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2018.02.11 02:28

신종? 윳쿠리 - 1화

조회 수 185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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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데서 혼자 사는 걸 보면 꽤나 부잔가봐. "

 

" 어? 어어.... "

 

자신을 사리엘이라고 밝힌 여인은 집을 잠시 둘러보는 듯 하더니, 거실로 들어가 쇼파에 앉았다. 그러더니 맞은 편 의자에 손짓했다.

 

" 뭐해, 앉아. 내가 누군지 궁금할 것 아니야. "

 

. . .

 

사리엘은 나한테 자기자신이 어떤 종인지 알려주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자면 사리엘은 지금의 아큐나 유카처럼 별도의 머리장식이 없고, 날개로 날아다니며, 엘리스(앨리스가 아니다)종과 유겐마간 종을 거느리고 다닌다고 한다. 그 외의 윳쿠리와는 동떨어져 산다고. 일단 윳쿠리는 윳쿠리라서 느긋함을 추구하는 마음 자체는 있지만 그보다는 타윳을 짓밟고 억누르는 걸 좋아하는 오만한 성격에, 이기적인 게스라고 한다.

 

잠깐, 자기자신을 이렇게 까내려도 좋은 거야?

 

...뭐, 상당히 까다로운 윳쿠리라는 건 알겠다. 어차피 윳쿠레나이니까 별 상관 없고.

 

윳쿠리가 윳쿠레나이가 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어느 쪽으로 진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리엘의 사고방식이 정상적인 윳쿠레나이의 것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본래 윳쿠레나이의 말투는 세상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인간의 말투로 변하니 예외로 두더라도, 일단 어지간히 마음고생을 하지 않는 한 저런 반응은 안 나온다.

 

여기서 내가 어지간히 마음고생을 하지 않는 한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 때다,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 어, 왔냐, 마리사. "

 

" 그래, 한달만이다. "

 

마침 왔네, 방금 말한 전례의 주인공이 바로 저 윳쿠레나이 마리사다. 생기 없는 금발에, 댕기머리는 자기 손으로 풀어헤쳤고, 모자도 옷도 다 검은 색 계열로 갈아입고, 진한 다크서클을 가진 저 마리사(홍마성전설의 마리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7년 전, 한 노인이 이 마을에 살고 있었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자식들 발길도 끊겼지만, 항상 인자하고 친절하신 할아버지였기에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줬던 분이다.

 

자식들은 바빠서 어쩔 수 없이 못 오는 건지, 아니면 자기 아버지한테 한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은 게 양심에 찔리던 건지 윳쿠리 숍에서 동뱃지 마리사를 하나 배송시켰다. 솔직히 말 안 듣기로 소문난 마리사 종에, 거기다 동뱃지라는 시점에서 그냥 구색만 맞추려고 보낸 거 같다.

 

아무튼, 혹시나가 역시나 그 마리사는 정말 터무니없는 상 게스였다. 툭하면 응응과 시시를 여기저기 싸지르고, 노인에게 할아범, 망할 노예라고 부르면서 ' 노예는 어서 달콤달콤을 가져오라제!!그리고 여기 이 응응을 먹으라제!! ' 라느니, 온 마을 사람들이 다른 윳쿠리를 드릴테니 저건 가공소에 보내라 말했지만, 노인 웃어넘겼다.

 

달콤달콤을 주진 않지만 어디다 싸지르든 배설물을 치워주고, 욕을 퍼부어도 그저 웃기만 하는 노인을 만만하게 본 건지 마리사는 점차 기고만장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의 집에 주치의가 찾아왔다. 당연히 마리사는 주치의를 보며 욕을 퍼부었고, 주치의는 한숨을 쉬며 노인에게 윳쿠리를 가공소에 넘기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 팥소와 소맥분으로만 이루어진 몸이라 한들 저 마리사도 한 생명입니다 의사선생님.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땐 저리 철 없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땐 천덕꾸러기였지요. "

 

노인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 의사선생님, 저는 마리사를 사랑합니다. 저 막무가내인 아이를 보면 계곡에서 놀던 자식놈들이 떠오릅니다. 저는 예전에도 지금도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항상 문 밖으로 나갑니다. 혹여나 자식들이 오지 않았나 해서요. 마리사를 들이고 난 뒤로는 그런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저에게 마리사는....한 가족입니다. "

