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anko10606 캥보옥!

by 몹딕 posted Apr 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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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아키

 

 

 

"찌뷰려져어어어어어어어!"

 

레이뮤는 지금 바로 찌뷰려지려 하고 있었다.

 

레이뮤는 인간의 손에 잡혀 손가락으로 압박되고 있고, 이제 몇 초 정도 지나면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선 전부 팥소를 뿜으며 끔찍하게 죽을 것이다.

인간의 발치에서 부모가 우왕좌왕하며 "그만두는 거네요"하고 말하고 있지만,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 레이뮤에겐 먼 세상일처럼 느껴졌다.

 

"찌, 찌뷰려져어어어어어!"

 

그만해, 아파 엄마야 압빠야 도와줘. 그런 생각도 꾸욱꾸욱 졸라지는 상황에서는 소리로 내지도 못하고 그저 "찌뷰려져"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레이뮤는 너무 "캥보옥!"했던 것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찌뷰우우우우우우!"

 

 

엄마야의 줄기씨에 연결돼 있었을 때는 매우 "캥보옥!"이었다.

엄마야로부터 매우 느긋한 팥소씨가 보내져 아직 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넘쳤다.

 

상냥한 엄마야와 압빠야의 부비부비와 핥짝핥짝, 많은 달콤달콤과 푹신한 침대씨.

노예와 대저택 같은 사치까진 말하지 않지만, 반드시 따뜻한 가족과 행복하게 있을 수 있다고 믿고 미소 지으며 탄생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탄생의 순간이 왔을 때도 매우 "캥보옥!"이었다.

 

압빠야의 모자에 부드럽게 받아들여져 "뉴구치 이쯔라규!"하고 씩씩하게 인사했다.

압빠야와 엄마야도 눈물까지 흘리며 기쁜 듯이 "느긋이 있으라구!"하고 인사해 줬다.

 

그 다음, 엄마야가 자신이 붙어 있던 줄기님을 접고 정중하게 씹어 눈앞에 내밀어 줬다.

그것을 우껵우껵 했을 때는 살짝 달면서 부드러운 맛이 좋이서 "우껵우껵, 캥보옥!" 하고 기쁨의 목소리를 높였다.

 

 

"찌뷰려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레이뮤가 태어난 집씨는 꿈에서 본 것 같은 큰 집씨가 아니라 좁은 골판지였지만 여전히 레이뮤는 "캥보옥!"이었다.

 

침대씨는 폭신폭신한 수건씨는 아니었지만, 압빠야가 밖에서 모은 나뭇잎씨로 열심히 만들어 준 것이었다.

 

엄마야는 언제나 함께 있어 주고, 레이뮤가 한밤중에 외로워 울기 시작했을 때도 부드럽게 부비부비 한 다음 귀밑털로 계속 안아 주었다. 그래서 레이뮤는 항상 안심하고 쿠울쿠울 할 수 있었다.

 

쉬쉬와 응응이 새어나와 버렸을 때도 뉴우뉴우 우는 레이뮤를 달랜 뒤, 정성스레 핥짝핥짝 하고 청소해 줬다. 그래서 레이뮤의 마무마무와 아냐루는 항상 청결했다.

 

아직 밖에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동안에는 집에서 지루하지 않게 노래씨를 불러 주거나 바깥세상의 얘기를 해줬다. 레이뮤도 바깥에 나가면 더 많은 일들을 겪고 행복해질 것을 꿈꿨다.

 

 

"찌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리하여 마침내 밖으로 나온 레이뮤는 그 광대함과 아름다움에 감동받았다.

 

잔디씨가 가득 나 어디까지나 계속 보이는 들판씨, 투명하게 비쳐 보일 것만 같은 재닛 블루의 하늘씨, 거기에 빛나는 태양씨까지. 모두가 레이뮤를 축복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았다.

 

압빠야와 엄마야에 이끌려 밖을 산책하다, 근처의 일가와 처음으로 만났다.

이웃집에는 아직 어린 마리쨔가 있었다. 아마 레이뮤와 마찬가지로 처음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2윳은 서로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끄러워 부모의 그림자에 숨은 채, 살짝 얼굴만 들여다봤다.

 

하지만 그러다가 서로의 부모에게 엉덩이를 밀려 2윳은 서로 대면하게 됐다.

