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하고 있는거지"
이세진, 내이름이다. 그리고 30분동안 윳쿠리숍 근처를 서성이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기도 하다. 내가 이걸 설명 하는데는 사연이 길다.
나는 후천적 질병을 앓고있다. 직접적인 생명에 지장을 끼치진 않지만, 일상생활엔 애로사항이 꽃피는 그런 병.
그게 뭐냐하면...
"어서오세요!"
내가 마침내 마음을 다지고 윳쿠리숍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금발이 잘 어울리는 포니테일을 한 여성분이 밝게 미소지으며 인사한다.
이 대답에 어떻게 화답해야 할지 몰라서 모자를 푹 눌러썼다.
"어떻게 하지 눈 마주친것 같은데..."
그렇다. 나는 여성기피증을 가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남중 남고를 다녔던 남들이 말하는 숫기가 없던 나는 어느 사건을 계기로 조향사가 되고 싶어 제향과 관련된 학과에 수시 지원서를 넣었다.
중상위 성적이여서 당연하게도 수시에 붙었다. 친구들은 수상쩍은 비웃음을 지으며 나를 축하해줬다. 그때 망할 친구놈들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알았어야 했는데.
입학해서야 알았다. 내가 선택한 학과는 남여비율이 무용학과 만큼이나 극악이였다는걸, 게다가 이번년도엔 남자가 나밖에 없어서 우리학과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걸 알아채버린 나는
바로 입학날 당일 군대를 가버렸다.
1년 반동안 내 고등학교 학창 시절만큼이나 열심히 굴렀더니,남들이 그토록 원한다는 군대 제대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제대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열심히 궁리를 해 본 결과가 지금 이 윳쿠리숍에 내가 서있는 이유이다.
'하하하 망했다...!'
"저기 손님 도와드릴까요?"
회상을 너무 오래해서 내가 찾는 물건이라도 있는걸로 아나보다. 직원이 점차 가까이 다가오자, 고개를 세게 저어 제발 도움이 필요없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는 뜻을 알렸다.
"아.. 그러면 찾는물건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라고 말하며 고맙게도 직원은 제자리에 돌아가 아까전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하고 있었던 가계정산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아마 그럴일은 없을것 같습니다.
가계에 들어왔을때부터 금뱃지를 단 윳쿠리들이 자신을 데려갈 주인이 될수 있다는걸 아는듯이 나를 유리 케이스 넘어 찬찬히 훑어보고 있다.
수상시장에 전시된 물고기가 된 것 마냥 헐벗겨진 느낌이 들어 점퍼후드의 지퍼를 끝까지 끌어 올렸다.
윳쿠리라도 여성의 얼굴을 닮아서 그런걸까, 시선을 마주하기도 힘들다. XX 염색체가 섞인 모든것들에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나에게 자웅동체도 무리가 아니였나 싶다.
그나마 다행인건 금뱃지를 단 윳쿠리들 외엔 잠시 나를 보다가 흥미를 잃고 제 할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 저 토끼귀를 한 저 여성분을 빼면 말이다.
...잘못봤나
다시 한번 몰래 확인해 보았지만 왜일까, 금뱃지를 단 윳쿠리들 보다 매서울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얼굴에 뭐가 묻었나?'
'내가 옷을 뒤집어 입었나?'
'초면이 아닌가?'
'학과 선배인가?'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이유를 얻기위해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가서 과부화가 걸려 머리속 일부가 멜트다운 된것만 같다.
그녀를 보지 않으면 머리속이 다시 정리되지 않을까, 버벅거리는 머리를 식히려 그녀를 등지고 서서 머리를 식힐 시간을 가졌다.
달아오른 회로가 다시 식어감을 느낄수 있었지만 꺼지지 않는 호기심은 대체 아까부터 나를 쳐다보고 있는 그녀는 누구인가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윳쿠리 관련 상품을 고르는 것처럼 다가가 그녀를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가느다랗고 긴 제비꽃같은 연보랏빛을 띄는 머리카락은 작은 바람에도 살랑살랑 흔들리며 그녀만의 갓열린 과실마냥 달콤하고 풋풋한 향기가 났고, 붉은 장미와도 같은 매료 될것만 같은 붉은 눈동자는 그녀의 알수없는 미지의 매력을 풍기는것만 같았다.
옷은 교복인걸까? 이근처에 여고가 있었나? 블라우스는 알것 같은데 치마는 대체 어디꺼지?
어느 고등학교의 치마인지 알길이 없어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오해를 샀나보다. 눈빛으로 죽일수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날 죽일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오해지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기분탓일까, 미동도 하지 않던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인형과도 같이 아름다운 그녀가 웃으니 더 그녀가 아름다워 보였다.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며 다른데를 보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던 직원이 언제 왔는지 모르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육성으로 터져 나올뻔한 비명을 가까스로 참아내고 뒤로 물러섰다.
"레이센을 보러 오셨나요?"
접대용 미소로 잔뜩 움추려져 있는 나를 보고 웃은걸 감추고 계속 쳐다보고 있는 그녀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이름을 말했다.
레이센이라... 윳쿠리인걸까?
긍정의 의미를 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첨부여서 그런지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는데 계속 이런저런 위해를 가해서 아무도 대려가질 않더라고요"
무슨 위해인걸까, 경청하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유에서 이곳에 남아있는걸까, 이유가 궁금했다.
"식칼로 주인에게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눈으로 사람들 몇명 미치기 전까지 몰아 넣기도 하고, 그리고 또..."
얌전해 보이기만 하는 그녀의 행보를 되짚어보니 상당한 전과가 나오고 있다.
이제 그만 알려주셔도 된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죄송합니다. 말이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직원이 미안한듯이 머리를 긁으며 말이 길어짐에 사과했다.
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위험하니 데리고 가려면 위험부담을 해야 한다는 거겠지, 잠시 뒤를 돌아 레이센을 쳐다 보았다. 이렇게 자신에게 호감을 보였던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감을 아는걸까,
레이센은 아까처럼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 눈에는 슬픔과 알수없는 외로움이 맺혀있었다.
어째서 나는 그녀에게서 그사람이 보이는걸까,
살짝의 어지럼증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어지럼증 때문에 이성이 마비된걸까,
이날 나는 평소에는 하지 않을 행동을 했다.
"그래서 얼마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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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대신에 간편하게 쓸려 했던 단편이 분량조절 실패로 인해 장기화가 될것 같습니다.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