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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3 00:31

윳쿠리의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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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완윳을 기르는 사람들이 가장 곤란해하고 난색을 표하는 부분이 바로, 윳쿠리의 새끼 문제다. 물론 기억력이 나쁘고 자기중심적인 면이 강한 윳쿠리란 생물을 기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긴 하지만, 윳쿠리를 버리지 않고 꾸준히 길러 어느정도 관계를 안정화하는데 성공한 사육주들도 새끼 문제 관련해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것이다. 만일 새끼를 갖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으면, 사육주의 얼굴을 볼때마다 아가야 아가야 노래를 불러대거나 멋대로 상쾌해서 아기를 만들어 버린다. 이를 피하기 위해 새끼를 갖는 것을 허락해 주더라도, 부모로부터 방임적으로 자라 게스가 된 새끼윳들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고 결국은 부모마저 새끼들에 물들어 게스가 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한가지 의문을 피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인간은 분명 윳쿠리에 비해 월등한 인내심과 물질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인간조차도 애완윳의 새끼들을 키우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데, 대체 훈육의 ㅎ자와도 인연이 없고 인내심이라곤 눈씻고 봐도 찾기 힘든 야생윳들이 어떻게 새끼들을 키우는 것일까? 그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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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마리사!! 아가야들 태어난다구! 모자로 받아내라구!!”

 

“느느! 알았다제 레이무!!”

 

  가을이 겨울로 접어들 무렵이 되어 스산한 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산 속. 나무뿌리 아래를 파서 만든 보금자리 안쪽에 레이마리 부부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마리사가 모자를 벗어 레이무 앞쪽에 깔자, 레이무의 머리에 돋은 줄기 위에서 씰룩씰룩 엉덩이를 흔들던 열매윳들이 끄트머리부터 한 마리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뉴, 뉴늇, 뉴뀨탸꼐 이쮸랴뀨!!”

 

“느긋하게 있으라구!!”X2

 

“늇혬!! 끼여윤 마쨔갸, 뉴뀨탸꼐 태여냐땨규?? 멍쳥햐꼐 섕귄 꼰댸듀륜 뺠뤼 댜콤댜콤 뱌취랴뀨!! 뉴륌뵤뉸 쉴탸규!!”

 

“레이무, 이건 틀렸다제.”

 

“느, 그렇다구 마리사.”

 

  곧바로 길다란 혀를 쭉 뻗은 레이무가 갓 태어난 마쨔를 잡아 입에 넣고 씹기 시작한다.

 

“뉴와아-잇!! 햐뉼율 냘교…느쁘규엑!!”

 

“우-걱 우-걱, 행복!!”

 

“느-응, 첫 아가야부터 이렇다니 조짐이 별로라제.”

 

“아직 아가야는 많이 남았다구 마리사. 천천히 보자구.”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첫 아가야를 씹어먹은 레이무가, 입가에 묻은 팥소를 길쭉한 혀로 싹싹 핥아 먹는다. 아무튼 식량이 한정된 야생윳 입장에서 출산 전후로 영양을 보충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뉴뉴, 뉴뀨탸꼐 이쮸랴뀨!!”

 

“느긋하게 있으라구 아가야!!”X2

 

“뉴삐, 뉴삐삣, 뀌여윤 레뮤가, 뉴뀨탸꼐 태여냐땨뀨!! 어서 느끄탸꼐 해댤랴뀨!!”

 

“…느응, 마리사….”

 

“…방금 전만큼 게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느긋하게 해줄 것 같지도 않다제.”

 

  둘째 레뮤가 하는 말을 듣고 약간 애매한 표정으로 마리사를 지켜보던 레이무가, 마리사의 말에 뭔가 결심한 얼굴을 하고 다시 혀를 뻗어 레뮤 역시 잡아먹는다. 다시 ‘햐뉼!’ 하는 소리와 약간의 비명이 들리더니, 어느새 아기 레뮤는 어머니의 일부로 되돌아갔다. 연달아 태어난 아가야들 역시 부모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고, 모체와 다시 하나가 된다.

 

“느, 제대로 된 아가야가 없었다구 마리사….”

 

“아가야들 다시 만드는거제…이번엔 느긋한 아가야로….”

