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인윳역전세계

by 몹딕 posted Sep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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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뀨땨께 이뜌랴뀨!!”

 

  자상한 부모와 느긋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기대를 가득 담아, 어린 레뮤는 태어났다. 하지만 레뮤의 느긋할 수 있는 인사에 대한 답은 어디에서도 돌아오지 않았다. ‘뉴웅?’ 하고 순간 의문을 품는 레뮤지만, 곧 별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답해주는 부모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굉장히 느긋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느긋할 수 있는 세상을 둘러보자-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레뮤의 눈에 뭔가 조그맣고 느긋할 수 없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팥소에 계승된 기억으로, 그 형체가 바로 인간의 형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뉴웅-규래됴 이샹햐녜(원래 인간씨가 저렇게 작던가?) 하고 잠시 레뮤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인간 역시 레뮤를 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유, 윳쿠리다아아아!!”

 

“뉴삐! 레뮤뉸 레뮤야! 뉴뀨치 이뜌랴뀨!!”

 

“유, 윳쿠리 씨이이이이이이이이!! 인간은 인간입니다아아아!! 인간은 아무 느긋하지 못한 짓도 하지 않았다구요?? 그러니까 제발, 먹지 말아주세요오오오!!”

 

“뉴늇? 뮤슌 먀률 햐뉸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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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먹고 벌벌 떨며 엎드린 인간의 설명에, 레뮤는 이 세상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당연하게도, 윳쿠리는 세계 최대 최강의 생물이다. 어느 누구도 윳쿠리를 위협하거나 심판할 수 없다. 그런 윳쿠리보다 약하고 느긋하지 못한 여러 생물들 역시 세상에는 존재하고 있지만, 가장 수가 많은 것은 역시 인간들. 다수의 윳쿠리들이 인간을 달콤하고 느긋할 수 있는 ‘진미’로 여겨 사냥하여 먹는다고 하는 것이다.

 

“유, 윳쿠리 씨이이이이!! 인간은 인간입니다!! 작고, 약하고, 느긋하지도 못합니다아아아!! 하지만, 인간이라도 살아있는 생명입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자, 형제자매입니다아아!! 가족이 죽으면 느긋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라도 같습니다!! 윳쿠리 씨에게 따스한 팥소가 몸에 차있다면, 인간을 해치지 말아 주세요오오!!”

 

“뉴, 규렴 인갼쒸뉸 며귤 슈 있뉸 겨쉰교야??”

 

“히, 히이이이익!! 잡아먹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아아!!”

 

“뉴웅-”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던 레뮤가 다시 인간에게 물었다.

 

“규렴, 인갼쒸률 멱쮜 아뉴묜, 레뮤뉸 무어슐 며귤 슈 있뉸교야?”

 

“네, 네? 여, 여기 쌓인 마른 풀씨들을 드시면 됩니다아! 윳쿠리 님들은 풀씨만 드시고도 살 수 있습니다아!!”

 

“뉴우, 햐지먄, 퓰쮜뉸 뉴뀨땰 쮸 엽쪄어….”

 

  야생 윳쿠리가 가장 많이 섭취하는 제 1의 주식이 풀이니만큼, 그 맛이 씁쓸하다는 것은 이제 막 태어난 레뮤의 팥소에도 계승되어 새겨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레뮤가 고민하는 사이, 옆에서부터 커다란 외침이 들려온다.

 

“뉴게엑!! 쓔댜졔에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막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아기 마리사다. 그 마리사는 눈앞에 쌓여 있던 마른 풀들을 먹으려던 참인지, 입에서부터 밀짚 쪼가리들을 날리며 퉤퉤 뱉어내고 있었다.

 

“먀뎝쎠어어어!! 이룐 겨 며귤 쮸 엽땨졔에에에!!”

 

  질색을 하며 한참을 풀을 뱉어낸 아기 마리사가, 자기 앞에 서 있던 다른 인간에게로 눈을 돌린다.

 

“느, 느와아아아앗?! 왜, 왜 그런 눈으로 보시는겁니까?? 이, 인간을 먹으면 안된다구요?!”

 

“인갼쮜…댜쿔댜쿔….”

 

“느, 느와아아아?! 가, 가까이 오지 마세요?”

 

“댜쿔댜쿔쮜뉸…뉴뀨치에계먄 야쏙뙨 캥뾱! 이랴졔!! 규료뉘꺄 인갼쮜갸 마쨔에게 며키뉸굔 댱!욘! 햐댜졔? 뉴뀨땨꼐 이해햐랴졔?”

 

“느, 느와아아아앗?!”

 

“뉴-꺽 뉴-꺽, 캐, 캐캐캐캐앵뾰오오오오오옥!!”

 

  애원에도 불구하고 혀를 길게 뻗어 조그만 인간을 입 안에 잡아넣은 마쨔가 입을 오물거리며 몇 번 씹더니 큰 소리로 캥뽁!을 외친다. 마무마무에선 기쁨시시가 흘러나오고 동공은 만족감으로 넓게 벌어진 것이, 지고의 행복을 느끼는 듯한 모습이다.

 

“먀시땨제!! 뉴뀨땰 쮸 이땨졔!! 이룐 먀쉬뉸겨슐 며귤 슈 이댜니, 역찌 뉴뀨찌뉸 션턕뱌듄 섕뮤린교졔!!”

