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사원이다. 대충 그렇다고 하자.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어딜 조사하고 오는게 조사원이 아니고 뭐겠는가? 선배들은 괴상한거 맡기 싫어하지만 난 좋아한다. 오컬트나 이런거에 관심이 있었으니까. 보통은 명령을 받고 조사를 나가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이번 조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니까.
"젊은이,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는가?"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막 하다보면 안되거든요."
자동차가 고장나서 지나가던 어르신의 트렉터를 얻어타고 가는중이다. 폼이 안난다고?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펑크 나봐라. 보험사도 안와서 대충 내버려 두고 온건데 말이지.
"오빠야는 우리한테 빚진거네~"
트렉터의 뒷편에 딸린 수레에 나와 같이 앉아있던 유카가 말했다. 윳쿠리가 말도 참 잘해.
"크흠, 부정할 순 없군. 여기 사례요. 부담갖지 말고 받아주세요."
"뭐 이런걸 다....고맙네. 자네 어디서 내려주면 되는가?"
"저기 산 앞에서 내려주면 됩니다."
"저 산은 윳쿠리말고는 없는데 왜?"
"그 윳쿠리 만나러 가는거거든요."
"수호신이 분노할테야. 가지 말게."
이런저런 실랑이를 벌이다 산 앞에 내렸다. 어르신은 날 걱정하면서 말했다. 수호신은 있으니 윳쿠리들을 건들지 말아라. 그래, 수호신, 그거야 말로 이번 조사의 목표다. 분명 거대한 도스마리사겠지. 혹시 몸첨부 도스인가? 만일 그렇다면 위협이 될텐데.....에라이, 될대로 되라지. 이런게 한두번인가.
산에 윳쿠리가 많다고 들었는데 어째서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 그늘이 아무리 많아도 밤으로 인식할 수준은 아닌데 왜 레이무 하나도 안보이지? 게다가 지금은 포식종들이 움직일 시간도 아닌데. 저놈의 만쥬들은 느긋한걸 즐기면서 정작 반대인 면이 많단 말이지.
느긋한게 좋다면서 부지런하지 않으면 굶어죽고, 아가야는 느긋하다면서 정작 그 아가야 때문에 파멸의 길을 걷는게 한두번이 아니고, 존재 자체가 모순이니 별 상관 없는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뭔가 물컹거리는게 느껴졌다. 난 너무 깊히 생각하면 앞을 안보는게 문제야.
"앨리스의 마리사가아아아아!"
"으앗, 뭐야."
"느으으으! 감히 앨리스의 마리사르으으으을! 아직 상쾌 200번 못채웠는데엙!"
레이퍼군. 이놈의 강간마들은 어째서 앨리스종한테 자주 나타나는건지 모르겠어. 일단 시끄럽고 레이퍼는 다른 종한테 위협이니...
"느! 앨리스의 카츄사를 돌려달라구요."
"정상인, 아니 정상윳인척해도 소용없다. 그 우뚝한 걸 보면 누가 모르냐?"
으엑, 저 길고 징그러운건 계속 보기가 힘드네. 그냥 잘라버리자. 어차피 앨리스 한마리 잡는다고 해서 이 조사에 흠이 생기는 거도 아니고.
몇분후 앨리스는 나한테 난도질 당했다. 좀 심했나? 어디보자, 페니페니 절단, 안구 적출, 두피 절제, 흠 좀 많네. 앨리스의 중추팥소는 내 입속에 있고. 근데 이거 커스타드 사탕맛이네.
중추 팥소를 꽉 깨물자 거의 시체였던 앨리스는 흠칫 하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음 윳생은 펫으로 태어나라.
파편을 입안에서 굴리면서 생각하건데, 이 산에는 윳쿠리가 다 이사갔나? 진짜 코빼기도 안비치네.
"뉴규타게 이쯔라구!"
