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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는 느긋할 수 없어

by 몹딕 posted Sep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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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윳쿠리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이 보는 대상의 힘과 지능을 대상의 머리크기에 맞춰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즉, 머리가 크면 그만큼 강하고 영리한 것이고, 머리가 작으면 그만큼 약하고 어리석은 것이다. 뭐, 확실히 몸통박치기가 전투방법의 전부에 체내팥소의 양이 곧 기억중인 정보와 경험인 윳쿠리 기준으로만 보면, 틀린 측정법만도 아니다. 교육이나 훈육의 ㄱ자와도 인연이 없는 저질 야생윳들조차도 도스를 중심으로 무리를 형성하고 지시에 따를 수 있는 이유는, ‘저 정도로 머리가 큰 도스는 정말 대단해’하고 어지간하면 게스윳들조차도 상하관계를 인정하기 때문인 것이다. 실제로 지능이 원숭이만도 못한 수준으로 측정되는 일반 야생윳들과 달리, 도스들의 지능은 대체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 수준은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도스들의 지능이 그 정도로 높다면, 대체 왜 오늘도 전국 방방곳곳에서 수많은 도스들이 촌락을 대상으로 시비를 걸어오다 주민들의 반격 혹은 구제업자들의 출동으로 황천길을 가는 것일까? 인간들이 윳쿠리들보다 강하고, 그 수도 굉장히 많은 편이란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지능이 높은 개체가 그렇게 쉽게 행동할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그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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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늣헴! 이제 알겠다구! 마리사는 사실 도스였던거네! 그래서 이렇게 몸이 계속 커지고 있었던거네!!”

 

“느와-아이!! 도스! 도스!! 도스는 느긋할 수 있다구!!”

 

“도스는 느긋한거네-알고 있어-”

 

“도스의 머리와 모자씨는 굉장히 크군요! 도시파적이에요!!”

 

“어서 마리사님들을 느긋하게 해달라제 도스!!”

 

“느느?”

 

 

  잠시 자신을 둘러싼 무리의 다른 윳쿠리들의 찬사와 환호성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던 도스가, 자신들을 느긋하게 해달라는 한 마리사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확실히, 자신은 이제 더 이상 가족만 느긋하게 하면 되는 일개 마리사가 아니라 무리 전체를 느긋하게 할 책임이 있는 도스다. 무리를 느긋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도스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옆에서 한 윳쿠리가 큰 소리로 말을 꺼낸다. 이 도스가 도스가 되기 전 아내로 맞아 같이 살고 있던 파츄리다. 물론 녀석이 도스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마리사 시절부터 중추팥소에 내재돼 있던 도스인자였지만, 현모양처 파츄리의 물심양면을 바친 내조로 느낀 느긋함이 도스인자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했음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무큐!! 이제 우리 무리에도 도스가 생겼으니, 다른 어느 무리에도 전혀 뒤질 것 없는 뛰어난 무리가 된 거에요! 이제야말로 무리에 걸맞는, ‘올바른 느긋함’을 찾을때가 됐어요!!”

 

“느, 느느? 무슨 소리냐제 허니? ‘올바른 느긋함’?‘

 

“그래요! 윳쿠리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느긋하게 살 자격이 있는 존재! 그래서 그 이름도 느긋이(윳쿠리)인 거라구요!!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들이 느긋하게 살고 있나요?”

 

“아니라제….”

 

“전혀 느긋하지 못하다구….”

 

“항상 비가 오고 눈이 와서 친구들도 아가야들도 죽어버리는고제…밥씨도 씁쓸씁쓸한 풀씨일때가 대부분인고제….”

 

“그래요! 그 말대로, 우리들은 우리들에 걸맞는 느긋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무리의 뭇 윳쿠리들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서로 얼굴만 두리번거리고 있는 사이, 아무 말 없이 파츄리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던 도스가 천천히 말을 꺼낸다.

 

 

“허니는 그 답을 알고있는거냐구?”

 

“무큐! 그래요! 숲의 현자인 파츄리는, 어째서 우리들이 이렇게 느긋하지 못한지 알고 있었던 거에요!!”

 

“느느? 그 이유가 뭐냐구 파츄리??”

 

 

  궁금증을 느낀 다른 윳쿠리의 질문에, 파츄리는 최대한 숨을 들이켰다 큰 소리로 선언하듯 외친다.

