 수 없고 대화도 통하지 않으며 이율배반적인,

저열하고 비열한 짐승!인 인간씨였지만

그 힘만큼은 강했다. 그 사실만큼은 부정하고 싶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마리사는 그렇게 사과했다. 의미 없는 사과였지만, 죽기 싫다는 이유와 진심만큼은 담긴 마리사의 팥소 아래부터 올라온 호소였다.

 

“에이씨.”

 

호떡을 든 사람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마리사를 살짝 발로 밀어버리곤 그대로 자리를 떴다.

마리사는 그렇게 사람이 떠나자마자 황급히 자리를 떴다.

호떡 냄새가 진하게 남아있었지만,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느으…”

 

힘없는 동작으로 마리사는 저부를 움직였다.

모자에는 길가에서 뜯은 잡초와 어디선가 주운 담배 꽁초 따위가 들어있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느긋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음식들이었다.

나아가 그마저도 오늘 하루 먹기에도 빠듯한 양이었다.

하지만, 마리사는 이 성과가 그의 최대치라는 것을 잔인할 정도로 잘 깨닫고 있었다.

 

“느쿠우… 사냥의 달윳인 마리사가 어째서…”

 

마리사는 느긋하지 못한 울림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냥터씨가 심술만 부리지 않더라도 이것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사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모자 속에 담긴 성취는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이 친절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마리사는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결코 풍족하지 않은 이 성취조차도 아쉬운 것이 지금의 상황이었다. 집에 도착해 조금 쉬고 바로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집에 가지 않을수가 없었다.

 

“느?”

 

그렇게 마리사는 집이 있는 골목에 접어들려 했다. 그 순간 마리사는 멈칫했다.

 

“느삐이이!”

 

“어째서 이런지슬 하는거냐구!”

 

골목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비명이 들려왔다. 마리사는 팥소 안쪽부터 얼어붙는 감각을 맛봤다.

 

“어째서라니? 내가 느긋해지기 위해서라니까?”

 

“느뺘아아아아!”

 

인간씨의 조소.

레이무의 비명,

골목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더라도 마리사는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마리사는 황급히 골목으로 가려했다.

 

“...늣!”

 

그러나 이내 마리사는 자신의 저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부씨...제발 움직이라제…!”

 

마리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주시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저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마리사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땋은 머리로 저부를 짚어보았다. 얼어 붙거나, 물에 젖어 불거나, 하다못해 꽁초를 밟아 데이거나, 돌에 베이거나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았다.

하지만 저부는 쓸데없을정도로 멀쩡했다.

 

“아가야아아아아!”

 

이내 레이무의 비명이 다시 들려왔다. 마리사는 초조함 속에서 다시 움직이려했다.

하지만 저부는 꼼짝도하지 않았다.

 

“레이무...를 구해야한다제…!”

 

마리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온몸을 비틀었다. 곧 마리사는 저부가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조금의 미동에 마리사는 그대로 저부를 움직였다. 그리고 곧이어 튀어올랐다.

 

“레이무 미안해애애애!!”

 

그렇게 마리사는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눈물이 났다. 분해서 눈물이 났고, 느긋하지 못한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마리사는 아빠야였다. 언제나 자신이 가족의 기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가족을 지켜야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마리사는 두려움 속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비열하고 저열한 생명체인 인간씨에게, 아니 인간씨의 모습조차 보지 않고 비명에 겁을 먹고 도망치고 있었다.

 

“젠장…”

 

머릿속에서 레이무가 죽는 장면이 떠올랐다. 끔찍한 상상 속에서 마리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곧 아가야들이 죽는 장면이 떠올랐다. 웃으면서 아가야를 죽이는 인간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리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허겁지겁 도망치려는 저부를 멈췄다.

 

“마리사는 아빠야인건제…”

 

마리사는 그렇게 자신에게 중얼거리며 몸을 돌렸다. 두려움에 경직된 저부가 저항했지만, 마리사는 억지로 몸을 돌렸다.

 

“레이무...지금이라도 구하러 간다제…”


 

 

 

 

 

그러나 집에, 아니, 집이었던 것에 도달한 마리사가 본 것은 텅빈 골목이었다.

윳쿠리를 학대하는 취미를 가진 인간씨는 이상한 취미와 별개로 모범적인 시민이었고, 자신이 학대한 윳쿠리와 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윳쿠리 집을 가만히 놔두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

 

마리사는 천천히 집이 있었던 곳을 다가갔다. 이내 코를 찌르는 죽음의 냄새가 확 풍겨왔다.

 

“아아아아아아!”

 

마리사는 그렇게 비명을 질렀다.

빈약한 팥소뇌로도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마리사는 팥소 저리게 알 수 있었다. 마리사는 고개를 땅에 쳐박았다.

비열한 자신의 잘못으로 이렇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인간씨에 자신이 대항할 수 있을리는 만무했지만, 그런 잔인한 사실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의 위기 앞에서 도망친 한심한 아빠야로 인해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압빠야…”

 

그 순간 마리사의 귓가에 힘없는 목소리가 닿았다.

마리사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곧 반대편 귀퉁이에 버려진 전단지를 발견했다.

