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윳쿠리들이 일어나 떠드는 소리에 눈을 부비며 레이무는 잠에서 깨어났다.
언제나 푹신푹신한 쿠션에서 자다가 나뭇잎 위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온몸이 쑤신다. 몸이 이런 불편에 아직까지도 적응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들윳은 느긋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레이무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운다. 마리사는 어딜 갔는지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어제 배급받은 식량을 내려다보았다. 풀때기 뿐이다. 레이무는 바구니를 엎어버리고서는 열매라도 찾으러 나가보기로 했다.
"느읏! 레이무! 느그타게 조은 아침!"
"레이무! 느긋하게 있으라구!"
"느...느긋하게 있으라구......"
인사를 진심으로 받아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저 윳쿠리간의 예의에 가까운 것이였다.
광장에서 마구 수다를 떠는 윳쿠리들을 뒤로 하고 레이무는 열매라도 찾기 위해서 마을을 나왔다.
"무큐! 레이무도 사냥을 나가는 거냐고요. 손님에게까지 고생을 시키고 싶지는 않은데..무큐.."
"아니라구. 파츄리. 레이무가 알아서 하겠다구."
그렇게 마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 까지 나왔다. 산에서 열매가 이렇게 찾기 힘든 귀한 것인가 하고 생각하며 이곳저곳 뒤지고 다녔다.
꽤나 오래 찾아보았지만 끝내 열매는 찾지 못했다. 저부도 아프고 드럽게 힘들다. 그렇게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인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인간씨들과 가까워졌다 생각하고 금뱃지를 꺼내어 인터폰을 두들겨 보았다.
"치직...치지직..."
인간들과 꽤 가까워졌다 생각해서 인터폰을 조작해보았으나 역시나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포기하고 다시 열매를 찾으러 돌아서려던 찰나 뱃지에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무..? 레이무......? 정말 레이무야......?"
"어...언니야아아아아아아!"
곧바로 이 산으로 달려오겠다는 언니야의 말을 듣고서 레이무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나무기둥에 기대어 다시 쉬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안심해버렸던 건지 깜빡 잠에 들어버린 것일까. 언니야를 찾으며 눈을 떠보니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지긋지긋한 그 마을의 집 안이였다.
레이무의 마음은 순간 밑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언니야와 다시 만날 기회는 물론이고 이 망할 마을을 떠날 기회가 한번에 날아가버렸다.
어떻게든 다시 전파를 잡아야 한다. 언니야와 연락을 취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뛰쳐나가려 했다. 그런 레이무를 집에 있던 마리사가 가로막았다.
"레...레이무......? 조금 쉬라제......"
"나오라구. 마리사. 지금 당장이면 된다구."
끓어오르는 증오를 가라앉히며 일단 마리사에게 차분히 말했다.
"레이무... 대체 왜 그러는 거냐제!"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라구! 당장 비켜 마리사아아!"
이 마리사는 어지간히도 멍청했던 것인지 계속 레이무를 거역하며 어떻게든 레이무를 막으려 했다.
"마리사. 레이무는 갈 곳이 있다구. 다시 한번 말할거야. 지금 당장 나오면 된다구."
"레이무... 지금 레이무가 하는 짓은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라제! 느긋하게 그만두라제!"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진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인가 하고 레이무는 마리사를 뿌리치려 했다.
"...레이무우! 이 바보! 대체 어째서 인간씨에게 가까이 가려 하는거냐제에에!"
".....뭐라구?"
웃음이 나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실실 웃기 시작했다. 들윳들은 원래 이렇게 다 바보들인가.
"레이무...인간씨는 느긋할 수 없는 거라제... 그러니... 제발 이제 그만..."
"픕..푸흡....... 풉하하하하하하하!"
"ㄹ...레이무...? 왜웃는거냐제에!"
너무나도 웃긴 마리사의 지식과 태도에 한바탕 웃음을 쏟아내고 나서야 다시 말을 꺼내는 레이무였다.
"흐흐흐.... 잘 들으라구. 마리사. 레이무는 네놈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인간씨'가 아껴주는 애완윳이라구."
"...느으읏?"
"그러니 비켜. 마지막으로 말하는 거라구. 지금 당장이면 좋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인지 아직까지도 의아해하는 마리사를 재치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마리사는 끝까지 레이무를 막으려 했다.
"레이무...하하... 그게 무슨 소리냐제.... 마... 마리사는 레이무와 같이 쭉- 느긋하게 살아가고 싶다제... 그러니.... 그런 이상한 논리는 집어치우고..."
