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서 아포의 무리는 인근의 그 어떤 무리와도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세력이 되었다.
재능있다 여겨지는 윳쿠리는 통상종이든 희소종이든 포식종이든 가리지 않고 영입한다.
그리고 이번 겨울은 단 한마리의 사망윳없이 무리 모두가 생존했다.
기본적으로 원래의 절반은 줄어드는 다른 무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작년 가을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봄에 들어서자 그 규모를 더욱 키워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생존경쟁에서 뒤쳐진 포식종을 영입한 것은 사냥과 방위에 커다란 전력추가가 되었고
농경의 개념이 있는 유카종이나 물에 강한 니토리종 등
통상종과는 구별되는 능력이 있는 윳쿠리의 영입도 아포의 무리의 활동영역과 방향성을 넓혀주었다.
윳쿠리들의 교육도 성공적이어서 이젠 자신이 없어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며 무리는 생존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아포는 자신이 계획한 혁명을 위한 윳쿠리 무리의 성장
그 최종단계를 시작했다.
"아포, 정말 오늘은 순찰 안나가도 되는거냐제?"
"그래. 대신 여기 모인 다른 윳쿠리들처럼, 내 지시에 따르면 돼."
"알았다제. 내면에 집중이다제..."
윳쿠리를 이루는 세포의 구성물 중 하나. 테이크이솜이라 이름붙여진 이것은 윳쿠리의 어느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것은 바로 몸첨부화. 시로이 쿄우진이란 연구자는 이것을 인위적으로 촉진시켜
윳쿠리의 몸첨부화를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아포는 그 남자에게 받은 논문에서 이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스스로 몸첨부로 각성했다.
"내면에 정신을 집중해라.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의 소리를 들어라.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어라."
"스으읍, 하아아..."
"다른 생각들은 모두 잊고, 자신의 몸속을 이루는 팥소에만 집중해. 그들의 움직임을 느껴라."
"스읍, 하아아..."
"그렇게 호흡을 반복하다보면, 세포 속에서 유달리 반응을 크게 보이는 존재가 느껴질거다. 그 존재를 깨워라."
이것은 아포가 스스로의 힘으로 몸첨부로 각성했을 때 했던 일.
그리고 자신이 선별한 윳쿠리 몇마리에게 그것을 전수한다.
이윽고 아포의 앞에 모여 지시를 따르던 윳쿠리들이 폭발하듯 연기에 휩싸이더니...
"...제? 이, 이게 뭐냐제?"
"묘묭!? 요우무, 몸첨부씨가 됐다묭!?"
"굉장하다도~! 레미랴 커졌다도~!"
"뭔가 굉장히 도시파적인 느낌이예요!"
"아, 아포! 이것은...!"
"너희에게 가르친 것은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몸첨부가 되었던 방법. 난 너흴 내 혁명의 최전선으로 선택한거다."
아포의 무리 중 여섯마리의 윳쿠리가 몸첨부로 변화하였다.
방위팀장인 마리사, 사냥팀장인 요우무, 관리팀장 앨리스, 방위팀 소속 레미랴, 교육팀 소속 유카, 사냥팀 소속 첸
아포가 선택한 이 여섯마리는 혁명의 최중요 윳쿠리가 되었다.
이들 전원이 특출나게 뛰어난 건 아니다. 전투에 능한 것도 아니다.
레미랴와 첸은 무리 자체의 수준상승으로 전체 윳쿠리 평균보다는 높지만 무리 내에선 평균수준의 능력이다.
앨리스와 유카는 전투에 특화된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았다.
모두가 팀장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포가 이러한 선별을 한 것은
"몸첨부는 그나마 인간이 선호하는 형태의 윳쿠리다. 너희는 그 형태로 윳쿠리를 존중해주길 바란다는 선언을 해줘야겠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제?"
"내 혁명에 아군으로 포섭한 인간들 몇몇이 있다. 머지않아 그들을 이곳에 초대할거다. 그리고 어떠한 영상을 찍을거지.
그것은 인간들이 어느샌가 당연시하게 된 윳쿠리에 대한 학대에 대한 외침. 인간과 화합하고 싶다는 전언.
너희는 그 영상의 촬영에 그 모습으로 동참해줘야겠어. 그리고 앞으로 할 혁명을 도와줘야겠어."
"그러고 보니까 무리장은 자주 혁명이란 말을 입에 담았었네요."
"아포, 때가 되면 알려준다고 했었다제. 이젠 알려줄 수 있냐제?"
"그래. 너희에겐 알려주지. 앞으로 활동하려면 내 의중을 알아야 하니까. 단, 이것은 다른 이들에겐 발설하지 말 것!"
"비밀인거네! 첸은 알겠어!"
"아포의 비밀, 지켜준다묭!"
아포는 몸첨부가 된 여섯 윳쿠리를 가까이 모아 다른 윳쿠리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말했다.
"나의 목적은 윳쿠리라는 종족이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 서는 것. 인간과 윳쿠리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
인간도 윳쿠리를 학대하지 않고, 윳쿠리도 인간을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난 우선 너희의 수준을 성장시켰다.
