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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때 무척이나 신세를 졌던 카와구치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재혼을 한 아내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같다.

카와구치 선배. 내가 소속한 서클의 무드 메이커 역할을 맡았던 남자. 다소 사람을 억지로 끌어당기는 면이 있었지만 그것도 남자답게 느껴지는 호탕한 남자였다.

카와구치 선배의 아내, 아니 이제는 전 아내인 리츠코씨를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 부부의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아 독신인 나에게 있어선 눈부시게 보였다.

그런 부부가 이혼을 했다니. 좀처럼 믿겨지지 않는다.

지하철 차창 너머로 보이는 시가지 풍경을 바라보며 과거 젊었던 카와구치 부부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정해보였던 그 모습을 이젠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서글퍼졌다.

생애를 같이 보낼 것 같던 그 부부의 예상치 못 했던 이혼 소식은 나에게 놀라움을 가져다주었으며 동시에 그런 선배와 결혼을 한 재혼 상대가 궁금하기도 하였다.

 

 

“으…추워.”

 

 

이번 거래 상대이자 카와구치 선배의 재혼 상대가 어떤 인물인지 상상을 펼치며 기대와 함께

역 밖으로 나와 봤지만 반겨주는 것은 겨울의 찬바람이었다.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코트의 깃을 여미며 거북이처럼 목을 움츠려보지만 찬바람이 몸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뼈 속까지 시리는 추위다. 이럴 때는 따끈한 어묵이 간절해진다. 뭔가 속을 데울 만한 것은 없을까?

시간을 확인해보면 시간에는 여유가 있다. 속도 좀 출출하니 요기를 때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봐! 할배! 레이무에게 당장 달콤달콤씨를 달라구! 당장이면 돼! 많이 주면 돼!”

““내노라구~!””

 

 

역 앞 거리를 두리번거리면서 적당한 가게를 물색하려는 도중 귀청을 따갑게 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내려 보면 사람의 대가리가 입을 열며 시끄럽게 무언가 떠들고 있었다.

윳쿠리.

뭔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애완동물의 한 종류인 것 같다. 그녀(그들?)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무엇을 믿고 저렇게 건방지게 떠드는 것일까? 뭔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괜시리 짜증이 솟구쳐 오른다. 이런 것을 애완동물로 삼는 이들의 감성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이런, 지금은 윳쿠리 따위에게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다.

일단 배를 채우자. 엄동설한의 찬바람에 차가워진 몸을 데울 것이 필요하다.

길을 막으며 떠드는 윳쿠리들을 무시하고 갈 길을 재촉한다.

 

 

“이봐! 망할 할빼! 엄먀가 먹을 걸 달라구 말했느겟!”

“아갸아아앗!”

“언니야야야앗!”

 

 

무언가 물컹거리는 기분 나쁜 촉감이 발바닥에서 전해진다. 살펴보면 검은 모자를 쓴 금발 머리를 한 윳쿠리를 밟아버렸다. 구두 밑창에 퍼지는 팥소가 흡사 밟혀서 찌부러진 개똥을 연상시켰다.

으아아앗! 윳쿠리 밟았다!

그 찝찝한 감촉을 잊기 위해 바닥에 몇 번 비벼보지만 밑창에 달라붙은 팥소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불길하다.

거래처를 향하는 첫 일보에 윳쿠리를 밟아버렸다. 일진이 사납다.

 

 

“망할 인간! 레이무가 제제를 해줄 거야! 죽어어엇!”

 

 

한숨을 쉬며 사나운 일진을 한탄하고 있자니 무슨 영문인지 덩치가 큰 리본을 단 윳쿠리가 덤벼든다. 반사적으로 발로 차려고 하지만 꾀죄죄한 몰골을 보면 차는 것이 망설여진다.

중요한 거래인을 만나려고 하는데 저런 걸 차버렸다간 양복이 더러워진다.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움직여 피한다. 뒤에서 폴짝폴짝 무언가가 뛰는 소리와 함께 고함소리가 들리지만 무시다.

그나저나, 이 근처에는 카페도 없는 것인가? 편의점은 간간히 보이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나에겐 따뜻하게 몸을 녹이면서 한숨을 쉴 자리가 필요하다.

 

 

“헤엑…헤엑…거기잇! 서라구우웃! 망할 인가아안! 레이무가! 아가야의 복수르를! 해줄 거라고오오옷! 주거어어엇!”

 

 

아까부터 뭔가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것인가? 확인을 위해 고개를 돌려보지만

 

 

부아아아아아아앙!

 

 

뒤를 돌아보면 매연을 뿜으며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승용차의 모습 밖에 보이질 않았다. 요란하게 주행을 하는 차를 보며 혀를 찬다. 이런 시가지에서 저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다니, 저러다가 사람이 다치면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차가 지나간 곳을 보면 윳쿠리 한 마리가 마치 껌딱지처럼 도로 위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아마도 방금 전에 지나간 차에 밟혀죽은 것이리라.

그 옆에는 쪼그만 윳쿠리가 눈물을 흘리며 무언가 소리를 친다. 아마도 죽은 것은 어미인 것 같다.

