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낙화
“늣, 늣, 늣”
좁은 방에 윳쿠리 마리사가 뛰는 경쾌한 소리가 울리고 있다.
소리와는 정반대로, 뛰고 있는 그 윳쿠리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점점 속도가 떨어지는군. 좀 더 노력하지 않으면 죽을 거야”
방구석에서 의자에 앉아 손에 리모컨을 쥔 인간이 말한다.
시시한 듯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 그러나 마리사에겐 잘 들린 것이다.
“늣, 늣, 늣”
모자도 머리도 흔들어 풀고 몸에 혼신의 힘을 담아, 마리사는 뛰는 속도를 올렸다.
뒤에 작은 소리를 내는 RC카가 따라붙지도 뒤떨어지지도 않는 정도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매장에서 얼마든지 팔고 있는 것들처럼 정체모를 빨간색과 검은색을 기본으로
착색된 RC카. 단, 매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작은 칼 한 개가,
똑바로 앞을 향하도록 접착테이프로 고정돼 있었다.
햇빛을 받은 도신이 순간 예쁘게 빛난다. 선명도는 좋은 것 같다.
단순한 장난감이 흉기로 변해, 마리사를 쫓고 있다.
“의외로 오래 달리는 물건이구나...내가 질렸다”
하암, 하고 하품을 한번 한 인간이 귀찮다는 듯 손으로 눈가를 훔친다.
질렸다고 하면서도 컨트롤러를 움직이는 손은 멈추지 않는다.
“늣......늣, 늣”
마리사의 감각으로는 대체 얼마나 이 술래잡기를 계속했는지 모른다.
단지, 잠시 동안이 아닌 것만은 자신의 몸의 피로가 증명하고 있다.
벽을 따라 방을 맴도는 마리사의 시야에 무너진 만쥬에 검은 천을 씌운 것 같은 것이 들어온다.
- 아니다, 무너진 만쥬의 몸. 검은 옷에 검은 머리. 동고동락해온 반려 윳쿠리 레이무의
변해버린 모습이었다.
“진짜 잘 달리네......포기하지 않는구나. 그렇게 죽고 싶지 않은데 왜 집 선언 따윌 한 거야”
마리사가 소속돼 있던 들 윳쿠리 무리의 리더, 파츄리의 말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절대로 인간에게 다가가서는 안 돼. 엄청나게 아프게 될지도 몰라.
집 선언 따위 하면 반드시 죽어요.
예전엔 그 말을 듣고 인간을 두려워했다. 가능한 한 인간에 관계되지 않고 살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 마리사는 성장함에 따라 다른 윳쿠리가 동경할 만큼 강해졌다.
윳쿠리 싸움은 1대 3까지라면 거의 지지 않았다. 사마귀도 수월하게 잡았고,
고양이 격퇴에 성공한 바 있다. 무리에서 어느 정도 영윳으로 취급받았다.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과 가족과 무리에서 추겨 세우는 소리. 마리사의 안에서 뭔가가 자라났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다.
그렇다면 그 힘으로 더 느긋한 생활을 손에 넣으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
결국은 “어느 정도 영윳”취급이라는 것을, 마리사는 알지 못했다.
모든 생물을 굴복시킬 정도 힘을 가지고 있다면, “윳쿠리 신님”정도의 취급을 받았을 텐데.
물론 그런 것은 지금까지 탄생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분명 영원히 없을 것이지만.
어쨌든. 그 종족이 타고난 팥소뇌의 폐해.
인간 사이에서는 템플릿이라고까지 말하는 집 선언을 마리사들은 했고
그 결과 레이무는 지금 마리사 같은 눈을 하고 일찌감치 죽었다.
큰소리로 그만둬 죽고 싶지 않아 하고 외치며 두 눈에서 눈물을 폭포처럼 흘리고 전신전령을 다해
방 안을 뛰어 돌다 –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하고 눈동자가 공허해져, 의식이 몽롱해진 찰나에
뒤에서 둔한 은빛 칼날이 중추팥에 꽂혀,
“늣”
하는 소리를 내고. 잠시 동안 몸을 경련시켰다.
레이무가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인간은 시체를 방구석으로 걷어차고
레이무의 단말마를 보고 투명한 상자 속에서 떨던 마리사를 가져와 다시 무선 제어 컨트롤러를 잡았다.
그리하여 이제 마리사는 레이무가 죽었을 때처럼 몸을 계속 질질 끌며
필사적으로 다가오는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벽을 따라 방 귀퉁이를 돌았다. 보이지 않게 된 레이무 대신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꼬마야)
투명한 상자에 넣어진 아직 아기인, 레이무 마리사. 짝인 레이무와의 사이에 생긴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
어머니의 단말마와 시체의 모습은 그 어린 몸과 마음으로 상당히 참기 어려웠는지 몸을 떨고 치아도 딱딱 부딪치면서
눈을 한계까지 치켜뜨고 요실금하고 있다. 두려운 나머지, 자신들의 배설물에 발씨가 젖어 있는데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2마리의 지켜보는 눈동자는 단지 아버지 마리사를 계속 쫓고 있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부모의 보호가 없어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모르는 공포. 애초에 지켜줄 부모가 없어지면,
자신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무슨 짓을 할 것인가 하는 더욱 큰 공포.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것들이 범벅이 되어 하나의 거대한 절망 어린 마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는 언제나처럼 모두 웃는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누구 한윳도 웃고 있지 않다. 웃지 않는다.