 

마리사는 그 대화를 엿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렇게나 무시하고 욕하고, 미운 짓만 골라서 했는데, 노인은 개의치 않고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 아닌가. 그 사실에 처음은 노인에 대한 깊은 감동에, 그 다음은 자신에 대한 후회와 자괴감에  마리사는 괴로워했다. 하지만 마리사는 또 한가지 충격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 의사선생님, 저는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

 

"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1년을 넘기기 힘드실 거라고만 얘기 해드릴 수 있겠군요. "

 

청천벽력같은 말이 마리사를 강타했다. 노인의 깊은 사랑을 이제서야 깨달았는데, 그동안 자신이 저질러온 만행에 대한 사죄와 깊은 사랑에 감사를 하지도 않았는데, 노인의 시간은 너무 짧다. 죽음, 모든 생명체, 심지어 윳쿠리마저도 어렴풋이 알고 두려워하는 것. 마리사는 그날 밤 종일 울었다.

 

다음날, 마리사는 결심했다. 노인의 남은 시간만이라도 느긋하게 해주자고. 그날부터 마리사는 달라졌다. 응응을 스스로 치우고, 청소도 했으며, 여러 잡일을 도왔다. 노인은 갑작스런 마리사의 변화에 의아해했지만, 왠지 철이 든 것 같아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어줬다.

 

마리사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인지, 노인은 1년 하고도 4개월동안 살았다. 하지만 결국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마리사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자식의 부재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단 것을. 노인이 항상 마리사를 보듬어주면서도, 시선은 항상 현관문을 향해 있었단 것을. 장례식을 치를 때 나타난 노인의 자식들, 그 가족들을 보고, 마리사는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난입해, 이렇게 말했다.

 

" ...마리사는 게스라제. 마리사는 할아범 말도 안 듣고, 응응 시시도 가릴 줄 모르고, 할아범을 노예라 부르던 망할 게스였다제. 하지만 할아범은 그런 마리사를 사랑했다제, 마리사를 보면, 아가야가 생각난다고. 그래서 마리사는 변할 수 있었다제. 무슨 뜻인지 아냐제?

 

...왜 이제야 온 거냐제? 왜 할아범이 살아 있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면서, 영원히 느긋해진 다음에야 여기에 찾아온 거냐제?! 할아범은 항상 기다렸다제!!항상 문앞을 보고 있었다제....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기다렸다제!! 할아범은....할아범은 기다렸는데.....너희는 오지 않았다제, 너희는 게스라제, 빌어쳐먹을 상게스라제에에엣!!!!!!!!!!!! "

 

그렇게 말하며 마리사는 노인의 사진 앞에서 통곡했고, 유족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그 순간, 마리사는 윳쿠레나이가 되었다.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노인은 뒷산에 묻힐 수 있었다. 몸첨부가 된 마리사는 검은 옷을 입고, 자신의 원래 모자를 묘비 옆에 두었다. 그로부터 5년 넘게 마리사는 노인의 묘를 혼자 지키고 있다. 그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마리사에게 언제든지 우리 집에 와도 좋다고 했고, 그래서 마리사는 가끔씩 우리 집에 와 목욕과 식사를 하고 간다.  마을 사람들도 그 광경을 눈앞에서 본 데다 혼자 묘를 지키고 있는 마리사가 안쓰러운 탓에 여러가지로 호의를 베풀어주는지라 마리사가 배고프거나 할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조금 얘기가 길어졌나, 아무튼 얘가 그 마리사다. 받기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건지 요즘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늘은 쉬는 날인 것 같다.

 

" 누가 왔나 보네. "

 

그 순간, 복도로 나온 사리엘과 마리사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정적이 흐르더니, 둘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 재수없군/재수없어. "

 

.....어째 둘 다 첫인상이 나쁜 것 같다.

 

후기

 

펑펑 5번은 터졌던 1편입니다. 프롤로그 쓴지 몇일 지났지?

 

오랜만에 써서 설정 까먹었어요.

 

아무튼, 이번 편은 마리사의 스토리입니다.

  • ?
    륭돵 2018.02.11 07:32
    오홍! 흠터레스팅!
  • profile
    netpilgrim 2018.02.16 02:07

    ........................................무엇이 통했는지? 서로 저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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