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 느늣? 여기는…어디냐제?”
“무, 무섭다구, 마리사….”
“뉴삐, 뉴삐삣!! 옴-먀!! 레뮤 뷰뒤쳐셔 아퓨댜규!!”
“뱌댝쒸뉸 횬냔댜졔!! 균뎨 요귄 오뒤냐규??”
레이마리 부부와 레이마리 자식들로 이뤄진 총 4마리의 윳쿠리 일가. 지금 당장 공원에 나가 아무 골판지나 헤집어 봐도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구성의 가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일가를 담아 온 상자로부터 4윳일가가 살기엔 조금 비좁아 보이는 수조 안으로 기울여서 쏟아낸 남자가 사무적으로 말한다.
“잘 들어라. 밥도 물도 그 수조 안에 설치된 급여기에서 나온다. 펫샵에서도 봤을테니 아무리 윳쿠리라도 쓰는 법 정도는 알겠지? 응응 시시는 되도록 한곳에 모아서 해라. 그럼 이만.”
“느, 마리사….”
“학대파는 아닌거 같다제…살은 거제….”
이 두 부모윳은 시설에서 훈육을 마치고 펫샵으로 보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개체들이다. 느긋하지 못한 브리더만이 몰라보고 있을 뿐, 느긋하게 있는 자신들을 보기만 하면 심사관은 곧바로 감격의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금뱃지를 바치지 않을까 하는 달콤한 기대와 달리 현실은 냉혹했다. 훈육과정이 끝난 다음 공립협회 심사관에 의해 행해진 테스트에서 이들은 바로 동뱃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설탕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애원하고, 고함치고, 몸을 비비 꼬면서 사정해 봤지만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바로 차량에 실려 펫샵으로 실려온 이들은 곧바로 점원에 의해 상쾌할 것을 요구받았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이 윳쿠리를 키우는 사람도 보통 귀여운 아기윳이나 아이윳을 키우는 쪽을 선호하고, 금뱃지나 은뱃지도 아닌 동뱃지 성윳을 사갈 일은 별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류의 윳쿠리를 필요로 하는 특별한 컨셉의 학대를 기획한 학대파가 아니라면.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이런 동뱃지 성윳을 받은 펫샵에서는 게스성의 정도를 확인한 다음 심한 경우 바로 뱃지를 떼버리고 식용이나 먹이용 칸으로 보내버리던가, 그나마 괜찮으면 바로 상쾌시켜서 새끼가 딸린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새끼윳을 키우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아유, 그러시면 이쪽은 어떠세요? 귀여운 아가들이 있는 윳쿠리 일가 세트입니다. 동뱃지라 가격도 얼마 비싸지 않아요!’ 따위 말로 팔아넘기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태생임신으로 바로 두 마리의 귀여운(자기들 눈에) 아가야를 갖게 된 둘이었지만, 펫샵에서 둘의 나날은 별로 느긋하지 못했다. 동뱃지 셋트에 걸맞게 좁은 수조에서 파삭파삭한 푸드만 먹으며 사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뭣보다 자신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자신들을 가르쳤던 야만스런 브리더는, 말을 잘 따르고 열심히 공부해 은이나 금뱃지를 얻은 윳쿠리는 좋은 주인을 만나 느긋한 삶을 살게 되지만, 동뱃지 윳쿠리는 싼 값에 팔리지도 못하고 있다 갈려죽거나 무서운 학대오빠에게 팔려가 영원한 느긋함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된다고 얘기했던 것이다.
만일 이들이 흔히 말해지는 ‘게스 윳쿠리’였다면, 차라리 그런 정신적 고통으로 노심초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리사님이 죽거나 고통받는다니, 말도 안된다제! 마리사님은 세계의 주인인거제! 곧 마리사님을 섬길 노예가 와서 이런 느긋하지 못한 곳에서 꺼내주는거제!!’ 하고 넘겨버릴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들은 그런 의미의 게스 윳쿠리는 아니었다. 그저 공부보다 느긋한 것을, 예의범절보다 노래하는 것을, 주변을 살피기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윳쿠리의 본능에 충실한 개체들이었을 뿐. 그렇기 때문에 게스들이 흔히 그러하듯 자기중심적인 망상으로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사람이 가까이 올때마다 흠칫흠칫 떨고, 눈물짓고, 괴로워하며 살다 결국 이 남자에게 팔려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압-뺘!! 압-뺘야!!”
“…느느? 무슨 일이냐제? 아가야?”
“레뮤, 뱨쮜갸 고퓨댜규!!”
“마리쨔됴댜졔!!”
“느느, 조금만 기다리라제. 아가야들.”
밥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아가야들의 말을 들은 마리사가 방금 전 남자의 말을 상기하며 수조 안을 둘러보고, 급여기 쪽으로 기어간다. 땋은머리를 써서 급여기를 작동시켜 푸드를 모자에 받은 마리사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혀를 뻗어 알갱이 하나를 입에 넣고 우걱우걱 한다.
