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확보된 자금으로 구매한 물건들입니다."
"그 도스의 말대로 폭탄류를 중심으로 구한 거 맞지?"
"그렇습니다. 생화학무기는 완전배제하고요."
"혁명은 메세지를 전해야지 단순한 폭력으로 그쳐선 안된다... 그 몸첨부 도스의 말이 옳아."
"회장님, 그 도스가 도착했습니다."
"좋아, 모셔오도록!"
한겨울의 어느 날의 한밤중, 윳쿠리 자유 협회는 자칭 혁명인 테러의 준비로 분주했다.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아포가 돌연히 그들을 찾아와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것은 이미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어서오십시오, 도스. 마침 회의를 진행하던 참이었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가공소에 쫓기는 몸인지라..."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굉장하시더군요! 단독으로 가공소를, 그것도 자력으로 화려하게 탈출하시다니."
"벌써 그것까지 알아내신 겁니까?"
"저희도 윳쿠리들의 자유를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으니까요. 들어오는 정보라는 것들이 있죠."
"우선 프로파간다 영상에 대해서 말인데요, 제 산하의 윳쿠리들만 출연시키도록 하죠. 윳쿠리가 직접 메세지를 전하는 것이
저희의 목적에 확실히 부합할테니까요. 그러려면 우선 날이 풀려야 하겠죠."
"겨울 중엔 촬영이 힘들겠군요. 저희가 찾아가는 것도 미행당할 우려가 있으니..."
"물품의 구매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얘기하신대로 폭탄류를 중심으로 두고 각 회원별로 소지할 총기를 하나씩 구입했습니다."
"좋습니다. 이정도 양이면 충분할 것 같군요. 이 이후로는 프로파간다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현재 유능한 해커를 수소문하는 중입니다. 혁명 당일에 프로파간다를 도쿄 전역에 틀기 위해서요."
"지금 시대에 가장 큰 무기는 바로 SNS입니다. 그걸 철저하게 이용해야 하는 걸 명심하세요."
"이번 혁명은 실패할 기색이 없군요! 분명 모두 윳신님이 돌봐주시는 덕분일 겁니다! 당신을 우리에게 보낸 것도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번에 뵐 땐 프로파간다의 준비를 시작하도록 하죠."
아포는 협회를 떠나자마자 그들에 대한 욕설을 중얼거렸다.
"멍청이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테러를 준비하는군. 그러면서 모든 것을 내걸 각오도 찾아볼 수 없어.
자신들의 성공에 대해서도 배움이 없는 윳쿠리마냥 맹목적으로 될거라고만 맹신할 뿐, 제대로 된 근거도 없어.
내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이정도도 못했을 한심한 녀석들. 학대파들이 저런 인간들을 윳쿠리에게서 연상하니까 문제라고."
아포는 모자를 숨긴 채 이전에 협회에서 받은 파카를 걸쳐서 자신을 숨기고 도쿄의 밤거리를 걸어다녔다.
이대로 이번에도 조용히, 남들 몰래 산속으로 숨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음?"
"왜 그러나, 오메가."
"야, 카이. 지금 지나친 저녀석, 뭔가 이상하지 않냐?"
"...내가 보기엔 평범한 사람인 것 같은데."
"글쎄... 난 아닌 것 같은데..."
"빨리 돌아가자. 밤이 늦었어."
"하, 그래..."
수련을 목적으로 도심의 한 유도도장에서 몸 좀 풀고 시로이의 집으로 돌아가는 카이와 오메가.
오메가는 자신이 지나친 존재에게서 뭔가를 느꼈지만 카이의 만류로 그냥 갈 길을 가기로 했...
을리가 있나.
"캬하하하핫!"
"앗! 오메가 이녀석, 잠깐 신경 끈 사이에!"
오메가는 조금 전에 지나쳐갔던 인물을 습격했다.
"너 뭔가 재밌는 기운을 풍기는데! 나랑 한판 붙자!"
"네놈은...!"
"어이 오메가! 행인한테 무슨 짓이야!"
그리고 시작된 한편의 액션영화.
오메가는 아포의 모자를 찢어냈고 아포는 오매가를 발로 차 거리를 벌렸다.
"너, 너는 설마...!"
