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6.05 13:56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57-

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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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하얗게 물들였던 눈들이 서서히 녹아가고

차가웠던 바람도 서서히 따뜻해진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다가온다.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수많은 윳쿠리들이 봄이 다가왔음을 기뻐하며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아마, 단 하나의 무리만 빼고.

 

"묭? 무리장. 어째서 아직 나가면 안되는거냐묭?"

"그렇다제? 눈씨는 전부 녹아서 사라졌다제?"

"그래. 눈은 사라졌지. 하지만 겨울이 지나간 건 아니야."

"느?"

 

마리사종의 모자와 같은 재질의, 후드모자가 달린 검은 망토를 걸친 몸첨부 도스, 아포칼립스는

눈이 녹았음을 확인했음에도 무리의 월동상태를 지속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겨울이 언제나 눈으로 뒤덮여있는 건 아니야. 그렇지 않을 때도 많지. 특히 지금같은 겨울이 지나가는 시기는

눈은 확실히 녹아 없어지지만 공기까지 봄의 온도를 품고있진 않아. 지나가고 있을 뿐, 아직은 겨울이다."

 

그렇다. 겨울이 끝난 건 아니다.

눈은 녹았고 공기는 덜 차가워졌지만 아직 겨울이 지나간 것은 아니다.

눈이 사라진 것만을 보고 겨울이 지나갔다고 여긴 수많은 윳쿠리들이

멋도 모르고 밖에 나갔다가 아직 차가운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야외에서 얼어죽는다.

그리고 그 반면교사는 아포의 무리 눈앞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포는 동굴의 문 역할을 하는 나뭇가지를 엮고 잎으로 덮은 덮개를 살짝 열고 바깥을 보았다.

 

"저것 좀 봐라.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하고 나서, 우리의 이전 보금자리에 자리잡은 떠돌이 윳쿠리들이다."

"늣! 저, 저건...!"

"다들 죽어있다구요!"

 

아포와 그 무리가 목격한 광경은 무리장을 제외한 모두가 예상치 못한 심히 놀랍고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이전의 보금자리에 노숙하던 떠돌이 윳쿠리들.

눈이 녹았음을 확인하고 신나게 밖에서 뛰어놀던 윳쿠리들.

그들 모두가 죽어서 딱딱하게 굳어 그 자리에 그저 남아있을 뿐이었다.

 

"공기가 찬 것을 느껴봐라. 저들은 겨울의 찬 바람을 오래 맞고 체온을 유지하지 못해 죽은거다."

"느으... 왜 아포가 나가지 말라고 했는지 알겠다제."

"당분간은 계속 월동태세다. 바깥이 좀 더 따뜻해졌을 때 나가도록 하지."

 

1주일 뒤, 아포의 월동명령은 철회되었고 드디어 아포의 무리는 바깥의 공기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느으으...! 역시 바깥은 좋다제! 기분좋다제!"

"첫날부터 만끽하는 상쾌함을 망쳐서 미안하지만, 무리 전체의 교육을 실시하겠다."

"느? 무리 전체의 교육?"

"멀리 갈 것 없다. 바로 코앞의, 우리의 이전 보금자리다."

 

눈앞에 있는 것은 아포의 무리의 이전 보금자리.

윳쿠리들 기준으로 넓은 공터와 한가운데 자리한 그루터기, 주변의 나무들은 윳쿠리가 살기 좋게 뿌리에 큰 틈이 나있다.

아포의 무리가 지금의 동굴로 이사한 이후, 뒤늦게 월동에 나선 떠돌이 야생윳들이 이곳을 보금자리로 선택한 것이다.

윳쿠리 플레이스로썬 완벽했다. 아무렴, 이미 한 무리의 보금자리였었으니 지형적인 조건은 충분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월동을 한 윳쿠리들은, 단 하나의 가족을 제외하고 전멸한 상태다.

뭐, 그 가족도 멀쩡하진 않지만.

 

"제에에에에! 어째서 마리사는 이렇게 불행하냐제에에에!"

"아가야들 미안하다구? 하지만 레이무가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구?"

 

아포가 보아하니, 이들은 비축해둔 먹이가 부족해지자 자기 새끼들을 먹어서 연명한 모양이다.

아포는 잠시 신세한탄만 하는 이 두 윳쿠리는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무리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변을 봐라. 이곳은 우리가 이전에 보금자리로써 사용했던 곳이다. 지형적으론 문제없는 곳이지. 근데 왜 다들 죽었을까?"

"묘묭, 일단 밖에서 죽은 윳쿠리들은 얼어죽은 게 맞다묭. 저번에 봤을때의 그 윳쿠리들이다묭."