 

“아빠야…”

 

그리고 거기서 다시 마리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사는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전단지쪽으로 기어갔다.

 

“아가야?”

 

마리사는 땋은머리를 뻗어 전단지를 뒤집었다.

거기에는 눈물 젖은 눈으로 벌벌 떨고 있던 마리쨔가 있었다.

 

“아가야!”

 

“무서워따쪠! 느에에에에엥!”

 

마리사를 보자마자 마리쨔가 울며 마리사에게 달라붙었다.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마리쨔를 쓰다듬었다.

레이무도 죽고, 다른 아가야들도 죽었지만, 마리쨔는 살아있었다.

가족 단위의 참사 속에서 발견한 작은 희망 속에서 마리사는 비틀린 안도감을 느꼈다.

 

“괜찮은거제. 괜찮은거라제… 아빠야가 있는거라제.”


 

 

 

 

 

“느하… 느하…”

 

마리사는 기었다. 정들었던 집이지만, 그곳에 머물러 있을수는 없었기 때문에 기었다.

인간씨가 한번 습격한 곳에서 계속 머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아니, 그런 일은 차치하더라도 마리사는 죽음의 냄새가 짙게 밴 곳에서 지낼 자신이 없었다.

그것도 자신의 아내의 죽음을 암시하는 냄새였으니 느긋함과는 상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빠야...추운고졔…”

 

그때 뒤따라오던 마리쨔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가야…”

 

마리사는 몸을 돌려 아가야를 보았다. 아가야를 보는 순간 마리사는 팥소 한켠이 아린 느낌을 받았다.

 

“느큿…”

 

마리사는 사탕 이빨을 악물었다. 마리쨔는 아직 아이 윳쿠리였다. 원래라면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 해야되는 시기였다. 침대 맡에서 레이무의 노래를 들으며, 느긋함을 만끽하고 풍부한 음식을 우걱우걱해야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 마리쨔는 추운 날씨에 싸늘한 아스팔트 위를 기고 있었다.

 

이게 모두 인간씨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느긋함을 나눌줄 모르는 인간씨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상을 지배해야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윳쿠리를 탄압하는 어리석은 종족의 만행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리사는 재차 이 팥소 시린 부조리함에 눈가가 아려왔다.

 

“아빠야가 태워주겠다제.”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마리쨔에게 뻗으며 말했다.

세상이 부조리하지만 마리사에게는 힘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부조리하더라도 기다리고 참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족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로써 마리쨔만큼은 지켜야만 했다.

 

“늣? 개, 갠차는고제!”

 

마리쨔가 당황하며 그 갸녀린 땋은 머리를 홰홰저었다. 마리사는 이 마음 따뜻해지는 느긋한 심성에 눈물을 왈칵 쏟을 뻔했다.

 

“아니라제. 자.”

 

마리사는 감동을 참으며 그대로 마리쨔를 자신의 머리에 실었다.

 

“하뉴를!”

 

거절하던 마리쨔였지만 부유감에 꺅꺅거리며 웃었다. 마리사는 마리쨔를 머리에 싣고 다시금 팥소를 다잡았다.

반드시 마리쨔만큼은 지킨다.

한심한 아버지로서 그것만큼은 해내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렇게 마리사는 마리쨔를 머리에 태운채 기고 또 기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장 집으로 쓸만한 공간이나 장소를 찾을 수는 없었다. 마리사는 스믈스믈 팥소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초조함 속에서 다급함을 느꼈다. 

아직 해가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운 날이었다.

정처할 곳을 찾지 못한채 거리에서 밤을 보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레미랴와 같은 포식종의 위협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때, 마리사는 자신이 익숙한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아아..."

 

마리사는 익숙한 풍광 속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달콤한 그 냄새는 곧 마리사의 팥소 한켠에 잠자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마리사는 지난번에 보았던 포장마차를 다시 보았다.

 

“느? 달콤달콤씨 냄째가 나는고졔!”

 

“늣??”

 

그때 마리사의 머리에 타고 있던 마리쨔의 목소리가 울렸다.

마리쨔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주변을 보더니 이내 포장마차를 발견하곤 소리쳤다.

 

“압빠야! 쪼기 달콤달콤씨가 있는고졔! 마리쨔 달쿔달쿔 먹꼬 싶따쩨!”

 

마리쨔는 땋은 머리로 마리사의 머리를 탁탁 치며 말했다.

마리사는 아가야의 말에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아,아가야…”

 

“달콤달콤씨! 달콤달콤씨! 마리쨔가 다 먹을거라쩨!”

 

당연한 말이지만 집을 찾는 와중 마리쨔가 먹은 것은 빈약하기 그지 없는 것들 뿐이었다. 간간히 마리사가 길가에 있던 잡초를 뜯어 주었지만, 쓰기만한 잡초로 아이 윳쿠리가 만족할 리 없었다. 오히려 지금껏 군말하지 않았던 것이 마리쨔의 느긋한 심성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리사의 눈가가 씰룩였다.

