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릴레이]5. 내가 키우는 것

by LIM0301 posted Oct 01,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리사는 절망했다.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나 친절하고 상냥했던 인간이 저렇게 무섭고 포악한 인간으로 변해버린 걸까.

눈 깜짝 할 새였다.
인간은 마리사의 저부를 지져버리고, 이빨을 뽑고 잇몸을 쑤셔댔으며 가죽을 벗겨버렸다.
그리고 이젠 소중한 모자를 뺏고, 아가야도 죽여버렸다. 자신의 소중한 보물들을 한순간에 전부 잃어버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힘의 차이 정도는 분명히 알고 있다. 저부도 움직이지 못해 반항해봐야 소용 없다.
그래도 시도 정도는 해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하늘의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아가야들을 볼 면목이 없다.
그래서 마리사는 외쳤다.


"느아아아아아아!!! 이 쓰레기 인간이이이이이!!! 감히이이이!!! 아가야르으으으을!!!"

 

"어라? 지금 반항하는 거냐?"

 

마리사는 필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남자에게 부딪히려 애썼다.
그나마 저부가 덜 구워졌는지 달팽이처럼이나마 움직일 수는 있었다.
그래도 부질없다는것엔 변함이 없었다.

 

"어? 뭐야, 제대로 안 구워버린건가."

 

남자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귀찮은 듯 마리사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가야를 죽여버릴 수 있냐구! 무슨 잘못을 한 거냐구우!"

 

"무슨 잘못이라... 글쎄다? 나도 잘 모르겠어. 넌 왜인지 알아?"

 

"장난하는거냐제에에에!!! 그걸 왜 물어보냐제!!!"

 

마리사는 눈물을 흘리면서 남자에게 부딪혔다. 아니, 부딪혔다기보단 몸을 문질렀다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마리사에겐 몸을 부딪힐만한 힘이 없었다.
눈물에 시시에 침으로 마리사의 얼굴은 범벅이 되어 있었다. 말라죽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당연히 남자는 더럽다는 듯 경멸하는 얼굴로 말했다.

 

"잘못같은건 아마 없지...싶다만."

 

"그러면 도대체 왜애애!!!"

 

"그러니깐 말이지..."

 

마리사가 마지막으로 본 건, 자신을 향해 모종삽을 내리치는 남자였다.

 


딱히 이유같은건, 없어.

 


아마, 이게 마리사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 마리사의 마지막 표정이 어떤 것이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 윳쿠리에게 주스를 줘야 하기 때문에 일단 급하게 숨통을 끊어버린지라 아쉽게도 감상을 하지 못했다.

분노에 가득찬 얼굴이었을까, 공포에 압도당한 얼굴이었을까, 아니면 절망에 빠져버린 얼굴이었을까.

상관없다.
뭐, 무언가를 키우려면, 어느정도 자신의 자유를 제약해야 할 필요가 있잖은가.
윳쿠리를 굉장히 아끼면서도 한편으론 무자비하게 학대하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안녕, 오래 기다렸지?"

 

"..."

 

"어라, 왜 대답이 없어? 아직도 삐졌니? 섭섭하게 그러지 말고."

 

"우으..."

 

"오렌지 주스 사왔어. 나도 참, 주스가 다 떨어진 걸 모르다니, 사육주로서 실격이야. 안 그래?"

 

"..."

 

"자, 주스 뿌려줄게. 괜찮지? 아직 더우니까 조심하는게 좋겠다."

 

"..."

 

"참. 섭섭하게. 왜 대답이 없어?"

 

"...너라면 이 꼴로 만든 사람에게 말을 걸겠어?"

 

"역시, 지능이 높아. 희귀종 답다니까. 그래도 너무 나한테 그렇게 대하지 말라구. 밖에서 죽어가는 걸 살려준 건, 나잖아?"

 

"죽느니만 못한 꼴로 만든 것도 당신이고."