 

  레뮤를 포함해 주변에 있던 갓 태어난 어린 윳쿠리들이, 서로서로 눈을 마주치고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돌려, 주변에 널려 있던 조그만 인간씨들을 사냥해 잡아먹기 시작한다.

 

“캐, 캥뾰오오오오오옥!!”

 

“뉴뀨땰 쮸 이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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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기까지.”

 

  돌연 들린 인간의 큼직한 목소리와 함께, 아기윳들의 눈 앞이 온통 캄캄한 칠흑으로 변한다. 잠시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 혼란해 하던 아기윳들이, 사실 자기들이 눈을 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둘 눈을 뜬다. 눈 앞은 방금전까지 보던 아기윳과 조그만 인간들이 한가득이던 느긋한 풀밭이 아니라, 뭔가 느긋할 수 없는 공기가 감도는 긴 바닥 위였다.

 

“이것으로 시험은 끝. 여러분은 모두, 선택을 했습니다. 자신의 느긋함을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는 쪽으로. 그러니까, 입장이 바뀌어 여러분이 희생되는 쪽이 되어도 할 말은 없겠죠? 느긋하게, 죽으세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어 아기윳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동안, 아기윳들이 올라앉아 있는 긴 바닥이 한쪽으로 덜컹덜컹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닥 끄트머리 쪽에 자리잡고 있는 아기윳들로부터 비명이 터져 나온다.

 

“뉴아아? 모쟈쮜!! 마쨔의 머쮠 모쟈쮜!! 가쬬가묜 안된댜졔!!”

 

“워째셔 이론짓 햐뉸고야아아아?”

 

“뉴뀨턀 쮸 엽쪄!!”

 

  앞쪽의 윳쿠리들이 머리장식을 뺏기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본 뒤의 윳쿠리들이 놀라 당황하며 도망치려 하지만,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구워져 있던 저부는 결코 움직일 수 없다. 전혀 저항해보지도 못한 채 컨베이어벨트를 따라가며 장식을 뺏기고, 머리카락을 뽑히고, 품질에 따라 산 먹이 혹은 요리재료나 비료로서 가공되어 출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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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동일하게 말을 할 수 있고, 빈약하나마 사고력을 갖춘 생물인 윳쿠리.

 

  이러한 윳쿠리들을 과연 어떻게 대우하고 어느 정도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애호파들과 학대파들이 쌍방이 되어 이뤄진 여러 차례의 법적 공방 끝에, 결국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의 자세를 보이는 윳쿠리들에 대해서는 인간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이뤄져, 이후 재판들에 영향을 주는 주요 판례로서 자리잡았다. 당연히 각지의 애호파 단체에서는 법적인 일대승리라며 개가를 올렸고, 가공소에 당당하게 쳐들어온 애호파 아주머니들이 윳쿠리들에게 ‘레이무는 생명을 존중하는 윳쿠리라구!!’ 따위 말들을 암송하게 한 뒤 전부 데리고 나가거나 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하지만, 원래 싸움에서는 상호간의 경쟁을 거쳐 서로 강해지는 붉은 여왕 효과가 있는법. 학대파라고 해서 애호파가 법정투쟁에 진력하는 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닌 것이다. 윳쿠리들의 기억이 팥소 형태로 저장된다는 점에 주목한 일부 공돌이 학대파들은, 여러 차례의 반복된 실험을 통해 어떤 품질의 팥소가 어떤 압축도와 어떤 패턴으로 자리잡았을 때 윳쿠리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정보로 자리잡는지를 모두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으로 치면 게놈지도 완성에 비견할만한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만들어진 물건이 바로, 우리 가공소에 위치한 ‘팥소조작 및 분석기’이다. 가사상태 혹은 수면상태의 윳쿠리들에게 이 물건을 쓰면, 치과 수술용 기계와 유사하게 생긴 첨단부가 윳쿠리들의 머리에 꽂혀 팥소를 조작해 ‘특정하게 설정된 상태의 가상현실’ 속으로 인도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보여주는 세계는 ‘윳쿠리가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강하고, 인간이 달콤한 먹잇감인’ 세계. 즉 윳쿠리와 인간의 입장이 뒤바뀐, 인윳역전세계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여기서 씁쓸함을 감수하더라도 인간을 잡아먹지 않는 개체는 대법원 판례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의 자세를 보이는’ 윳쿠리이므로 따로 분류하여 살려두고, 나머지 개체는 모두 가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별 시덥잖은 문구 하나 외우게 하면 ‘생명을 존중하는 윳쿠리’네 뭐네 하는 아주머니들의 헛소리를 걸러내고, 과학적이고 엄밀한 자료로 법정에서 승부할 수 있다. 응? 너무 무른 것 아니냐고? 그렇게 따로 분류해서 살려둘 놈은 다 살려두면, 생산량이 줄어서 가공소의 존립에 안좋은 영향이 가지 않겠냐고? 그럴 일은 절대 없다.

 

 

  아무튼 이 가공소에서 여태 태어난 583만 마리 이상의 윳쿠리 중에,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 눈앞의 달콤달콤을 포기한 윳쿠리는 단 한 마리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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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항상 먹을 수 있는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을 쳐먹으면서 'ooo도 소중한 생명이라구!!'를 외치는 윳쿠리들의 정신상태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둘도 없는 생명이야!!는 정말 희대의 띵스크였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