물론 그라고 해서 아가야에게 달콤달콤을 주고 싶지 않을리가 없었다. 오히려 가능하다면 잔뜩 쌓인 달콤달콤을 주고 아빠야로서의 권위도 드높이고 싶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마리사는 적당히 똑똑했다.

마리사는 자신이 인간씨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가야에게 달콤달콤을 가져다 줄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마리사의 고심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마리쨔는 그저 달콤달콤을 먹고 싶다고 노래부를 뿐이었다.

마리사는 조심스럽게 땋은 머리를 뻗어 마리쨔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마리쨔를 머리에서 내렸다.

 

"하뉼!"

 

신난 마리쨔의 외침을 슬픈 기분으로 들으며, 마리사는 마리쨔를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

마리쨔는 포장마차를 힐끔거리며 기대에 찬 눈길로 마리사를 보았다.

너무나도 순진한 그 모습에 마리사는 팥소 한켠이 아려왔다. 마리사는 잠시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아빠야가 그… 조금 있다가 가져다 주겠다제. 조금만 참으라제…”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마리쨔를 보았다.

하나밖에 남지않은 마리사의 가족.

사랑스러운 아가야.

아버지로서의 마리사를 증명시켜줄 하나뿐인 아이.

그리고 그 아이는 마리사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리쨔는 몸을 갸웃거렸다. 당장 마리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듯했다.

그러나 이내 마리쨔는 아버지가 자신의 요청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마리쨔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리쨔는 마리사를 보고 포장마차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대로 발랑 누워 데굴거리기 시작했다.

 

“시른고제! 시른고제! 지금 당장 머꼬 싶은고졔! 지금 당장! 달컴달컴씨를 먹을꺼라제!”

 

"시끄럽다제!"

 

시끄럽게 울부짖는 마리쨔를 보며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휘둘렀다.

땋은 머리에 닿는 묵직한 감각에 마리사는 아차했다.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는 사실에 저도 모르게 휘두른 것이었기에 손대중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느삣!”

 

그러나 멈추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그렇게 마리쨔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떼굴떼굴 굴러 나가 떨어졌다.

 

마리사는 황급히 마리쨔에게 다가갔다.

 

"아,아가야…!"

 

마리쨔는 엎어진채 가만히 있었다. 마리사는 일단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인간씨는 보이지 않았다. 인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마리사는 마리쨔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자 입을 열려했다.

 

“느에에에에에에엥! 압빠야가 때려쪄어어어!! 느에에에엥!”

 

그러나 마리사가 입을 떼기도 전에 마리쨔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마리사는 초조한 기분 속에서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알고 있기론 윳쿠리는 우는 소리는 인간을 불러오는 재앙이었다. 다행히 지금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마리사는 마리쨔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보았지만, 이내 마리사는 마리쨔에게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했다.

 

“느,늣…!”

 

마리사는 잠시 고민하다 그대로 마리쨔를 자신의 모자 안으로 넣었다. 그리곤 그대로 그곳에서 황급히 벗어났다.


 

 

 

 

 

마리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광활한 대지 위에 수많은 윳쿠리가 있었고, 자신은 달콤달콤으로 만든 성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의 수많은 윳쿠리들은 마리사만을 우러러 보고 있었다. 마리사는 자신을 우러러 보는 윳쿠리들을 향해 땋은 머리를 들어올렸다.

 

"늣!"

 

“느와아아아아!”

 

마리사가 땋은 머리를 뻗자, 그를 우러러보던 윳쿠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마리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 보며 땋은 머리를 옆에 있던 달콤달콤에 뻗었다.

마리사는 그대로 달콤달콤을 성 아래로 뿌리며 선언했다.

 

“느긋함은 모두 함께 나누는 거라제!”

 

“느와아아! 마리사 만세!”

 

달콤달콤을 받으며 윳쿠리들이 일제히 마리사를 칭송했다.

느긋한 울림의 환호를 들으며 마리사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였다.

 

“마,마리사님…”

 

“느으?”

 

어떻게 들어도 느긋하지 않은 목소리에 마리사는 몸을 돌렸다. 거기에는 초라한 모습의 사람들이 굽실거리며 서있었다.

어찌할 줄 몰라하는 그들을 보며 마리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마,마리사님..저희도 다,달콤…”

 

똥인간들이 벌벌 떨며 마리사에게 간청했다. 마리사는 혀를 한번 차고는 근처에 있던 달콤달콤을 들었다. 마리사가 달콤달콤을 집어들자, 똥인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마리사는 피식 웃고는 성 아래의 윳쿠리들에게 달콤달콤을 던졌다.

 

“아,앗!”

 

날아가는 달콤달콤을 보며 똥인간들이 안타까운 얼굴을 지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 얼굴을 보며 마리사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느헤헤! 똥인간은 이거나 먹으라제!”

 

마리사는 그대로 땋은 머리를 휘둘렀다.

 

“크헉!”

 

마리사가 땋은 머리를 휘두르자 똥인간이 그대로 가루가 되었다.

최강!이 되는 기분을 만끽하며 마리사는 재차 땋은 머리를 휘둘렀다.

땋은 머리를 휘두를 때마다 똥인간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마리사는 소리 높혀 웃었다.

