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6.01 10:57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56-

mad
조회 수 139 추천 수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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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이의 집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원인은 몸첨부 도스의 계산 밖의 출현.

그 도스가 한겨울에 도쿄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 도스가 도쿄를 떠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한겨울에 먼 지역에서 일부러 도쿄까지 찾아오진 않을테니까. 또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 그만한 시간을 감수했거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로이 산하의 윳쿠리 중 전투라는 행위에 특화된 윳쿠리 집단, 엘리니카.

그중에서도 신체능력과 무투에선 최상급인 카이와 오메가가 철저하게 당하고 온 것이었다.

그에 대해서 지하 연구실에서 회의중인 시로이와 플라티나, 알파, 카이였다.

 

"오히려 그녀석이 일부러 살려보냈다고 봐야지. 충분히 너흴 죽일 힘이 있었어."

"죄송합니다, 시로이씨. 제가 부족한 탓에 이런 결례를..."

"아니, 내 잘못이지. 녀석이 어디까지 강해졌는지 생각해보긴 했지만 이정도로 강할거라곤 생각 못했어. 몸첨부와 도스의

수준을 벗어나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했던게 물렀던거지."

"앞으로 어떻게 합니까게라? 다시 녀석의 추적을 시작합니까게라?"

"해봐야 소용없을거야. 우선 녀석은 강해. 그리고 한번 들켰으니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거야. 무리해서 추적해봐야 의미없어.

무엇보다, 난 녀석이 일으키는 혁명을 보고싶다. 지금 녀석을 들쑤셔선 그걸 볼 수가 없어."

"마지막 이유는 주인다운 이유네. 경과는 안봐도 괜찮은거야?"

"볼 수가 없게 되었잖아? 녀석을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이젠 녀석의 혁명을 볼 수 없게 만드는 행위가 되니까."

"상대의 전력(全力)을 보기 위해 감시에 의한 한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겁니까게라?"

"그런 셈이지."

"그럼 우선 카이와 오메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훈련계획을 다시 짜도록 하겠습니다게라."

"저 역시 조금이라도 더 단련하도록 하겠습니다. 팔 하나 없어졌다고 훈련을 쉴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이때, 2층의 스파클의 방에서 회복중이던 오메가가 스파클의 부축을 받고 연구실로 찾아왔다.

 

"스파클! 언니가 연구실은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니?"

"미, 미안해 언니... 하지만 오메가가 어떻게든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해서..."

"흐음, 오메가가 이야기란 걸 청하는 건 처음인 것 같군. 싸움만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시로이."

"응?"

"잠깐 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오메가는 평소답지 않게 상당히 진지했다.

그 진지함에 답하듯 시로이는 나머지 윳쿠리들을 1층으로 올려보냈다.

그렇게 연구실엔 시로이와 오메가, 단 둘만이 남았다.

 

"녀석이 나에게 묻더군. 왜 당신을 따르냐고."

"호오, 그런 질문을? 너는 뭐라고 답했지?"

"그냥 뭐, 따른다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즐거움을 주니까 동조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했어."

"하긴 넌 그런 스타일이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들어주지. 전부 이야기해봐."

 

오메가는 우선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했다.

어떤 한 무리를 이끄는 '무녀'라는 역할을 맡은 무리장 레이무의 맞딸로 태어나

다른 윳쿠리들과는 달리 느긋하게 놀지 못하고 열심히 무리를 이끄는 법에 대해 공부했으며

어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어떤 전투와, 그때 느낀 감정, 이후에 자신이 새 무녀가 되었던 일

그리고 무녀가 되면서 겪은 일들과 그에 대한 기분, 감정, 생각들 모두를.

최종적으론 자신이 어떠한 괴물이 되었는지를.

 

"...그리고 그렇게 떠돌다가 만난게 당신이었어, 시로이 쿄우진."

"......"

"당신은 나에게 즐거움을 줬어. 내 욕망의 갈증을 해소시켜줬어. 그리고..."

"......"

"날 고독에서 해방시켜줬어."

 

오메가는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난 동족을 혐오하게 되었고, 내 원초적인 파괴욕만 쫓아 살게 되었어. 당장엔 즐거웠지만, 점점 슬프고 외로워졌지.

내가 인간이란 종족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당신은 그 어떤 인간들하곤 달랐고, 그래서 내게 필요한 것들을 줬어.

이곳에 오면서 난, 혐오감이 들지 않는 동족을 만났고, 당신이 주는 즐거움들을 만끽하면서 살아왔어. 행복했어."

"그러냐..."

"어쩌면 녀석은 다른 녀석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질지 몰라. 왜 당신을 따르냐고. 진심으로 궁금해하던 것 같더군.

다들 어떤 대답을 할까? 어떤 녀석들은 당신한테 구원받았고, 어떤 녀석들은 당신의 고통스런 실험으로 탄생했고.

어쩌면 당신을 배신하는 녀석이 나올지도 몰라. 그땐 당신은 어떻게 할거야?"

 

오메가는 이전에는 한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평소의 전투광의 눈빛이 아닌 진지함이 담긴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시로이는 그 눈빛을 마주보고,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모르겠다 그건."

"뭐?"

"왜냐하면 그건 나도 생각해본 적 없거든. 하지만 녀석들이 배신한다는 것이 내 실험에 방해되는 걸까?

난 날 배신한 윳쿠리 조수들을 셋이나 죽여본 적이 있어. 하지만 조수 하나를 붙잡기 위해 야쿠자를 치기도 했지.

옛날엔 날 배신한다는 게 곧 실험을 방해한다고만 여겼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고.

배신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도, 경험과 정신상태에 의한 결정이니까 그런 결과가 나와도 하나의 실험결과겠지.