어미의 죽음을 슬퍼하며 통곡을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또 다른 차가 그 위를 통과하면서 그 작은 윳쿠리마저 밟아버렸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차가 끊임없이 지나갔으며 도로는 윳쿠리 따윈 모른다는 듯이 시커먼 아스팔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그렇다, 윳쿠리의 죽음 따위에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일단 배를 채우자. 어디 가게가…

그저 배를 채우고 몸을 녹일 곳을 찾기 위해 정처 없이 거리를 누빌 때 코를 자극하는 냄새를 맡았다.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가 나는 곳을 가보면 빌딩과 빌딩 사이에 낀 작은 제과점이 보였다.

그 앞에는 하얀 판자에 제과점의 메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12월 특선 메뉴 하바네로 쿠키?”

 

 

앙증맞은 고추 일러스트에 감싸인 메뉴명. 하바네로 쿠키…라.

이런 추위에 매운 맛으로 몸을 데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실례합니다….”

“아! 어서오세요. 한 분이신가요?”

“아, 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해맑은 미소를 건네주며 맞이해주었다. 여주인의 살가운 인사를 받으며 가게를 살펴본다. 다행히도 가게 안에서도 취식이 가능한지 테이블이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뒤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일단 메뉴를 고르자.

계산대 위에 걸린 메뉴판을 확인한다. 아담한 가게이지만 메뉴는 충실하다. 빵과 제과, 케이크, 모든 것이 충실하게 갖추어져 있다.

 

 

“저기…. 고로케랑 치즈 크로와상, 그리고 하바네로 쿠키를 부탁드립니다.”

“예! 음료는…?”

“아…모카라떼로.”

“휘핑 크림 올려드릴까요?”

“아니요. 크림은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엔입니다.”

 

 

계산을 마치고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주문한 것들을 본다. 간단하게 요기를 때울 요량이었지만 이거 막상 주문을 해보니 굉장한 일이 벌어졌다.

묵직한 볼륨을 자랑하는 메뉴를 살펴보며 손을 비빈다. 뭐부터 먹을까?

 

 

“잘 먹겠습니다.”

 

 

고로케를 한입 베어 물어본다. 바삭바삭한 식감과 온기. 만들어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약간 뜨겁게 느껴지는 육즙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이 온기가 겨울바람에 차갑게 식은 지금의 나에겐 너무나도 고맙다.

순식간에 고로케를 해치운 뒤 모카라떼로 목을 축이고 치즈 크로와상을 살펴본다. 노르스름하게 식욕을 돋우는 광택을 보이는 크로와상. 어디에도 치즈가 보이지 않지만 냄새를 맡아보면 숨길 수 없는 치즈의 기척을 내고 있다. 이건 확실히 치크 크로와상이다.

어떻게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왼쪽 꼬리부분을 물어본다. 바삭한 식감 후에 쫄깃한 감촉이 느껴진다. 입안에서 강렬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치즈의 감촉을 즐긴다.

 

 

“호오….”

 

 

빵을 먹은 뒤 이번 간식 타임의 메인 메뉴, 하바네로 쿠키를 집어들어본다.

색깔은 예상한 것과 달리 평범한 연갈색이다. 냄새를 살짝 맡아보면…

 

 

“우오오…”

 

 

고추다. 이건 틀림없이 고추가 들어갔다. 무심코 냄새를 깊이 들이마신 탓에 방심했던 코가 찡하고 울린다.

절로 솟아오르는 눈물을 닦으며 대담하게 한 개를 통째로 넣어보다.

바삭바삭. 쿠키가 부서지는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흐음, 맵다. 맵다기 보단 매콤하다? 알알하게 저려오는 혀의 감촉이 싫지는 않다.

이건 왠지 맛 들리는 맛이다.

아, 그러고보면 카와구치 선배는 매운 걸 좋아했었지. 음,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니 선물로 사다주자.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여기, 포장도 가능합니까?”

“네! 선물용인가요?”

“예. 하바네로 쿠키를 적당히 부탁드립니다.”

 

 

여주인에게 세련된 상자에 담긴 하바네로 쿠키를 받으며 제과점을 뒤로했다. 시간을 확인하면 아직도 여유가 있다. 배도 꺼트릴 겸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거래처로 향하자.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지만 배안 가득 찬 하바네로 쿠키가 가져다주는 후끈함이 추위를 잊게 해주었다.

 

 

 

 

 

 

 

 

 

 

 

 

 

 

“윳쿠리…카페입니까….”

“네! 애견 카페라던가 고양이 카페 같은 게 있잖아요? 그것의 윳쿠리 버전이에요.”

 

 

오늘은 윳쿠리와 무슨 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약속 장소인 카페에서 만난 카와구치 선배의 재혼 상대. 카와구치 에리씨의 의뢰 내용은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시선이 절로 카와구치 에리씨의 옆자리, 차마 집에 놔두고 올 수 없어 데리고 왔다는 윳쿠리에게 시선이 옮겨진다.

그 윳쿠리는 주인인 카와구치 에리씨의 이야기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일심분란하게 케이크를 파먹고 있었다.

인간의 머리와 유사한 생명체가 쩝쩝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는 모습은 솔직히 상당히 보기 괴롭다. 주문을 한 살구 타르트와 홍차를 입에 댈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빠야! 오빠야! 그거 안 먹는 거야? 그럼 레이무한테 줘!”

“레이무! 그럼 못 써!”

“그렇지만! 레이무는! 레이무는 아직 모자르단 말이야! 느긋하게 이해해줘 언니야!”

“애도 참….”

“아, 괜찮습니다.”

“아…정말로 죄송합니다. 아직 버릇이 안 들어서….”