"그러면 안에서 죽은 윳쿠리들은 어떻게 된걸까요? 다들 도시파적이지 않은 최후를 맞이했어요."

"관리팀장. 너라면 확실히 볼 수 있을텐데? 그들의 사망원인을."

"네? 그러니까... 아! 보금자리에 먹이씨가 없어요!"

"그래. 안에서 죽은 이들은 굶어죽은거다. 하지만 아사라는 결과는 월동실패의 흔한 결말이지. 중요한 건 과정이다."

"보니까 보금자리마다 장식씨의 갯수가 다르다구? 어딘가는 아가야가 잔뜩이었던 모양이라구?"

 

아포는 무리를 향해 몸을 돌려 그들의 교육을 이어갔다.

 

"그래. 안에서 죽은 녀석들은 결국 굶어죽은거다. 하지만 왜? 윳쿠리만으론 그것을 알 수 없지만 인간들은 그것을 알지.

그들은 이러한 이유들을 찾아냈다. 첫째, 비축한 먹이가 처음부터 부족했다. 우리가 왜 이만한 규모의 무리임에도

단 한마리의 윳쿠리의 사망없이 월동을 성공적으로 보냈는지 아나? 대량의 먹이를 비축해 조금씩 소모했기 때문이다.

우린 그것을 위해 다른 무리들보다 일찍 먹이를 비축했고, 그것을 한곳에 모아 철저히 관리했다. 이들은 아니다.

겨울이 거의 다가와서야 먹이를 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3개월이란 시간을 버티기엔 턱없이 모자른 먹이의 양이다.

처음부터 월동을 성공할 수 없었던거다. 둘째, 먹이의 소모량이 늘어났다. 이것의 원인은 몇가지 있지. 먹이가 많다는

눈앞의 상태만 믿고 그것이 지속될거란 착각속에서 과도하게 먹어버린거다. 당연히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동나지.

관리팀장! 질문이다! 왜 먹이를 잔뜩 구했음에도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바닥난건가!"

"도시파적으로 답할 수 있어요! 아무리 잔뜩이어도, 무한한 건 아니니까요! 많이 먹으면 그만큼 빨리 사라져요!"

 

아포의 갑작스런 질문에도 관리팀장인 앨리스는 당황하는 기색없이 즉시 정답을 얘기했다.

겨울동안 무리에게 천천히 이루어진, 아포의 교육의 산물이다. 이들은 이제 다른 윳쿠리들보다 확실히 지혜롭다.

 

"그거다! 잔뜩은 무한이 아니다! 모든 것은 한도와 한계가 있다! 우린 그것을 경계하며 조금씩 먹었기에 지금도 먹이가

한가득 남아있는 것이고, 저들은 눈앞의 가득한 양만을 맹신하며 식욕을 절제하지 못해 최종적으론 굶어죽은거다!

식욕뿐인가? 색욕도 마찬가지다! 먹이가 가득함을 맹신하고 성욕을 폭주시켜 자식을 늘린 결과, 먹는 입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수가 늘어난 만큼 먹는 양을 줄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가야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며 소비를 더 촉진시킨다!

그것은 식욕만을 폭주시킨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축된 먹이를 소모시키고, 더 빠른 자멸로 인도한다!

너희가 지난 가을 힘들게 뛰어다니며 먹이를 구하고 식욕과 색욕을 억누르며 조금씩만 소비한 결과, 우린 저들과 달리

이렇게! 지금도 살아있는거다! 그러니 기뻐해라! 너희가 살아있음을! 너희 모두가 지혜롭게 살아남았음을!"

 

이론은 이미 겨울 중에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아포가 지금 다시금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윳쿠리가 이해력이 낮은 것도 있지만 더더욱 중요한 이유가 한가지.

인간도 그러하지만 한번 굳어진 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태어나기 전부터 자아가 발달하는 윳쿠리는 더더욱.

말로는 주구장창 설명했지만 무리 모두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납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말을 몸에 새겨넣는 것은 경험. 아포 자신이 이야기한 것들을 지금 월동을 실패한 윳쿠리들의 시체를 보여주며

반면교사로써 삼게끔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설명하면서 자신의 무리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생존을 위해 행해야 하는 것들을. 발전을 위해 취해야 하는 것들을. 지혜라는 것을.

 

"느오오오오!"

"레이무는 살아있다구!"

"마리사도 살아있다제!"

"첸은 살아있다냐!"

"무큐우우우!"

 

아포의 무리가 포효한다.

자신들의 생존에 기뻐하며.

