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마리사의 행복한 일상 -1-

by 아르카나 posted Nov 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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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아직 땅이 달궈지지 않은 이른 아침에 마리사는 눈을 비비고 골판지 상자 속에서 튀어나왔다. 놀랄만큼 푸른 하늘 한가운데 태양은 뜨거운 빛을 내뿜고 있었고, 마리사는 모자의 챙을 눌러쓰면서 햇빛을 가렸다. 골판지 상자 바로 앞에는 실외기가 보였다.

 

"늣늣... 오늘도 밥씨를 구해야하는고제..."

 

 공원에서 일어난 구제를 겨우 피해 이곳에 정착했다. 집과 담벼락 사이에 자리잡아 아침 이른 시각을 제외하면 햇빛도 잘 들지않는 이곳에서 마리사는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식량을 구하러 간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는 공원은 인간의 발걸음도 별로 없고 은근히 식량도 많이 얻을 수 있다보니 이웃에 사는 다른 윳쿠리들보다 쉽게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늣! 마리사가 가장 일찍 온거제!!"

 

 공원 한가운데 쌓여있는 밥씨를 보고 마리사가 눈을 빛내며 달려왔다. 아직 윳쿠리들이 활동하기에는 이른 시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더 많이 잡듯이 일찍 일어난 마리사가 밥씨를 많이 얻게 된것이다. 마리사는 곧바로 모자를 벗어서 그 속에 밥씨를 담았다. 수북히 쌓인 밥씨는 마리사의 모자를 가득 채워도 조금도 줄어든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더 오고 싶은 고제.... 하지만..."

 

 뒷편에서 늣늣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자신처럼 일찍 일어난 윳쿠리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것이리라. 이렇게 되면 더이상의 욕심은 부리면 안된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이 공원의 터줏대감이 나타나는 것이다.

 

"마리사는 느긋하게 돌아간다제..."

 

 밥씨가 한 가득 담긴 모자를 눌러쓰고 마리사는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행여 밥풀 하나 셀 일 없도록 매우 조심하며 움직인다. 그런 마리사를 보는둥 마는둥, 어느덧 밥씨의 산으로 모이기 시작한 수 마리의 윳쿠리들은 자신의 욕망을 자제하지 않고 입속으로 밥을 몰아넣고 있었다.

 

"우걱우걱 캥뽀옥!!!"

 

"이거 마시써! 겁나 마시써!!"

 

"아가야 빨리 먹는 거제! 우걱우걱타임 시작인고제!!!"

 

"레뮤의 밥씨!! 느긋한 밥씨!!"

 

 몇몇 윳쿠리는 가져온 도구를 이용해 일용할 양식만 가지고 돌아가지만, 그보다 더 많은 윳쿠리들은 입속에 밥씨를 밀어넣는데에 더 바빴다. 그렇게 한눈을 팔며 계속 먹는 도중...

 

"으르릉... 컹컹!!"

 

 갑작스레 들려온 개 짓는 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이 든 몇몇 윳쿠리들이 소리의 방향을 향해 돌아본다. 그리고 보았다.

 

"크르르릉!!!"

 

 자신들보다 몇배는 거대하고 사나워 보이는 커다란 개를. 미처 윳쿠리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개는 윳쿠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느아아앗!!! 샤려다라제!!!"

 

"뿌꾹!! 빨리 꺼지라구!!?? 어재셔 레이무의 저부씨 뜯겨있는거야!!!"

 

"능야아아!! 뮤셔워어!! 파파!! 레뮤를 지켜져!!!"

 

"슬금슬금... 마리사는 느긋하게 도망간다제... 아가야는 마리사를 위해 느긋하게 죽으라제"

 

"어재셔 그룐소리를 하뉸고야!!!"

 

 윳쿠리들의 만찬장은 순식간에 학살장으로 바뀌어진다. 개의 거센 발길질 한번에 부드럽고 약한 윳쿠리들의 밀가루 피부는 너무나도 쉽게 뜯겨져 새까만 팥소를 드러냈다. 

 

"그릉그릉.. 우걱우걱..."

 

"느와앗!!! 마리사 먹지 마는고제!!! 마리사 마덥는고제!!!!"