"...쳇."
"케헤헷, 정답인 것 같구만?"
"시로이씨가 한때 수색을 명했던, 몸첨부 도스...!"
"한때라고? 그럼 지금은 수색하지 않고 있다는거냐?"
"시로이씨는 네녀석이 도쿄를 벗어난 줄 알고 일찌감치 수색을 포기하셨지. 가공소는 겨울에 들어서야 포기했지만."
"헹,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너 말이야, 굉장하다며? 나랑 한판 붙어보자고!"
"이쪽은 거부한다. 하지만 순순히 놔줄 것 같지도 않군."
"비록 수색명령은 취소됐지만 네녀석을 못본 척 할 수는 없겠어서 말이지."
"난 재미 좀 보고싶을 뿐이고!"
"하지만 난 시선끌리고 싶지 않으니 전력으로 도망쳐주지!"
아포는 골목길로 들어서선 건물과 건물 사이의 벽을 차고 올라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카이와 오메가도 똑같은 방법으로 아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놓칠 줄 알고!"
"오메가! 녀석의 위험성은 예측불가다! 방심하지마!"
"너야말로 괜히 연락하지마! 이건 내 먹잇감이니까!"
"지금 그런 억지 부릴 때가 아니잖나!"
그리고 이 둘을 습격하는 가느다란 빔 공격.
아포의 손가락에서 쏘아진 빔을 카이와 오메가는 가볍게 피했다.
"이런, 이거 다른 데에 정신 팔릴 때가 아닌 것 같군. 오메가! 일단 네 말대로 교전부터 한다!"
"캬하핫! 내 먹잇감이니까 쓸데없는 참견은 말라고!"
"순순히 물러가지도, 죽어주지도 않을 것 같군. 그럼 탄막으로 승부한다!"
아포는 손가락을 총모양으로 만들어 자신을 추적하는 둘에게 겨누곤
손가락 끝에서 여러발의 광탄을 쏘아댔다.
그걸 또 가볍게 피하는 카이와 오메가였다.
"아하하핫! 그렇게 물렁한 탄막으로 날 막을 순 없거든?"
"탄의 양만 늘린다고 우릴 저지할 순 없을거다."
"그럼 이건 어떠냐!"
아포는 다른 손으로 야구공만한 하늘빛 구체를 만들어 그들에게 던졌다.
앞서나간 오메가는 적은 몸놀림만으로 가볍게 피했다.
"뭐야, 크기만 키워놓고 고작 이정도야?"
"아니, 그럴리가."
"설마...!"
아포를 추적중인 카이와 오메가의 사이엔 어느정도의 거리가 있다.
오메가가 피해간 구체는 카이와 오메가 사이에서 폭발해 둘 사이에 강한 폭풍을 일으켰다.
건물 사이를 뛰어넘느라 공중에 있던 카이와 오메가는 폭풍에 휘말려 서로의 거리가 더욱 벌어졌다.
"이런...!"
재빨리 안착해선 바닥에 엎드려 폭풍을 견뎌낸 카이.
하지만 카이가 안착한 건물은 앞 건물보다 낮은 탓에 아포와 오메가를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
한편 오메가는 오히려 폭풍을 등에 업고 아포에게로 더욱 다가왔다.
"아하핫! 재밌는 걸 하잖아! 근데 나와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진 것 같은데?"
"하지만 네 동료와는 떨어졌지."
"그게 노림수란 거야? 나한텐 리스크도 안되는데?"
"나한텐 득이지. 1대1 대결을 원하면 어디 따라와봐라!"
그렇게 아포와 오메가가 향한 곳은 철거 예정인 어느 폐빌딩.
동네 양아치들이 모임장소로나 쓸 법한 그런 곳이었다.
"역시 마냥 도망다니는 것만으론 널 떨쳐낼 수 없을 것 같군."
"전에는 흔적도 찾질 못해서 놓쳤지만, 이번엔 제대로 붙어볼 수 있으니까 포기할 리 없잖아?"
"그럼 난 여기서 널 제압하겠다!"
"덤벼!"
둘의 주먹이 부딛히자 강한 충격파가 일더니 빌딩에 그나마 남아있던 몇개의 유리창이 죄다 깨져버렸다.