왜 집 선언 따위 해버린 걸까.
왜 인간에게도 절대 이긴다고 생각해버린 것일까.
왜 지금까지, 힘들지만 안정적인 들의 생활에 만족하지 않은 걸까.
소용돌이치는 후회. 그것이 고여 들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미래는 원래라면 불확실하겠지만, 마리사라고 해서 이제부터 자신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를 정도로 머리가 망가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한계를 느끼고 있는 체력이 고갈될 때 자신은 죽는다.
(죽는다니)
눈물이 더욱 넘치고 몸에서 우르르 땀이 쏟아진다.
(무서운거야)
막연히 지금까지 갖고 있던 죽음의 이미지가 명확해지고 레이무가 죽으면서 지은 고통의 표정이 마리사의 머리에 되살아난다.
저런 표정을 짓다니 도대체 얼마나 고통스런 것일까. 다시는 꼬마야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음식을 먹는 것도, 이렇게 뛰는 것도 모두 즐겁게 놀 수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두려움이 피어오른다. 지금까지 죽음을 “영원히 느긋해지는”것이라고 말해 그 무서움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죽음에 임박한 마리사는 점차 이해한다. “느긋해진다”
죽음은 어쩔 수 없을 정도인 미지의 두려움이다.
“늣, 늣, 죽고, 싶지, 않앗, 늣”
간절한 마음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넘친다. 흘러넘치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신경써 주지도 않는다.
“싫어......늣, 늣......마리사, 더, 느긋......하고 싶어......늣”
그러나 생각을 입에 담으면 담을수록 뛰는 리듬이 흐트러져 체력을 잃고
가뜩이나 가까웠던 죽음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뛴다. 뛴다. 조금씩 마리사의 속도가 떨어진다.
변함없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흉기를 탑재중인 뒤의 RC카가 마리사를 쫓는다.
(맛있는 밥씨를 좀더 우걱우걱 하고싶다구. 물씨를 꿀꺽꿀꺽 하고 싶은 거야.
무리의 모두와 함께 사냥과 달리기를 하고싶다구. 사랑하는 레이무와 많이 부비부비 하고 싶은 거야.
꼬마야들과 즐겁게 놀고 싶어. 꼬마야들이 커지는 것을 보고 싶어)
어떤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죽고 싶지 않아)
실현되지 않는다.
“싫어어어어어엇! 바리잣 아직 주꼬십지 않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푹.
계속해서 차가운 뭔가가 마리사의 몸을 뚫고 침입해, 팥소 속을 파고든다.
소중한 소중한 생명의 증거인 중추 팥소를 가른다.
“늣”
레이무와 같은 단말마의 목소리를 남긴 채.
마리사는 죽었다.
마리사에게 죽음의 색이 감도는 것을 지켜본 인간은 마리사였던 시신에 박힌 칼을 뽑아내고
구석에 구르는 또 다른 시체 쪽으로 걷어차 날린다.
“딱히 재미는 느껴지지 않는구나......”
가끔 귀에 들리는 윳쿠리 학대라는 기호.
지금까지 윳쿠리에, 한조각도 호의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혐오하는 것도 아니던 이 사람.
평상시라면 집 선언을 한 들윳 따위 단지 잡을 뿐이지만, 모처럼 이니까 그 취향이 정말 카타르시스를 가져오는지
조금 시험해 보려고 이번 일가를 무선 조종으로 쫓아봤다.
평소라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 틈도 없이 뭉개졌을 것이, 인간의 작은 호기심 탓에,
마리사들은 죽음이라는 공포를 다시 한 번 자각하고 맛보게 된 후 생명을 떨어뜨리게 되었다.
급한 대로 부모 2마리를 실험용으로 해 봤지만, 특별히 인간이 얻은 수확은 없다.
레이무 마리사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음......나머지 작은 2마리로도 이 행위의 가치는 알 수 있으니까”
마음이 붕괴 직전에 이르러 눈을 희게 치켜뜨고 기절한 아기 레이무와 마리사.
혀를 느슨하게 입에서 빼물고 눈물도 군침도 넘쳐흐른다. 요실금뿐만 아니라 응응조차도 그 작은 아냐루에서 흘러넘치고 있다.
이 상태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으므로 인간은 오렌지 주스를 위에서 소량 떨어뜨려 강제로 2마리를 깨운다.
그리하여 2마리 중 1마리를 수확해 탑재된 칼날의 팥소를 닦은 RC카와 함께 바닥에 놓고.
아기 윳쿠리의 속도와 같은 정도가 되도록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서워서 제대로 말도 할 수 없는 아기 윳쿠리도 죽음이 귀신처럼 쫓아오는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태연하게 있지 못하고, 실금하고 배설물을 흘리고 부모처럼 눈물만 흘리며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삶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고 삶의 기쁨도 제대로 맛본 적 없는 어리디 어린 레이무 마리사는,
역할을 완수하고 인간에게 그 기호를 일깨우는가 아니면 부모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무의미하게 생명의 꽃이 지게 되는 것인가.
어느 쪽일지는 모른다.
- 다만,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맛보며 죽을 것만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