 

 

송구하단 표정을 지으면서도 사양없이 내 앞에 놓인 살구 타르트가 담긴 접시를 윳쿠리 앞에 가져다주는 카와구치 에리씨. 윳쿠리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타르트를 파먹기 시작했다.

……신경을 끄자. 신경을 끄고 어서 상담(商談)을 나누자, 그리고 자리를 뜨자.

 

 

“그러니까……카와쿠치씨는 윳쿠리 카페에 어울리는 조도품을 원하시는 것이시죠?”

“네! 윳쿠리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정말로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에요.”

“그렇습니까…….”

 

 

윳쿠리와 인간이 한데 모여 느긋하게 있는 공간?

아담한 카페 안에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들의 발밑에는 무언가를 열심히 먹으며 요란하게 떠들고 있는 윳쿠리들의 모습이……

……이런, 상상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그런 공간에서 사람들이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노가시라씨. 현대인은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네?”

“저는 생각해요.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사냐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어깨에 힘을 풀고 살 수 없는가…라고요.”

“하아…….”

 

 

이런, 뭔가 이야길 하길 시작했다. 중요한 고객의 앞이니 맞장구를 쳐주지만 뜬금없는 화제 전환에 절로 긴장이 된다.

 

 

“저도 지금의 그이랑 만나기 전에는 정말로 정말로 열심히 일을 했답니다. 회사에 출근을 하고 부하들을 관리하면서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중관 관리직이라서 정말로 힘이 들었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도대체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인가…라고요.”

“그렇군요. 이해합니다.”

“그렇죠? 일에 치이고 삶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고, 너무 바빠서 차라리 죽으면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힘든 시기에 만난 게 레이무에요.”

“하아…….”

“보세요. 이 느긋한 표정.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우리 현대인이 잊어버린 것, 상실한 것은 바로 이 느긋함이에요.”

“……그렇군요.”

 

 

일심분란하게 과자를 먹는 윳쿠리의 머리를 애틋하게 쓰다듬으며 말하는 카와구치 에리씨.

윳쿠리의 모습을 보면 주인에 대한 애정이나 경애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맛있는 과자를 먹어서 행복하다 그런 느낌만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고민이 없는 게 아니라 그저 아무 생각이 없이 되는대로 막 살아가기 때문에 편하게 보이는 게 아닌지?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왔지만 이를 앙 다물어 참아낸다. 눈앞의 상대는 중요한 고객이다.

 

 

“느늣?”

 

 

나의 시선을 눈치 챈 것인가 윳쿠리가 먹는 것을 중단하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 행동에 나도 어찌할지 몰라 그만 윳쿠리의 시선을 받아버리고 만다.

 

 

““……””

 

 

한동안 이어지는 침묵. 윳쿠리가 머리카락으로(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뺨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어낸다. 그리고 테이블의 중앙으로 통통 재주 좋게 튀어가더니

 

 

“레이무가 너무 귀여워서 미안해~☆ 그렇지만 레이무는 언니야의 레이무야. 오빠야의 레이무가 될 수 없어. 레이무가 너무 매력적인 윳쿠리라는 걸 알지만 다른 윳쿠리를 알아봐줘.”

 

 

윙크를 하며 터무니도 없는 말을 지껄였다.

 

 

“이노가시라씨?”

“아…….”

 

 

카와구치 에리씨가 놀란 눈을 하며 날 본다. 시선을 향하는 곳을 살펴보면 어느 사이엔가 손이 올라가 있었다.

……위험했다. 무의식적으로 그만 윳쿠리를 때려버리려고 하였다.

 

 

“하하하……이것 참……상당히……개성적인 윳쿠리군요.”

 

 

올라간 손을 그대로 뒤통수를 옮긴다. 레이무의 재롱에 못 당하겠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렇죠? 이노가시라씨도 윳쿠리의 매력을 알아주시는 거로군요.”

“아, 네, 뭐…….”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 별의별 손님을 만나기 마련이다.

가식만 늘어만 가는 것 같아 참 힘들다.

심적으로 힘이 들어서 그런 것일까? 뭔가 정말로……

 

 

배가 고프다.

 

 

이런, 한번 의식을 했더니 참을 수 없는 허기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상담은 얼추 된 것 같으니 이대로 자리를 떠나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면, 컨셉과 카탈로그를 이번 금요일까지 작성을 해서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머, 벌써 떠나시나요? 함께 식사라도…….”

 

 

식사, 그건 정말로 매력적인 단어지만 윳쿠리랑 함께 밥을 먹고 싶진 않다.

식사란, 혼자서 고독하게,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은 채 즐기고 싶으니까.

 

 

“아뇨, 저도 다음 일이 있어서……아, 이건 선물입니다. 카와구치 선배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니 같이 드셔주세요.”

“아…, 저는 아무것도 준비를 못 했는데…이건 뭔가요?”

“쿠키입니다.”

“쿠키!? 레이무! 레이무! 쿠키 먹을래!”

 

 

뭔가 요란하게 떠들기 시작하는 윳쿠리. 그런 윳쿠리를 달래며 포장지를 뜯는 카와구치씨에게 인사를 한번 한 뒤 곧장 가게를 떠났다.

 

 

“후우…….”

 

 

뭔가 굉장히 지치는 상담이었다.

 

 

“느갸아아앗! 이거 독 들어 있어어엇!”

 

 

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가게에서 윳쿠리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뭔가 싶어 살펴보며 팥소를 토해내며 방방 뛰는 윳쿠리를 달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카와구치 에리씨의 모습이….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해보지만 내가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것보다 배를 채우자. 그게 더 시급하다.