물론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개중엔 자신들이 무참히 죽은 다른 패배윳보다 우월하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게스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포는 지금은 넘어간다. 그것으로도 괜찮다.

지식의 달콤함을, 지혜의 아름다움을, 생존의 쾌감을 상기시킨다.

느긋함이라는 변명 아래 나태하기만 했던 생태를 뒤집는다.

무지함에서 나온 오만을 뿌리뽑고 생존능력이라는 진정한 힘을 얻는 기쁨을 깨우쳐준다.

그것만으로도 윳쿠리라는 생물은 한발짝 더 진보할 것이다.

 

"이제 이녀석들을 만날 차례인가."

"마리사가 아가야들을 잃은 슬픔에 빠져있는데 시끄럽다고 했지 않냐제!"

"뿌꾸욱! 비극의 히로인인 레이무를 달래주지 않는 게스들을 레이무의 뿌꾹!으로 죽어버려!"

 

아포가 무리를 상대로 연설을 하는 동안 어설픈 월동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두 윳쿠리는

자신들이 비통한 와중에 시끄럽게 떠들고 소리지르고 웃는 아포와 그 무리가 거슬렸던 모양이다.

아마 몇번이고 시끄럽다고 항의했겠지만 아포조차도 연설에 집중하느라 듣지 못했다. 완전히 무시당한 것이다.

 

"하는 꼴을 보아하니 무리에 편입시킬 가치는 없겠군."

"레이무는 아가야들을 잃은 비극의 히로인씨라구! 당장 레이무를 떠받들고 달콤달콤씨를 바치면 용서해 줄 수도 있다구?"

"비극이라면 자식을 잡아먹으면서까지 살아남은 비극이라는거냐."

"그렇다제! 하지만 아가야들을 마리사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한 거다제!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효심이냐제!"

 

아포는 몸을 숙여 이 윳쿠리들이 기어나온 보금자리를 살펴보았다.

희생은 헛소리요, 효심은 개뿔이다.

바닥에 흩어진 팥소의 흔적이 잡아먹힌 아기윳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쳤음을 말해준다.

 

"묻지. 너흰 지난 가을동안 무엇을 했지?"

"느? 그야 당연히 느긋하게 있었던 게 당연하잖냐제!"

"먹이는 얼마나 비축한거지?"

"잔뜩이라구! 겨울씨는 느긋하지 못하니까 당연하잖아? 바보인거야?"

"월동 전엔 자식이 있었나?"

"비극적이게도 없었다제! 이 얼마나 가련하냐제!"

"겨울동안 낳은 자식들은?"

"잔뜩이라구! 전부 사랑스런 아가야들이었다구!"

"그리고 너흰 그 아가야들을 먹으며 연명했다는 거로군."

"느늣! 그렇다구! 이 얼마나 비극적인 이야기지 않냐구?"

 

아포는 몸을 일으키고, 뒤를 돌아 이 윳쿠리 부부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잡아먹을 자식이었으면 처음부터 낳지 않았으면 되지 않았나. 겨울이 두려우면 더 일찍 준비하지 그랬나.

나의 무리는 그렇게 했다. 너희보다 더 일찍 준비를 시작해서, 너희보다 더 철저하게 억제하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 결과, 이렇게 모두 살아남았지. 너희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환호할 수 있는거다.

책임도 각오도 없이 생존되기를 바라는거냐.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얻기만을 바라는거냐 어리석은 자들아."

"지금 뭐라고 했냐제!? 마리사님보고 어리석다고 했냐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이무가 어리석을 리 없잖아 이 쓰레기야!"

"무리 전원에게 묻는다! 세상은 누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가!"

 

그러자 아포의 무리 전원이, 아이도 어른도 가리지 않고, 종도 역할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한입으로 이렇게 외쳤다.

 

""세상은 그 누구도 중심으로 두지 않는다! 세상 그 자체가 중심이고 우리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낸다!""

 

그 외침에 담긴 확신은 그 외침이 산 전체에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 무리에게 이 말은, 이 생각은, 한치의 의심도 섞이지 않은 하나의 진리이다.

 

"그런거다. 너희의 패인은 단 하나. 세상을 거역한거다. 세상은 모든것의 중심이다. 그것을 거스르는 자는 세상이 멸한다.

그것이 설령 당장이 아닐지라도 세상은 반드시 자신을 거스른 자에게 천벌을 내리지. 그럼 너희가 무엇을 거역했느냐.

노력하지 않은거다. 세상은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자에게만 생존의 권리를 준다. 너희는 어땠지? 그저 가만히 있었지.

세상이 저절로 너희를 생존시키고 번영시켜주리라 믿으면서 말이지. 그 인식 자체가 너희가 세상을 거역한 증거다."