 

“느하하! 느하하하!”


 

 

 

 

 

“느…”

 

달콤한 꿈이었고,

그래서 다시 찾아온 현실은 더할나위없이 썼다.

마리사는 침침한 눈을 뜨곤 한숨을 쉬었다.

화려하고 느긋할 수 있는 꿈이었지만, 마리사는 그것이 그저 꿈일뿐이라는 것을 기분나쁠정도로 명확히 깨달았다.

 

“춥다제…”

 

한기 속에서 마리사는 몸을 쭈욱쭈욱했다.

 

“늣…”

 

좁은 수풀 속에 있었던 지라 쭈욱쭈욱을 하자마자 나뭇가지에 피부가 쓸렸다. 마리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결코 느긋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마리사와 마리쨔 부자가 몸을 의탁할만 곳은 이런 곳뿐이었다. 제대로된 골판지집이나 사람이 오지 않을 법한 골목에는 이미 선주민이 있었다.

 

마리사는 쓸린 피부를 땋은 머리로 매만지며 몸을 돌렸다. 이렇게 추운데 마리쨔는 제대로 잠든 것인지 궁금했다.

 

“느?!”

 

그리고 마리사는 마리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가야!”

 

마리사는 황급히 수풀에서 튀어나왔다. 느긋할 수 없는 감정이 스멀스멀 팥소 위로 밀려오는 가운데, 마리사는 수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마리쨔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자를 뒤집어 보고, 정말 끔찍한 상상을 하며 자신의 저부 밑을 보았다. 하지만 마리쨔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가야!”

 

마리사는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가족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로서 마리쨔만은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마리사였다.

그런데 지금 그 마리쨔가 사라진 것이었다.

더 이상 자신이 한심해지는 것 만은 막고 싶었기에 마리사는 황급히 근처 도로로 향했다.

이제 막 해가 뜨는 시점에서 차가운 공기에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인간씨에게 발로 차일지도 몰랐지만, 지금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지키려다 모든 가족을 잃은 마리사로서는 아가야의 안위만이 중요했다.

 

“아가야!”

 

마리사는 아가야를 부르며 그대로 대로로 향했다. 그때 마리사는 저 멀리 조그마한 체형의 윳쿠리 마리사를 발견했다.

 

“느…!”

 

마리사는 모자를 쓴 그 윳쿠리가 마리쨔라는 것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마리사는 마리쨔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그대로 아가야에게로 뿅뿅 뛰어갔다.


 

 

 

 

 

 

“마리쨔는 달콤달콤씨를 잔뜍! 먹을고라졔!”

 

마리쨔는 유쾌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심술쟁이가 된 아빠야는 달콤달콤을 주지 않았지만, 자신에게는 달콤달콤을 먹을 권리!가 있었다. 마리쨔는 그렇게 말하며 뿅뿅 튀었다.

부족한 기억력이었지만, 마리쨔는 포장마차까지 가는 길만큼은 기억해낼 수 있었다.

 

“아가야!”

 

“늣?!”

 

그 순간 뒤편에서 마리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쨔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분명 자고 있을 아빠야가 굳은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리쨔는 들켰다는 사실과, 아빠야가 여기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아,아빠야?”

 

마리쨔는 일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곧 결론을 내렸다. 아빠야에게 잡히면 달콤달콤을 먹을 수 없었다. 어쩌면 몰래 나온 사실에 대해 혼이 날 수도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은 아빠야에게서 달아나야했다.

짧은 시간만에 그런 결론이 도출되었고, 마리쨔는 자신의 팥소뇌가 도출한 결론에 따라 저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가야!”

 

마리쨔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마리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마리쨔는 아빠야가 다급하게 외치는 것 만큼이나 황급히 자신의 순속!의 저부씨를 움직였다.

그렇게 눈을 질끈감고 온 팥소를 쥐어짜 마리쨔는 그대로 튀어나갔다.

 

“느삑!”

 

그 순간 둔탁한 충격이 마리쨔의 몸을 덮쳤다.

아빠야의 땋은 머리로 맞을때보다 몇배, 아니 몇십배 몇백배에 달하는 충격에 마리쨔는 그대로 날아갔다. 다행히 모자씨부터 떨어졌기에, 어느정도 추락의 충격은 덜 수 있었지만, 그정도 충격 완화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충돌한 순간의 충격으로 팥소뇌가 흔들렸고, 온몸의 팥소가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마리쨔는 비명을 지르려했지만, 균형감각을 잃은 몸씨와 현실감을 잃은 입씨는 마리쨔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가야!”

 

저 멀리서 아빠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쨔는 아빠야를 향해 사과하려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잔뜩 잔뜩 사과할 자신이 있었다.

 

“뭐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미건조한 목소리. 마리쨔는 서서히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 계속해서 아빠야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아! 죄송합니다!”

 

신기하게 정신 속에서의 사과였지만, 마치 아빠야의 목소리인 듯한 사죄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마리쨔는 정신을 잃었다.