윳쿠리에게 아까운 타르트마저 준 것이다. 뭔가 달콤한 것이 땡긴다. 어디 카페 같은 곳은 없을까?

 

 

거리를 누빈다.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누빈다. 눈을 부라리며 식당의 간판을 훑어보지만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가게는 보이질 않는다.

좀 더 안쪽으로 가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달짝지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냄새다. 지금 내가 원하는 냄새는 이런 달짝지근한 냄새인 것이다.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가 나는 곳을 가보자 그곳에는…

 

 

“또 윳쿠리인가…….”

 

 

간판에 큼지막하게 윳쿠리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식당이었다.

문 너머로는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끊임없이 흘러나오지만 하루 종일 윳쿠리에게 시달린 나로선 그다지 끌리지 않는 외견이다.

 

 

“으음…….”

 

 

일단 메뉴를 살펴보지만 무엇을 파는지 도통 알 수 없다. 레이무찜이라던가, 레밀랴, 플랑 튀김이라던가, 등등 조리 방법을 겨우 유추할 수 있는 수준. 이래서는 이 요리가 어떤 맛인지 짐작도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메뉴의 불친절함에 인상을 찡그린다. 다른 가게로 가버릴까? 하지만 윳쿠리 식당인가…….

이번 클라이언트는 윳쿠리 카페를 열 생각이라고 했다. 비슷한 업종이니 참고는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미치자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만약 꽝이다 싶으면 다른 가게로 가자.

 

 

“어서 옵쇼~! 한 분이세요?”

“아……예…….”

 

 

가게 문을 열자 호쾌한 남성의 목소리가 날 맞이하였다. 우렁찬 그 목소리에 그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상당히 인상적인 점원이었다. 깔끔한 조리복을 입고 있지만 그 조리복 너머로도 알 수 있는 튼실한 근육은 남자가 원치 않아도 주변 사람에게 위압을 줄 것이다. 미소를 그리고 있지만 험상궂은 외모는 야쿠자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머리이다.

모히칸이다. 근래 보기 드문 헤어 스타일인 모히칸을 한 남성이었다. 덩치가 큰 모히칸 스타일의 남성.

그런 점원은 홀로 가게를 방문을 했다는 것을 알고는 뒤에 있는 스태프에게 잘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오빠야 한 분! 들어갑니다!”

“오, 오빠야?”

“아, 저희 가게에선 남성 손님은 ‘오빠야’, 여성 손님은 ‘언니야’라고 부릅니다.”

“그, 그렇습니까.”

 

 

메이드 카페의 ‘주인님’ 같은 느낌인가?

저런 남자에게 오빠야라고 들으니 묘한 기분이다. 떠나고 싶지만 모히칸 점원이 등을 떠밀며 자리를 안내했기 때문에 이제와서 가게를 떠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카운터석으로 안내를 받았다. 점원이 건네주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가게를 살펴보면 생각 외로 가게는 번성을 하고 있는지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3 이상의 자리가 손님들로 메워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느갸아앗! 뜨거워! 뜨거워! 마리사는 먹을 게 아니라제! 마리사도 살아있다구웃! 살려줘어어엇!”

“윳피피피피! 유피피피피피피피! 유게에에엣!”

“레이무는 도망을 칠거야. 슬금슬금….”

 

 

여러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윳쿠리를 조리를 하고 있었다. 그 방법은 가지각색. 천차만별.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윳쿠리를 조리하고 먹고 있었다.

윳쿠리를 먹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풍문으로 들어봤지만 실제로 조리를 해서 먹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놀라울 따름이다.

 

 

“손님은 윳학쿠킹은 처음 이신가요?”

 

 

눈을 휘둥그레 하게 뜨며 가게의 정경에 놀라고 있자니 서빙을 하고 있던 점원이(그 또한 모히칸이었다.) 테이블에 물병과 컵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윳학쿠킹?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점원은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윳쿠리라는 것들은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그 풍미가 진해지거든요. 뭐, 시끄럽다고 라무네로 재워서 먹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게 먹으면 좀 맛이 밋밋하지요. 제대로 윳쿠리의 맛을 즐기려면 일단 괴롭혀야죠.”

“아, 그렇습니까? 그럼…점원분이 추천하는 메뉴 같은 건 있습니까?”

“으음……처음이라면 레이마리 세트를 추천해요. 가장 오소독스하면서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단팥맛이거든요.”

“그럼, 그걸로 부탁드립니다.”

“레이마리 세트 하나!”

“느긋하게 이해했습니다!”

 

 

부엌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창고로 여겨지는 공간에서 건장한 남자가(이도 모히칸이었다.) 옆구리에 윳쿠리를 낀 채 나타났다. 그는 테이블석에 앉아있는 날 향해 목례를 하더니 망설임 없이 달궈진 식판에 윳쿠리를 놓았다.

 

 

““느갸아아아아아앗!””

 

 

치이이익, 달궈진 기름이 튀기는 소리와 함께 탄수화물이 익어가는 향긋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한다. 아, 이건 확실히 맛있는 냄새다.

그나저나, 왜 저부만 굽는 것일까? 요리를 한다면 다른 쪽도 구워야하지 않는 것일까?

 

 

“아, 이건 단순한 밑조리에요. 이렇게 저부를 구으면 윳쿠리는 움직이질 못 하거든요.”

