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8.01.04 01:10

영리한 마리사

조회 수 330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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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는 제법 영리한 윳쿠리였다.


최소한, 인간과의 힘 격차를 인식할 정도까진 되었다.
그래서 마리사는 손에 먹을 것을 들고 가는 어린 인간만 골라 공격했다.
다행스럽게도, 마리사에겐 성검 윳스칼리버가 있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건 사실 자루가 나간 녹슨 회칼이었다.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래서 마리사는 이걸로 어린 인간를 협박하거나 공격해서 음식을 빼앗아 먹었다.
그 다음엔 큰 인간들이 온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재빨리 거처를 옮겨 다른 곳에서 음식을 강탈해 먹곤 했다.
그렇게 마리사는 몇년을 용케도 버텨 왔다.


그날도 마리사는 어느 골목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없길 기다렸다.
거리가 황금빛으로 물들 때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내 어린 소녀 한명만 손에 갈색 봉투를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보는 눈도 없다. 거기다 어리고 약한 여자 인간이다.
마리사는 재빨리 앞을 가로막았다.


"거기 인간! 그 손에 든 게 뭐냐제!"


"으응? 이거? 커피라고 하는건데..."


"먹을 수 있는 거냐제?"


"먹을 수는 있는데... 너는 못 먹을걸?"


"흥, 웃기지 말라제. 다치고 싶지 않다면 내놓는게 좋을 거라제!"


"안줘. 아니, 못줘."


"이 성검이 보이지 않는 거냐제?"


"널 위한 거야. 안 먹는게 좋을 거야."


"시끄럽다제!"

"하아... 그 언니야랑 오빠야는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마지막이라제. 당장 그 커 뭐시기를 내놓으라제!!"


"그러니까 못 준다고..."


"어쩔 수 없다제. 마리사는 분명 기회를 줬다제. 다쳐도 어쩔 수 없는거다제!!"


마리사는 부웅 날아들었다.
정확히 소녀의 복부를 향해서다.
원래는 손목이나 발목을 노리지만 이번 인간은 너무 답답하다. 죽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리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마리사는 눈을 감았다.


"무큐, 이래서 야생윳은 싫다니까."


"...어라?"


"파체가 말했지. 먹지 않는 편이 좋다고. 먹으면 넌 죽을거야. 내 친구들이 많이 그랬거든."


"치...친구?"


"난 윳쿠레나이야. 야생윳이었다 인간이 됐지. 정말이지, 야생윳은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뭐, 파체도 야생윳이었으니까 궤변이 되려나."


"무...무슨 소리냐제?"


"넌 이해못해. 말투나 행동이 익숙한거 보니까 상습범같은데?"


"뭐...뭔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제..."


"전에도 여러번 이런 짓 했지?"


"해...했다제..."


"그럼 그렇지."


마리사는 소녀의 발 밑에 찌그러져 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일은 겪어보지 못했다.
움직임을 제한 당한 채, 마리사는 소녀의 물음에 답해야만 했다.


"그 칼, 어디서 났어?"


"주...주웠다제..."


"그러니까 어디서!"


"쓰...쓰레기장에서 주웠다제..."


"맙소사... 대체 날붙이를 어떻게 버린거야..."


소녀는 마리사에게 물었다.


"마리사. 너한테 선택권을 줄게. 둘다 결과는 똑같지만."


"뭐...뭐냐제?"


"첫째. 내가 알고 있는 학대파 언니야랑 오빠야가 있어. 그 사람들한테 전화해서 널 데려가라고 할 거야."


"학대파는 시러어어어어!"


"둘째. 가공소에 전화해서 널 끌려가게 할 거야. 특히 넌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까 취급이 더 나빠지겠지."


"가공소는 시러어어어!"


"자, 둘 중에 뭘 선택할래?"


마리사는 갈등했다.
어차피 둘 다 죽는건 뻔하다. 
하지만 가공소에 끌려가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지 모른다.
비록 고통스럽게 있더라도.
학대파에게 끌려가면 자비를 구걸해서 빠져나올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로에 가깝다.
그렇게 고뇌하는 사이 소녀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네, 거기 가공소죠? 사람을 다치게 한 윳쿠리가 있어서요..."


"자...잠까아안! 가공소는 실타제에!"


"그럼 학대파 언니야한테 전화할까?"


"하....학대파도..."


"그럼, 가공소에 전화한다?"


"실타제에에애! 살려달라제에에에!!!"


"사람을 다치게 한 순간부터, 용서같은건 해줄 수 없어. 이제 가공소에서 널 수거해갈거야."


"시...시러어어어!"


이내 흰색 밴에서 내린 사람들이 마리사를 투명상자에 넣어 회수해갔다.
마리사는 귀밑털로 투명상자를 두드리며 외쳤다.


"잠까아아안! 마리사의 말을 좀 들어달라제에에에!"


그런 마리사를 외면하고 소녀는 가공소 직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괜찮으십니까?"


"네, 전 다치지 않았는데 저 윳쿠리가 예전에 아이들을 꽤 공격한 모양이예요."


"어쩐지 요새들어 윳쿠리에게 공격받았다는 전화가 늘었습니다. 이것 참, 미리 대처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하얀 밴은 저 멀리 사라져갔다.


"동족혐오인가? 나도 윳쿠리였지만, 야생윳을 보면 구역질이 나... 궤변이겠지만. 늦겠다. 어서 돌아가야지."


소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느긋한 날... 나른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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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투척한 똥글입니다.

저 윳쿠레나이 파츄리는 제가 전에 썼던 글에 나오는 아이입니다. 원래 새로운 아이로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똥글 죄송합니다;;

  • ?
    saelosc 2018.01.04 03:10
    며칠 지났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
    LIM0301 2018.01.05 00:54
    saelosc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profile
    netpilgrim 2018.01.06 03:32
    요새 너무 많이 바빠서 새해가 아니라 2017년 13월이라는 느낌만 듭니다.
    그나저러나, 윳쿠레나이에게 걸리다니, 어지간히 운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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