 

“그러자구 마리사…부-비 부-비!!”

 

“부-비 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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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전의 관찰 영상에서 볼 수 있다시피, 기본적으로 윳쿠리가 새끼를 대하는 관점은 인간이 자식을 대하는 관점과는 크게 다르다. 종(種)적으로, 인간은 긴 임신기간을 거쳐 한정된 수의 자식들만을 낳는 편이고 따라서 자식 하나하나를 최대한 잘 관리하고 보살피는 쪽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반면 윳쿠리의 경우 식물형 기준으로 보통 보름도 채 안되는 임신기간을 거쳐 5마리에서 10마리 사이의 새끼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인간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인간이 1명의 아이를 낳는 기간 동안 보통 150마리 가량의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정도의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면, 윳쿠리가 새끼를 보는 관점이 인간이 자식을 보는 그것과 같은 쪽이 오히려 이상한 얘기다. 윳쿠리에게 있어 새끼 하나하나의 가치는, 인간에게 있어 자식의 가치라기보다도 오히려 게임을 하다 가챠를 돌려 얻은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가치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챠를 돌려 얻은 물건이나 캐릭이 마음에 안들면 물건이나 캐릭을 뽀각하고 다시 돌리는 것처럼, 윳쿠리도 자신이 낳은 새끼들이 마음에 안들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임신해서 새끼를 낳는다. ‘자신들을 느긋하게 해줄 것 같고, 키우는데 손이 별로 안 갈것 같은’ 새끼들이 나올 때까지. 일반적으로 윳쿠리 한 마리가 1년 내내 새끼를 낳는다고 가정하면 약 200마리 가량의 새끼를 낳을 수 있지만, 이러한 선별과정을 거친 결과 개중 많아봐야 1/10 정도만이 자식으로 인정받아 길러지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윳쿠리의 육아는 ‘기른다’보다도 사실 ‘낳아 놓는다’에 가깝다.

 

  우리가 흔히 공원에서 보는 ‘야!! 병쒸닌갼!!’ 따위를 외치는 게스 마쨔나 레뮤도 사실, 나름대로는 엄격한 선별을 거쳐 선택된 개체들인 것이다. 어쨌든 윳쿠리는 인내심의 ㅇ자도 없기 때문에, 자신들을 느긋하게 하지 않을 것 같은 새끼들은 곧바로 뭉개거나 먹어버린다. 살아서 골판지 밖으로 나올 수 있을때까지 자란 개체들은, 설령 인간에겐 초 게스일지라도 최소한 가족들에겐 느긋할 수 있는 아가야라는 의미다. 가공소가 하루에도 수천 마리의 새끼윳들을 가져다 애완용으로 훈육할 수 있을 것 같은 개체들을 걸러내고 나머지를 가공하는 것과 같은 작업을, 야생윳들도 사실 각자 집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규모만은 대기업과 구멍가게만큼이나 차이가 나지만.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윳쿠리들이 새끼윳 하나하나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인간보다는’ 더 중요하게 여기는 쪽이 보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나타내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수치로 임의적으로 나타내 보자면, 보통 인간은 자기 자신을 100, 자식이나 가까운 가족을 80에서 90, 모르는 사람을 50, 다른 생물을 25정도의 가치를 두고 차등적으로 대한다. 윳쿠리의 경우 이 가치매김이 조금 달라져서 자윳이 100, 배우자가 70에서 80, 새끼윳이 55에서 60정도, 다른 윳쿠리가 40이라면,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물들은 한 20정도로 가치가 매겨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길러지는 애완윳들은, 자신들이 낳은 바보나 게스 새끼윳들을 야생윳들과 달리 뭉개지 않는다. 야생윳들의 경우 게스 새끼윳을 낳으면, 자신의 느긋함과 새끼윳의 가치라는 둘만 비교해서 행동하면 되므로 새끼를 뭉개거나 먹는데 아무 망설임도 없다. 그러나 애완윳들의 경우, 여기에 자신을 기르는 ‘인간’이라는 새로운 비교대상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완윳들은 새끼윳이 땡깡을 부리거나 하면서 자신을 느긋하지 못하게 할 경우, 새끼윳을 희생시켜 자신을 느긋하게 하는 대신 느긋함 피라미드의 최하위에 있는 인간을 희생시켜 자신과 새끼윳 모두 느긋하게 하려는 쪽을 택한다. 결과적으로 새끼윳과 관련된 모든 트러블의 처리와 수고는 사육주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야생윳이 그런 것처럼 새끼를 뭉개버리면 안되냐고? 아서라. 당신은 윳쿠리의 가치평가에서 최저변에 위치해 있다. 가장 느긋할 수 있는 자윳 스스로가 뭉개는 거면 모를까, 당신이 새끼윳을 뭉갠다면 애완윳은 당신을 상종못할 쓰레기 취급하며 난동을 피울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냐고? 우선 가장 확실한 해법은, 애초에 윳쿠리를 기르지 않는 것이다. 비유를 들자면, ‘성관계가 없으면 아이도 없다’인 셈이다. 만일 굳이 윳쿠리를 기르지만 이런 문제는 피하고 싶다면, 거세윳을 따로 알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거세 처리가 끝난 윳쿠리들은 가격에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아직 어린 아기윳때 처리가 끝난 상태라면, 정신적으로도 별 문제는 없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그래도 고윳으로 만드는 건 너무 잔혹한 것 같다고? 당신이 동물을 좀 다룰 줄 알고 윳쿠리도 잘 다룰 자신이 있다면, 윳쿠리들이 새끼를 잘 기르게끔 관리하는 데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부모윳이 육아의 책임을 인간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책임으로 인지하고 행동하게 하는 일이다. 잘못할 때마다 매를 아끼지 않고 좋은 훈육을 베풀어 온 개체들이라면, 감히 인간에게 책임을 떠넘길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일단 부모윳이 육아를 자신들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얘기는 쉬워진다. 새끼들이 골치 아프면 자기들이 잘 가르치건 뭉개고 먹어버리건 알아서 할 테니까.

