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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5 02:00

anko 8096 TPO는 분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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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O는 분별하고

 

호시 아키 13KB

 

 

 

 

 

 

 

 

 

밖에선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낙엽이 우수수 숲 속으로 사라져간다.

도스는 공굴 속에서 인형처럼 주저 앉아 조용히 겨울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바 흔히 말하는 월동이었다.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활동을 중지하고 미동조차 자제하는 모습은 흡사 시체처럼 보일 정도였다.

결계는 튼튼, 음식은 윤택, 컨디션은 만전. 월동에 실패할만한 요소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지루했다. 지금부터 봄까지의 시간은 영원이라고 착각할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 시간이 지나갈 때까지 이 생활을 계속될 것이었다.

도스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도스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거역한 것을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제거해왔다. 적어도 얼마전까지는...

 

몸 속의 팥소가 끓는 듯한 느낌. 숨어 있던 분노가 다시 올라오며 그날 받은 굴욕이 생생하게 되살아 났다.

체력을 절약해야된다고 경고하는 이성을 무시하며 도스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지금의 분노를 안정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도스는 일반 마리사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마리사, 어머니는 레이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윳쿠리 가정이었다. 외딴 산의 야생 윳쿠리라고 할 수 있었고, 식량난과 같은 것은 없었다. 부드러운 부모와 귀여운 여동생들에게 둘러싸여 잔뜩 느긋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으며 태어났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을 무렵이었다. 막내 아이돌을 자칭하던 마리쨔가 더 우걱우걱하고 싶다고 불평해오기 시작했다.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부죡하다고 말하고 있자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쨔를 느긋하게 하라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 게슈! 게슈부모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울부짖으며 통곡하는 흉한 만쥬를 보며 마리사의 마음에 솟구친 증오심은, 가족간의 유대나 사랑, 정따윈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시커맸다.

다른 동생들은 곤란한 듯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고, 부모는 전혀 통하지 않는 말로 달래려는 가운데, 마리사는 막내 마리쨔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땋은 머리로 뺨을 찰싹 쳤다.

 

"....느?"

 

멍하니 울음을 그친 막내 마리쨔. 설마 자신이 두들겨 맞을 줄은 꿈에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자칭 아이돌은 맞은 뺨을 땋은머리로 부여잡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눈으로 마리사를 보았다.

 

다시 일격. 이번에는 반대편. 날카롭고, 무겁게. 그리고 마리쨔도 인식할 수 있을만큼 천천히.

 

"느!?"

 

양 뺨에 붉은 빛이 돌았다. 바싹 부어올랐다. 몇초가 지나고서야 비로소 사태를 이해한 것인지, 부어오른 얼굴은 그대로 일그러졌다.

 

"느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언니야가 때려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마리쨔는 마리쨔인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분노. 그렇게 표현하는 것조차 꺼려지는 유치한 감정의 발로. 이딴 것을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면, 마리사는 뭐라고 말하기 힘든 기분을 느꼈다.

 

"시끄럽다제. 여동생. 밥씨가 불만스러우면 안 먹으면 된다제."

 

"언니야가 때려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혀 듣지 않았다. 아예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힘을 써서 듣게 하는 방법뿐이 없을 것이었다.

땋은 머리를 치켜들었다. 여동생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다. 시끄러운 울음을 토해내는 것을 그만하고 뭔가 부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가만히 바라봐왔다.

 

"규만하라뀨...? 또 때리지 말라규?"

 

호소를 무시하며 마리사는 눈 사이로 땋은 머리를 쳐내렸다. 둔탁한 소리가 났고, 시시가 힘차게 분사됐다. 서서히 눈물이 눈가에 들어찼고, 입을 금붕어마냥 뻐끔뻐끔거렸다.

 

아직도 울 생각인가. 마리사는 피곤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여동생과의 거리를 좁혀 다시 땋은 머리 철퇴를 과시했다. 시져시져거리며 고개를 흔드는 동생을 무시하고 다시 때리려는 순간, 갑자기 황금색 벽이 나타났다.

 

"적당히 하라제! 여동생을 괴롭히지 말라제!"

 

어두운 굴을 울리는 아버지 마리사의 목소리. 그 말에 마리사는 자신을 막은 것이 아버지의 땋은 머리라고 이해했다.