어? 아기 윳쿠리 목소리다. 톤으로 판단하건데 저건 출산후 첫 인사다. 이런 곳에서 출산 시도를 하는 윳쿠리가 있다니.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잠시 소리난 쪽을 보았다. 아기 레이무다. 근데 부모는 어디있는거지?
"뉴우....오째셔 기야은 레뮤를 뮤시하능고야!"
으엑, 저 저 끔찍한 말을....윳쿠리, 그 저주의 이름이여! 제발 저딴 소리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혀짤베기 발음도 꼴보기 싫은데 저건 더 싫어. 조금 더 기다려 보고 부모가 아니면 그냥 간식거리로 만들어버리지 뭐.
"느긋하게 있으라구 아가야."
호오, 저녀석이 부모인가. 근데 왜 레이무가 아니고 유카리가 온거지? 저녀석 희귀종인데.
"우우 아가야를 찾았다구."
"그럼 데려가자. 여왕님이 기다리신다."
"여왕?"
"거기 누구야."
읍! 실수로 소리내서 말했다. 유카리 저녀석은 싸워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데, 이판사판이다.
"레이무는 길 잃은 레이무라구. 그쪽 무리에 합류하고 싶다구."
"레이무라고? 우린 레이무 많은데."
"그....래도 도움이 되고 싶다구."
"알았어, 이쪽으로 와."
윳쿠리 흉내내기 챔피언십 3등을 무시하지 말라고. 1등은 대장님이고 2등은 선배였지만. 그것도 우리끼리 한거였지만. 가방안에서 조심스럽게 레이무 리본을 쓰고 유카리쪽으로 걸어갔다.
유카리는 레미랴에게 레뮤를 맞기고 통통 튀면서 나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그러고 걷는도중 난 머리에 뭔가 부딪힌걸 느꼈다.
"아야, 이게 무슨...."
"뉴규탉"
아기 마리사가 머리위로 떨어져서 인사를 하려고 하자 급히 납작하게 만들었다. 찍소리도 못하고 가는군. 다음엔 인사는 제대로 할 수 있게 태어나.
무심코 위쪽을 바라보자 난 엄청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나무에는, 열매대신 아기 윳쿠리들이 열리고 있었다. 태어나기 직전의 녀석들도, 봉우리도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무슨 일이야?"
"아냐, 도토리에 맞은거라구."
"도토리? 그게 뭐야?"
"어...음...."
저 유카리는 도토리가 뭔지 모르는 것인가. 아뿔싸,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걷어차고 도망갈까?
"이제 돌아갈 시간이라구~"
레미랴가 빙글빙글 돌면서 말했다. 살았군. 이제 이녀석들을 따라가보자. 근데 왜 불길한 예감이 들까. 영문을 모르겠군. 윳쿠리 열리는 나무 때문인가. 아냐, 그건 잊어버리자. 나중에 보고서에는 기록해야겠지만. 유카리가 날 데려간 곳은 어느 땅굴이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떠."
잠시 그말을 듣지 못해 그냥 눈을 뜨고 들어갔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아도 눈은 감게 되었다. 안이 너무 밝았으니까. 뭐이리 밝지? 아 알겠군. 발광이끼 때문이군. 녀석들 영리한데? 지하에 산다고 불을 밝히다니.
"이제부턴 저 첸이 안내할꺼야."
"첸한테 맡기는거네~"
첸은 두개의 꼬리를 흔들면서 앞장섰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모양이지만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땅굴이 파여있고 여러 방이 있다. 방 안에는 최소 3마리부터 많게는 10마리 이상의 윳쿠리들이 보였다. 통상종부터 희귀종까지, 골고루 보였다. 여긴 뭐하는 곳이지?
"우우! 출동하는 거라구!"
"살윳이라구! 출동!"
레미랴,플랑? 포식종들이 왜 저러는거지? 애초에 이렇게 많은 통상종들 냅두고 굳이 나가는 이유는 또 뭐야. 천장에는 나무 뿌리가 계속해서 이어져 있었다. 이거 어디까지 이어진 거지?
"저분이 여왕님인 거네~"
"음음 뭐?"