 

 

 


 

 

“아가야…”

 

마리사는 마리쨔를 땋은 머리로 쓸어만지며 중얼거렸다. 다행히 지나가던 인간씨에게 발로 차인 것뿐이기에 마리쨔는 눈에 띄는 상처를 입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부실한 식사와 느긋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쇠약해진 마리쨔에게 있어 그 충격은 결코 적지 않은 것이었다.

마리사는 마리쨔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동시에 자신의 아가야를 차고 지나간 인간씨에게 사죄를 했던 그때의 상황에 분노와 굴욕감을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아가야를 걷어찬것에 사죄를 하라고 외치며 인간씨를 제재!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리사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마리쨔가 날아가는 순간, 마리사는 이미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인간씨가 지나갈때까지 용서만을 바라며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젠장…”

 

느긋할 수 없는 굴욕감 속에서 마리사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마리사가 얼굴을 숙인채 파르르 떠는 사이, 마리쨔가 힘없이 눈을 떴다.

 

“압빠야…”

 

“아,아가야!”

 

마리쨔가 눈을 떴다는 사실에 마리사는 반색했다. 

 

“괘,괜찮은거제?”

 

마리사는 아가야의 상태를 황급히 훑어보며 물었다. 

아가야는 힘없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압빠...마리쨔...달쿔달쿔 먹꼬 시따졔…”


 

 

 

 

 

마리사는 달콤달콤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달콤달콤을 먹은 적이 없었다.

그저 본 것뿐이라면 먼발치에서 인간씨가 후후 불며 무언가를 먹었던 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느긋할 수 없었던 기억일뿐.

쓸데없이 그것이 달콤할 것이라고 알려주는 팥소의 지식을 저주하게끔 만드는 동시에 똥인간과의 격차만을 느끼게 해주었던 팥소저린 기억일뿐이었다.

 

윳생동안 비슷한 것이라곤 그나마 태어나서 먹었던 줄기씨뿐.

그마저도 완벽한 달콤달콤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팥소를 자르르 울리는 행복!의 맛이었지만, 줄기씨의 맛은 달콤쌉싸름한 복합적인 맛이었다.

언제나 꿈에서 그리고 바라던 달콤달콤 그자체의 맛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맛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먹은적이 없었기에, 마리사는 달콤달콤을 구하는 방법 또한 알지 못했다.

그저 인간씨가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뿐.

물론 인간씨가 독점하고 있는 달콤달콤을 빼앗는다던가 되찾아온다던가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마리사도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껏 마리사보다 더 느긋하고, 더 강한 윳쿠리들이 인간씨로부터 달콤달콤을 얻으려하다 얼마나 많이 으깨졌는가.

기억을 지우려고 응응을 아무리해도 지워지지 않는 섬뜩한 각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마리사는 그런 기억의 각인이 말리는 행위를 하려하고 있었다.

 

“이,이,인간씨! 부,부탁합니다아아! 제발! 제발!”

 

마리사는 칠흑의 모자씨가 주름잡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고개를 땅에 쳐박았다.

살기 위해 용서를 구하던 것보다도 더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인간씨에게 간청했다.

팥소 아래서 다시금 굴욕감이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가야가 달콤달콤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사는 달콤달콤을 얻는 방법을 몰랐다.

오로지 위험을 무릎쓰고 인간씨에게 비는 방법밖에 없었다.

 

“아 꺼져.”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달콤달콤이 아니었다. 짜증섞인 말과 함께 마리사는 그대로 걷어차였다.

 

“느아아아! 아프다제에에!”

 

더할것도 뺄것도 없이 순수한 고통만이 마리사의 왼뺨에서 느껴졌다. 마리사는 눈물과 시시를 흘려대며 비명을 질러댔다.

마리사를 걷어찬 남성은 그런 마리사를 보며 인상을 썼다.

 

“아 시발… 그냥 무시할걸…”

 

그 말과 함께 남성은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느갹…”

 

남성이 벗어나고, 얼마 후 마리사는 진정할 수 있었다.

여전히 왼뺨이 아려왔지만,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참을 수는 있었다.

마리사는 저 멀리 떨어진 모자를 다시 쓰며 입술을 깨물었다.

 

“느으...느쿠우…”

 

마리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씨가 느긋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들윳쿠리를 느긋하게 해주는 일은 조금도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리사가 이토록 부탁하고 있는 게 아니었던가

아가야가 아프다는 사실도 솔직하게 고백하며 고개 숙이고 있었다.

아무리 느긋할 수 없는 똥인간이라고 하더라도 이정도면 감격해서 달콤달콤을 주어야하는 것이 합리였고, 정의였다.

 

“젠장...젠자앙....!”

 

그러나 인간씨는 그러한 합리와 정의에 맞춰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달콤달콤을 주지 않고 지나가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마리사는 이를 악물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달콤달콤을 먹고 싶다고 하는 아가야가 떠올랐다. 자신은 아버지였다. 차라리 당당하게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차라리 생물 대 생물로써 대등하게 요구하는 것이 정답일지도 몰랐다.

마리사는 땋은 머리로 모자를 다잡았다. 인간에게 고개 숙이지 말자는 굳건한 각오가 드세워졌다.

 

“음? 윳쿠리다?”

