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이의 뒷뜰은 하나의 철물점이다.
아니, 더 나아가서 철 주조공장이다.
오랜기간 끝에 완성된 이곳은 현재의 시로이가 있게끔 해준 숨겨진 은인이다.
시로이가 독학으로 터득한 공업기술을 이곳에서 선보여
윳쿠리의 팥소세포를 분석하는 '성분분석기'도
알파의 의안인 '알파아이' 시리즈도
카이의 의수와 의족도
그리고 그밖에 각종 공구들이나 장난감들을 개조한 무기들도
전부 이곳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오늘도 시로이는 땀을 폭포수처럼 흘리며 잡동사니 철들을 녹여 그것을 제련하고 있다.
"우와아! 엄청 더워!"
"아아, 스파클이냐?"
"오빠야, 음료수 갖고왔어. 마시면서 해."
"일단 거기다 놔둬. 이거 끝마치고 마실게."
시로이는 시뻘건 쇳물을 조심스럽게 틀에 붓고 있었다.
한쪽 구석엔 아직 미완성 상태의, 겉면만 완성된 의족이 놓여 있었다.
"와아~! 오빠야! 이게 다 그거야? 카이 언니야의 다리?"
"그래. 아직 겉덮개만 만들었을 뿐이지만."
"굉장해~! 카이 언니야는 이걸로 걸어다니는구나~"
"앞으로 뼈대와 가동부품도 새로 만들고 출력도 높여야지. 무장도 추가하고."
그의 인맥을 활용하면 카이의 의수 의족 정도는 누군가에게 부탁해 만들어달라고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이는 인간이 아닌 윳쿠리. 신경연결의 방법이 인간과는 다르다.
게다가 이번에 만드는 것은 단지 튼튼한 팔다리로 그치지 않고 전투적인 기능을 추가할 예정인 하나의 무기.
그런 걸 아무에게나 쉽사리 부탁할 수 있을 리 없다.
결국 자급자족으로 해결할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로이는 그럴만한 지식과 자원이 있다는 것이다.
"푸하아~! 좀 살겠네. 달리 방법이 없어서 이러긴 하지만 웬만하면 주조작업은 손대기 싫단 말이지."
"그렇게 힘든 일이야?"
"힘든건 둘째치고 난 연구에 적성이 맞아서 말이지. 이런 노동하곤 영..."
"시로이씨. 들어가도 되겠나?"
마침 카이가 자신의 의수 의족의 진행상황을 보려고 찾아왔다.
망가진 왼쪽 의수는 임시로 뼈대만 있는 의수로 대체했다.
"아아, 카이. 마침 쉬던 참이야."
"아! 카이 언니야 왔어? 자, 언니야도 음료수!"
"고맙다, 스파클. 잘 마시도록 하지."
"에헤헤."
"시로이씨. 신경써주는 건 고맙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라고. 당신은 우리의 중심점이니까."
"무리하는 거 아냐. 너희에게 들은 녀석의 스펙을 생각하면, 지금의 무장으론 상대를 못해. 네 의수족도 업그레이드 해야해.
녀석은 도스 스파크라는 것을 발전시켜서 그것을 전신에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어. 이능력 배틀물의 인물마냥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기술들을 구사할 수 있다고. 녀석을 상대하려면 우리도 더 강해져야 하는거야."
"그것은 동의한다. 녀석을 막으려면 지금보다 더..."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녀석의 전력을 보고싶은거야 난. 대체 얼마나 강해진거야 크하하하!"
"...잠시 당신의 성향을 잊고 있었군.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
"가끔 오빠야는 엄청 즐겁게 웃는데 그게 조금 무서워보일 때가 있단말이야."
"그런 남자다, 시로이씨는."
시로이가 아포를 막는 건 둘째 문제.
그는 우선적으로 미지의 존재로 거듭난 그 도스의 전력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혁명의 클라이맥스도, 전투의 최고전력도.
자기 호기심만을 우선한, 지극히 이기적인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시로이 쿄우진이란 남자의 본질.
"그럼 슬슬 작업을 재개할까. 카이, 다른 애들은 어때?"