 

 

“그건!! 바로!! 닌간이라는!! 느긋하지 못한 씨발 생명체들이 느긋함씨를 독!점! 하고있기 때문이라구요!! 원래 윳쿠리들이 느껴야만 했을 느긋함을 닌간들이 독점하고 있는 통에, 우리가 이렇게 느긋하지 못하게 된거라구요!!”

 

“느, 느늣? 듣고보니, 그런 것 같다제….”

 

“닌간들은 항상 좋은 것을 독점하고 있다구…눈과 비를 막는 튼튼하고 좋은 집씨도…야채가 제멋대로 자라나는 윳쿠리 플레이스도….”

 

“다, 다들 조금만 기다려보라구!! 하지만 허니, 허니-는 여태 마리사, 아니 도스에게 그랬잖냐구? 인간씨는 강하니까, 결코 맞서선 안된다구?”

 

“무큐! 물론 그랬었죠!! 하지만 그건, 아직 우리 무리에 힘이 없으니, 사랑하는 마리사가 인간의 손에 죽게 내버려둘 수 없어서 그런 거였어요! 결코 똥닌간들의 독점과 폭거를 인정해서 그랬던 게 아니라구요! 이제 우리 무리에도 도스가 생겼으니, 윳쿠리에 걸맞는 느긋함을 되찾아야만 해요!!”

 

“알고있어-느긋함을 되찾는거네-”

 

“앨리스도 도시파적인 도스와 파츄리를 따르겠다구요!”

 

“모두들, 들고 일어나서 도스를 따라 느긋함을 되찾는거제!! 늣느오-!!”

 

 

  무리의 모든 윳쿠리들은 이미 전의가 가득 차 계곡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하지만 도스만은 뭔가 내키지 않고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제지하려 노력한다.

 

 

“자, 잠깐만 기다리라구!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들이 약해지거나 한 것은 아니라구? 인간을 무찌를 필요성은 알겠지만,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는 건….”

 

“무큐!! 무엇을 망설이는 건가요 마리사, 아니 도스!! 마리사가 도스가 된 것은, 단순히 마리사 개인의 일이 아니에요! 이건 바로! 윳쿠리에 걸맞는 느긋함을 되찾으라고 윳신! 님이 내려주신 힘이라구요!!”

 

 

  궐기를 부르짖는 파츄리와 윳쿠리들의 눈에는, 어느새 단순한 인간을 향한 분노를 넘어 일종의 종교적 광기라 칭할 만한 것마저 어려 있다. 도스는 여전히 인간에 맞선다는 것이 뭔가 불안하고 내키지 않는 듯한 모습이지만, 무리 전체의 흐름을 제지하지 못해 결국 이들의 앞에 서 산 아래 민가들이 모인 쪽을 향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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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전의 관찰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시피, 보통 지능이 높고 신중한 도스들은 인간을 향한 적대행위를 내켜하지 않는다. 만일 온전히 도스 자신에게만 결정권이 주어진 경우라면, 휘하 윳쿠리들의 약간의 불만을 감수하고서라도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대신 안전과 약간의 남은 음식을 확보하는 협정을 맺는 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간과의 싸움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휘하 윳쿠리들을 모두 데리고 마을을 향해 자살적인 공격을 감행하다 윳쿠리들과 함께 비참하게 죽는 패턴이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영상에서 봤다시피, 파츄리 때문에. 희한하게도 마리사종은 파츄리의 말을 잘 따르는 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런 행동양식은 심지어 일반 윳쿠리들을 초월한 도스가 되고 나서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자기 생각대로 행동했다면 한결 나았을 것을, ‘숲의 현자’ 따위를 자칭하는 참모 파츄리의 말을 따르다 파멸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윳쿠리 애호 단체의 ‘지속가능한 인윳관계 정립부’ 소속 회원인 나는, 인간의 통제 밖에서 자유롭게 사는 야생윳 무리들이 서식지 주변 인간 커뮤니티와 호혜적인 공생관계를 이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 부서의 목표는, 앞서 영상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도스가 없는 대부분의 무리는, 머리크기를 통해 다른 윳쿠리들을 따르게 할 수 있을만한 윳쿠리가 없어 조직력이 없고 지리멸렬하다. 따라서 게스윳이 민가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 반복되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사람들의 손에 구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스가 있는 무리는 비교적 일관성있게 통솔되기는 하지만, 그 통솔력이 인간에 대한 무리 전체의 자살적 공격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방금 내가 관찰하러 온 이 야산의 윳쿠리 커뮤니티 역시, 여태 봐온 것들과 같은 자살공격으로 끝을 맞이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크기가 50cm도 넘는, 주변을 능가하는 대 마리사. 아직 녀석 스스로 자각하진 못하고 있지만, 느긋함을 충분히 만끽하며 도스가 되어가는 중인 녀석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녀석 역시 특별히 개념체라곤 보기 힘든 파츄리를 배우자로 두고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따르는 녀석인 것이다. 이대로라면 이 무리의 앞날이 어떨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어이.”