 

그 순간 지나가던 인간이 마리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드아아아아아!”

 

인간이 자신을 보자마자 마리사는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잠시나마 드세워졌던 자존심은 그렇게 무너졌다.

 

 

 

 


 

 

“느뷃...불행…”

 

마리쨔는 마리사가 준 잡초를 주르륵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곤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잡초를 먹기 싫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다콤다콤…”

 

고개를 돌린 마리쨔는 그 상태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리사는 그런 마리쨔를 보며 팥소가 아려왔다.

 

“아가야…”

 

마리사는 한숨을 한번 쉬며, 마리쨔를 둔채 다시 수풀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지난번에 걷어차였던 것이 여전히 아려왔다. 마리사는 이미 부러진 마음을 다시 세우려해보았지만, 꺾인 마음은 쉽사리 다시 세워지지 않았다.

 

“느으…”

 

“아니 귀찮다니까 끝끝내 부르네…”

 

그 순간 마리사의 팥소가 경직했다. 위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오해의 여지 없이 인간씨의 목소리였다. 마리사는 바들거리며 그대로 고개를 쳐박았다.

 

“얀마, 신년이면 한번 모여서 맛있는거 먹는게 당연한거 아니냐?”

 

“하긴 그렇지. 알았다.”

 

그런 마리사를 신경도 쓰지 않으며,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지나갔다. 바들바들 떨며 인간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던 마리사는 문득 사람들의 말에 멈칫했다.

맛있는 것을 먹는게 당연하다고?

 

“신...년씨? 당연…?”

 

처음 듣는 단어에 마리사는 당황했다. 동시에 처음 듣는 신년씨라는 것이 오면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에 재차 당황했다.

 

“그러고보니 벌써 오늘이네. 시간 참 빠르다…”

 

“그러게 해지면 바로 들어가서 신년맞이 준비나 하자.”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인간씨는 지나가버렸다. 마리사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사라진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해씨가 지면…신년씨가...”




 

 

 

 

“아가야! 아가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

그것도 오늘 해가 지면 오는 신년씨라는 것이 온다면.

 

마리사는 자신이 알아차린 이 엄청난 정보에 황급히 수풀 안으로 들어왔다.

마리사가 들어오자 힘없이 누워있던 마리쨔가 고개를 돌렸다.

 

“압빠야…”

 

힘없는 마리쨔의 힘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마리사는 절로 슬퍼졌다.

하지만 이러한 슬픔의 원인도 이제 해결할 수 있었다.

인간씨가 말한 신년씨만 온다면!

마리사는 부러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거제. 조금만 참으면 신년!씨가 오는거제?”

 

“신년씨…?”

 

마리쨔가 되물었다.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붕붕 휘두르며 말했다.

 

“그렇다제! 신년씨가 오는거제!”

 

“신년씨가 뭐냐제…?”

 

“늣?”

 

마리쨔의 말을 듣는순간 마리사의 말문이 막혔다.

그제서야 마리사는 자신이 신년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리사는 황급히 팥소를 굴려보았다. 그러나 신년이 무엇인지는 윳쿠리 팥소 대대로 내려오는 지식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신통치 않은 결과에 마리사는 황급히 유추해보았다.

똥인간의 말대로라면 신년이 오면 모두가 모여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비열하고 느긋할 수 없는 존재였지만, 느긋한 것을 독점하는 것만큼은 윳쿠리보다 한 수 위인 인간씨였다.

한데 모여서 맛있는 것을 먹는다, 즉 신년씨가 오면 모두가 느긋해지는 것이다.

오는 것만으로 느긋해지는 것.

그 순간 명쾌한 정답이 마리사의 팥소를 스쳐지나갔다.

 

“그,그건 도스! 그래 도스인거제! 신년씨라는 도스가 오는거제!”

 

그렇게 외치는 순간, 마리사의 생각은 곧 사실이 되었다.

마리사는 자신의 영특한 팥소에 감탄했다. 인간씨는 숨기려했지만, 천재적인 추리로 그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신년씨라는 도스 윳쿠리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지만, 상관 없었다.

이미 마리사가 답이라고 생각한 이상, 그것은 정답이었고, 사실이었고, 다가올 미래였다.

 

“느우…”

 

마리사의 말에 마리쨔가 힘없이 눈을 껌벅였다. 마리사는 기력없는 마리쨔를 보며 이어 말했다.

 

“해가 지면 신년씨가 오는거제! 신년씨가 오면 달콤달콤도 잔뜩! 먹고, 춥다춥다씨도 사라지는거제! 그런거제!”

 

“해가 지면…”

 

마리쨔가 조용한 목소리로 되뇌였다. 마리사는 명석한 자신에게 감탄하며, 그리고 도래할 도스와 느긋함을 기대하며 끄덕거렸다.



 

 

 

 

 

“느느! 도스! 도스!”

 

마리사는 자신이 도스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느하하! 마리사는 도스인거제!”

 

마리사는 기분좋게 외치며 땋은 머리를 휘둘렀다. 두텁고 억센 땋은머리가 후웅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갈랐다.

마리사는 이 넘치는 힘에 느긋함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저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인간씨가 눈에 들어왔다.