 

"그렇다구. 아가야. 가족끼리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안된다구. 모두 둘도 없는 윳쿠리니까."

 

지금까지 허둥지둥하고만 있을뿐이었던 레이무도 이때다싶어 편승했다. 자신의 말에 도취한 것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그로타졔! 언니야는 마리쨔를 때리묜 안되는 고졔!"

 

여동생이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지금까지 울고 있던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버지 마리사의 땋은머리에 안겨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그렇다제. 동생을 때리는 게스는 제재하지 않으면 안되는거제.'

 

"그게 싫다면 제대로 사과하는 거라구?"

 

진심이냐?

 

마리사는 그렇게 부모에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질문을 입밖으로 말한다면, 자신의 입장을 얼마나 나쁘게 만들 것이라는 것정도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는 논리력이 없다면, 논리로 설득하는 것따윈 불가능했다.

 

"죄송합니다인거제."

 

마리사는 겉으로는 솔직하게 부모의 말에 따랐다.

히죽히죽 징그러운 미소를 띄우는 동생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생각하면 가슴 속에 암담한 것이 덮쳐오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에도 마리쨔는 식사의 질과 양을 트집잡으며 울부짖었다. 점심도, 저녁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부모는 그저 당황할뿐, 아무런 제대로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마리사는 마치 어제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차라리 다시 후려칠까하고 생각해보았지만, 그 행위가 가져올 결과도 분명 변하지 않을 것이었다.

 

"마리쨔는 막내인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이건 부족한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느....아가야. 느긋하라제. 느긋하게 있으라제."

 

"마리사...아가야에게 밥을 주면 좋겠다구."

 

"빨리하는고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이렇게 밖에 할수 없다제. 밥씨는 어차피 제멋대로 나타나는 것이니까, 많이 줘도 문제없을 거라제."

 

"능! 과연 레이무의 남편씨는 최강인거라구!"

 

윳쿠리들은 불편한 기억을 응응과 함께 밖으로 버려버린다. 그 탓에 전혀 학습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정작 본인들은 기억을 잃고 있기 떄문에 학습하지 못한다는 자각조차 깨닫지 못한다. 동생도, 부모도 모두 어제 일어난 나쁜 것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게다가 '어떻게든 극복했다.'라는 성취감만 남아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자신감만 넘치고 있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많은 밥을 받은 동생은 음식물 찌꺼기가 비산하는 것도 상관없이 소리내 먹으며 어수선하게 식사를 씉냈다. 그리곤 우월감이 가득찬 눈으로 마리사를 바라보며 벽에 기대었다. 마치 자신의 불룩한 배를 과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느아- 마리샤는 아빠야랑 엄마야의 사랑을 받고 있는고제. 사랑받으니까 이렇게 밥씨를 잔뜩 받는 고제. 어? 언니야는 왜 밥은 적은고제? 왜? 언니야? 왜? 왜 마리샤보다 밥씨가 적은고제? 제? 제?"

 

막내의 팥소뇌 역시, 자신이 부모로부터 보호받았다는 사실만 남았을뿐, 마리사로부터 구타당할 적 손도발도 쓰지 못했던 사실같은 것은 전혀 꺠끗이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자꾸 밥이 적은 이유를 들으려는 동생의 말을 흘려들으며 마리사는 팥소 안속에서 어두운 결의가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느날 밤, 모두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마리사는 동생의 검은 모자를 입에 물고 결계의 바깥에 내던졌다. 방해자를 처리하는 작업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느긋할 수 없는 윳쿠리가 있는거제!"

 

다음날 아침, 아버지 마리사의 욕설이 좁은 집안에 울려퍼졌다. 장식물을 잃은 동생이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아빠야...마리샤는 마리샤라규. 아빠야의 마리샤라구."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라구! 집에 이런 게스인 자식은 없다구!"

 

"어째서 엄마야까지 그런 말을 하는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리사의 레이무를 엄마야라고 부르지 말라제!"

 

아버지 마리사의 몸이 두둥실 뜨며 여동생의 몸을 덮었다. 도망치려던 여동생이 도움을 요청하듯 마리사를 보았다.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마리사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동생이 얼굴이 일그러지며 곧바로 분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너...네녀석이!"

