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질러 버렸다.
건조한 눈을 아무리 깜빡거리며 눈을 비벼 보아도,
역시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곳은 나의집, 그리고 이곳에 멀게나마 쇼파에 같이 앉아있는 레이센, 그렇다. 윳쿠리이긴 하다만 나는 여자와 단둘이 있다.
떨리는 손을 부여 잡는다.
'호랑이 같은 흉포한 맹수도 아닌데, 별일 있겠어?'라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 보려 하지만, 틀렸다. 주체 못하게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레이센이 이 어색한 거리를 개선시키려 가까이 오고 있지만, 그만큼 나는 멀리 떨어져 앉고 있어서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안하다 레이센, 못난 주인을 둬서'
"이대로 있다간 조만간 레이센이 팔려 나갈뻔 했어요"
레이센을 분양하기 위한 여러 복잡한 절차중 하나인 서류를 작성하던 도중 가게점원이 내게 말했다.
"가령 어디로 말이죠?"
신체포기각서 비스무리한 서류를 작성하며 물었다.
"음..몸첨부는 희귀하니까 연구를 위한 연구소나 유흥업소 같은 곳으로 갔을거에요."
밝게 웃으며 그럼 섬뜩한 말을 하는 점원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도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분이 분양 하는것 같으니 이젠 상관없는 일이죠. 아 그리고 이서류도 작성해 주시겠어요?"
서랍에서 꺼낸 서류를 한장을 꺼내 나는 의심없이 싸인을 끝내자 가게 점원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이걸로 이제 레이센 다시 돌려보내기 없는겁니다?"
그녀의 의미심장한 웃음에 불길한 기분이 들어 서류의 내용을 읽었다.
'계약을 어기고 레이센을 되팔시엔 분양비에 10배를 물어내겠습니다."
손글씨로 써놓은걸 봐선 언젠가를 대비해 직접 작성한건가, 역시 이사람 무섭다.
"좋은분인것 같지만! 만약, 아주 만약을 위해서니까요."
서류를 자랑하듯이 팔랑거리며 웃었다.
피하려해도 필연적으로 만날것 같은 사람이다. 22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내가 배운 직감이다. 이름이나 알아두자.
"저기.. 이름이?"
"이름이요? 여기 가슴팍에 명찰이..."
손으로 가리키며 명찰이 잘보이게 앞으로 내밀자,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그러자 그녀는 알것 같다는 표정을 하곤 웃음을 지었다.
"최지영이에요 그쪽은..이세진씨인가 봐요?"
서류에 적힌 이름을 본거겠지, 살짝 시선이 서류쪽을 스쳤다.
"우리 레이센 잘 부탁해요"
밝은미소로 레이센을 부탁하는 지영씨는 이때동안 짓던 웃음과도 다르게 유달리도 밝아 보였다.
그리고.. 번호도 따였다.
이성에게 번호를 따인적은 이번이 처음이려나?
연락처를 보고 있다가, 누가 내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레이센을 나를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었다.
"...우왓!?"
놀라서 뒷걸음질 하다가 벽에 머리를 제대로 들이 박았다.
아릿한 고통이 머리속을 맴돈다. 이런 나를 바라보는 지금의 레이센의 표정이 궁금했지만, 고통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앞을 제대로 볼수 있어서 나를보며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수가 없게 됬다.
레이센이 자신을 주시해 달라는 몸짓을 하곤, 손에 무언가 적는 시늉을 한다.
"적을것좀 달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의사를 전했다.
"잠깐 기다려봐"
내방으로 가서 쓸만한걸 찾기위해 서랍을 뒤지다가 옛날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찾았다.
군대를 바로갈줄 알았다면 입학 하루전 휴대폰을 사질 말았언야 했는데, 단 하루만 써봤지만 레이센이 사용해줄진 모르겠다.
"레이센 이거 한번 써볼래?"
스마트폰을 건네자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아 괜찮아, 내 폰은 따로 있어. 괜찮다면 그거라도 써줄래?"
잠깐 어안이 벙벙한듯이 바라보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제대로 사용해 본적은 없는것 같다.
메인화면에서 갈팡질팡하다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 모르겠다는듯이 가만히 레이센이 사용하는걸 보고 있던 내게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건냈다.
잠시 사용법을 알려주자, 서툴게나마 메모장을 찾아내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연습상 적어본 말이겠지.
"물어볼게 있는데 물어봐도 상관없죠?"
올게왔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침을 삼켰다.