그것이 마치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인 마냥 울려퍼지더니 둘의 치열한 격투가 시작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주먹을 교차하며 휘두르고, 피하고, 잡아던지고 부딛히고.
무협지에서나 나올법한 사력을 다한 싸움이었다.
"아하하하! 역시 예상대로야! 이렇게 재밌는 싸움을 해볼 수 있다니!"
"넌 어째서 시로이 쿄우진의 밑에서 일하는거지? 그자는 너에게 무엇이냐?"
"그딴 거 생각해본 적 없어! 난 단지 그 남자와 즐겁게 싸워서 졌고, 그 남자가 내게 강해지고 싸움을 즐길 기회를 줬기에
그 남자의 곁에 있는 것일 뿐이야! 내 욕망을 알고 충족시켜주거든! 덕분에 사는 게 재밌어졌단 말이지!"
"그런가. 그것이 너가 그자를 따르는 이유인가. 그럼 너가 그자를 등지게 된다면 어떤 때이지?"
"생각해본 적 없는데? 내 재미만 충족하면 끝이고, 그자는 내게 재미를 선사해줘! 전투라는 재미를!"
"아쉽게도 내가 줄 수 있는 건 아니군. 널 내편으로 회유해볼까 했었는데."
"흥! 윳쿠리의 무리따위 관심없어! 옛날에 제대로 질려봤거든!"
"회유도 실패했으니 이만 끝내도록 하지."
"하? 뭘 끝내겠다는..."
둘이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다리와 다리가 교차하기 직전, 아포의 다리가 빛나더니 둘의 다리가 부딛히자 오메가의 다리의 부딛힌 부위가 폭발했다.
갑작스레 다리가 잘려버린 오메가. 무게중심을 잃는 것을 아포는 놓치지 않고 오메가의 명치에 주먹을 날려 벽으로 날렸다.
"...미안하군. 별로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았지만 네놈을 떼어내려면 이 수밖에 안떠올라서 말이지."
"케헥, 꽤 하잖아 너..."
"아직 끝이 아니다."
아포는 손가락 끝에서 빔을 쏘아 오메가의 팔에 수많은 구멍을 냈다.
"크악! 젠장!"
"너 정도의 녀석이라면 이정도로 죽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렇게 만들면 이 이상의 추적은 힘들겠지."
"하하, 이렇게 처절하게 져본 건 처음이야. 그 남자랑 싸웠을 때도 제법 비등비등했는데."
"그럼 난 이만 가보지."
"어딜 가시나? 아직 내가 남았다."
아포가 등을 돌리자 카이가 오메가의 곁에 나타났다.
"넌 따돌린 줄 알았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싸우면 멀리서도 알아챌만 하지 않겠나?"
"그렇군. 너무 화려하게 싸운 것 같군."
"오메가를 이렇게 만들다니..."
"악의는 없다. 그녀석의 집념은 강해서 그렇게라도 안하면 따돌릴 수가 없거든."
"헤헤, 저놈 꽤 한단 말이지."
"쉬고 있어라 오메가. 내가 복수해주지."
"누가 누구 복수를 해줘 짜샤."
"그냥 동료를 데리고 돌아가지? 서둘러 치료하는 게 낫지 않나?"
"널 제압한 뒤에도 늦지 않지. 둘다 데려가면 되니까. 네놈 팔다리는 잘라야겠지만!"
그 직후 카이는 아포에게 달려들어 철로 된 왼손을 휘둘렀다.
"미안하지만, 나도 이젠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아포는 오른손에 에너지를 모으더니 그 상태로 주먹을 쥐곤 카이의 철권에 대응해 부딛혔다.
그리고 아포의 정권은, 단지 주먹을 내지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주먹끼리 부딛힌 순간 날카로운 빔을 직선으로 뿜어내
카이의 기계의수를 꿰뚫어 사용불능으로 만들었다.
"뭣...!"
"난 눈에 띄지 않으려고 전력을 다하지 않는거다. 결코 너희따위에게 당할 만큼 약하지 않아."
"크윽... 시로이씨가 특수제작한 의수가..."
"더 할텐가? 그냥 이쯤에서 돌아가시지?"