"다들 각자의 실력을 갈고 다듬는 데 여념이 없다. 나와 오메가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미지 트레이닝 중이지."
"그런가. 카이 너도 기대하라고? 새 의수와 의족은 멋진 물건일거야!"
한편으로 지하 2층 비밀연구실은 소란스럽다.
다들 언젠가 있을 그 몸첨부 도스와의 전투를 대비해 맹훈련을 하고있는 탓이다.
자리에 없는 윳쿠리들도 몇몇 있지만 그들도 각자의 방식대로 전투력을 상승시키고 있다.
"제타! 에타! 반응이 느리다해! 그래서 오메가와 카이를 꺾은 그 도스와 대치라도 할 수 있겠냐해!"
"태극권을 유X브로만 배운 파이한테 듣고싶지 않다냥!"
"이쪽은 도장에서 진짜로 배운 극진공수도다멍! 얕보지 말라멍!"
격투계통인 제타와 에타, 그리고 파이는 3인대련으로 실력을 가다듬고 있다.
또다른 한편에선 세타와 오미크론이 각자의 무기로 대련하고 있다. 일본도와 쌍단검의 대결이다.
"근데 정말 괜찮냐묭? 괜히 진검으로 대련하다 다치면 위험하지 않냐묭?"
"상대를 생각하면 이것도 부족합니다. 이번 상대는 그때의 야쿠자들하곤 차원이 다릅니다."
"어쨌든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묭."
"세타야말로 빈틈 보이지 마십시오!"
알파와 베타, 입실론은 인근 야산에서 사격훈련중이다.
날 수 있는 베타와 입실론이 표적을 들고 이리저리 숨어다니면
알파가 자신의 총으로 그것을 쏘아 맞추는 훈련이다.
물론 알파만 하는 것은 아니고 베타와 입실론도 차례를 번갈아가며 자신들 전용의 네일건으로 사격훈련을 한다.
연구실의 사격장만으로는 훈련강도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알파가 실전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고안한 것이다.
"역시 알파의 사격실력은 굉장하네요. 전부 백발백중이네요."
"아니다게라. 입실론, 이걸론 부족해게라. 봐봐라게라, 표적의 대부분이 정중앙에서 다소 엇나갔잖아게라?"
"알파가 너무 필중에 집착하는 거 아니냐제? 이정도면 잘한 거다제."
"그 카이와 오메가가 맥도 못추고 당했다게라. 베타, 우린 더 철저하게 강해지지 않으면 상대도 안될거다게라."
델타는 또다른 산에서 게스 윳쿠리 무리들을 섬멸하고 있다.
델타가 기생하듯 탑승하는 몸첨부 레이무의 시체, 델타포스의 개조가 끝나 그 테스트를 위해서이다.
시로이가 친히 개조한 새로운 델타포스는 평범한 몸첨부 레이무의 외형에서 벗어나
하나의 이족보행형 괴수처럼 변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델타의 탑승기체의 새 이름은
델타게리온.
델타는 델타게리온의 가슴부에 난 구멍에 자신을 집어넣고 델타게리온을 자신의 몸처럼 자유자재로 조종하면서
델타 특유의 능력인 부분 아스트론화 능력을 델타게리온에 적용시켜 철의 팔로 윳쿠리 무리들을 도륙하고 있다.
"능야아아아! 괴물이라구우우! 이쪽으로 오지 말라구웩!"
"느오! 굉장하다구! 새롭게 탄생한 델타게리온, 엄청 강하다구!"
지능이 높은 프사이와 뮤는 전략전술에 관한 서적들을 읽으면서 서로 앞으로의 전투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특히 프사이는 영어에도 능통하기에 시로이가 구해온 전술서적 영어원본을 읽으면서 전술을 배우고 있다.
"뮤, 그 몸첨부 도스가 있을만한 곳이 어디일까요?"
"도쿄 외부라고 한다면 추측도 못하겠지만, 도쿄 내로 한정한다면 가장 대충 수색했을 오메가의 수색범위 안이 아닐까?"
"그렇겠네요. 오메가는 직접적인 전투 외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지금은 녀석이 지금 어디 있는가보다 우리가 녀석과 어디서 싸우게 되고, 어떻게 싸워야할까가 중요하겠지."