 

꾸직. 하고 생생한 소리와 함께 동생의 목소리가 끊겼다. 아버지 마리사의 몸에 깔린 것이다. 마리사의 발밑까지 굴러온 작은 눈동자에는 죽는 순간까지도 원망이 들어서있었다.

 

여동생은 최후에 깨달은 것이다. 누가 모자를 버린 것인지.

 

아버지 마리사는 혀를 차곤, 발밑에 부셔진 만쥬를 보며 새삼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한 얼굴이 되었다.

 

"이런 곳에 달콤달콤씨가 있는거제! 역시 마리사는 사냥의 달윳인거제!"

 

"대단하다구 마리사아아아아아아! 같이 먹는거라구!"

 

"물론이라제! 느? 아가야도 같이 먹는 거라제!"

 

"으응. 마리사는 필요없다제. 아빠야랑 엄마야가 먹어줬으면 하는거제."

 

마리사가 사양하자, 더 이상 권하는 것도 없이 부모는 달콤달콤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난 후, 어머니 레이무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그 아이는 어디 간 걸까. 엄마야로서 걱정!이라구."

 

반년도 지나지 않아 마리사는 기다리고기다렸던 홀로서기의 시기를 맞이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거창하게 울고 있었지만, 마리사는 그것이 그저 단순한 익살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장식물을 잃어버린 것만으로 흔들리는 애정따윈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마리사는 집을 나오자마자 무리의 대장의 집으로 향했다. 여동생같은 게스를 허용하는 이 무리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마리사는 평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준비는 이미 갖추어두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거냐제?"

 

"홀로서기에 대한 보고라면 필요없다묭."

 

파수꾼인 흉터 마리사와 묭이 고압적으로 물어왔다. 마리사는 준비했던 대답을 꺼냈다.

 

"대장을 죽이러 왔다제."

 

모자에서 가지를 꺼내자마자 그 끝을 흉터 마리사의 오른쪽 눈에 박아넣었다. 왼쪽 눈이 그것을 확인하듯 움직이다가 이내 흰자를 보이며 뒤집어졌다.

 

"무슨 짓이냐묭!"

 

묭이 백루검을 물고 덤벼들었다. 마리사는 침착하게 흉터 마리사 시체 뒤로 피했다. 그리곤 우회해 오는 묭을 기다렸다. 천천히 다가오는 묭의 측면으로 마리사는 돌진했다. 가지 끝이 중추 팥소를 꿰뚫었다. 묭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곤 그렇게 절명했다.

 

둥지 안에 있던 파츄리를 단번에 찔러 죽이곤, 마리사는 그녀의 나이트캡을 빼앗아 푹 눌러 썼다. 이제 다른 윳쿠리들로부터 자신은 대장으로 보일 것이었다. 밖에서는 소동을 듣고 온 윳쿠리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파츄리 행세를 하며 마리사는 주위 윳쿠리들에게 범인을 봤다고 말했다.

 

몇분 후 광장의 한가운데에 마리사의 부모가 끌려왔다. 건장한 젊은 윳들에게 둘러싸여 호송되는 도중, 저항했던 탓인지 상당히 얻어맞은 듯한 모양이 되어 있었다.

온몸이 부어오르고 장식물은 너덜너덜해져 천조각같은 것이 간신히 머리카락에 붙어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모습이 되어있었다.

마리사는 그 모습을 보며 어두운 만족감을 느꼈다. 키워준 은혜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부모와 보내는 시간은 참아야했던 것이 훨씬 컸던 것이다.

 

마리사의 신호로 처형 집행은 너무나 쉽게 진행되었다. 부모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지만 그 누구도 믿는 윳은 없었다. 물론 마리사는 그 호소가 진실이라고 알 고 있었지만,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그리곤 마리사는 무리의 운영에 몰두했다. 파츄리가 하지 않았던 솎아내기를 도입했고, 거역하는 것들은 마리사 본래의 모습으로 암살했다. 무리의 행복을 위해 온갖 법규를 제정했고, 스스로 모범이 되었다. 처음에는 많았던 반대 의견도 곧 동참으로 바뀌어갔다. 그렇게 무리는 순식간에 부흥해갔다.