이 멍청이와는 대화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는 레이무는 무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쭉- 느긋하고 싶으면 네놈만 그러면 된다구. 당장 영원히 느긋하게 만들어 주겠다구."
"...레...레이무....? 그게 무슨..."
마리사에게 몸통박치기를 시전한다. 마리사는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했지만 들윳이라 밖을 많이 뛰어다니기도 했고 마리사종의 스펙 차이 때문에 레이무가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늣-후... 느후... 레이무... 지금이라도... 마리사와 같이..."
"느삐이이이이잇?!"
레이무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닳고는 마리사가 평소에 액스칼리버 씨로 삼고 있던 나뭇가지를 들어 마리사를 관통했다. 중추팥소가 꿰뚫린 것은 아닌지 멀쩡히 의식이 남아있다.
"레..레이무... 이게 무슨...!"
"잘 있으라구."
부상을 입은 마리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와 마을 밖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중간에 장애물이 또 나타났다.
"느으읏! 아쥼먀! 레이뮤랑 노라쥬쩨여!"
"아쥼마 아쥼마! 마리샤랑 높-댜 높-댜 해주세여!"
아기윳들 7마리 가량이 레이무의 앞을 가로막고 놀아달라고 했던 것이다.
원래 이 무리는 모두가 착하기도 하고 다른 아가야들이라도 거리낌 없이 돌보아주었던 것이다. 그 덕에 아가야들도 낯을 가리지 않고 다른 윳쿠리들과도 노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것이다. 하지만 레이무는 전혀 그럴 여유가 없었을 뿐더러 그럴 마음도 없었다.
"느삐이이이이잇?!"
"느갸아아아앗! 레.. 레이뮤의 여동째애애애앵! 느뵤오오오오옥!"
이 7마리의 아가야들을 전부 짓밟아버리고 레이무는 다시 마을 밖으로 뛰쳐나갔다. 중간중간에 레이무에게 말을 걸어오는 윳쿠리들은 모조리 무시해버렸다.
"느으... 느으.... 언니야......?"
다시 언니야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언니야의 답장은 없었다. 낙담하며 레이무는 다시 위치를 이곳저곳 바꾸어 가며 언니야와 연락을 취하려 했다.
한참을 뛰어다녔다 생각한 그때 레이무의 앞을 무리들이 가로막았다.
"레이무. 잠시 우리좀 보라제."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으려 했다. 이 무리들이 레이무에게 할 짓은 보나마나 바보같은 논리와 되도않는 설교일 뿐이다. 짜증을 억누르며 그냥 무시하고 가려 했다.
"무큐. 레이무. 레이무가 무리에서 한 행동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짓이에요. 무큐."
"윳폭력에 윳살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제. 최소 윳사형 감이라제."
어이가 없었다. 들윳 주제에 이젠 자신을 죽이려 들기 시작했다. 너무 어이가 없었던 나머지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레이무는 다시 한번 그냥 무시하고 갈 길을 가려 했다.
"레이무. 이쪽을 보라제. 레이무!"
"무큐. 저 레이무를 붙잡으세요."
그러자 무리의 윳들은 레이무를 붙잡아 제압하려 했다. 언니야를 어떻게든 빨리 만나야 한다는 다급함과 이 무리들의 멍청함에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은 레이무는 거의 미칠 지경이였다.
그 때 수풀 사이로 인간이 뚫고 들어왔다. 레이무의 사육주 언니야였다.
이 산에 도착해 GPS를 켜고 레이무를 찾아왔던 것이다. 무려 두 시간이 넘도록 찾았지만 사랑하는 가족 레이무를 찾기 위해서라면 언니야는 전혀 힘들지 않은 것이다.
"느..느으으으으으읏! 이...인간씨이이이이이이이!"
무리는 매우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어...언니야아아아아아!"
"레이무우우우우!"
그렇게 언니야와 레이무는 감격의 재회를 할 수 있었다.
"레이무... 이 바보! 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거야! 레이무..."
"언니야......"
그렇게 레이무에게서 시선을 돌려 눈에 들어온 것은 벌벌 떨고 있는 들윳들이었다.
"으... 뭐야. 들윳?"
"언니야 언니야. 저 들윳들이 레이무를 느긋하지 못하게 하고 죽이려까지 들었다구."
레이무의 말을 들은 언니야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가공소에 전화를 걸기 시작하면서 레이무와 함께 수풀을 지나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