 

"뉴......뉴긋치 이쯔라규......"

 

부끄러움에 얼굴을 새빨갛게 하면서도, 어떻게든 처음으로 다른 윳과 인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선 함께 허물없이 박자를 맞춰 뛰며 뉴꺄뉴꺄 하고 놀았다.

헤어질 때는 "또 놀자구"하며 아쉬움에 땋은머리와 귀밑털을 마주 잡았다.

 

부모에게로 돌아온 뒤 "언젠가 그 마리쨔와......"하고 레이뮤는 남몰래 연정을 꽃피웠다.

레이뮤는 언젠가 자신도 꼬마야를 만들어 "캥보옥!"한 가족을 구축하는 일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집씨로 돌아가는 길에도 마리쨔의 일만 생각나 길가의 물건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꽃씨도 벌레씨도 인간씨도......

 

인간씨......

 

인간......

 

 

"찌, 찌, 찌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됐다.

레이뮤는 갑자기 뒤에서 뭔가에 잡혀 느낀 적 없는 부유감과 함께 들어올려져 버렸다.

'인간'이란 존재에게 들어올려졌다고 안 것은 발밑에서 부모가 허둥지둥하며 떠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아귀에 잡힌 레이뮤는 갑자기 전신에 심한 압박감과 통증을 느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인간에 의해 자신이 짓눌리고 있는 것이다.

 

 

엄마야! 압빠야! 마리쨔! 도와줘요!

 

 

그런 생각은 입 밖에 내지도 못했다.

입에서 나오는 것은 단지 "찌뷰려져어어어!"하는 비명 뿐.

부모는 "꼬마야가 매우 아파하고 있어!"라던가 "느긋이 말로 하는 거네요!"하고 말할 뿐 도와주지 않았다.

 

뒤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린다.

 

"놔줄 리가 없잖아! 이 녀석은 지금부터 내가 비틀어 죽이는 거야!"

 

그 말을 들은 레이뮤는 절망과 두려움에 눈물이 나고, 뭣보다 알 수가 없었다.

 

레이뮤는 아무 것도 나쁜 일 따위 하지 않았다.

그저 엄마야와 압빠야와 "캥보옥!"하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희망 넘치는 미래를 뺏겨야 하는가.

레이뮤가 "캥보옥!"할 권리를 도대체 누가 빼앗을 자격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바로 그 답이 인간의 입에서 나온다.

엄마야가 말한 "워쨰셔 이런일을 하는거야아아아!!"라는 질문에 대답한 것이다.

 

"왜?...이유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대체 왜 똥만쥬 따윌 잡는데 이유가 필요하단거냐 바보냐!"

 

레이뮤는 마음속으로 울었다.

레이뮤의 행복한 미래가 파괴되어 박탈당하려 하고 있는데, 상대는 그래야 할 이유조차 없이 그저 변덕으로 그러고 있던 것이다.

분노와 슬픔, 고통과 두려움이 일체가 돼, 레이뮤는 그저 떨며 울었다.

이 불합리에 대한 감정을 내뿜으려고 해도 말은 "찌뷰려져"라고 밖에는 할 수 없고 몸도 미동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의 손가락에 의한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

레이뮤의 눈은 심하게 튀어 나와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고 입과 아냐루에서도 팥소가 밀려나오는 것 같았다.

 

 

"찌뷰려져어어어어어어어!"

 

 

조금씩 의식이 멀어져가는 가운데, 레이뮤는 마지막으로 인간의 말을 희미하게 듣고 있었다.

 

"워쨰셔 워쨰셔 해봤자, 댈만한 이유 따윈 없는 거다......아, 굳이 말한다면 그거다"

"나는 푸른 하늘도 싫고 빛나는 태양도 싫고 윳쿠리 따위 더더욱 싫어"

"하지만, 가장 싫어하는 것이 뭐냐면......"

 

"'느긋하게 있는 레이뮤'가 가장 싫은 거야!"

 

 

"찌뷰웃!"

 

 

뿌샷!!

 

 

 

그리고 레이뮤의 윳생은 어이없이 막을 내렸다.

 

인간에 의해 쓰레기처럼 비틀려 으깨져 거품처럼 사라졌다.

 

"캥보옥!"한 윳생 따위 하늘의 별 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