 

뭐, 맞는 말이다.
숲에서 죽어가던 저 모미지를 치료해준 것도, 저부를 굽고 비윳증 억제제, 오렌지 주스, 정자팥을 주사해 계속 아이를 낳게 한 것도 나니까.

 

"...언제쯤 그만둘거야? 계속 이렇게 억지로 아이를 만들다간, 미숙윳이 나와버린다고."

 

"아마 네가 미숙윳밖에 못 낳을때까지겠지. 이게 얼마나 돈이 잘 되는 장사인지 알아?"

 

"악마같은 놈."

 

"이봐, 내 성격은 굉장히 신사적이라고. 윳쿠리에겐 예외겠지만."

 

난 이 모미지의 아이를 조금씩만 생산해 펫숍에 처분하지 않고 구매자와 직접 접촉해 판매한다. 펫숍에 대량 처분하는것보다 더 비싸게 먹힐 것 같아서다.
나름대로 이 모미지에겐 감사하고 있다. 벌이가 꽤 짭짤해서 집세 정도는 밀리지 않을 수 있다. 난 일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만한 고소득 직종이 어디 있겠는가?
수액 주사기를 장만하는게 좀 들기는 했지만 그 손해를 만회하고도 충분히 남았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으니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어디보자, 주스는 방금 사 왔고, 비윳증 방지제도 충분하고, 남은건 정자팥인데, 조금 애매하군."

 

"제안 하나 하지. 정자팥 대신 타바스코 어때?"

 

"난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서 말야."

 

"뭐, 그럼 됐고. 그건 그렇고 말야. 당신이 방금 가지고 놀다 온 내 동족들이 볼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말야."

 

"아직도 안 죽은건가. 그럼 잠시 실례."

 

밖으로 나가보니 과연 불에 태운 윳쿠리들이 아직 늣늣 하며 살아있었다. 아무리 약을 먹여놨다지만 이 정도로 질길 줄이야. 솔직히 감탄했다.
머리장식은 당연히 불에 타 없어졌고 귀밑털은 굉장히 짧아져 있었다.
눈은 아마 검은 한천이 다 녹아버린건지 흰자위밖에 없었고 타버린 피부 사이로 팥소가 조금씩 보였다.
바로 집어먹어도 나쁘진 않을 듯 하지만 더러운 야생윳이라 먹으면 내 위장이 비명을 지를 것 같으니 얌전히 버려야겠다.
보통은 음식쓰레기로 처분하지만 귀찮을 때는 그냥 화분에 묻어버린다. 이번에도 화분에 묻어버릴 생각이다.
한참 모종삽이 보이지 않아서 계속 찾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마리사를 모종삽으로 죽였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

 

"이런 덜렁이같은 놈."

 

씁쓸하게 웃으면서 과도로 마리사를 해체하고 아이윳들은 그냥 화분에 묻어버렸다.
몇 마리 뭉개보기도 했지만 별 반응이 없어서 그냥 묻었다.
그러고보니 묻을 때 "어듀워... 뮤셔워..."라고 했던것 같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비쩍 마른 야생 성체라지만 그래도 성체는 성체인지라 마리사를 해체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중추팥소가 있는 곳까지 삽을 박아버린지라 반으로 자르는 건 그럭저럭 했지만 토막내는데는 상당히 힘들었다.
양을 보아하니 화분엔 무리일듯 해서 음식쓰레기로 배출해야겠다 싶었다.

 

"이거 팥소들도 치워야되잖아. 처리는 언제나 귀찮구만..."

 

불평불만을 다 하면서 집안을 청소하고 마리사를 봉투에 담아 밖에 내놨다.

 

"어이, 모미지. 내가 돌아왔..."

 

방 안에 들어가자,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

아이고, 너무 짧네요.

시험기간에 빠듯하게 글을 쓴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짧은것 같습니다.

너무 퀄리티가 비교되는건 아닐까 싶네요.

전개는 또 너무 막나간건 아닌지;;

다음분,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