 

어느날 포식종의 대군이 습격해왔을때, 정신을 차린 순간 마리사는 도스가 되어있었다. 거구에 주춤한 포식종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황급히 퇴각했고, 무리는 거의 희생자를 내지 않으며 사태를 수습했다. 도스가 된 마리사는 대장의 나이트캡을 아무렇게나 버리곤, 대장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대신 자신이 대장이 되겠다고 선언하였고, 무리의 윳쿠리들은 그에 대해 아무런 반론도 없이 좋다고 입 모아 찬성했다.

 

모든 일이 잘 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편이 되어 있었다.

 

적어도 그 날까지는.

 

찾아온 것은 단 한명의 사람이었다. 남자는 도스가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조사하러 왔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곤, 제지하려는 도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를 거침없이 헤집었다. 아이 윳과 아기 윳들이 짓밟혀 죽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왔다갔다를 반복했고,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윳이 있으면 즉시 걷어차 나무에 내팽겨쳤다. 남자는 윳쿠리를 죽이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고 있지 않는 듯했다. 기껏해야 신발이 더려워지는 것에 대해 귀찮아하는 감정 정도만 보일뿐이었다.

 

도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 속부터 공포를 느꼈다. 도스가 고심하며 안정시킨 무리가 아주 간단하게 무너져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남자는 자신과 같은 정신 구조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상을 위해 윳쿠리를 죽이는 것을 아무렇게 여기지 않는 정신.

아니 달랐다. 그런 수준조차아니었다. 인간에게 있어 윳쿠리따윈 하등한 존재인 것이다. 남자가 이따금씩 지껄이는 혼잣말 마디마디에서 그것을 엿볼 수 있었다.

무리의 절반이 무참히 살해당한 뒤, 남자는 도스에게 뭔가 큰 주사위를 찔렀다. 격통 속에 몸을 비틀며 도망치려는 도스에게 남자가 속삭였다.

 

"이건 마이크로 칩이다. 너로서는 모르겠다구인 거겠지만, 이게 삽입된 도스들은 인간의 감시하에 놓이게 되는 거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에놈이 어디에 있든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마을에 내려오기라도 한다면, 그 즉시 가공소가 달려올 것이다.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느긋하게 있으라구. 도스 마리사군."

 

비웃는 듯한 말을 내뱉곤, 남자는 떠났다,

 

대량의 시체와 어지럽게 우는 윳쿠리들만이 남게 되었다.

도스는 어쨌든 벌레나 곰팡이가 서리기 전에 시체를 치우고 모두에게 월동 준비에 들어가로독 명령했다.

원래부터 무리는 비축해왔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윳쿠리가 줄어든 덕분에 월동 준비는 별다른 수고없이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굴욕만큼은 시간을 거듭할 수록 커지고 있었다.

몸의 어딘가에 있을 마이크로 칩씨는 도스에게 복수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그전에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인간에게는 이길 수 없었다. 아무리 냉정하게 전력을 분석해보더라도 그 결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남자 한명만을 매장하는 정도라면 어떻게든 될지로 몰랐다. 기회만 만든다면, 한 사람을 죽이는 정도는 도스로선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 었다. 하지만 인간은 많다. 너무 많다. 윳쿠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절대 복수하고 싶다.

 

윳쿠리는 느긋할 수 없는 기억을 응응과 함께 내버린다. 도스는 그렇지 않아왔다. 지금까지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해왔다. 솎아내기를 추진한 것도, 법을 제정한 것도 과거의 실패를 잊지 않은 덕분이었다.

굴욕이 몸 안쪽에서 부풀어오르고 있었지만, 도스는 그것을 무시하지 않았다.

지금껏 자신의 적이 되는 것을 모조리 제거해왔다. 앞으로도 분명 그럴 것이다. 그 남자도, 인간도 멸망시킬 것이다.

 

그렇다.

 

자신이라면 가능할 것이었다.

 

포식종에게 공격받을 떄, 도스가 될 수 있었다.

분명 인간에 대해 뭔가 큰 힘으로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몸첨부 윳쿠리를 기억했다. 딱 한번 본 적이 있었다. 이상한 윳쿠리였다. 인간처럼 손발을 가지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손재주와 힘을 가진 돌연변이.

