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6.20 15:06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63-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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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봄날의 오후

한 몸첨부 플랑이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그녀의 이름은 스파클

 

"헤헤, 오늘 저녁은 고기감자조림~♪"

"자네가 플라티나의 여동생인가?"

"네?"

 

스파클이 뒤를 돌아보니

글래머한 20대 여성처럼 보이는 체형에 포니테일 스타일의 약간 웨이브 진 금발

그리고 검은 망토를 걸친 인물이 있었다

 

"저... 누구세요?"

"아포칼립스. 아포라고 불러주면 좋겠군. 지금은 그런 명칭을 쓰고 있어서 말이야."

"안녕하세요 아포씨, 저는 스파클이예요."

"스파클인가... 좋은 이름이군."

"근데 무슨 일이시죠?"

"다시 묻는데 자네가 플라티나의 동생 맞지? 시로이 쿄우진의 집에 있는..."

"네, 맞아요! 언니야는 시로이 오빠야의 일을 도와주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같이 살아요."

"자네는 시로이 쿄우진이 어떠한 인물인지 아나?"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직접 보는 게 자네한테 좋겠군."

 

그리고 아포는 스파클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자의 집 지하엔 연구실이 있다. 그곳을 둘러보면 알거다."

"네? 오빠야의 집에 연구실이 있는 건 어떻게... 그, 그보다도 연구실엔 들어오지 말라고 언니야가 그랬는걸요?"

"그럼 남들 몰래 들어가도록. 모르고 지나쳐선 안되는 일이다."

 

자신이 할 말을 끝낸 아포는 골목길로 사라졌다.

 

"...에? 자, 잠깐만요!"

 

갑작스런 상황에 생각이 잠시 굳었던 스파클이 제정신을 차리고 아포를 따라가 보려고 뒷골목으로 가보았지만

이미 그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누구였던거지?"

 

그리고 시로이의 집에 돌아온 스파클

그녀는 자신이 사온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 스파클 돌아왔어?"

"언니야!"

"헤에~ 오늘은 고기감자구나?"

"응! 내가 맛있게 해줄게!"

"후훗, 기대되는걸? 참, 오늘은 주인이랑 가공소에 볼일이 있어서 잠시 갔다 올거야. 맛치도 나갈거니까 집 잘 보고있어?"

"응! 알았어!"

 

시로이와 맛치, 플라티나는 곧장 집을 나섰다

사온 물건들의 정리가 끝난 스파클은 지하실로 가는 문 앞에 서서 망설였다

 

"여기...지? 연구실이."

 

자신을 아포라고 밝혔던 인물

인간인지 윳쿠리인지 헷갈리는 그 인물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 시로이 오빠야의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모르고 지나쳐선 안되는 무언가가...

스파클은 조심스럽게 지하 연구실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우웅... 지하라 그런지 역시 어둡네. 불을 켜야겠다."

 

연구실의 중앙은 대단치 않았다. 적어도 스파클에겐.

방 한가운데의 큰 테이블

한쪽 모서리에 놓인 길다란 테이블과 컴퓨터, 그밖의 각종 기계들

은빛으로 빛나는 금속제의 도구들과 어려운 말들이 많은 서류들

 

"여기만으론 잘 모르겠네. 그 아포라는 분은 연구실에 있다고 했는데. 다른 방인가?"

 

스파클은 우선 계단에서 제일 가까운 위치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사료 가공실? 사료를 만드는 곳인가?"

 

그곳엔 전원이 꺼진 상태의 뭔가 복잡해보이는 기계들이 방 모서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면 바로 앞에 있는 기계는 분쇄기였다

그 분쇄기의 날엔 약간의 팥소가 지저분하게 묻어있었다

 

"여긴... 뭐지? 뭔가 되게 섬뜩한 느낌이야... 게다가 여기 묻은 팥소... 평범한 팥소같지도 않고."

 

스파클은 잘 모르지만 이곳은 수많은 실험체 윳쿠리들이 갈려나간 장소

그리고 그것으로 사료를 만드는 사료 가공실이다

몸첨부라곤 해도 윳쿠리인 스파클에겐 윳쿠리 특유의 윳쿠리의 죽음의 기운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여긴 기계밖에 없고... 다른 곳을 볼까?"

 

그 다음에 스파클이 향한 곳은 개체보관실이라고 쓰여있는 문앞이었다

스파클은 문앞에 적힌 방의 이름을 읽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들어갔다

그러자 스파클에겐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넓고 긴 그 방엔 문쪽이 투명한 상자형 케이지들이 층층이 쌓여있고

그 안을 수많은 윳쿠리들이 채우고 있었다

 

"이... 이건 대체...?"

 

성체 하나가 들어가면 충분한 크기의 케이지에 윳쿠리가 없는 곳이 없었다

종별 보관실이라 적힌 구역엔 한 종류의 윳쿠리들이 정렬되어 있었고

사회성 보관실이라 적힌 곳은 길다란 케이지 안에 가족을 이룬 윳쿠리들이 3~4가정 정도 모여있었다

장기 보관실엔 다양한 종류의 윳쿠리들이 번호순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보관실을 둘러보던 스파클에게 눈에 띈 레이무 종 한마리

 

"이, 이 아인...!"