난 그제서야 첸이 말한 '여왕' 이란걸 보았다. 매우 거대했다. 보통의 도스 마리사 크기는 아득히 뛰어넘었다. 아마 10m이상이겠지. 얼마나 오랫동안 산 거지?
'어떻게 이곳에 온거냐구.'
"레이무는...."
'헛소리 그만하고 왜 왔는지 물었다구. 인간씨. 레이무는 안면인식장애가 아니야.'
머리속이 꽝꽝 울리는군. 저 초점 없는 눈. 날 보는게 맞는건가? 입도 열지 않아. 그렇다면 텔레파시인가?
다시한번 자세히 살펴보았다. 두 귀밑털은 없어진지 오래된걸로 보인다. 머리카락은 꽤 있지만 리본은 보이지 않았다. 없어진건가. 이마에는.....줄기, 아니 뿌리가 자라나 있었다. 추측하건데 이 산 전체가 저 거대레이무에 뿌리를 둔 모양이다.
'인간씨가 생각하는게 맞아.'
'여긴 레이무가 만들었어.'
'생각으로 전달해. 아이들이 듣는걸 원하진 않아.'
"첸은 여왕님이 살아있는지 조차 모르겠는거야."
"그럼 좋은 대화 되는거야!"
첸은 그말만 남기고 잽싸게 원래자리로 갔다.
'그럼 이 산을 몇백년에 걸쳐서 니가 만들었다는 거로군?'
'그래, 레이무는 여기서 몇백년동안 있었어.'
'어떻게 아는거지 그건?....너 자체가 산이어서 그랬군. 계절이 4번 바뀌는걸 1년으로 친 거로군.'
'하지만 이곳에 왜 있게 된거지?'
'재미없는 옛날 이야기 하나 할게.'
몇백년 전 레이무는 태어났다. 하지만 불임이었다. 마무마무가 없는채로 태어났기에. 페니페니도 없었다. 그때문에 사는곳에 레이퍼가 쳐들어오던가 하면 레이무가 레이퍼가 말라 죽을때까지 범해졌다. 그래도 아기는 생기지 않으니까. 어디로 범했냐고? 야나루지. 아니면 입. 자매들은 하나둘 독립하기 시작할때 레이무는 여전히 집에만 있었다. 덩치도 자매들보다 작았고. 레이무의 엄마아빠는 레이무를 짐짝 취급했다. 어느 날 인간씨가 한명 왔다. 대머리 인간씨였다. 레이무의 엄마아빠한테 먹을것을 주고 이상하게 생긴 주사기도 주었다. 말하길 위급하면 다른 윳쿠리 한테 찌르라고 하였다. 인간씨가 방문한 바로 다음날에 레이무의 집은 땅속으로 무너졌다. 깜깜했다. 태양빛이 아주조금 들어와 보이긴 했다. 며칠은 견딜만하였다.(사실 몇시간이었다.) 엄마아빠는 인간씨가 준 주사기를 떠올리고 레이무를 찔렀다. 엄마아빠를 위해 죽는걸 영광으로 알라고. 그러자 놀라운 일이 절어졌다. 불임이었던 레이무의 이마에 줄기가 자라났다. 그리곤 순식간에 아가야가 자라나 땅바닥에 떨어졌다. 첫인사를 하기도 전에 아빠야가 아가야를 넙죽 집어먹었다. 너무 맛있다고 하였다. 레이무는 저항할 수 없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엄마 아빠는 너무 먹어 뚱뚱해져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레이무는 기다렸다. 아기들이 다시 땅바닥에 떨어졌다. 아기들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공허했다. 아기들이 배고파했다. 눈을 꼭 감고 말했다. 저기 있는 덩어리들을 먹어라. 그러자 아기들은 엄마아빠를 베어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으나 장식품이 보이지 않아 아기들한텐 그냥 맛있는 덩어리일 뿐이었다. 또다시 시간이 지났다. 방이 좀 넓어졌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땅을 팠다고 했다. 또 시간이 지났다. 아이들이 많아졌다. 통상종 포식종 구별없이 많아졌다. 레이무는 이미 이마의 줄기가 나무뿌리가 되어 머리 위쪽의 땅에 단단히 고정되어있었다. 그중 똑똑한 아이 하나가 엄마를 도와 집을 넓히고 역할을 정하자 하였다. 레이무는 입을 열었다. 포식종은 먹이를 구하고 통상종은 집을 넓혀라. 그리고 희귀종들은 특색을 살려 이들을 도와라.