“파삭파삭한거제….”
혹시나 펫샵에서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리사의 기대와 달리, 급여기에서 나온 푸드는 펫샵에서 받던 파삭한 하급푸드 그대로였다. 모자를 입에 문 마리사가 느긋하게 기어 레이무 쪽으로 향한다.
“레이무, 아가야들 줄 밥씨를 만드는거제.”
“느으…여기도 그 푸드씨냐구??”
“…….”
잠시 질색하는 표정으로 윳쿠리 푸드를 보던 레이무가, 결국 결심했는지 혀를 뻗어 푸드 알갱이들을 입에 넣고 마리사와 함께 잘게 씹기 시작한다. 태생임신으로 태어났다고는 해도 아직 어린 아가야들은 파삭파삭한 푸드를 잘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부모가 입 안에서 씹어 반죽같은 상태로 만들어 먹이는 것이다.
“우-껵 우-껵, 끄력쪄력!!”
“퍄퍄! 마리쨔 응응햐교 시퓬교졔!!”
“응응하는거냐구요?”
“느, 느늣?”
잠시 파삭파삭한 푸드나마 식사를 만끽하고 조금은 느긋하고 있던 일가에게, 갑자기 한쪽에서 다른 윳쿠리가 말을 걸어온다. 이 일가의 수조 옆 수조 안에 있던 앨리스다.
“느!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라구요. 반가워요. 앨리스는 앨리스에요. 오늘 새로 온 가족인거죠?”
“그렇다제….”
“느푸풋, 환영해요. 뭐, 이곳은 도시파에 걸맞지 않는 좁고 궁상스런 곳이긴 하지만, 최소한 ‘노예’가 부지런한 것은 장담할 수 있어요.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면 크게 불편한 것 없이 살 수 있을 거에요.
“노…예?”
“음? 마리사들도 방금 노예가 데려온 것 아니냐구요?”
“…그 인간씨를 말하는거제?”
“푸훗, 그래요. 그 인간이 바로, 우리들의 ‘노예’에요. 밥이나 물을 주고 수발을 들어주는 역할이죠.”
“인간씨를 노예라고 부르는 건, 느긋할 수 없는고제….”
아무리 이 일가가 교육을 제대로 수료하지 못해 동뱃지로 그친 팥소뇌라곤 해도, 수주 동안이나 똑같은 내용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다면 일부는 머리에 남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튼 시설에서는 인간을 노예라고 부르는 윳쿠리는 바로 가공라인으로 옮겨지고 그 모습을 다른 윳쿠리들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풉, 너무 긴장하고 있지 말라구요. 앨리스도 다 알고 있어요. 마리사들도, 어디의 시설인가에서 ‘교육’씨를 받다 펫샵을 거쳐 온거겠죠?”
“느, 느느? 어, 어떻게 아는거제??”
“그야, 앨리스도 그랬으니까요. 앨리스도 처음엔 그랬어요. 이대로 어떡하지, 학대파에게 팔리면 어떡하지, 인간씨에게 학대당하면 어떡하지 하고. 하지만 여기 오고야 비로소 알게 됐죠. 앨리스들이 좁은 곳에서 느긋하지 못한 교육을 받고 혼나고 꾸중듣고 하던 그때의 일이 ‘뭔가 잘못된‘ 쪽이고, 이곳에서의 삶이 바로 앨리스에게 걸맞은 진짜 삶이었다는 걸요.”
“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고제.”
“뭐, 곧 알게 될거에요 마리사들도. 그보다, 응응 시시는 꼭! 한곳에 모아서 싸라구요? 느긋하고 싶다면요.”
“느늣?”
앨리스의 마지막 당부에 마리사와 레이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로를 응시하다 응응이 마렵다는 새끼들의 아우성으로 겨우 정신을 차린다. 아무튼, 응응씨는 역시 화장실에 모아서 싸는게 좋을 것 같다. 시설에서도 펫샵에서도 항상 그래 왔고, 그 인간씨나 앨리스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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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다시 돌아온 남자가 넓은 공간 안에 가득 찬 수조들을 돌며 상태를 확인한다. 물이나 푸드가 얼마 남지 않은 급여기는 다시 여분을 채워주고, 그리고
“느, 느아아아아앗?!”
자신들의 수조 앞으로 다가온 남자의 행동에, 마리사 일가가 대경실색한다. 한곳에 얌전히 모아서 싸놨던 자신들의 응응과 시시를, 조그만 플라스틱 화장실을 집어든 남자가 그대로 먹어버린 것이다.
“이, 인간씨? 그, 그건…응응이라구? 레이무들의 응응이라구!”
뭔가 오해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레이무가 급하게 소리치지만, 남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안중에도 없다. 파삭파삭한 푸드를 먹어 딱딱한 상태로 배설된 응응을 시시와 함께 후루룩 들이마신 남자가, 잠시 입안에서 우물우물 씹더니 그대로 삼키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바로 옆 수조를 향한다.



무...무슨 짓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