 

 터져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윳쿠리들 중 가장 큰 윳쿠리의 저부에 주둥이를 박고 팥소의 맛을 탐닉하는 개. 원래 공원 한 가운데에 쌓인 이 밥은 이 개를 위해 준비된 식사로, 영리한 개는 밥을 먹지않고 기다릴시 풍미를 더욱 돋구개 해주는 맛있는 찐빵덩어리들이 모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목숨에 위험을 주는 첸과 묭종은 거들떠도 안보지만, 리본을 단 녀석과 삐죽한 모자를 쓴 녀석들은 숫자도 많고 팥소덩이라 맛도 괜찮고 안전한 것이다.

 

"끄어억~"

 

 만찬을 끝낸 개가 낮잠을 즐기러 집으로 돌아갈때까지, 공원 한가운데서 처참한 윳쿠리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다녀왔다제..."

 

"어서오랴제!!"

 

 아침 일찍 사냥을 나갔던 마리사가 골판지 상자로 들어왔다. 반겨주는건 아기 마리쨔 한마리. 아내인 레이무는 며칠째 벽면만 바라보고 있다. 아기 레이무들을 모두 잃어버린 나머지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상태다.

 

"레이무. 정신차리고 밥씨를 먹으라제! 싱싱한 밥씨라제!"

 

"......"

 

 레이무가 마리사가 가져온 밥씨를 바라본다. 눈에 초점이 없는 것이 마치 죽은듯한 눈빛이다. 마리사는 울컥했다.

 

"떠나보낸건 떠나보낸거제! 아가야는 다시 낳을 수 있는 고제! 정신차리라제! 죽은 아가야들은 돌아오지 않는거제!!"

 

"......"

 

 레이무의 눈가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떨어진다. 마리사의 말이 옳다는 것은 그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며칠동안 배 속에 품어서 키워왔던 아기들.  마리사와 함께 느긋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했었던 아기들. 그 아기들이. 분명 안전할거라고 생각했던 집안에서 밤 사이에 모두 사라져 있었다. 사라지기만 했으면 어딘가에서 잘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을건만, 찢겨진 머리장식과 흘려진 팥소자국을 보고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고제!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는 고제! 여기가 그나마 안전한 곳인거제! 살아야하지 않는고제!!"

 

 눈물을 흘리며 아내에게 열심히 토호하는 마리사. 그랬다. 일제구제 이후 살곳은 이 좁디 좁은 공간 하나뿐. 이곳을 제외한 다른 공간에 집을 설치했던 다른 윳쿠리들은 인간의 악의속에 짓밟혀 죽어나갔다. 심지어 눈앞에 있던 이웃집 마리사도 인간의 손아귀에 잡혀 끌려갔다. 그나마 이곳만이 사람의 눈길에 닿지 않고 그나마 안전할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어서 먹는고제. 아가야는 영원히 느긋해졌어도 우리들은 살아야하는 고제!"

 

 마리사의 말을 듣고 나서 레이무는 힘없이 밥씨를 향해 움직였다. 머리장식이 힘없이 움직여 밥씨 한움큼을 잡고 입으로 옮겼다.

 

"우걱우걱... 행보옥!!!"

 

 레이무는 울면서 소리쳤다. 자식을 잃은 고통과 슬픔속에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이 입으로 밀려오는 밥씨의 맛에 밀려가는 느낌. 자신의 고통을 붙잡고 싶지만, 그것보다 더한 생존의 욕망이 뿜어내는 본능의 목소리였다.

 

"마쨔도! 먀쨔도 우걱우걱씨 하는 고제!!!"

 

 그나마 살아남은 아기 마리사가 밥씨에 머리를 처박고 먹어댄다. 아직 어린 아가야는 머릿털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치 못하다. 자식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마리쨔의 미숙한 모습에 마리사와 레이무는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은 슬픔을 그나마 견디어낼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럼 마리사도 우걱우걱타임! 시작하는 고제!!!"

 

-계속-

 

아주 오랫만에 쓰는군요.

예... 아주 오랫만에...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보다... 저 마리사 가족은 과연 인간의 눈을 피한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이 일부러 피해준 것일까요?

 

자유는 나중에 쓰겠지만 첸이야기는 안쓰기로. 애호는 단편작외에는 못쓰겠군요...

애완동물을 길러봐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