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클리셰 - 1, 집침입, 집선언

by 다섯개 posted Nov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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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나는 가볍게 탄성을 내뱉었다. 생각치도 못했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 까닭이었다.

 

발코니와 이어진 창문 아랫부분이 처참하게 깨져있었다. 대충 봐도 기분 나쁜 흙자국이 밖에서부터 이어져있었다. 거실 한켠에 있던 쓰레기통은 넘어져 있었고, 그릇이나 휴지같은 것들이 널부러져있었다.

 

나는 머리를 짚으며 거실 한쪽 구석을 보았다. 거기에는 내가 쇼파대신에 쓰는 이불과 쿠션들이 있는 자리였다. 밖에서부터 이어진 흙자국은 거기서 멈췄다. 나는 그렇게 윳쿠리들을 보았다.

 

가장 호의적으로 봐줘도 들윳쿠리라고밖에 할 수 없는 지저분한 것들은 그렇게 내 이불과 쿠션을 더럽힌 모양으로 쿨쿨자고 있었다. 정체모를 액체가 끈적끈적하게 배어나오고 있었고, '느쿠... 느쿠...'하는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새근거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거실의 참상을 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참상의 원인은 이들일 것이 분명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저도모르게 웃었다. 이정도되면 화가 날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신기했다. 이런 시대에 이토록 정석적인 집침입이라니.

 

윳해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집선언과 집침입이 있었고, 그 과정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구제활동과 교육이 잇따랐다. 그리고 그 쯤되니 팥소뇌를 가진 윳쿠리들조차도 인간의 집에 쳐들어가는 짓따위는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게 상식이었고,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는 그 상식을 배반하며 윳쿠리들이 자고 있었다. 아, 물론 윳쿠리라는 존재자체가 상식을 배반하는 존재기는 하지만, 여하튼 나는 신기하기만 했다.

 

"음..."

 

그러다 문득 나는 혹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윳쿠리들의 집침입은 이제 희귀한 사건이 되어버린 시대였다. 어쩌면 저기 저 윳쿠리들은 집 침입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있는 것일수도 있었다. 물론 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10명의 도둑을 잡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말이 말이다. 물론 저건 윳쿠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수준높은 민주의식과 도덕성을 가진 나로서는 고려해볼만했다.

 

나는 턱을 쓸어만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당한 도구가 곧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렇게 일단 거실 한켠에 매달아놓은 파리채를 들었다. 

 

나는 파리채를 몇번 휘두르며 윳쿠리들을 보았다. 성체 마리사와 성체 레이무 한쌍, 그리고 아이 마리사 한마리와 아기 레이무 3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일단 성체 마리사를 보며 파리채를 살짝 들어올렸다.

 

찰싹!

 

"늣?!"

 

힘조절을 한 덕분인지 마리사가 지랄발광을 하는 일같은 것은 없었다. 마리사는 느긋한 모양으로 눈을 뜨더니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안녕 마리사?"

 

"늣?! 인간씨?"

 

그제야 나를 발견한 것인지 마리사는 땋은머리로 눈을 비비며 나를 보았다. 일어나는 과정에서 굼실거리는 탓에 쿠션에 흙이 묻어났다. 자연스럽게 내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나는 이내 억지 웃음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마리..."

 

"인간씨는 마리사의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나가라제!"

 

나는 반성했다. 1명의 억울한 사람같은 건 없었다. 그저 공존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똥만쥬였을뿐이었다.

 

 

 

 

"느아아아아아아! 인가아아아안! 어서 마리사님을 꺼내라제에에에에에!"

"꺼내라졔! 모하는 고냐굿!"

"무시하지말라구우우우! 레이무 화나면 무섭다구우우우우우!"

 

윳쿠리 가족들이 질러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내가 도심지에서 살았다면 이웃은 물론이고 경찰이 찾아올법한 소음이었다. 물론 이렇게 윳쿠리들이 침입할 정도로 외딴곳에 살고 있기는 했지만, 여하튼 그정도로 시끄러운 소음이었다.

 

"느으으으으으! 마리사님의 뿌!꾸!를 맞고 싶은거냐제에에에에에!"

"퍄퍄는 최걍이라구!"

 

지치지도 않는지 윳쿠리들은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폐도 없는 것들이 저렇게까지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뿐이었다. 

 

"그지같은 새끼들..."

 

시끄러운 윳쿠리들의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나는 그렇게 쓰레기들을 치웠다. 다행히 서재까지는 못 들어간 것 같았고, 냉장고를 건드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유리창이 꺠진 것이 속쓰리기는 했지마는, 어쨌든 그걸 제외하면 망가지거나 부셔진 것은 없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도외지에 사는 이상, 가택 보험정도는 들어놓은 나였다. 어찌어찌하다보면 손해보는 것은 시간정도뿐, 회귀불가능한 피해를 입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불과 쿠션은 몇번이나 삶거나 지랄을 하며 빨아야 되긴 할 것 같기는 했지만.

 

나는 대충 쓰레기들을 치우곤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곤 이제 가장 문제가 되는 제일 큰 쓰레기들을 보았다. 그렇게 나는 수조에 담긴 윳쿠리 일가를 보았다.

 

"늣! 드디어 똥인간이 이쪽을 보았다제!!"

"느늣! 어서 풀어달라구! 그리고 달콤달콤을 내놓으라구!"

 

윳쿠리들이 나를 보며 저들끼리 떠들어댔다. 나는 머리를 짚으며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이 우리집의 피해를 보상할 능력따위가 있을리는 없었다. 물론 이새끼들을 애완윳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에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저 윳쿠리들이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고맙기는 했다. 

 

합법적이고 도덕적으로도 그다지 지탄받지 않을 폭력을 허락받은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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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말은 이 장르에서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담백한 학대작품 하나 쓰고 싶어졌거등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