 

 

나의 의문에 점원은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조리를 하던 남자는 적당히 익었다고 판단을 했는지 철판에서 윳쿠리를 때어 내 앞에 가져다주었다.

쟁반 위에 올려진 윳쿠리들은 신음을 뱉으며서 몸을 꿈틀거리지만 점원의 말대로 바닥에 착 달라붙은 채 움직이질 못 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한번 탄화가 된 저부를 콕콕 찔러본다.

 

 

“느갸아앗! 무슨 짓이야! 망할 할배! 당장 마리사를 구하라구우웃!”

 

 

저부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과연, 이래서는 움직일 수가 없다. 사람으로 치자면 양 다리를 깁스로 꽁꽁 싸여버린 느낌인가?

그건, 그렇고 이걸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성체 윳쿠리 두 마리를 앞에 두고 고민을 한다. 설마 이대로 이 윳쿠리를 뜯어 먹는 것일까?

그 이전에 이건 먹어도 괜찮은 것일까? 생긴 것은 길거리에 나뒹구는 윳쿠리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외양은 깔끔하지만 그건 들윳쿠리를 잡아다 닦으면 되니……

 

 

“아, 저희 가게는 윳쿠리 사육도 직접 하고 있으니 식재료의 청결 면에선 문제가 없습니다. 안심하고 드셔주세요.”

 

 

나의 의문스런 시선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것인지 점원이 가게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TV가 걸려 있었다. 액정에 비춰지는 것은 가게의 창고로 여겨지는 곳. 청결한 느낌을 주는 백색의 공간에는 수많은 윳쿠리들이 사료를 받아먹는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과연,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 것인가?

이 윳쿠리는 먹어도 되는 윳쿠리라는 것을 인식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덩치가 큰 녀석들을 막상 먹으려고 하니 고민이 된다.

으음, 일단…

 

 

“느갸아아앗! 레이무의 눈이!”

“레이무우우웃!”

 

 

리본을 단 녀석의 눈에 포크로 찔러 파내어 본다. 눈동자가 터져 검은 액채가 포크를 타고 흘러내린다. 한번 냄새를 맡아보니 달짝지근한 냄새가 난다. 이 냄새…이건 흑설탕의 냄새다.

윳쿠리의 눈, 사탕? 그것을 입에 넣어본다. 몰캉몰캉한 감촉과 함께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맛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맛있다.

 

 

“아아, 손님! 윳쿠리 일가 세트는 그렇게 드시는 게 아니에요.”

 

 

마저 다른 눈도 먹어보려고 포크를 집어드는 나를 제지하는 점원. 뭔가 싶어 바라보면 점원은 큰 쟁반을 들고 있었다.

그는 내 옆에 쟁반을 내려놓은 뒤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윳쿠리 일가 세트는 아이 윳쿠리를 길러 취향대로 조리를 해서 먹는 메뉴에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아이 윳쿠리를 기르다니…그건 어떻게?”

“일단 봐주세요.”

 

 

점원은 그대로 쟁반 위에 올려진, 주사기 두 개를 들었다. 하얀색 액체가 든 주사기와 노란색 액체가 든 주사기를 리본이 달린 녀석의 머리에 꽂았다.

 

 

“느갸아아앗! 아파! 레이무의 머리가 아파아아앗! 당장 때! 망할 할배! 레이무를 당장 구하라고!”

 

 

점원은 주사기가 제대로 고정시키기 위해 여러번 주사기를 찔렀다. 제대로 고정이 된 걸 확인한 점원은 그대로 하얀색 주사기를 눌렀다.

 

 

“어, 어째서! 아가야가 태어나는 거야아아아앗! 레이무 아가야를 낳기 싫다구우우웃!”

 

 

리본이 달린 녀석의 이마에서 줄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기의 밑에는 쪼그만 윳쿠리가 메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기 윳쿠리가 태어나면, 이 성장촉진제를 투여해 주세요.”

“느갸아아앗!”

 

 

점원이 이번에는 노란색 주사기를 눌렀다. 그러자 줄기에 매달린 아기 윳쿠리들의 몸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성장히 확인이 된 걸 확인한 점원은 그대로 줄기의 가장 앞부분에 자란 윳쿠리를 때낸 뒤 그것을 그대로 입에 넣었다.

 

 

“아가야아아앗! 레이무의 아가야를 먹다니! 죽어! 망할 인간! 죽어어엇!”

 

 

“이렇게 길러서 드시면 되요. 그냥 드셔도 좋고, 구워서 드셔도 좋고, 튀겨 드셔도 좋아요.”

 

 

점원은 그렇게 말하며 분주하게 여러 조리 도구를 앞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버너에 올려진 작은 철판, 식용유로 가득 찬 통, 뒤집개 등등.

과연, 이렇게 직접 조리를 하면서 자기 취향대로 먹는 것인가.

이해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사기를 든다. 리본이 단 녀석 옆에서 몸을 벌벌 떨고 있는 모자를 쓴 녀석을 바라본다. 그 녀석을 몸을 부들부들 떨며 움찔거린다.

 

 

“저리 가라재. 마리사는 싫다제. 아가야를 낳기 싫다제! 저리 가라제!”

 

 

뭐라고 중얼거리는 윳쿠리의 말을 무시하고 머리에 뒤집어 쓴 모자를 카운터석 밑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마리사의 멋지고 근사한 모자가아앗!”