 

그 레이무는 머리 윗부분이 잘려선 중추팥이 온전한 형태로 드러난 상태였다

그리고 케이지의 문엔 숫자를 바꿀 수 있는 팻말이 메모가 붙여진 채 있었다

<중추팥 노출상태 유지실험 173마리째-12일째>

 

"느, 느으..."

"이 아이 상처가 심해! 빨리 치료해줘야해...!"

 

하지만 케이지의 문은 열쇠로 잠겨 열리지 않았다

 

"어, 어떡하지? 잠겨있어... 열쇠를 찾아야 하나?"

 

그때 스파클에게 든 생각

 

"잠깐만... 여긴 오빠야의 연구실이지? 이 아인 메모를 봐선 이 상태로 5일이 지났고... 오빠야는 왜 이 상태로 방치한거지?"

 

위화감을 느낀 스파클은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떤 윳쿠리들은 느긋해 보이지만 어떤 윳쿠리들은 매우 우울한 상태다

어떤 윳쿠리들은 건강하고 어떤 윳쿠리들은 어떤 부상을 입기도 했다

어떤 윳쿠리들은 평온한 반면 어떤 윳쿠리들은 게스이거나 레이퍼이거나 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어떤 윳쿠리도 애완윳이거나 한 것 같지는 않다

이곳을 둘러보던 스파클은 더 안쪽의 방, 특수 보관실의 문을 열었다

그곳의 케이지는 이전의 방에 있던 케이지보다 확실히 차이가 났다

어떤 윳쿠리는 매우 태만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계가 돕고 있었다

어떤 윳쿠리는 숨만 붙을 정도의 환경만 제공되었다

어떤 윳쿠리는 안에서 온갖 폭력과 폭언을 듣고 있었다

어떤 윳쿠리는 곰팡이와 살고 있었다

그밖에도 별의 별 다양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윳쿠리들...

 

"이건..."

"스파클."

"!?"

 

스파클이 놀라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자신의 언니야, 플라티나가 어둡고 진지한 얼굴로 서있었다

 

"어, 언니야! 여긴... 이건 다 대체...!"

"스파클, 방으로 올라가."

"언니야! 다친 윳쿠리도 있어! 곰팡이가 생겼거나 기계에서 심한 소릴 듣고 있는 윳쿠리도 있고!"

"방으로 올라가라고 했어."

"언니야...!"

"스파클!"

"읏...!"

"...이따가 얘기하자. 올라가."

"...응."

 

플라티나는 스파클을 2층의 방으로 올려보내곤 연구실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연구실에 놓고 온 서류를 챙기고 연구실의 불을 끄면서 한탄했다

 

"...이것에 대해선 모른 채 살아줬으면 했는데."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플라티나는 스파클과 함께 지내는 2층의 방으로 올라갔다

스파클은 먼저 식사를 마치고 올라온 상태였다

 

"...스파클."

"언니야, 그건... 거긴 대체 뭐야...?"

"...네가 멋대로 연구실에 들어간 거, 주인한텐 아직 말 안했어."

"그래...?"

"하아... 너는 모르는 세계였으면 했어."

 

그리고 플라티나는 스파클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시로이 쿄우진이란 남자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고, 또 어떻게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도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자신이 해온 일들에 대해서도

그 남자가 스파클을 구해준 이유에 대해서도, 지금 준비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그런 거였어?"

"미안해. 하지만 이 잔혹한 세계를 너는 모른 채로 살아줬으면 했어."

"그럼... 오빠야는 사실 윳쿠리를 싫어하는거야?"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정반대야."

"에?"

"어쩌면 지금 세상의 인간들 중에서 그 남자만큼 윳쿠리를 동등한 존재로 보는 인간도 없을걸?"

"하, 하지만 오빠야는 윳쿠리들에게 심한 짓을 하고 있잖아!?"

"그 남자는 훨씬 옛날부터 동물들에게 비슷한 짓을 하고 있었어. 윳쿠리는 그 마지막 순서로 온 것일 뿐이지.

시로이 쿄우진. 그 남자는 무언가를 알아가는, 연구라는 행위를 좋아하다 못해 미친 인간이야. 그리고 그것을 위해선

수단방법 어느것도 가리지 않지. 윳쿠리에게 손대기 전엔 수많은 동물들을 죽여왔었고, 인간을 손댈 뻔하기도 했지.

그리고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자는 학대를 즐기는 게 아니야. 연구를 즐기는거지. 연구의 테마에 따라

윳쿠리에게 상냥해질 수도, 잔악해질 수도 있는 게 그 남자야. 이용해먹을 수 있는 건 다 이용해먹고.

엘리니카 중엔 그자 덕분에 목숨을 건져 새 삶을 사는 녀석들도 있어. 나도 널 구할 수 있었고.

그자는 연구를 하고 결과를 내지. 윳쿠리의 특징, 생태, 능력, 가능성 등. 그걸 어떻게 쓰는지는 별개의 일이야."

"그럼 그 연구의 결과를 윳쿠리에게 좋게 쓸 수도 있다는거야?"

