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고 밖으로 나오자 우려했던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다. 양손을 번갈아 보았다. 방금산 물건들로 잔뜩인 비닐봉투,
한쪽짐을 내려놓고 손을 내밀었다. 가을비답게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빗방울, 집까지 10분 거리이니 옷이 다 젖기전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옷 매무새를 다듬으며 내 자신에게 기합을 넣었다.
좋았어, 가자!
'딸랑딸랑'
유리로 된 여닫이문을 열자,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작은종이 조용히 울렸다.
마트에서 나간지 5분 정도 지났을쯤 비가 점차 거세지더니, 여름철 소나기가 퍼붓듯 거세게 쏟아졌다.
그결과 나는 우산을 산다는 명분으로 최근에 생긴 이 편의점으로 비를 피해 달아나듯 도망쳐 왔다.
물을 먹어 더더욱 무거워진 짐을 내려놓고 몸을 풀었다. 무거운짐을 번갈아가며 들었지만, 팔이 빠지는 듯한 아픔은 어찌할 수 없나보다.
옷에 물을 짜내며 우산은 어디에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보려 카운터를 쳐다 보았지만,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에 갔다면 문을 잠갔을테니 아마도 창고안에 있으려나, 아마도 구석에 두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모퉁이를 돌아섰다.
모퉁이를 돌자 역시나 우산통에 꽃힌 두가지 종류의 우산들이 보인다. 차이점을 모르겠기에 우산통에서 각각 한개씩 뽑아 살폈다.
파란우산과 노란우산 손잡이 모양이 조금 다른거 빼곤 별 다른게 없어 보인다. 형광등을 향해 올려다 보아도 모르겠다.
"노란우산은 일반용이고, 파란우산은 윳쿠리용이에요!"
밝은 목소리가 편의점에 울렸다.
"아, 고마워"
"아니에요 직원으로써 할 일인데요..."
방금 그 밝은 목소리가 부끄러운듯 겸허하게 말한다.
목소리의 주인이 궁금해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CCTV로 지켜보고 있기라도 한건가?
"에..손님 절 찾으시는 거라면 시선을 사알짝 내려주셔야 할거에요"
미심쩍긴 하지만 목소리가 말하는데로 고개를 살짝 내렸다.
"아니요 조금만 더 아래로.."
말을 따라 고개를 내리자, 초록색 모자를 쓴 신비한 분위기의 윳쿠리가 파란 머리카락을 장난스럽게 흔들며 내 시선을 맞추며 웃었다.
"네 잘 찾으셨네요."
"어..가게 직원이니?"
"네, 가게 직원인 니토리에요."
자주 듣는듯 니토리는 얼굴에 미동도 바뀌지 않은채 말했다.
"계산 하실건가요?"
고개를 살짝 꺽으며 니토리는 물어 보았다.
"어, 이 파란우산으로?"
"그러면 카운터로 와 주실래요?"
고개를 끄덕이자 니토리는 명쾌하게 뛰며 카운터로 갔다. 카우터 아래를 보자, 니토리가 밟고 올라갈 수 있게 작은 계단이 놓여져 있다. 니토리만을 위한 발판이려나?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건네자 혀가 닿지 않게끔, 입술로 조심스럽게 리더기를 물어 바코드를 눌렀다.
'삑!'
바코드가 인식되는 소리가 나고 니토리가 리더기를 내려놓고 명랑하게 말했다.
"7000원이에요."
윳쿠리가 3이상을 셀수 있었나?라는 생각에 의심스럽게 보고 있자, 그런 시선을 눈치채기라도 한듯 니토리가 말했다.
"주인님이 숫자를 읽는 방법을 일일이 적어 두셨어요. 한번 보실래요?"
카운터 안쪽엔 니토리의 시선에 맞게 천의자리에서 십의자리까지 읽는법이 예쁜 필기체로 적혀있다. 니토리의 주인은 여성분인가?
"전 주인님이 좋아요 지금은 비록 창고안에 박스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긴 하지만..."
순간 니토리가 매섭게 창고쪽을 노려 보았다.
"어..니토리? 여기 만원"
물기좋게 만원을 펴서주자, 계산기를 눌러 능숙하게 천원 지폐 3장을 꺼내주곤, 만원은 니토리가 입으로 물어 계산기에 넣고 닫았다. 저렇게 능숙한데엔 이유가 있으려나,
"어..그런데 우산들 손은 있으세요? 짐이 무거워 보이는데"
아, 우산들 손을 생각 못했다. 이래서야 짐을 한개 더 늘린 것밖엔 안되는데.
"괜찮다면 제가 우산 들어 드릴까요?"
니토리 눈이 반짝거렸다. 산책 나가는 강아지같네.
"편의점 비우고 있으면 안되지 않을까?"
"그러긴 한데.."
니토리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을때, 창고문을 열고 부스스한 검은머리를 비비며 '최고의 직원!'이라고 적힌 뱃지를 편의점 조끼에 단 남자가 나왔다.
큰키를 숙이며 카운터밑에 있던 생수를 꺼내 마시고는 다시 창고에 들어 가려는 찰나
"주인님?"
니토리에 부탁이 담긴 부름에 남자는 멈칫하곤 불안한듯 뒤를 돌아 보았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자신을 가리키고 부름을재차 확인 하듯이 말했다.
"나?"
"네, 잠깐 나갔다 올테니 편의점좀 맡아 주실래요?"
하품을 하며 눈대중으로 대강 상황을 파악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는 떠보듯 물어봤다.
"바래다주고 오게?"
니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기다려봐"
나를 보더니 갑자기 그는 창고로 들어갔다. 잠시뒤 야구점퍼를 들고와 고개를 돌리고 한손으로 건냈다.
"추워보이네, 이거라도 입어. 나중에 올때 돌려줘도 되니까,"
"어..감사합니다."
계속 손에 들고 있기에 거절할 수도 없을 것 같아, 점퍼를 받아서 입었다. 옷이 젖어 춥던 아까전보단 따뜻하다.
"몸좀 낮춰 주실래요?"
몸을 낮추자 니토리가 조심스럽게 어깨위로 올라왔다. 이런식으로 우산을 씌워주는건가?
"갔다올게요?"
니토리가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자, 카운터에 앉아 하품을 하며 턱을 괴던 남자는 니토리의 말에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늘은 개일것 같지 않은 하늘을 보곤, 방금 생각난 밖에 널어놓은 빨래에 탄식을 하며 편의점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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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쉬어서 분량좀 늘려 쓰려고 했건만, 두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