 

 

으음, 대충 꽂으면 되나?

 

 

“느갸아아앗! 아프다제엣! 망할 인가아안! 당장 그 뾰족한 걸 마리사의 머리에서 느갸아앗!”

 

 

좀처럼 잘 고정이 되지 않는다. 너무 힘을 준 탓인지 윳쿠리의 피부가 찢어져버렸다.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 겨우 고정을 시킬 수 있었다.

 

 

“오오오…….”

“느갸아아앗! 임신은 싫어어어어엇!

 

 

 

 

주사기를 눌러보자 이마에서 줄기가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원리일까? 생긴 것은 엄연히 동물인데 어째서 이마에서 식물의 줄기가?

윳쿠리의 생태에 대해서 잠시 고민을 해보지만 생각해봤자 알 수 있을 리가 없기에 무시를 하였다.

성장 촉진제를 투여하자 콩알 같았던 윳쿠리들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뭔가 재밌다.

 

 

“흐음……이걸 때내서...”

“느늣? 엄먀? 아빠? 어디에 있는 거냐제?”

 

 

줄기에서 때어내자 아기 윳구리가 눈을 뜨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빠른 성장이다. 인간이라면 태어나자마자 말을 한 셈이 되는 것일까?

그 사실에 놀라면서 일단 입에 넣어본다.

 

 

“아가야아아앗!”

 

 

입안에서 아이 윳쿠리가 뭐라고 소리를 치지만 입을 움직여 씹어본다. 으음. 방금 전에 먹은 리본 달린 녀석과는 다른 단맛이다. 아이와 성체는 맛도 다른 것 같다.

줄기에서 아이 윳쿠리를 따먹으며 주변을 살펴본다.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의 취향대로 조리를 하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조리를 따라해보자.

 

 

“느늣? 레이뮤는 레이뮤라구! 오빠야는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오빠야?”

“아갸아앗! 도망쳐어엇! 그 인간은 느긋할 수 없는 인간이야아앗!”

 

 

리본 달린 녀석의 줄기에 달린 녀석을 집어든다. 줄기에서 때내자 눈을 뜨며 뭐라고 말을 한다. 인간으로 치면 엄마의 배속에서 나오자마자 말을 하는 것인가? 빠른 성장에 감탄을 하면서 정신없이 까닥거리는 녀석의 머리를 집었다.

 

 

“느야아아앗! 레이뮤의 흑단같이 아름다운 머리카락씨가아아앗!”

 

 

비명을 지르며 뜯겨져 나간 자신의 머리를 향해 혀를 내미는 녀석. 그것을 무시한 채 리본을 때내고 머리카락을 때어내어 대머리로 만든다.

 

 

“레이뮤의 머리가……머리가아아…….”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아앗! 레이뮤의 아가야가 아파하고 있잖아! 당장 구해내!”

“오오…저기에 쓰레기 윳쿠리가 있다제. 불쌍해. 불쌍해.”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아아앗!”

 

 

뭔가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그 말을 무시한 채 이번에는 모자를 썼던 녀석의 줄기에서 아이 윳쿠리를 때내어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그렇게 대머리 윳쿠리 3~4마리를 만들어 꼬치에 꽂은 뒤 휴대용 버너 위에 올려진 달군 철판에 굴려본다.

 

 

치이이이익

“느갸아아아앗! 뜨거워어엇! 엄마야아아아앗! 살려줘어어엇!”

“아갸아아아아아앗!”

 

 

으음, 탄수화물이 익어가는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적당히 노스름하게 구워진 것을 확인하고 꼬치를 들어 코 끝에 대어본다. 생각한 대로 좋은 냄새가 난다.

붓을 들어 당고 소스를 듬뿍 묻힌 뒤 꼬치에 발랐다.

 

 

“느으… 뜨겁다제, 아프다제, 어째서 마리쨔가…느늣? 할짝할짝! 이거 무지 달아! 맛있어!”

“레이뮤도! 레이뮤도 먹을래! 할짝할짝!”

“나두!나두! 느게에엣!”

 

 

흐음, 당고와는 다른 식감이다. 뭔가 오독오독 씹히는 데 이것은 윳쿠리의 이빨인가? 혀를 굴려 맛을 확인해보면 단맛이 난다. 이것은…설탕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다 먹은 꼬치를 리본을 단 녀석의 앞에 던졌다.

 

 

“아아아…레이무의 아가야가….”

“망할 인간! 윳살자! 악마! 주거어엇! 주거어어어엇!”

 

 

쟁반의 양옆에 놓인 윳쿠리가 뭐라고 말을 하지만 그런 것은 무시하고 주사기의 용액을 중비하면서 조리 가이드북을 들어본다. 다음에는 어떻게 먹을까….

 

 

“흐음? 윳쿠리 단팥죽…그런 것도 있는 것인가.”

 

 

가이드북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리며 금발 머리 녀석이랑 흑발 머리 녀석의 머리에 꽂힌 하얀 주사기를 꾹 누른다.

 

 

““느갸아아앗! 어째서어어엇! 아가야가 또 생기는 거야아아앗!””

 

 

으음, 변함없이 목청 하나는 좋은 녀석들이다. 상당히 큰 목소리라 귀에 따갑게 들리지만 사방에서 들리는 윳쿠리들의 비명 소리도 이제는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줄기에 자란 아기 윳쿠리가 어느 정도 성장한 것을 확인한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윳쿠리의 신체는 모두 먹을 수 있으니 그대로 넣어도 무방한 것 같다.