"제가 위험하다는걸 알고 계셨을텐데 어째서 저를 분양하신 거죠?"
시작부터 난황이다.
'네가 내가 가진 여자공포증을 고쳐줄수 있을것만 같아!'라고 말했다간, 나를 벌레보듯 경멸하는 레이센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어떻게?
조용히 대답을 기다리던 레이센은 썼던 질문을 지웠다.
"말하기 싫다면 말하지 않아도 되요. 그래도 제 주인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레이센은 웃음을 지었다. 단언할순 없지만 그 웃음은 거짓웃음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머물곳인데 집소개좀 해주실래요?"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고 레이센은 거짓웃음을 감추고 주제를 바꾸었다.
"일단 내방을 구경시켜 줄게, 다른 한 방은 쓰고 있지 않거든"
레이센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뒤를 따라왔다.
'내방 정리를 했었나? 오늘 조금 부랴부랴 나왔는데..'
걱정과 함께 문을 열자, 레이센은 내방에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기계에 관심이 쏠려 다가갔다.
내방에 이상한게 없는지 재빨리 눈으로 훑었다. 침대위에 널부러져 있는 속옷 레이센이 보기전에 재빨리 침대밑으로 쑤셔 넣었다.
툭툭하고 어깨를 두드렸다.
"...히익?!"
레이센은 내 반응에 수상쩍은듯 침대밑을 바라보려다 내 얼굴을 보곤 그만두고 무언가 적길 시작했다.
"저기계는 뭐에요? 좋은 향기가 나는것 같은데요?"
두근거리던 심장이 증기가 빠지듯 긴장이 빠지는게 느껴졌다.
"향수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계야 내가 향수 만드는데 관심이 있거든"
"그럼 저건 향수병인가요?"
수수한 장식에 파란나비 장식이 박힌 병을 가리키며 물었다.
"물론이지 어디, 한번 시향해볼래?"
고개를 끄덕이며 향수병중 하나를 들고와 내게 밝은 웃음을 지어 보았다. 아까같은 거짓웃음이 아닌 순수한 웃음.
왜일까, 가슴이 두근대는게 멈추질 않는다.
"잠깐만"
등을 돌려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한번 두근대기 시작한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는다.
두근대는걸 숨기며 다시 앞을 돌아보자, 레이센이 무슨일이 생겼냐고 물어 볼것만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미안 지병이 있어서, 팔좀 내밀어 볼래?"
의심반 호기심반 그런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손목을 내밀었다. 한두번 뿌려주면 되겠지.
간단하게 한두번 뿌려주자 레이센은 신기한듯이 손목을 바라보곤 다른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향기를 맡았다.
'레이센의 저 모습 과학실에서 화학약품 냄새를 맡는것 같네'
"이 향수 지금 주인님한테 나는 향기랑 똑같네요?"
"제비꽃 향수를 찾았나 보네? 그런데 아직도 나한테 향기가 나?"
"제가 후각이 좋거든요 지금 주인님한테 미미하긴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향기가 나요"
자신감에 찬 얼굴로 말하는 레이센. 아까 펫샵에서 무표정으로 째려보던 그 레이센이 맞을까 할 정도로 다채로운 모습이다.
"다른것도 시향해볼래? 원한다면 향수 줄수도 있어"
"네!"
밝게 웃는 레이센은 지금 누구보다 빛나 보였다.
1시간째 레이센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순위대로 나열하고 있다. 장기말 옮기듯이 신중히 옮기던 레이센은 마침내 끝마친듯 고개를 들었다.
"2위랑 3위가 결정하기 힘들었지만 1위는 주인님이 뿌리는 제비꽃 향수인것 같네요"
"그...그러니까..."
검지손가락을 맞부딪히며 망설이고 있다. 달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못하겠다는걸까.
추억이 나를 붙잡는다.
'그걸 주었다간 그녀와 영원히 만날수 없을지 몰라?'
"미안 레이센 그 향수는 줄수 없을것 같아"
"아, 괜찮아요 저한텐 별로 필요하지 않은걸요"
레이센은 거짓웃음을 지으며 괜찮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런 레이센의 모습이 아련하게만 느껴저 나는 레이센의 얼굴을 피하듯이 고개를 돌렸다.
------------------------------------------------------------
죄송합니다. 크리스마스전까진 끝내고 싶었는데, 안좋은 일과 건강악화까지 겹쳐져서... 지금 앞이 잘 안보여서 오타가 있을숴 있으니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스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