"그 말이 맞네요. 혁명이 목적이라면 역시 제 1 가공소를 노릴까요?"
"가능성은 높지만, 가공소만 무너뜨려봐야 소용없는 걸 녀석도 알거라고 봐. 더 인간들의 시선이 집중될 곳은?"
"번화한 상점가라던가, 출근시간의 도로라던가, 아니면 커다란 광고용 텔레비전이 있는..."
"그런 곳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녀석은 인간사회의 윳쿠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목적일거야."
"주인님도 그렇게 예상했으니까요. 역시 어떠한 선전을 하려고 하겠죠?"
그렇게 프사이와 뮤는 그 몸첨부 도스가 혁명을 일으킬 장소를 추측해 선정하고 있다.
그리고 시로이의 집 앞마당에선 플라티나가 오메가의 재활치료를 겸해 대련상대를 해주고 있다.
"팔을 안쓰려니 영 불편하네. 그래도 역시 싸움은 재밌어! 크캬캬캬!"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네 팥소는 다른 윳쿠리들과는 성질이 달라서 회복이 느리다고 하니까."
"니 전투실력이나 신경쓰지? 연구 조수만 하느라 약골이 된거냐? 다리 하나만으로 상대해도 여유잖아?"
"시끄러워! 다 너처럼 전투광인 줄 알아?"
제법 몸이 날래 전력으로 움직이면 잔상이 보일 정도의 스피드를 낼 수 있는 플라티나이지만
한쪽 발만으로 공격과 방어를 전부 해내고 있는 오메가하고는 비등비등한 정도이다.
"니 전력으론 내 다리 하나도 이기질 못하는데, 이래서 녀석을 이길 수나 있겠어?"
"어차피 나 혼자 싸우는 것도 아니잖아! 다같이 협력해서 쓰러트리면 되는데...!"
미친듯이 웃으며 즐거워하던 오메가는 들어올렸던 발을 땅에 붙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협력? 안일한 생각을 하는군."
"뭐라고?"
"숫자만 많아서 뭐가 되지? 질이 떨어지는 놈들이 많아봐야 아무것도 못해. 윳쿠리가 아무리 많아봐야 지금의 나 혼자로도
녀석들을 단숨에 쓸어버릴 수 있다고. 협력이란 것이 성립하려면 우선 개인부터가 충분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지금 수준의 우리로썬 녀석이 각개격파하는 것만으로 숫적우위는 상실된다고."
"그, 그건..."
"넌 그딴 실력으로 녀석한테서 니 동생을 지킬 수 있겠어?"
"...!"
"놈은 윳쿠리라는 종족의 지위상승을 원하지만 모든 윳쿠리에게 다 인자한 놈은 아니라고. 쓸모없거나 방해되면 공격하지.
나도 윳쿠리인데 녀석은 내 다릴 날려버리고 팔을 벌집으로 만들었잖아? 니 동생도 그렇게 되지 않을거란 보장이 있어?"
"크...윽!"
"놈과 싸우면서 느낀건데, 녀석은 시로이와 본질이 같아. 목적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한다고. 취하는 방법만 다를 뿐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자신이 약하면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도 지키지 못한다. 약한 놈은 강자의 자비에만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마냥 정신나간 전투광인 줄로만 알았는데, 덕분에 정신 좀 차렸다. 진심으로 덤벼보도록 하지."
"그래야지! 내가 재미를 느낄 정도로 제대로 해보라고! 크하하하핫!"
그리고 시작된 2라운드는 한층 격렬해져 그 소리가 뒷뜰의 공방에도 들릴 정도였다.
"우와아... 엄청난 소리. 언니야 괜찮을까?"
"으음... 오메가가 너무 심하게 하진 말아야 할텐데..."
"뭐, 잘 될거야."
"시로이씨.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건가?"
"소리에서 들려오는 묵직함이 다르잖아? 둘 다 진심으로 임했다는 거야. 분명 멋진 성과를 내겠지."
시로이는 망치를 집어들었다.
"그러니, 나도 내 기대에 들만한 멋들어진 성과를 내야지!"
그리고 모루에 놓여진 붉게 달궈진 쇳덩이를 내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