그럼….

 

 

“느긋하게 있쮸라느겟!”

“와~이! 하늘을 나는 것 가타! 느귯!”

 

 

“아갸아아아앗!”

“주거! 아가야를 죽이는 쓰레기는 주거어어엇! 당장 죽으라구우우웃!”

 

 

아직 어려서 그런지 바닥에 착지를 한 아기 윳쿠리는 돈부리에 착지를 하자마자 터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것을 보면 이것들의 생명력은 상당히 질긴 것 같다.

생명체로서 강한 것인지 약한 것인지 분간이 안 되는 녀석들이다….

뜨거운 물을 부어 젓가락을 젓는다. 발이 무사한 녀석들은 어떻게든 뜨거운 물을 피해보려고 돈부리 안에서 발버둥을 치지만 물은 금세 차서 아기 윳쿠리의 몸을 통째로 녹였다.

그것을 잘 섞어보면, 음, 달콤한 향기가 나는 단팥죽이 완성이 되었다.

찹쌀떡을 넣어서 젓가락을 잘 적는다. 떡이 익는 걸 기다리며, 옆에 있는 검은 녀석 머리에 달린 주사기를 다시 한 번 눌렀다.

어차피 잡아 먹을 거, 그냥 한꺼번에 눌러볼까?

 

 

“느게에에에엣!”

 

 

뭔가 반응이 다르다. 주사기를 바늘 머리까지 눌러 하얀 액체를 전부 주입시키자 검은 머리 녀석이 눈을 뒤집으며 경련을 하더니 머리에서 줄기가 사방으로 뻗쳐나왔다.

수확할 준비를 하며 기다리는 데, 줄기에선 윳쿠리가 돋아나지 않았다.

게다가 뭔가, 몸색이 점점 거무죽죽하게 변해버렸다.

도대체 이건….

 

 

“아아아! 손님! 한꺼번에 주사를 하면 안 돼요! 가이드북의 주의사항을 안 읽으셨죠?”

“아…, 기다리는 게 좀 싫어서….”

“저런…. 이것들은 생명력이 강해도 이렇게 한꺼번에 정자 팥소를 주입하면 영양분이 빨려서 죽어버리거든요.”

“아아…. 과연….”

 

 

납득이 가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찬다.

무지로 인해 아까운 식재료를 망쳐버렸다. 점원은 고개를 한번 꾸벅인뒤 시커멓게 죽어버린 검은 녀석을 치워버렸다.

윳쿠리 단팥죽을 홀짝거리며, 다음에는 금발 머리 녀석을 보면, 그 녀석은 바들바들 떨며 몸을 좌우로 거세게 비틀고 있었다.

 

 

“싫다제! 싫다제! 마리사는 저렇게 죽기 싫다제! 마리사는 노래를 잘 부르는 레이무를 색시로 삼고 귀여운 아가야를 많이 나아서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정말로 느긋하게 지낼 거라제!”

 

 

뭔가 혼잣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그 녀석을 무시하고 잘 익은 찹쌀떡을 오물거리면서 메뉴판을 본다. 계속 단걸 먹었더니 물리기 시작했다.

 

 

“저기요! 윳쿠리라는 건 단맛이 나는 녀석만 있나요?”

“아뇨, 대체적으로 단맛이 나는 윳쿠리지만 포식종인 레밀랴, 프랑은 중화 만두맛이죠.”

“아, 그럼 레밀랴라는 걸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조리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레밀랴 추가요!”

“느긋하게 주문 받았습니다!”

 

 

경쾌하게 주문을 접수하는 점원들, 뭔가 기묘한 언행이지만 익숙해지면 왠지 듣는 이도 기분이 흥겨워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팥죽을 전부 먹고 금발 머리 녀석을 본다.

 

 

“뭐냐제! 저리 가라제! 마리사는 여기서 도망칠거라제! 느긋하게 섬광처럼 도망칠거라제! 슬금슬금!”

 

 

으응? 저부가 탄화되었음에도 몸을 비틀거리면서 거리를 벌리고 있다.

하지만 느긋하게 섬광처럼 도망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윳쿠리의 언어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카운터 테이블의 구석에 앉은 탓인지 마리사는 금세 테이블의 모서리에 도착했다. 조금만 더 가면 바닥으로 갈 수 있는 거리.

 

 

“마리사는 해냈다제! 마리사는 이 지옥을 떠날 거라제! 지옥을 떠나서 귀여운 레이무랑 결혼해서! 귀여운 아가야를 많이 나아서! 윳쿠리 플레이스에서 평생 느긋하게…!”

 

 

으음, 그러니까 죽이려면 하얀색 주사기였나?

떨어지려고 하는 마리사의 머리를 잡는다.

 

 

“느갸아아앗! 어째서 할배가 여기에 있는 거냐제!”

 

 

손에 잡힌 마리사가 몸을 바둥거린다. 오, 이 녀석 의외로 힘이 좋은 걸.

 

 

“살려줘! 살려줘! 누가 좀 살려줘어엇! 마리사는 먹을 게 아니라구우웃!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발버둥치지 못 하도록 몸을 잘 잡은뒤….

 

 

“할배…아니, 오빠! 오빠야! 마리사를 살려주라제! 같이 느긋해지자구! 마리사랑 같이 있으면 엄청나게 느긋해질 수 있다고! 노, 노래도 잘 부른다구! 느~! 느느늣!”