이젠 우리가 인간들에게 말할 차례다. 우리를 더이상 학대하지 말아달라고. 우릴 너희 인간과 동등하게 대해달라고."
그것은 하나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일반적인 윳쿠리들에겐 이해가 안될 발언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인간 위에 올라선다 오해하는 윳쿠리도 있었을거다.
하지만 아포의 무리는 달랐다.
무리장인 아포칼립스는 몇번이고 인간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들의 강함을 깨닫게 하고, 그들의 높음을 인정했다.
그런 당사자가 자신들이 그들과 같은 반열에 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 것이다.
아포의 무리는 인간을 더이상 깔보지 않는다. 강하고, 사납고, 위험한 천적으로 여기는 게 당연해졌다.
그런데 그렇게 가르친 당사자가 윳쿠리가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 인간씨는 무시무시하다고 무리장이 그랬잖아요!?"
"인간씨들과 전쟁이라니, 무리다묭!"
"그, 그냥 지금처럼 조용히 사는 게 낫지 않냐제?"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감. 이 무리에게 이것은 상식이었다. 이런 반응도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포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설 수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이 혁명에 걸었으니까.
"전쟁한다는 게 아니다. 모든 혁명이 전쟁을 동반하진 않아. 우린 그들의 인식만 바꾸면 되는거야.
인간들은 윳쿠리를 지능이 낮으면서 오만하고 역겨운, 생물조차 아닌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학대하는 행위를
지극히 당연한 것 또는 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인간의 법은 인간이 아닌 동물도 다소 보호하지만
그 법의 대상에 윳쿠리는 존재하지 않아. 우린 인간이란 종족에게 동물로써도 보이지 않는거다.
우린 그들의 인식을 바꾸는거다. 우린 인간들이 여기는 것처럼 하등하지만은 않다고. 우리도 생명체라고.
그들이 더이상 윳쿠리에 대한 학대를 당연하다고 여기게 두어선 안된다! 이건 그것을 바꾸는 혁명이다!"
"느으... 그럼 어떻게 할거냐제?"
"우선 너흰 프로파간다에 출연할거다. 윳쿠리의 존중을 요청하는 영상을 찍어 인간들에게 보여주는거지.
그들이 그것에 신경을 쓰게끔 하는 것은 내 역할이다. 너흰 내가 지시하는 보조작업만 해주면 돼.
안심해라. 너희도, 그리고 무리의 구성원 누구도 희생되게 하지 않을거다."
아포의 이야기를 듣자 몸첨부가 된 윳쿠리들은 안심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단 한마리의 윳쿠리만 제외하면.
다른 다섯마리 몸첨부 윳쿠리들이 각자의 본래 임무를 수행하러 돌아갔을 때
방위팀장인 마리사만이 남아 아포를 불렀다. 마리사는 아직 안심하지 않았다. 하나의 불안을 품었기 때문에...
"아포. 물어볼 게 있다제."
"무슨 일이냐?"
"아포는 무리의 구성원 누구도 희생되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제."
"그랬지."
"...아포는 그 속에 포함되냐제?"
"...!"
이것만큼은 아포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무리장인 아포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역시 그런 거냐제?"
"미안하다..."
"아니다제. 아포의 결정이니 어쩔 수 없다제. 그래도... 이유만 말해달라제."
"이유라..."
아포칼립스는 구름 한점 없는, 봄기운을 머금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난 내 모든 것을 이 일에 걸었어. 이후의 일 따위 생각하지도 않았지. 세상이 나에게 허락한 마지막 기회인거야.
방위팀장. 넌 내가 이곳에 오기 전까진 이곳의 무리장이었지. 그리고 지금은 내가 믿고 맡길 정도로 훌륭히 성장했다.
만약... 의 일도 아니지. 혁명이 끝나거든, 나 대신 이 무리를 맡아줄 수 있겠나?"
아포는 몸첨부가 된 방위팀장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포의 체온을 느끼자 마리사는 눈물을 흘리며, 우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대답했다.
"그... 그러겠다제... 마리사... 열심히 하겠다제...! 아포의 빈자리... 아포가 안심할 만큼 메우겠다제...!"
"고마워, 마리사."
아포는 마리사를 조용히 품어주었다.
망토로 몸을 가려줘, 마리사가 맘 편히 울 수 있게 해주었다.
마리사는 여전히 소리를 죽였지만, 아포의 품에서 눈물이 마를 때까지 계속해서 울었다.
그날 밤, 무리가 모두 잠들었을 때에 아포는 혼자 산꼭대기에 올라가 눈앞에 펼쳐진 도쿄의 밤풍경을 보았다.
도시는 밤에도 찬란하게 빛나, 하늘의 별들이 땅으로 내려온 것만 같았다.
"윳쿠리로써의 나는 이미 죽었다. 이 모습을 취한, 그날에 말이지..."
시원한 밤바람이 아포를 지나갔다. 아포의 검은 망토는 바람을 타고 휘날린다.
"이것이, 내가 윳쿠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다. 세상이여, 비록 한낯 미물의 소원이지만 부디 이뤄주시길..."
아포는 다시금 각오를 다지고 산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