만약 도스가 몸첨부가 될 수 있다면...

 

거인.

도스의 뇌리에 생생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인간의 세계를 밟아부시는 거인.

그 남자가 했던 것처럼 인간을 밟아부시는 긴 다리.

그 남자가 했던 것처럼 인간의 집을 박살내는 튼튼한 팔.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자신이라면!

 

도스의 소원에 호응하듯, 몸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연이어 소리를 내며 도스에게 난 다리가 땅을 밟았다. 이어 자라난 팔이 흙을 잡았고, 몸통이 단번에 나기 시작했다.

죽여주마 인간놈들!

몸이 자라나는 가운데 포효와 함께 도스는 일어섰다.

 

그리고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도스는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월동 중이라는 것을. 자신이 동굴 안에 있다는 것을.

그토록 기억력이 좋지 않은 윳쿠리들을 바보취급하면서도, 그 역시 정작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도스의 몸은 여전히 자라나며 검은 탁류가 되어 굴 속에서 월동하고 있던 윳쿠리 무리를 덮쳤고, 모두 영원이 느긋하게 만들었다.

  • ?
    세라폰 2019.04.05 13:39
    정말 바보같은 최후네요
  • ?
    LAYA 2019.04.05 17:31
    도스 마리사의 상태가...?

    도스 마리사는 몸첨부 도스 마리사로 진화했다!
  • profile
    바이저와패치 2019.04.05 18:22
    오오 자멸엔딩 오오
  • profile
    벚냥 2019.04.05 20:43
    느그치 느그치 느그치이이이이 느그치 커지지 마라줘어어어어어어어 하고 윳쿠리들은 모두 죽었단 뜻이군요. 참으로 멍청하다구요 !!
    그리고 느그탄 버 ! 녁 ! 씨 느그타게 고마운 거라구요 !!
  • ?
    닌겐상 2019.04.05 22:00
    도스는 벽에 머리를 부딪혀서 죽은건가요?
  • profile
    다섯개 2019.04.06 10:43
    인간에게 제압당할 수준만의 크기(2~3m의 통상 도스)에서
    인간을 밟을 수 있을 만한 크기까지 커지는 건데
    그걸 월동 중인 굴 안에서 해서요
    그래서 제목도 T(ime)P(lace)O(ccasion)을 구분하라는 거고요
  • ?
    닌겐상 2019.04.06 13:20
    답변 감사합니다.
    그건 알고있는데 혹한의 날씨 때문에 죽었는지 머리를 천장에 부딪혀서 죽은건지
    도스의 최후가 어떻게 된건지 이해하기 힘들어서요.
  • profile
    다섯개 2019.04.06 13:55
    개인적으로는 번역할때 도스가 굴 속에서 계속해서 팽창했지만, 굴을 무너뜨릴만한 내구성은 없기때문에 굴 안에서 찌부러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커지는 바람에 팥이 넘쳐 흘러서 홍수마냥 주변을 덮치는 걸로 이해했었습니다.
  • ?
    얏얏 2019.04.06 13:54
    크. .
    믿음의 힘이란
  • ?
    건달바 2019.04.15 17:21
    ㅋㅋㅋ
    차라리 자기가 깔보던 타윳처럼 살면 좋았을것을.
    도취도취 노래를 부르며 얕봤지만
    정작 가장 심하게 자기도취한건 도스잖아
    왜? 혁명가, 비범한 군주 느낌이라도 들었나봐?
  • ?
    건달바 2019.11.12 20:31
    그나저나 저렇게 건방진 도스가 그냥 죽게 내버려두는건 시시한데...
    기껏 몸첨부 도스가 되어도
    인간에게 우습게 농락당하며 비참하게 죽어가면서
    '어째서 앙되는고야아아앙'하고 꼴사납게 울부짖게 만들어야 제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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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기타 anko 11111 살아라! 마리쨔 탐험대! - 1 3 라인하르트 2019.02.06 1669 9
209 학대 anko 8653 가면 무도회 3 다섯개 2019.02.06 161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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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애호 anko 4303 윳쿠리 점프워크 4 다섯개 2019.02.02 169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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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일반 anko 9038 마리챠의 자랑인 보물 4 다섯개 2019.01.29 209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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