 

“음? 누가 마리사님을 부르는…느, 느늣? 이, 인간씨가 여기에….”

 

“아, 너무 놀라지 마라. 딱히 윳쿠리들을 해치러 온 게 아니니까. 난 지금 그저 뭔가를 묻고 싶을 뿐이야.”

 

“…느느? 그, 그렇다면 한번 말해보라제. 마리사가 아는 한에는 대답해 보겠다제.”

 

“너 같은 마리사들은, 파츄리의 말을 잘 따르고 파츄리와 결혼하길 선호하지 보통?”

 

“느느? 그, 그렇다제.”

 

“…대체 왜 그러는거냐? 산은 넓고 무리는 많은데! 다른 윳쿠리랑 결혼해도 되잖아? 파츄리 따위 그냥 무시해 버리라고!!”

 

“무슨 말을 하는거제, 인간씨. 파츄리는 사!랑! 인고제? 파츄리야말로 우리 마리사들의 윳생에 존재하는 유일한 구원인고제.”

 

“대체 무슨말을 하는거냐? 윳쿠리는 많은데 왜 그렇게 파츄리에 집착하는거야!! 하다못해 이 무리에 레이무만 해도….”

 

“마리사의 파파는 말한고제. 레이무가 청순하고 상냥해 보이는 건 결혼하기 전 뿐이고, 결혼하고 나면 자기 닮은 새끼들만 챙기는 이기적인 윳쿠리가 돼버린다고. 그래서 항상 먹이를 더 가져오라고 윽박지르기만 하고 집에서 무위도식하며 뒤룩뒤룩 살찐 추한 윳쿠리가 돼버린다고. 데이부가 그래서 생기는거고, 파파도 레이무 마마와 결혼한 것을 항상 후회하고 있다고. 마리사도 지금까지 무리의 윳쿠리들을 찬찬히 봐왔지만, 파파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다고 항상 느끼는고제?”

 

“그, 그럼 앨리스! 앨리스와 결혼해도….”

 

“…하아? 인간씨 같으면 언제 레이퍼가 될지 모르는 그런 예비강간마들이랑 살고 싶은고제?? 멀쩡해 보이던 앨리스도, 겨울에 먹이가 부족해지면 자기 닮은 새끼만 살리기 위해 남편과 남편 닮은 자식들을 레이프해서 줄기를 잔뜩 만들어놓고 먹으세요를 해버린다는 소문도 횡행하는고제?”

 

“그, 그래도 첸! 첸은….”

 

“…첸들은 보통 항상 란사마만 찾으면서 결혼할 생각이 없는고제? 만약 결혼해도, 파파가 되려 하지 마리사들의 신부씨가 되어주지 않는고제?”

 

“하지만 묭! 그리고 란은….”

 

“묭이랑 같이 살려면 말도 잘 안통해서 답답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고제? 설령 말을 좀 할 수 있는 묭이 있어도, 맨날 묭의 누관검이야말로 최강이니 뭐니 패배를 인정하라느니 시비를 걸어와서 전혀 느긋할 수 없는고제? 란사마? 마리사 여태 살면서 란을 실제로 본적은 한번도 없는고제? 설령 있어도 첸이랑 결혼하지, 마리사랑 결혼을 하겠냐제??”

 

 

  파츄리야말로 마리사종 윳생의 한줄기 빛이 될 수밖에 없다는 예비도스의 논리적 설명에, 나는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뭘 골라도 꽝일 수밖에 없는 오답투성이의 결혼상대들 중, 유일하게 마리사를 느긋하게 해줄 수 있는 파츄리.

 

  하지만 설령 파츄리와 결혼한 마리사라 해도, 곧 그 느긋함으로 인해 도스가 된 다음에는 바로 그 파츄리 때문에 파멸을 맞을 수밖에 없다.

 

  마리사는, 느긋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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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닮은 자식을 살리려고 남편을 레이프하는 앨리스' 이미지는 이전에 본 창작글에서 따온 모습입니다.

 

아마 아르카나님 글이었나?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