"아직 한팔과 양다리가 남았다...! 더 싸울 수 있어...!"
"그럼 싸울 여유도 없게 만들어주지!"
아포는 양손에 에너지를 모으더니 바닥을 향해 강력한 에너지파를 발사했다.
에너지파는 폐건물을 관통해 가장 밑바닥까지 다다랐고, 바닥에 부딛히자 강한 폭발이 폐건물의 1층을 휩쓸었다.
철거가 예정된, 노후된 건물의 기둥들이 부숴지고, 이윽고 건물이 흔들리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수작을!"
"날 붙잡으려다 다같이 잔해에 깔릴테냐, 아니면 동료를 데리고 퇴각할테냐. 난 떠나겠다."
"기다려! 젠장...!"
아포는 재빨리 건물의 창문을 뛰어넘어 사라졌고
카이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바닥에 나뒹굴던 오메가의 잘린 다리를 들어선 벽에 박혀있는 오메가를 부축하고
서서히 무너져가는 건물을 뛰쳐나갔다.
건물의 붕괴에서 안전한 지역까지 벗어나자 카이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밤이 늦은데다가 붕괴에 의해 흩날리는 먼지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아포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놓쳐버렸군."
"카이, 나 간만에 제대로 불타오르는 싸움을 했다?"
"너의 감상평은 널 치료한 뒤에 듣도록 하지. 이만 돌아가자. 이 일에 대해서도 시로이씨께 보고해야지."
카이와 오메가는 너덜거리는 몸으로 시로이의 집으로 귀가했다.
우수한 무투가인 둘이 걸레짝이 되어 돌아온 걸 보고 시로이는 크게 놀랐고
오메가의 치료수술을 하면서 오메가와 카이에게 둘이 겪은 일, 몸첨부 도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한겨울에 도시에 몰래 들어와 있었을 줄이야. 무슨 속셈이지?"
"죄송합니다 시로이씨. 저로써도 그걸 알아낼 순 없었습니다. 녀석을 붙잡아 추궁하려고 했는데..."
"아니, 너희가 이런 꼴이 된 걸 보면 녀석의 전투력도 대강 예상이 간다. 살아서 돌아온 것만도 감사해야지."
"케헤헤! 그녀석 굉장했다고! 그렇게 뜨거워지는 싸움은 난생 처음이었다니까? 개털렸지만 말이지! 캬하하하!"
"오메가는 이런 꼴이 되어도 여전하네 주인."
"플라티나, 거기 있는 윳쿠리 수술용 바늘과 실 좀 줘. 그리고 대형 소맥분 반창고도."
"알았어."
"잘린 다리는 봉합하면 금방이지만 구멍난 팔은 회복이 좀 걸릴거야. 네 팥소는 특별해서 대충 땜빵하는 걸론 안되거든.
당분간 팔은 무리해서 쓰지 말고, 식사 꼬박꼬박 하고. 팥소가 증식해서 상처를 메울 때까지 말이야."
"지루하겠구만. 하지만 여기서 괜히 무리했다간 다신 재미를 못볼 몸이 될테니까, 참아야지 뭐."
"시로이씨. 녀석은 당신이 만들어준 제 의수도 박살낼 정도로 강했습니다. 전력강화의 수준을 더 높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 네 의수 의족도 전투용으로 새로 만들어줘야겠어. 전투훈련도 강화하고."
"...아무래도 터무니없는 녀석이 나타난 것 같네 주인."
한편, 아포는 무리로 돌아가기 전, 전투로 소모된 에너지를 회복하고자
숲속을 돌아다니던 멧돼지를 사냥해 뜯어먹고 있었다.
"모자가 없어졌으니 이 파카도 더이상 입어봐야 의미 없겠군. 앞으로 어떻게 정체를 숨기고 도시로 들어간다?"
그때, 아포의 눈에 자신의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장식은 우리 윳쿠리의 신체의 일부. 만약 이것도 내 다른 신체처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다면?"
"꾸웨에에..."
"산채로 잡아먹어서 미안하군. 하지만 너도 우리 동족을 잔뜩 생식했을 거 아니냐."
아포는 손과 입가가 피범벅이 되면서 멧돼지를 뜯어먹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