그러니 난 이렇게만 말해줄 수 있을 뿐이지. 너흰 너희 좋을대로 해라. 난 나 좋을대로 할테니까."

"...그게 당신의 대답이야? 시로이 쿄우진."

"그 도스의 혁명과는 별개의 문제야. 지금의 난 너희가 날 등진대도 받아들일 수가 있어."

"리더란건, 따르는 자들을 힘으로 붙잡는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한때 한 무리의 리더였던 자의 생각답군. 아니, 지금 이건 너한텐 실례일려나?"

"아냐 괜찮아. 크게 개의치 않아. 뭐, 덕분에 나도 생각이 개운해졌어."

"그러냐? 그럼, 지금의 넌 스스로에게 무슨 대답을 내렸는데?"

 

오메가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연구실을 나서다가 뒤돌아 시로이를 쳐다보며 답했다.

 

"당신하고 있는게 즐겁고 행복하니까 당신 밑에 있는거야. 당신 덕분에 처음으로 느긋해질 수 있었어. 고마워, 주인."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오메가가 연구실을 나가고, 시로이는 홀로 남아 생각에 잠겼다.

 

"왜 날 따르느냐 묻는다라... 도스 너다운 의문이면서도 어리석은 질문이구나. 너에게 있어서 나란 존재는 최대의 악.

윳쿠리 최대의 적. 어째서 내 밑의 윳쿠리들이 나를 따르는지 의문을 품을 만도 하겠지. 하지만 불필요한 질문인거야.

녀석들은 좋을대로 살아가면 돼. 내가 나 좋을대로 살아가듯이 말이지. 그 의문에 너가 답을 얻을 일은 없을거다."

 

한편, 아포의 동굴에 무리의 주인이 돌아왔다.

 

"느늣! 아포, 돌아왔냐제? 겨울씨가 왔는데도 아포는 바쁜 것 같다제."

"아아, 내 어떤 계획을 위해 겨울에도 좀 준비를 해놔야 해서 말이야. 근데 나 뭔가 바뀐 것 같지 않니?"

"느느? 어떤 게 말이냐제?"

"한번 자세히 봐봐. 혼자선 모르겠다 싶으면 무리를 불러서 한번 살펴보고."

 

방위팀장 마리사는 아무리 살펴봐도 아포의 바뀐 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무리의 모든 윳쿠리들을 불러 아포의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무리의 어느 윳쿠리들도 아포의 모습에 어떠한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묘묭, 잘 모르겠다묭. 무슨 일 있는거냐묭?"

"마리사도 잘 모르겠다제. 그동안 관찰하는 법을 키웠는데도 이번엔 모르겠다제."

"혹시, 사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무리장이 우리 능력을 시험하는 거 아닐까요? 도시파적인지?"

"늣! 레이무는 알았어!"

 

교육팀장인 레이무가 무언가를 눈치챈 듯한 모양이다.

 

"무리장, 모자씨가 없어!"

"느에에엣!?"

"근데 이상해. 모자씨가 없는데도 어째선지 무리장인 걸 알아보겠어."

"바로 보았구나 교육팀장."

 

그렇다. 지금 아포는 모자를 쓰지 않았다.

대신 후드모자가 붙은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그 재질은 이전에 아포가 쓰던 모자와 동일했다.

 

"보통 머리장식은 윳쿠리를 구별하는 중요한 요소이지. 나라고 예외는 아니야. 하지만 지금의 난 모자가 없음에도

너희는 내가 나인걸 알아볼 수 있지. 난 한가지 시도를 했다. 내 모자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는 걸 말이지."

"느늣!? 그럼 그 망토씨는, 아포의 모자씨인 거냐제?"

"그래. 너흰 이 망토 덕분에 나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던거다. 본질이 모자와 동일하니까."

 

그것은, 아포가 자신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시도.

어젯밤에 아포는 멧돼지를 다 잡아먹은 뒤, 자신의 모자를 통째로 삼켰었다.

그리고 체내의 모자에 정신을 집중시켜 그것의 형태를 변형시키는 전대미문의 시도를 한 것이다.

모자의 변형작업이 끝나자 아포는 그것을 입으로 토해내서 펼쳐보았다.

자신이 원하던 형태가 나왔다. 온몸을 다 가릴 수 있는 검은색의 망토. 하지만 그 본질은 자신의 모자.

이것을 걸친 채 무리와 만났을 때 무리가 자신을 곧장 알아보면 성공이다. 그리고 아포는 성공했다.

 

"난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윳쿠리가 기존에 가진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들을 하고있지."

"무리장, 그 계획이 뭐냐묭?"

"지금은 이야기해줄 수가 없다. 너희가 그 계획을 도와줘야 하긴 하지만 지금 그걸 아는 것은 실패를 유발할 수 있거든.

하지만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 단지 이것만 알아둬라. 난, 윳쿠리라는 종족이 존중받는 세상을 원한다는 것을."

 

겨울이 지나간다.

어떤 이는 목숨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어떠한 목적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어떤 이는 그것을 음미하고, 그 이후에 그것을 정리하기 위해서 대비를 하고 있다.

어떤 이는 세속의 이익을 얻기 위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하지만 확실히 예정된 위험을 걱정하고 있다.

어떤 이는 대의명분으로 가린 자신들의 만족감을 위해 하나의 트러블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비수를 가다듬는 지금, 겨울이 지나간다.

  • ?
    탄핵남자 2017.06.01 11:13
    과연 아포의 혁명은 성공일까 아니면 실패일까요. 기대하네요
  • ?
    앨리즈 2017.06.01 15:38
    성공하면 시로이는 실험을 못하니 막을 것 같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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