"쓰는 사람에 따라선. 시로이 그 남자는 단지 윳쿠리를 연구해서 결과를 내는 걸 즐길 뿐이고."

 

스파클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혼란했던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근데 스파클, 왜 갑자기 연구실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거야?"

"아, 실은 오늘 만난 누군가가..."

 

스파클은 스스로를 아포칼립스라고 칭한 한 인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인물의 인상착의며, 말투, 그리고 그 인물이 연구실을 들어가서 봐야 한다고 했던 것도

아포칼립스, 아포의 인상착의와 말투, 그리고 스파클에게 한 말에서 무언가를 느낀 플라티나는 깜짝 놀랐다

 

"그, 그 아포라는 녀석, 혹시 몸첨부 도스이지 않았어!?"

"그건... 그렇게 생각 못할 것도 아니지만, 윳쿠리라기엔 모습이 너무 달라서..."

 

확실히 스파클의 설명으로썬 몸첨부 도스라고 확신하긴 힘들다

이미 윳쿠리 특유의 모습을 찾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파클도 윳쿠리인지 인간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특유의 말투나, 스파클에게 연구실을 보게 한 목적 등을 생각해보면 그 정체는 추측할 수 있다

플라티나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생, 스파클에게 접촉한 아포라는 인물이 그 몸첨부 도스임을 짐작했다

 

"중대사항이야. 빨리 보고해야겠어."

"저... 언니..."

 

아직 머릿속이 혼란한 스파클

플라티나는 방을 나서기 전에 스파클에게 다가가 꼬옥 껴안아주었다

 

"스파클, 서두르지 않아도 돼. 천천히 생각해서, 너의 진심이 담긴 답을 내려주렴. 난 언제나 네 편이란다."

"응... 고마워 언니야..."

 

그리고 플라티나는 방을 나와서 스파클이 아포와 접촉한 사실을 시로이에게 보고했다

스파클이 시로이의 연구실을 봐버린 건 빼놓고 말했지만 플라티나는 직감하고 있었다

그 몸첨부 도스의 말대로 스파클이 연구실을 본 것을 시로이가 모를 리 없다고

시로이 역시 플라티나의 보고에서 그것을 캐치했음에도 일부러 그 부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엘리니카를 집합시켜 그 몸첨부 도스의 인상착의에 대해 전파했을 뿐이다

 

"녀석은 이미 통상적으로 생각되는 윳쿠리의 모습을 버린 지 오래다. 모자도, 댕기머리도 버렸어. 그리고 아주 제대로

도쿄 안을 돌아다니고 있지. 대낮에도 활동할 정도면 겁을 상실한 게 아닌 이상 준비를 마쳤다는 거겠지.

오늘 밤에 너희들의 최종점검을 하겠다. 전투에 대비하도록."

 

그날 밤의 아포의 무리가 살고 있는 산꼭대기

아포는 그곳에서 한밤중에도 불빛이 반짝이는 도쿄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봄도 다 지나가는군."

"무리장, 준비 다 마쳤습니다묭."

 

봄의 기간동안, 아포의 무리는 다른 무리들이 번식과 놀이에 정신없을 때 무리의 이사로 정신없었다

자연적으로 생긴 새로운 동굴을 찾아내어 아포가 이전보다 향상된 능력으로 동굴을 개조하고

무리 전원이 협력해 저장고의 식량을 그곳으로 날라 이사한 것이다

성욕이 폭주할 여유따위 없었다. 거리가 윳쿠리 기준으론 꽤 멀었기에 다들 힘들고 바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덕분에 불필요한 수준으로 아기윳이 증식하는 위기를 피했다

다른 무리들은 벌써부터 증식한 아기윳을 챙기려다 무리가 먹이가 부족해져 아사하거나

양육을 포기하고 탈주 또는 살윳을 저지르는 부모 윳쿠리가 나오는 마당에 말이다

자신들은 그 위기를 피해가고, 다른 무리들의 실패사례를 보면서 무리는 또 한번 더 배움을 얻고 성장했다

동시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한 무리는 인간들의 눈을 한번 더 피해서 숨어살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이사에 불만을 가진 윳쿠리는 얼마나 되지?"

"있을 걸 전제로 하네요묭. 없습니다묭. 다들 이번 이사의 목적을 이해했으니까요묭."

"나도 준비를 마쳤다. 내일이면 녀석들과 함께 움직일거다."

"정말로 괜찮으십니까묭?"

"내 걱정은 말아라 사냥팀장. 그보단 너에게 준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무사히 복귀하는 것만 생각해."

"...알겠습니다묭."

"내일 일이 지나면 내 직위는 현 방위팀장에게 일임한다. 이미 말했지?"

"기억합니다묭."

"지금의 너희라면 잘 해낼거다. 내가 만족할 만큼의 제자들이니까."

 

폭풍전야의 밤이 지나가고 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를 마쳤다

내일 해가 뜨면 도쿄엔 한바탕의 폭풍이 불 것이다

그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는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

세상 속에서 사는 필멸자들은 그 폭풍을 맞이한 뒤에나 깨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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