느긋할 수 없는 인간씨를 보며 마리사는 미간을 모았다. 

느긋할 수 없었다.

그러니 제재해야한다!

마리사는 땋은 머리를 모자로 가져가 버섯을 꺼내 입에 물었다.

 

“도스 스파크!”

 

섬광이 마리사의 입에서 일었다.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가 인간씨에게 뒵들었다.

 

“우와아아악!”

 

인간씨는 도스 스파크에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마리사는 가루가 되어버린 똥인간들을 보며 유쾌하게 웃었다.

 

“느하하하하하!”

 

“아빠야! 마리쨔 달콤달콤 먹꼬싶다쪠!”

 

큰 소리로 웃던 마리사에게 사랑스러운 아가야가 다가와 말했다. 마리사는 아가야를 보곤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알았다제! 여기 달콤달콤인라제!”

 

마리사가 땋은 머리를 휘두르자 공중에서 케이크와 쿠키가 통통 튀어나왔다. 형형색색의 달콤달콤이 나타나자 마리쨔가 환호성을 질렀다.

 

“느와아아아아아!”


 

 

 

 

 

 

마리사는 자신이 잠깐 잠들었다는 사실을 꺠달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때 마리사는 해가 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늣!”

 

해가 졌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마리사는 반색했다. 해가 졌다는 것은 이제 신년씨가 온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아가야가 바라던 달콤달콤도 먹고 마리사와 마리쨔 모두 느긋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마리사에게 찾아온 것은 느긋한 도스도, 달콤달콤도 아니었다.

 

“느으…”

 

“늣?! 아가야! 아가야!”

 

마리쨔의 신음에 마리사는 당황했다. 이제 곧있으면 신년씨가 오는데, 아가야의 상태는 그 어느때보다도 심각해져있었다.

 

“아가야, 조그만 참으라제. 이제 곧 신년씨가 오는거제!”

 

“느으…”

 

마리사가 초조한 얼굴로 그렇게 마리쨔에게 말했다. 마리사의 말에 마리쨔는 입을 달싹거렸다. 이제는 말할 기력조차 없는 듯했다.

 

그렇게 마리사와 마리쨔는 그 상태로 기다렸다.

해는 이미 졌다.

해가 지면 신년씨가 온다.

신년씨가 오면 달콤달콤을 먹을 수 있다.

그 사실만이 그들을 버티게 만들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추운 날씨가 더 춥게만 느껴졌다. 마리사는 바들거리며 마리쨔가 춥지 않도록 수시로 부비부비를 해주었다. 

그러나 그렇게 기다려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찬바람이 불며 수풀을 뒤흔들고 부자를 춥게 만들 뿐이었다.

 

“아...빠...야… 신년...씨는 언...제 오...는...고졔?”

 

열심히 마리사의 부비부리를 받던 마리쨔가 기력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마리사는 부비부비를 멈추곤 달래는 어조로 말했다.

 

“조금만...조금만 기다리면 되는거제…”

 

마리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수풀 밖을 보았다.

해가 진지 벌써 잔뜩!지났지만, 여전히 신년씨나 달콤달콤이 오는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째서… 신년씨...너무 느긋하다제…”

 

마리사는 덜덜 떨리는 입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게 또 다시 잔뜩 지났다.

여전히 신년씨라는 도스는 올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고, 달콤달콤이나 느긋함은 낌새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리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약속이 틀리다.

인간씨의 말대로라면 해가 지면 신년씨가 오고 모두가 느긋해질 수 있는게 당연하다고 했다. 마리사가 알고 있다는 당연의 뜻이 올바르다면, 마리사와 마리쨔는 이러고 있으면 안됐다. 이미 느긋해져서 행복을 외치고 있어야했다.

 

마리사는 마리쨔를 보았다.

파들거리는 마리쨔의 뺨은 눈치 채지 못한 사이 움푹 패여있었고, 눈과 입술은 메말라 뻑뻑하게 되어 있었다. 입술을 뻐끔거리는 것도 힘든 것인지 씩씩거리는 숨만 간신히 내쉬는 마리쨔를 보며 마리사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신년씨 제발…”

 

오지 않는 신년씨에게 기도하며 마리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압빠야…”

 

그때 정말로 작은 소리로 마리쨔가 말했다. 마리사는 마리쨔를 보았다. 마리쨔는 삐그덕거리는 입술을 움찔거리며 힘겹게, 아주 힘겹게 말을 꺼냈다.

 

“...추어,...”

 

그 말과 함께 마리쨔의 눈이 돌아갔다. 

정말로 느긋하지 않은 모양이었기에 마리사는 깜짝 놀랐다. 마리사는 황급히 땋은 머리로 마리쨔를 흔들며 외쳤다.

 

“느느느느! 아가야! 정신 차리라제! 아가야!”

 

수풀 밖으로 새어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였지만, 마리사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정도로 다급했다. 

하나뿐인 아이였다.

마리사가 지킬 수 있는, 땋은 머리 안에 있는 마지막 아이였다.