'그렇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거야.'
'아이들에게 사랑을 느껴본적 없어?'
'없어. 그냥 움직이는 윳쿠리들이야.'
'개미로군.'
'개미?'
'응, 개미. 난 솔직히 곤충의 감정따위는 잘 몰라. 여왕개미도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사랑이 있을지는. 너의 모든 행동응 개미랑 비슷해. 넌 여왕개미. 포식종은 병정개미. 통상종/희귀종은 일개미.'
'인간씨, 만약 레이무가 아기를 낳는다면 어쩔꺼야?'
'불임이라며? 그게 돼?'
'딱 한번이지만 될거 같아. 몇백년동안 중추팥소에 힘을 모았어. 이제 지긋지긋한 저 녀석들도 작별이야.'
그 순간 거대 레이무의 배가 찢어지고 새하얀 손이 나왔다. 난 질겁하여 뒤로 물러섰고 곧 난폭하게 어머니의 배를 갈가리 찢고 딸이 태어났다. 심하게 창백하여 도화지같은 흰색 피부, 초점없는 회색눈, 그리고 검은 머리. 그 딸은 태어나서 첫 울음을 터뜨렸다.
"배고파."
딸은 천천히 내쪽으로 걸어왔다. 난 뒤로 물러서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딸은 갑자기 내 어깨를 깨물었다. 난 비명을 참을 수 없었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
"괜찮아?"
"우왁! 떨어져! 날 먹으려는 셈이냐!"
"이제 배 안고파. 먹었어. 맛있어."
"뭘 먹어, 설마..."
아수라장이었다. 평화롭던 개미때는 포식자 하나에게 전멸했다. 바닥에는 얼룩으로 가득했고 딸의 얼굴에도 팥소와 크림같은게 잔뜩 묻어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손수건을 꺼내 딸의 얼굴을 닦았다.
"레이무의 아가야...."
"엄마?"
아이고 귀청이야. 거대레이무 목소리 어마어마하군. 저래서 텔레파시를 쓴건가?
"드디어....드디어...."
"엄마, 왜?"
"아까 약속이 그거였냐?"
"응...."
"얘 데려가서 잘 키워달라고?"
레이무는 대답대신 눈을 크게 두번 깜박였다. 아마 죽겠지. 이제. 저렇게 팥소를 많이 흘리고 배까지 찢어졌으니 살 순 없겠지. 마지막에 뭔가를 말하려 한거 같지만, 그만둬. 그냥 웃어줘. 딸한테 사랑을 줘.
"가자."
"가야 해?"
"니 엄마가 나한테 널 맡겼으니 그래야지. 그리고 이름은.."
마지막 말이 그거였나. 이름, 이름을 지어주려고?
다시 돌아보자 레이무는 웃음을 띈 채 죽어있었다. 이래서야, 이름은 내가 지어줘야겠네.
"넌 말이야. 여왕의 딸이고, 또 다음 여왕이니까 퀸으로 하자."
"퀸?"
"응, 그게 니 이름이야."
그리고 며칠 후...에 대장님한테 면박좀 들었다. 보고서 뭔 이따위로 써왔냐고 말이다.
"이게 말이 되냐! 어디서 여자애 데려와 놓고 그딴소리를 해?"
"진짜라고요! 왜 안믿는건데!.그렇잖아 퀸!"
"아빠가 맞아."
"됐다 시끄러. 다음 조사때까지 쉬어. 어깨 상처도 치료하고."
왜 안믿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