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탱탱볼쿠리

by 몹딕 posted Sep 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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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얼굴을 한 큼지막한 만쥬라 할 수 있는 괴생물 윳쿠리.

 

  그 생명력은 실로 나약해, 조금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만 해도 곧바로 터져 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 윳쿠리들이 줄기에서 떨어지는 아기윳들을 받아내려 모자를 쓰거나 방석을 깔거나 둥지 침대를 만들어두거나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은가?

 

  다들 알다시피 만쥬란 밀이나 쌀가루 피 안에 특유의 소가 들어간, 빵에 가까운 음식이다. 당연히 그 형태는 딱딱하면서도 취약한 유리병이나 잔과 달리 말랑말랑하고 신축성이 있는 편이고, 어지간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정도로는 터지지 않는다. 그냥, 흙 묻은 만쥬가 될 뿐이다. 윳쿠리들이 터져 죽는 것처럼 만쥬를 터뜨리려면 사람이 꽤 힘을 줘서 일부러 집어던지거나 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쥬로 된 몸을 하고 있는 윳쿠리들이, 왜 만쥬와 달리 그렇게 쉽게 터져버리는 걸까? 그 원인을 찾으려면, 애초에 움직일 리가 없어야 할 만쥬 몸뚱이를 움직인다는 원동력-윳쿠리들의 믿음의 힘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발상을 검증하기 위해 나는 다수의 윳쿠리를 준비했다. 성윳부터 열매윳까지 골고루 분포된 보통 윳쿠리 30여 마리와 미숙윳 30여 마리다.

 

“윳윳, 모냐졔, 이 뉴규탸지 묘탼 햐랴벼믄? 병시닌가늘 마리쨔니므 셩슈로 깨끄치 해쥰댜졔.”

 

  마침 보통 윳쿠리들 중 게스끼가 강해보이는 한놈이 나한테 쫄래쫄래 다가와서 시시를 뿌리려고 하고 있다. 이녀석을 첫 실험대상으로 하기로 한다.

 

“윳윳! 마리쨔, 하뉴률 냘…느쁏!!”

 

  흔히 볼 수 있던 모습과 같이, 내 허리 높이까지 들어올려졌다 땅으로 놓아진 마리쨔는 곧바로 땅으로 떨어져 터져 죽었다. 그 모습을 본 일가 윳쿠리들이 비명을 지르며 날 성토한다.

 

“모하는고냐제!! 이 게스 하라버어어어어어엄!! 마리사님들을 똥닌간의 윳쿠리 플레이스로 안내하겠다고 데려온 것 아니냐제에에에!! 그런데 어째서 마리사님 닮은 귀여운 아가야를 죽이는고제!! 용서 못한다제!!”

 

“느꺄아아아아아아!! 데이부의 귀엽고도 귀여운 아가야가!! 윳살마 할아범은 당장 주거어어어어어어!!”

 

  다음으로 미숙 윳쿠리를 대상으로 실험해 보기로 한다. 내 예상대로라면, 윳쿠리들이 보통 만쥬와 달리 떨어지면 터져 죽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떨어지면 죽게 된다는 윳쿠리들 자신의 ‘믿음의 힘’이다. 그렇다면, 떨어지면 죽는단 기본적인 사고력도 없는 미숙윳을 대상으로 하면 어떨까?

 

“뉴삐, 뉴삐삣! 뉴삐삐삣!!”

 

  미숙윳답게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던 방금 마리쨔와 비슷한 크기의 윳쿠리를 하나 집어들어, 아까처럼 내 배꼽 정도 높이에서 떨어뜨린다. 그리고….

 

“뉴삣! 뉴삐삣!! 뉴삐삐삐…!”

 

  예상대로다! 떨어진 것 자체에 아픔을 느끼는 듯 미숙윳은 특유의 뉴삣거리는 비명을 질러대긴 했지만, 방금 마리쨔와 달리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저부를 꾸물거리며 기어다니는 걸로 봐서 저부 기능 자체에도 큰 문제가 없다. 이 정도로도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은 대충 증명된 것 같지만……그래도 확실한 쪽이 좋지. 기왕에 준비한 윳쿠리들은 다 쓰기로 하자.

 

“느늣? 무슨지시냐구 하라범!! 데이부의 귀엽고도 귀여운 아가야를 줄기씨로 되돌려…느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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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씀하신 바가 사실이라 해도….”

 

“안선생님, 이건 큰 기회입니다. 윳쿠리들이 너무 연약해서 쉽게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그동안 선생님같은 애호 오빠분들이 얼마나 많은 가슴아픈 일들을 겪으셨나요? 약간의 투자로 선생님들이 아끼시는 윳쿠리 종 자체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친 반복된 실험으로, 윳쿠리들이 떨어질 때 터져 죽게 하는 것이 그들 자신의 ‘믿음의 힘’이란 사실을 명확히 확인한 나는, 국내 애호 오빠들의 단체를 찾아왔다. 그렇다, 내 목적은 여기서 자금지원을 받아,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 새로운 윳쿠리 품종을 만들어내는 것. 이래뵈도 브리더로서는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는 몸인 만큼, 적절한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약간 소극적이던 애호단체 사람들도, 나의 열정적인 설득이 반복되자 결국 조심스레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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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한 야외 농구 코트. 지역 주민들이 모여 운동을 할 수 있게끔 준비된 장소인 이곳에,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들 모이신 것 같군요. 그럼, 제5회 토시아키배 윳쿠리 농구시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히얏하!! 윳쿠리 농구다!!” X10

 

“느느? 똥닌간들은 느긋이 그만두라제!! 마리사님을 그렇게 거칠게 들어올리면, 느긋할 수…느갸아아아아아악!!”