 

 

  윳쿠리를 키우고 싶지만 거세는 잔혹하고 번거로운 관리도 싫다면, 남은 것은 이제 돈지랄 뿐이다. 금뱃지를 사라. 금뱃지는 기본적으로, 자질과 소양이 있는 개체들을 따로 선별해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거쳐 사고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틀어 놓은 개체들이다. 게스화하지 않았다면 이놈들은 대체로 인간 100, 자윳 100, 새끼윳 75, 다른 윳쿠리 50, 다른 생물 0 정도의 가치를 매기고 산다. 자신의 새끼윳이 당신을 느긋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때려서 가르치건 뭉개버리건 이놈들이 어떻게든 스스로 손을 쓸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런 놈들을 길러낼 수 있는 브리더들에겐 경의를 표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종보다 타종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인 금뱃지는, 인간으로 치면 인간보다 윳쿠리를 더 중요시하는 ‘미친’ 인간을 세뇌를 통해 만들어낸 거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물론 단순히 미치기만 한 윳쿠리는 사람들에게 팔릴 수가 없다. 광기와 이성, 긴장과 느긋함 사이의 극히 얇은 줄 위에 예술적인 솜씨로 브리더들이 올려놓은 개체들이, 바로 금뱃지 윳쿠리들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언급할 것이 있다. 바로 ‘데이부’ 문제다. 최초의 영상에서 봤다시피, 윳쿠리들은 새끼윳을 느긋하지 않으면 뭉개버리면 되는 존재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새끼 문제로 배우자와 마찰을 겪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그러나, ‘데이부’만은 예외인 것이다. 데이부의 경우 본인의 가치를 100으로 매기면 같은 종의 새끼를 80, 세상의 다른 모든 존재를 0에서 10정도로 매긴다. 당연히 여기엔 배우자나 배우자와 같은 종의 새끼들도 포함되며, 따라서 데이부 가정에서는 애완윳을 키우는 인간과 마찬가지의 구도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애완윳이 새끼윳을 느긋하지 않게 여기더라도 더 느긋하지 못한 인간을 시켜 수발을 들게 하면 된다 여기는 경우가 많듯이, 데이부들은 설령 동종 새끼가 자신을 느긋하지 못하게 해도 배우자를 시켜 수발들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간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살윳까지 일어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배우자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에 느긋하지 않은 새끼를 뭉개버리는 일반 윳쿠리들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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