"그, 그럴리가 없다구? 세상은 레이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지 않냐구?"

"그럼 왜 너희에게 느긋하지 못한 겨울이 존재하지? 왜 세상은 너희가 굶고 자식을 잡아먹는 비극을 방관하지?

당연한거다! 세상은 그 어느 누구도 중심으로 두지 않는다! 세상 그 자체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윳쿠리도, 동물도, 식물도,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종족인 인간마저도 세상의 중심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세상이 정한 세상의 법칙에 따라 살아남기 위해 온힘을 쏟으며 노력한다! 모두가 그렇게 생존한다!

세상은 결코 가만히 있는 자에게 무언가를 주지 않는다!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극을 맞이한거다!

너희는 건방지게도 감히 세상을 제치고 중심을 차지하려 했기에 이런 비참한 꼴이 된거다!"

"웃기지 말라제에에에!"

 

볼품없는 몰골의 마리사가 현실을 부정하면서, 울부짖으면서 아포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세상 그 자체가 중심이며 자신이 그것을 거역했기에 지금의 비극에 이르렀다는

진짜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방위팀!"

 

아포의 짧은 호령에 방위팀은 재빨리 무기를 물고 아포에게 돌진하는 윳쿠리 마리사를 찔러 제압했다.

서너개의 뾰족한 창이 마리사의 몸을 관통했다.

 

"느에에에에!"

"나에게 저항해서 뭐가 변하지? 현실을 부정해서 뭐가 나아지지? 헛수고다. 무의미하다. 세상은 형태따위 없으니까."

"느아아아! 레이무의 멋진 마리사가아아아!

"형태가 없는 것에 무력으로 저항해봐야 무슨 의미지? 넌 싸울 대상을 착각했어. 너 자신의 나태함과 싸웠어야 했다."

"느게에..."

"마음가짐을 고치려고만 했다면 아포가 받아줬을텐데, 멍청한 녀석이다제."

"이젠 너도 내 생각을 많이 파악하는구나 방위팀장."

"아포의 가르침 덕분이다제."

"넌 어떻게 할거냐. 패배자 레이무."

"패, 패배자라구!?"

"월동이라는 생존경쟁에서 실패한 패배자이지않나. 우린 구태여 널 죽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마리사처럼

너도 우리에게 덤벼들겠다면 우린 우리의 생존을 위해 널 제거할 뿐이다. 자, 어쩔거지?"

"흐, 흥! 레이무에겐 비장의 수가 있다구! 이거라면 아무도 레이무를 해칠 수가 없다구?"

"호오? 그게 뭔데?"

"뿌꾸욱! 아스트론!"

 

형편없는 이 패배자 레이무는 최후의 발악이랍시고 뿌꾹을 한 상태에서 아스트론을 했다.

아포가 쇳덩어리가 된 레이무에 손을 대고 손에서 초음파를 발산해 그 속을 살펴봤다.

 

"어리석은 자의 어리석은 선택이로군. 일말의 팥소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쇠로 만들면 돌아올 수 없을 터..."

 

아포는 이제는 단지 윳쿠리의 형상을 한 쇳덩이를 들어 공터 한가운데의 그루터기에 올려놓았다.

얼굴부분을 무리의 동굴 입구를 향하게 두고, 그루터기에 이렇게 새겨넣었다.

 

[세상을 거역하고 현실을 부정한 자의 최후]

 

"두고두고 좋은 반면교사가 되겠군. 일종의 기념으로 두지. 너희도 앞으로 이녀석을 보면서 상기하도록."

"나태와 외면이라는, 세상을 거역하는 행위를 한 자의 최후... 라는거다제."

"그래. 우리는 이런 꼴사나운 최후는 맞이하지 말자고."

 

산에 사는 윳쿠리들은 많다.

이번 월동에도 당연하다시피 많은 윳쿠리들이 월동을 실패하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하나의 일상이 된 이 악순환의 원인은 월동을 실패한 윳쿠리는 살아남지 못하고

그 흔적조차도 남기지 못해 다른 윳쿠리들의 반면교사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무리만이 그 어떠한 사망자 없이 겨울을 이겨냈으며

그 성공의 지혜는 대대손손 계승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무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 강함은 힘이 아닌 지혜라고.

  • ?
    RLAWNGUS 2017.06.05 17:29
    선추합니다
  • profile
    십권검 2017.06.05 21:17
    저도 이렇게 글을 잘 쓰고 싶네요. 스토리는 무지막한데.......
  • ?
    LIM0301 2017.06.05 21:25
    와...
    보면 볼수록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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