 

  모히칸 머리에 검은 가죽재킷을 입은 십여명의 사람들이 서로 팀을 나눠 농구경기를 시작한다. 이것만 해도 이색적인 모습이긴 하지만…평범한 농구경기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사용하는 공에 있다. 우리가 아는 붉은색에 검은 선이 그어진 농구공이 아닌, 윳쿠리 마리사가 공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느걋! 느붓! 느뷁! 느부규에에에에?!?!”

 

  한 모히칸이 능숙하게 윳쿠리 마리사를 땅에 튀기며 상대팀의 골대 가까이까지 다가가, 안쪽으로 파고들어 있던 다른 팀원에게 던져 넘긴다. 기다리고 있던 팀원이 능숙하게 마리사를 받아 골대로 던져 넣는다. 그 과정에서 수십번이나 땅에 튀기고 다시 높이 던져올려져 골대 아래로 떨어진 마리사가 크게 비명을 지르지만, 모히칸들은 거기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굉장히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다. 당연하다. 이 모히칸들, 이 지역 윳쿠리 학대 소모임 회원들이니까.

 

  오늘날 시판되는 대부분의 윳쿠리들이 속한 신품종 윳쿠리, ‘탱탱볼쿠리’.

 

  어째서 윳쿠리의 몸은 평범한 만쥬와 달리 그렇게 쉽게도 터져버리는가란 한 브리더의 의문에서 시작된 이 신품종은, 반복적인 영상 시청을 통해 ‘윳쿠리의 몸은 만쥬와 같다’ ‘만쥬는 그리 쉽게 터지는 물건이 아니다’란 인식이 머리에 단단히 박혀 있다. 따라서, 지금 이 모히칸들이 하는 것처럼 땅에 튀기고 던지고 해도 웬만해선 터지지 않는다. 비단 이러한 윳쿠리 농구 뿐만 아니라, 성장단계에 따라 크기가 다른 윳쿠리들을 이용한 여러 구기종목 바리에이션들이 이미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윳쿠리 축구, 윳쿠리 배구, 윳쿠리 골프(이쪽은 작은 크기로도 상당한 내구도를 요하기 때문에 보통 볼쿠리 중에서도 한층 피부가 두꺼운 아기 메이링종이 쓰인다) 등등. 오늘도 이 마리사 뿐만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백 수천여 마리의 윳쿠리들이 전국 방방곳곳에서 인간들의 운동을 위해 그 한몸을 바치고 있다. 심지어 유투브를 통해 외국까지도 속속 윳쿠리 구기종목들이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느갸아아아아아아! 그마안! 그마아아아아아안!! 이제 그마나라제! 주겨달라제! 바디자니믈 주겨달라제!!”

 

  이미 수백 번을 바닥에 튕겨지고 부딪쳐 몸 곳곳에 흙이 묻고 피부가 갈라져 엉망이 된 마리사가, 어린 윳쿠리처럼 엉엉 울며 큰 소리로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보통 사람에게라면 약간이나마 동정심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모히칸들에게 있어서 윳쿠리의 울부짖음은 기분이 좋아지는 천상의 음악일 뿐이다.

 

“역시 탱탱볼쿠리는 느긋할 수 있군요.”

 

“어휴, 그럼요. 옛날 같았으면 이런 거 상상도 못했죠. 몇 번 땅바닥에 튀기면 바로 터져버려서, 오렌지 쥬스건 뭐건 소용이 없었으니까.”

 

“정말, 이렇게 튼튼해지기 전엔 어떻게 학대를 해왔는지 참….”

 

“어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2세트 시작할까요?”

 

“햣-하!!”X10

 

“느, 느갸아아아아아악!!!”

 

 

 

  탱탱볼쿠리의 창조자인 나는, 오늘도 모히칸들이 신나게 윳쿠리를 학대하는 모습을 지나는 길에 본다.

 

  윳쿠리의 너무도 취약한 내구도와 생명력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던 탱탱볼쿠리.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오히려, 곳곳에서 죽지도 못한 채 신나게 학대받는 수만 마리의 윳쿠리들만을 만들어냈을 뿐이었다.

 

  탱탱볼쿠리를 환영하는 것은 비단 학대오빠들 뿐만이 아니다. 볼쿠리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신체를 만쥬와 동일시하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쉽게 터져 죽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측면으로도 생명력이 뛰어난 편이다. 즉 ‘만쥬가 으깨지거나 터질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들 역시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가공소의 출산라인에서도 기존 윳쿠리 품종에 비해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더 오래 산다고 각광받았다. 거기에 더해, 애완용으로 길러지다 버려진 탱탱볼쿠리들은 거리윳이나 들윳들에게까지 ‘윳쿠리는 쉽게 터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전파해 볼쿠리화 시키고 있는 상황. 이렇게 해서 한번 새로운 믿음으로 볼쿠리화 한 윳쿠리들은, 그 팥소를 물려줘 후손들까지 다 볼쿠리로 태어난다. 이미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윳쿠리의 80% 이상은 볼쿠리화 한 상황이라는 통계까지 제시되고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아함까지 들게 했던, 윳쿠리의 너무나 취약했던 생명력.

 

  하지만 그것은 저주라기보다도, 무력한 생물인 윳쿠리가 이 힘든 세상을 쉽게 떠날 수 있게 해주던, 신의 자비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