아내도 다른 아이들도 지킬 수 없었던, 아버지로서 한심하기 그지 없던 마리사가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아이였다.

 

“좀...더…느...”

 

그렇게 마지막 아이가 마리사의 땋은 머리에서 떠나갔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마리사는 울부짖었다.

신년씨라는 도스는 결국 오지 않았다.

아이는 죽었고, 느긋함은 결국 마리사에게 닿지 않았다.

마리사는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은 간단했다.

인간이 잘못한 것이었다.

인간이 달콤달콤을 주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고, 인간이 마리쨔를 걷어차서 생긴 일이었다.

그리고 신년씨가 온다는 거짓말을 해서 생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인간씨가 잘못한 것이었다.

 

“죽어! 죽으라제!”

 

마리사는 지나가던 인간씨에게 나무가지를 들이밀며 울부짖었다. 마침 지나가던 청년은 그걸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시발.”

 

“인간씨는 거짓말쟁이인거제! 아가야가 죽은거제! 아가야를 살려내라제! 그리고 달콤달콤을 내놓으라제!”

 

마리사는 그렇게 팥소 아래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처절함 외침을 토해냈다. 

 

“뭐야 미친.”

 

그러나 그러한 처절한 외침은 청년에게 전혀 와닿지 않았다. 청년은 갑작스러운 윳쿠리의 습격에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고는 그대로 마리사를 걷어찼다.

 

“느갸악! 느아아아아! 아푸다제에에에에에!”

 

 

 

 

 

잠시동안의 결의와 처절함은 그렇게 고통에 의해 사라졌다. 

청년은 비명을 지르는 마리사를 보며 혀를 찼다. 

이어 청년은 비명을 지르는 마리사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청년을 수상하게 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시발 새끼가.”

 

그 사실은 청년에게 있어 화나는 일이었다.

청년은 그대로 마리사에게 다가가 연거푸 발길질을 쳐박았다.

 

뻑!

 

“느벡!”

 

“닥쳐!”

 

퍽!

 

“느벡! 재뎡…”

 

잠시나마 일었던 분노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마리사는 고통 속에서 사죄하려했다, 그러나 청년은 마리사를 용서하지 않았다.

 

“개새끼가 뒤질라고.”

 

뻐억!

 

“용서...늑! 이뎨 시더! 지베!”

 

재차 쳐박힌 발에 마리사는 울부짖으며 몸을 돌렸다. 집이라고 부를 것은 없었지만,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어딜 가려고.”

 

빡!

 

“느켝!”

 

하지만 청년은 그런 마리사를 얌전히 보내지 않았다. 청년은 마리사에게 다가가 다시 발길질을 쳐박았다. 마리사는 그렇게 통통 굴러 벽에 쳐박혔다.

그렇게 마리사는 널부러졌다.

청년은 널부러진 마리사를 보며 어느새 맺힌 땀을 손으로 훔쳤다.

 

“별 재수가 없으니라고. 야!”

 

청년의 부름에 마리사의 엉덩이가 움찔했다. 하지만 마리사에겐 이미 대답할 기력조차 없었다. 

 

“야!”

 

마리사가 대답이 없자, 청년이 다시 외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리사는 널부러진채 있을 뿐이었다.

청년은 저벅저벅 마리사에게로 다가갔다. 물론 마리사가 걱정되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혹여나 마리사가 죽기라도 했다가는 그 시체를 치워야 한다는 꺼림직함 때문이었다.

 

움찔

 

그 순간 청년은 마리사의 엉덩이가 움찔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마리사가 죽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청년은 그대로 마리사에게 침을 뱉었다.

 

“퉤, 신년인데 초장부터 재수가 없으니라고.”

 

그렇게 청년은 그 자리에서 떠났다.

마리사는 청년이 가고난 이후 한참을 그렇게 널부러진채 있었다. 

마리사는 널부러진 자세 그대로 청년의 단어 하나를 팥소 속에서 되뇌였다.

...신년씨?

 

안 왔던게 아니었어?



 

 

 

 

 

“신년이 와도 바뀌는건 없네 그치?”

 

“뭐 항상 그랬지.”

 

두명의 사람이 담소를 나누며 지나갔다. 마리사는 초췌한 얼굴로 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

 

“뭐야, 윳쿠리잖아?”

 

그때 지나가던 사람 중 한명이 마리사를 눈치챘다. 그들은 이내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지나갔다. 

두 사람이 지나가고 난 뒤, 마리사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신년씨…도스도...윳쿠리가 아닌 인간의 편이었던거제?”

 

마리사의 팥소 아래에서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 억울하다라는 단어로는 마리사의 팥소 아래에서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모두 표현할 수 없었다. 

굴욕감과 억울함, 처절함과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을 뒤섞은 기묘한 감정이 마리사의 팥소뇌를 가득채웠다.

마리사의 부족한 어휘로는 그 자신의 상황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다.

마리사는 눈물이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참으며, 중얼거렸다.

 

“느긋하고 싶어…”

 

지금 느긋하지 못한 자의 텅빈 소망이 그렇게 공허하게 울려퍼졌다.

 

 

2020년 1월 1일.

그렇게 마리사는 새해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