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

단편,애호)공원의 만담

by PersonA posted Nov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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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주의--------------------
사실 노잼똥글주의

 

 

 

 

 

'아, 이 책 정말 재미없군.'

 

아무래도 이번 주의 책은 꽝인 모양이다.

요즘 책을 읽을 기회가 너무나도 줄어들어, 스스로 시작한 '1주일 1권' 프로젝트. 

퇴근 후 공원에서의 독서는, 뭐랄까 상당히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뭐, 오늘같은 꽝도 있지만.

"후, 저녁은 뭘 먹을까..."

"무큐, 햄버거는 어떠냐구?"

"햄버거..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에 잠시 눈치 못 챌 뻔 했지만, 방금 전의 대답은 내가 기대했던것이 아니다.

목소리가 들려왔던 장소는... 어디보자, 앉아있던 벤치 밑인가.

"아, 혼잣말이었어."

"..이런, 미안했다구, 파체가 독서를 방해한 모양이네."

벤치 밑을 내려다보니, 그곳에는 윳쿠리 파츄리 한마리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렇다, 정말로 '느긋하게 있는' 윳쿠리인 것이다!

아니, 이런 아무래도 좋을 건 넘어가고...

"괜찮아. 독서는 막 끝낸 참이었으니까."

"하긴, 인간씨는 항상 이 시간쯤에 가곤 했었지."

"음? 그건 또 어떻게 아는거야?"

"그쪽이야 뭐... 무큐, '마도서'를 읽는 인간씨는 별로 없으니까. 눈에 띄곤 한다구."

"마도서..."

과연, 이 바쁜 현대의 삶은, 길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조차 보기 드문 광경으로 만들어버린건가.

"그렇구만. 내 입장에서는 네 쪽이 더 눈에 띄지만. 너, 정말 윳쿠리가 맞긴 한거냐."

"무큐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

"아니, 뭐, 달콤달콤을 달라던가, 소리지르면서 도망치지는 않는건가 해서."

이 공원에서 윳쿠리들을 본 횟수는 꽤 되지만, 이런 대화를 해본적은 처음이다.

아니, 딱히 여기가 아니더라도 이런 윳쿠리는 처음인 듯 하군.

"그쪽은 뭐, 파체도 마찬가지야. 인간씨도 인간씨 같지 않으니까."

오, 이런. 살다살다 윳쿠리에게 인간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다니.

그런 의미가 아닌건 알고있지만, 뭔가 복잡한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다.

"음, 그쪽의 인간은 무슨 느낌인데?"

"뭐, 전체적으로 윳쿠리에게 소리지르거나 밟아뭉개거나 하는 느낌이야."

"...와, 너 잘도 겁없이 나랑 말하고 있구나."

"무큐큐, 인간씨는 괜찮은 것 같으니까."

살짝 미소지으며 말하는 녀석에게, 나는 알 수 없는 친근감을 느꼈다.

이런 별종이 다 있다니, 세상 참 넓군.

"후, 슬슬 배가 고픈데. 같이 햄버거라도 먹으러 갈래?"

내가 생각해도 참 파격적인 상황이군.

독서하다가 처음 만난 윳쿠리와 햄버거 집이라.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더 파격적이었다.

"...인간씨, 친구 없어?"

아, 아파라. 명치 겁나 세게 맞았네.

"야, 여기서는 모르는 척좀 해줘.."

"무큐큐, 농담이야. 진짜 성격 좋은 인간씨네. 미안하지만 햄버거는 같이 못 먹을 것 같아."

"음? 무슨 이유라도?"

보통의 들윳이라면 햄버거라면 환장하며 달려들텐데. 하긴, 이 녀석을 보통의 범주에 넣는것은 실례겠군.

"햄버거같은걸 먹어버리면, 그 다음에 풀씨를 먹다가 진짜 죽을 것 같거든."

"아, 맞다 맞다. 윳쿠리는 그런거에 되게 민감하댔나."

"농담이 아니야. 처음에는 진짜 죽을 뻔 했다구. 생크림도 토했었어."

"음? 경험담이었던 거야?"

내 질문에, 갑자기 파츄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큐, 뭐 좋은 기억은 아니야. 파체도 한때는  사육윳이었다는 이야기."

과연, 인간과 대화하는듯한 이 느낌은, 과거에 정말로 인간과 살았던 윳쿠리라서였던가.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는데?"

"꼬마애였어.대충 열 살 쯤(숫자를 10 이상 셀 수 있었다!) 됐던가."

"음? 그런데 왜..."

차마, 왜 버려졌냐는 표현은 사용할 수 없겠군.

"아, 주인의 엄마야가 버렸어. 가정교육상 좋지 않다고."

가정교육-인가... 어쨰선지 납득이 좀 가는군.

"미안한 얘기지만, 어느정도 납득이 가네. 그런 어린애한테 너같이 냉소적인 윳쿠리는 좀..."

"무큐큐, 파체도 동감이야. 단순히 뱃지랑 팥통서만 보고 데려왔었다나봐."

이것은, 설마...

"혹시나 했는데, 역시 금뱃지입니까?"

"그런 셈이지."

"오..."

꽤나 머리가 좋아보인다 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

"무큐, 이제는 다 지난 일이야."

"예전 생활이 그립거나 하진 않아?"

"지금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 여기 인간씨들은 그래도 온화한 편이라서. 뭐, 햄버거 얘기가 나오니 솔직히 먹고싶긴 하네."

"하긴, 충분해 느긋해 보이긴 하네."

누구보다도 느긋함을 추구하는 윳쿠리들이지만, 돌이켜보면 최근의 윳쿠리들에게서는 느긋한 모습을 볼 수 없었지.

인간이나 윳쿠리나 모두 삶에 쫒겨 느긋함을 잃어가고 있다니, 좀 슬픈데.

"인간씨도 그렇게 보여."

"음?"

"마도서를 읽고있는 인간씨는 꽤나 느긋해 보였다는 이야기야."

"오, 느긋할 수 있는 인간?'

"느긋할 수 있는 인간씨."

"크, 고맙구만."

그렇군, 나도 꽤 느긋한 삶을 보내고 있는건가.

 

어느덧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책을 잘못 고른데서 온 불만감은 이미 멀찌감치 날아간 느낌.

윳쿠리식으로 말한다면, '덕분에 느긋할 수 있어!'인건가.

"해씨가 지기 시작했다구. 슬슬 갈 시간이 아닌거야?"

"맞아. 슬슬 배도 고프고."

나는 읽던 책을 접어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결정했다.

"자, 그럼 같이 햄버거나 먹으러 갈까?"

"무큐큐, 약올리지 말라구. 아까 말했잖아."

"후후후, 그거야 뭐 매일 비슷한걸 먹을 수 있으면 되는거 아니야?"

"...?"

역시나,너무 갑작스러웠나.

녀석은 십여초동안 이해하지 못한 채, 내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을 들어올렸다. 

가까이서 보니 머리카락과 모자가 여기저기 상해있다. 역시 들윳 생활은 말처럼 편하진 않았겠지.

"뭐,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얘기야."

"무, 무큐!?"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한 듯, 당황스러워 하는 녀석을 꽉 잡은 채 나는 그대로 햄버거집으로 향했다.

 

끼니를 때우고 윳쿠리 펫샵까지 들리려면, 꽤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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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 와중에

자신이 친없찐이라

대리만족을 갈수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