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에 출근했지만 오늘은 딱히 일거리가 없다. 그래서 30분도 안되서 퇴근할 수 있었다. 어짜피 주말이라 빨리 끝남+오늘은 럭키하게도 할 일이 거의 없었음 의 환상의 조합이다.
오늘은 점심으로 윳쿠리 구이가 나오는 날이다. 식약청 인증까지 받은 식용 윳쿠리이지만 그냥 뭔가 먹기 싫다. 그리고 집에 윳쿠리들도 있는데 먹고 들어가면 시취가 난다고 난리를 피워댈것이 분명하다. 출근해서 고작 2시간 일하고 퇴근해도 되는 이런 꿀보직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엄청난 걸 발견했다. 집에서 두블럭 정도 내려가야 있는 빈 건물에 윳쿠리 샵이 들어선 것이다. 먹이용도 아니고 무려 펫 샵이다. 과연 저기서 진짜 개념윳들을 파는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 이외에도 윳쿠리 관련 샵들이 최근 이곳저곳 들어오고 있어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해 보고 있었다. 하지만 집에 윳쿠리들을 놔두고 온지라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윳쿠리란 놈들은 먹이를 아무리 넣어주어도 한순간에 다 먹어버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선다. 수조 안에 있던 윳쿠리들은 잘 있는건지 확인하러 열어봤다. 보나바나 게스들이라 인간씨를 보고 똥노예 똥노예 거리며 온갖 지랄을 펼칠 줄로만 생각했건만 의외로 그중에서도 최소한의 일반적인 개념을 갖춘 놈들은 있었다. 인간에게 나대는 게스가 무슨 최후를 겪을 것인지 잘 아는 것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구석에서 가만히 있었다.
"느으읏? 똥노예다제! 달콤달콤 감사하다제에에에!"
"느으으으으? 달콤달콤씨를 주지 않는거야? 똥노예 주제에 건방진거겠지이이이이?"
"이 촌놈! 기본중의 기본 달콤달콤을 헌납하지 않는다니! 느긋하게 죽으세요!"
나에게 나대는 6마리 정도의 윳쿠리들을 따로 격리시켜놓았다. 어디서 들어본 콤포스트 윳쿠리라도 만들어볼까 생각해보며 수조에 풀이나 잔뜩 담아주고 방 문을 닫고 나왔다.
남은 윳쿠리들 중에서는 신기한 놈들이 꽤 있었다. 눈 하나와 귀밑털이 없는 마리사. 이 녀석이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야생윳이라면 이정도 상처로는 살아남기 꽤 어려웠을 것 같은데. 관심을 끄는 녀석이로군.
손을 뻗으니 윳쿠리들이 모두 움츠러들면서 떨고있었다. 학대 경험이라도 있는건가. 아니면 어릴때 부모가 학대를 당하는 것을 본 것인가. 학대파 중에서는 아가야들은 살려주는 경우가 꽤 많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니 슬슬 배가 고프다. 점심을 안 먹고 와서 집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윳쿠리들을 쫙 늘어놓고 나 혼자 맛있게 차려먹고 희망고문을 실컷 하는게 일반적이라는 인식이 많겠지만 저 윳쿠리들도 조금 챙겨주도록 하자. 물론 식사는 사료다. 그것도 그럭저럭 맛.
아차. 생각해보니 방에도 그 파란리본 만쥬가 있었었지.
방문을 열고 들어가보자 두번째로 아차 싶었다. 아직도 라무네 기운이 깨지 않은걸까 했더니 상당히 쇠약한 상대로 숨을 겨우 색색 쉬며 책상 위에 쓰러져있는 파란리본 만쥬가 눈에 들어왔다. 줄기를 매달고 있어서인 걸까나. 이대로라면 상당히 위험해질것 같아서 다가가 조치를 해주려는 찰나였다.
"느으으으..."
"오? 너 일어났구나?"
다행히 위험한 상황은 아니였던 것일까. 그러고보니 아까 책상 위에 몇개 올려놓았던 쿠키가 다 사라져있는 것을 보니 그것이라도 먹고 겨우 양분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기운을 차린 것은 아닌것 같아 조금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기로 해 보았다.
그 파란리본은 한참을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하더니 겨우 입을 열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빠야.... 인간씨들은 왜 느긋할 수 없다는 거에요...?"
"...뭐?"
조금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요녀석들이 단체로 학대파 오빠야를 잘못 만나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요즘 세상에 똥게스들만 넘쳐나는게 아니였던걸까. 뭐 어떤 것이든 나로써는 상관이 없다. 이 세상에 똥게스들만 넘쳐나는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다.
"그런게 그렇게 알고 싶어?"
일단은 완전 쇠약해져서 헤롱헤롱하는 이녀석에게 오렌지 앰플을 꽂아주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 있는 나를 보고 벌벌 떨고 있는 윳쿠리 6마리에게 시선이 돌아간다. 그런데 그 중에, 내 손에 올라가있는 이 파란리본을 보고 갑자기 이상해지는 녀석이 있다.
"니가....니가... 대체 왜 거기 있는 거냐제에에에에엣!!!"
아까 보았던 귀밑털과 한쪽 눈이 없는 마리사였다. 하지만 한쪽 눈이 없어서 방향감각이 부실했던것인지 내 다리에 힘없이 부딪히고는 나가떨어졌다. 마리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윳쿠리들도 엄청난 불만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반 정도는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있는 눈이였다. 하지만 이 마리사는 달랐다. 눈이 반쪽밖에 없어 감정도 반쪽밖에 담을 수 없었던 걸까. 되도않는 농담은 집어 치우자.
나에게 달려드는 마리사를 가볍게 걷어차주고선 발로 밟아 누른다.
"느붉...느베에에엙 에에엑"
서서히 세게 눌러서 꽉 밟기 시작하니 그대로 팥소를 토하기 시작했다. 이제 발을 땠다. 이 정도면 아주 잠시나마 우쭐해진 마리사의 마음을 다시 꾹꾹 눌러담기에 충분할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위치는 알고 있어야지.
"느후우...느푸후우우웃...."
저 녀석들은 괘씸죄로 점심은 굶긴다. 콤포스트 용으로 아무렇게나 던져둔 윳쿠리들에게 먹고 남은 잔반들을 주고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이 파란리본을 들고 왔다.
"좋아...네 말대로 "인간"에 대해 알려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