 

 

으음, 몸을 마구 흔드는 탓에 바닥에 떨어진 주사기를 주은 뒤,

 

 

“그러니까 그 느긋하지 못한 주사기에서 손을 때라고! 망할 할배에에느갸아아아앗!”

 

 

머리에 힘차게 꽂아 주사기캡을 꾸욱 눌러 하얀 액체를 전부 주입시켰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금발 머리 녀석도 방금 전의 검은 머리 녀석처럼 거무죽죽하게 변색이 되면서 움직임을 멈췄다.

 

 

“저기요~ 이거 좀 치워주세요.”

“느긋하게 알겠습니다!”

 

 

지나가는 점원에게 부탁을 한다. 점원은 싫은 표정 하나 없이 시커멓게 죽은 윳쿠리를 치웠다.

그리고 테이블에는 튀김옷을 입힌 튀김 만두가 모락모락 김을 내며 올려있었다.

이건, 윳쿠리인가?

 

 

“네. 뭐 생긴 건 영락없는 만쥬라서 머리카락을 뜯고, 눈과 입을 막아버리면 그저 꿈틀거리는 만쥬에 불과하니까요.”

 

 

과연,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을 하며 젓가락을 집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던 것이 꿈틀거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접시 위에 떨어뜨리자 몸을 바들바들 떨며 접시 밖으로 도망가려고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점원은 면목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꾸벅이며 사과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조리가 덜된 것 같네요. 다시 만들어 오겠습니다.”

“아, 아뇨. 그것보다 이대로 먹어도 문제 없는 것이죠?”

“아…. 네…. 일부러 살짝 익혀서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즐기는 방법이라서요.”

“문제가 없다면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맛있게 드셔주세요.”

 

 

점원은 한 번 더 사과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꿈틀거리는 튀김 만두를 살펴본 뒤 젓가락을 집었다. 기름에 튀겨진 탓인지 바둥거리는 움직임엔 기운이 없다.

그러고보면 어릴 적 본 만화영화가 떠오른다. 요리왕 비룡, 거기선 튀김 만두가 웃음을 터뜨렸는데 현실의 튀김 만두는 꿈틀거리는 것인가….

현실은 픽션보다 기이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한입 베어문다.

 

 

“으으으으으으!”

 

 

이 튀김 만두는 꿈틀거리는 것도 모자랄 소리도 내었다. 픽션을 이긴 현실이었다.

그나저나, 이거 꽤 괜찮다. 뜨거운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고,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탓인지 베어물때의 탄력이 남다르다.

아직도 젓가락에 걸린 채 꿈틀거리며 소리를 내는 튀김 만두를 한번 살펴본 뒤, 이번에는 간장에 찍어본다.

간장이 속살에 스며들자 몸을 요란하게 바르르 떤다. 그 탓에 사방으로 간장이 튀기 시작해서 이 이상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서둘러 입안에 넣었다.

간장의 짭조름한 맛과 고기만두의 육즙이 입안 한가득 퍼진다.

 

 

“후우….”

 

 

물을 한모금 마신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웃음꽃을 피운 채 윳쿠리를 조리하며 먹고 있었다.

들어올 때는 이런 가게가 왜 성황을 이루는지 모르겠지만 윳학쿠킹이라는 것은 식과 오락을 겸비한 새로운 식문화인 것 같다.

윳학쿠킹인가…. 어쩌면 이 시대의 성공 사업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감사합니다!”

 

 

개성적인 인사를 등으로 받으며 가게를 떠났다.

든든한 배를 한번 두들기고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전철역. 버스카드를 꺼내는 도중, 달짝지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디서 나는 냄새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옷냄새를 한번 맡아본다. 달짝지근한 냄새가 코트에서 풍겨나왔다.

이런, 식당의 그 달짝지근한 냄새가 옷에 베인 것 같다.

 

 

“느늣!? 달콤달콤의 냄새! 할배! 달콤달콤을 내놓으라느겟!”

““아갸아아아앗!””

 

 

이래선 다른 승객에게 폐를 끼치겠다고 생각한 찰나 뭔가 물컹한 것을 밟았다.

내려다보면, 모자를 쓴 금발 머리의 윳쿠리가 구두 밑창 밑에 터져 있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개똥같아 방금 전까지 날 채우고 있던 행복한 기분을 날려버렸다.

 

 

“으앗! 윳쿠리 밟았다!”

 

 

그 찝찝한 감촉을 잊기 위해, 바닥을 거세게 비비면서 혀를 찬다.

아아, 정말로 재수가 사나운 날이다. 고개를 저으며 역 안으로 들어간다. 가급적 사람이 적은 칸에 타야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섰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역무원들이 언성을 높이면서 역사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윳쿠리를 구제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하루도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는 전차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사람들이 먹는 식자재, 특히 횟감들이 말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겠죠.

 

 

 

 

 

 

 

 

 

 

 

 

 

 

 

 

 

 

 

 

 

 

 

 

 

  • ?
    hundredsshootingkill 2017.05.23 01:24
    횟가..
  • ?
    령아 2017.05.23 10:09

    오오, 느긋한 글, 느긋한 음식점이군요.

    그건 그렇고...흠흠


    오오, 저희 윳쿠리 코스요리 전문점 '윳'은 고객님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들러주시길...

  • ?
    여우비 2017.05.23 18:21
    이야 매우 느긋해하는 고독한 미식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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