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루이 아키
제재 관찰 고증 불운 자업자득 구제 자체설정 장르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윳쿠리
윳쿠리가 인간들의 눈 앞에 나타난 후 수십 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그 귀여운 모습에 사람들은 매료되어 친해졌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와 윳쿠리의 가치는 모순되므로 양립할 수 없었던 것이며,
어느덧 사이가 벌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인간들은 윳쿠리들이 “느긋하고 싶다”는 욕망에 따라
행동함으로서 불편해지거나 피해를 받거나 하는 것에 대해
인간이 더 현명하고 강하기 때문에, 순진무구한 윳쿠리들의 무지를 넓은 마음으로 용서했다.
그런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무시할만한 정도였으며,
누군가 윳쿠리들을 학대하는 행위는 딱히 책망받지는 않지만
칭찬할만한 행위도 아니었기 때문에 세상에서는 그다지 인식되지 않았다.
하지만 윳쿠리들의 “느긋하고 싶다”는 욕망은 끊임없이 항상 높아져 갔고,
인간들은 윳쿠리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을뿐더러 윳쿠리들의 무지에
마침내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연과 인간들은 윳쿠리를 “인간의 적”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인간과 윳쿠리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인간들은 수많은 생물들을 멸종시켜 왔다.
이 지구상에서 다른 생물을 멸종시키는 일에 있어 인간들은 어떤 생물보다 뛰어났다.
지상 최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윳쿠리들이 인간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 따윈 거의 없었다.
유일한 무기인 도스 마리사의 도스 스파크조차 이미 인간들은 공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윳쿠리들에게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서 인간과 윳쿠리의 “전쟁”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게다가 인간들은 잔인하다. 윳쿠리들을 가능한 한 오래도록 괴롭히고 죽였다.
왜 그런 일을 했는가?
처음에는 원한. 윳쿠리들에 대한 다년간의 원한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처절한 고문을 반복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그런 원망도 없이 어느덧 윳쿠리들을 괴롭히는 것이 그저 즐겁기 때문이라는 그런 이유로 변해갔다.
그런 가운데, 윳쿠리들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윳쿠리들은 임신할 수 없게 되었다.
상쾌(성교)를 얼만큼 반복해도, 아기 윳쿠리가 탄생하지 않는다.
왜냐면 오래도록 인간들에게 학대받은 윳쿠리들의 팥소에 이 세계는 “느긋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새겨진 산모 윳쿠리가 잠재적으로
“이런 느긋할 수 없는 세계에 꼬마야를 태어나게 하고 싶지 않아!”
라고 기억, 아기 윳쿠리들도
“이런 느긋할 수 없는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해 태어날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인간들의 기술을 사용해 아기 윳쿠리를 만들어도,
자아가 깨어난 순간, 한순간에 폭발한다.
그정도로 윳쿠리들은 이 세계에 절망하고 있던 것이다.
이 세계엔 윳쿠리들이 바라는 “느긋함”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살아남은 대부분의 윳쿠리들은 자살하기 시작했다.
죽으면 느긋할 수 있다.
죽음에 이르른 윳쿠리들의 표정은
죽는것에 대한 두려움과 억울함과 겨우 느긋할 수 있다는 안도보다도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후회가 묻어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태어나고 싶어하지 않았어...”
이것이 윳쿠리들의 단말마의 비명이 되었다.
“더 느긋하고 싶었어”라는 윳쿠리들 특유의 최후의 말조차
말하지 않게 된 것은 세상에 느긋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자업 자득이라고는 해도,
과연 인간들도 양심의 가책으로 여태 고생해온 윳쿠리들을 다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려고,
생각했지만...그것은 이미 늦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에 현존하는 윳쿠리는 단 1마리의 윳쿠리 레이무 뿐이었다.
이 레이무도 예외 없이 죽고 싶어 했지만,
인간들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분에 일단 자살은 막을 수 있었다.
인간들은 윳쿠리들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담아, 레이무에게 최대한의 것을 해줬다.
가령, 횡포나 다름없는 요구에도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든 레이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주었다.
그러나 반려 윳쿠리와 레이무의 귀여운 꼬마야, 그것만은 단지 레이무에게 줄 수 없었다.
과거에 윳쿠리들로부터 채취하여 보관하고 있던 정자팥소를 아무리 레이무에게 칠해도 임신하는 일은 없었다.
레이무 자신이 아무리 원하는 원하는 희망에도 불구하고 레이무의 조상 대대로 이어온,
이 세상은 느긋할 수 없다는 잠재의식 탓에 아기 윳쿠리들이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희망하기만 하면 손에 들어와 처음에는 쓸데없이 데이부가 돼버린 레이무였지만,
아무리 원해도 반려 윳쿠리와 꼬마야만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점차 아무것도 원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느긋해도...혼자는 싫어요...외로워...조금 많이 느긋하지 못해도 좋으니까...누군가 레이무의 옆에 있어줘...”
인간이 레이무에게는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다고 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지금까지 인간과 윳쿠리의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윳쿠리 중에서도 그다지 영리하지 않은 레이무 종에게 다양한 것을 가르치면서 말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이 걸려 버렸다.
레이무는 중간에 몇 번이나 화를 내거나 울고 발광하거나 전율하고 있었지만, 점차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무서워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슬픈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들은 레이무는 인간에게 질문했다.
“레이무들은 하나 정도는 나쁜 짓을 했을지도 몰라...하지만...느긋하고 싶었을 뿐이야...
느긋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쁜 일이야? 그럼 왜, 레이무들은 느긋하고 싶다고 생각하는거야?
느긋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야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던거야? 가르쳐줘...“
아무도 레이무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마지막 윳쿠리 레이무는 수명을 맞아 죽었다.
최후의 말은 없었다.
끝.
저자 · 유구루이 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