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
"...건배."
그날 밤, 유우나의 집에선 단 두 사람만을 위한 술판이 벌어졌다.
마치 물이라도 들이키듯 맥주를 벌컥거리는 유우나와, 그다지 밝지 않은 얼굴로 홀짝이는 아이코.
서로 대조된 모습으로 술자리를 이어가던 도중, 아이코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까 그건 대체 뭐였는데?"
"에이...술 마실 때 까지 그 이야기 하지 말자니까. 스트레스 받게."
"시, 신경쓰이는 걸 어쩌라고! 그런 얼굴이 되는 윳쿠리는 처음이었단 말야...."
지금껏 수많은 윳쿠리들을 학대해 왔지만 그런 처참한 꼴이 된 윳쿠리는 지금껏 본 적 없었다. 그저 짐작일 뿐이지만, 아마 가공소에서도 그런 얼굴을 하며 죽어간 개체는 없었겠지. 어떤 의미로선 세계 최초로 '그런' 얼굴을 하며 죽은 윳쿠리를 목격한 건지도 모른다.
"아...확실히 놀라긴 했겠다. 볼만 했지?"
"됐으니까, 빨리."
"네~네. 다 끝났으니까 숨길 필요도 없겠지. 으쌰...!"
캔에 남아있던 술을 전부 비우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유우나. 묘하게 기분 좋아 보이는 그녀의 뒤를 따라 올라간 아이코의 눈에, 굳게 잠긴 두꺼운 문이 달린 방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여기는."
"내 보물 창고."
"??"
알쏭달쏭한 말을 하며 문의 잠금장치를 풀어내는 유우나.
그 육중해보이는 생김새와 달리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미끄러지듯 문이 열리자 어두운 방이 두 사람을 맞이한다.
"들어가실까요? 레이디."
"...낮 뜨거운 소리 하지 마."
잠시 어두운 방 안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서는 아이코. 그리고ㅡ바닥이 꺼졌다.
"꺄악!?"
갑자기 생긴 고저차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는 아이코. 하지만 그녀를 맞이한 것은 딱딱한 바닥의 감촉이 아닌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어?"
"얏호~!"
유우나가 푹신한 바닥에 다이빙하듯 뛰어드는것과 동시에 환하게 켜지는 불. 그 아래 드러난 방의 모습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이거...스펀지야?"
"Yes!"
천장을 제외한 전체가 두꺼운 스펀지로 뒤덮인 방. 그 안에는 몇 마리의 윳쿠리가 세상 모르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느으...느으으..."
"느피피...느으...."
"뭐야? 이 윳쿠리들은..."
"내가 만든 보물들. 3년 동안 길러왔어."
"3년 동안...?"
3년이라는 시간에 뭔가가 이해되었는지 불편해지는 아이코의 시선. 2학년 들어서면서부터 유우나가 수업에 불성실해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것들을 키우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그래서, 이 윳쿠리들은 뭔데? 이 방은 뭐고."
"지금부터 설명 해 줄 테니까 들어 보라고. 먼저, 윳쿠리들이 '통증'에 격하게 반응하는 건 알고 있지?"
"그렇지."
"그런 만큼 윳쿠리들은 무의식적으로 '통증'이 얼마나 느긋하지 못한지를 알고 있어. 일종의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일을 당하면 얼마나 아픈지까지도 알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그럼 말야, 그런 '사전정보'를 전혀 모르는 윳쿠리가 처음으로 '통증'을 느끼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응?"
사람만큼은 아니더라도, 윳쿠리 또한 '익숙해지는' 놈들이다.
경험이 쌓이면 쌓일 수록 환경에 대처하는 법을 알게 되고, 그런 식으로 개채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경험ㅡ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진다면?
"통증의 한계치를 인위적으로 낮췄다는거야?"
" 윳쿠리란 녀석들은 세대 교체가 빠르니까. 성장 촉진제를 사용하면 몇 배는 더 세대 교체를 빠르게 할 수 있지."
이제서야 이 방의 정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방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던' 개체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어지간한 충격...그러니까 '통증'에 이어질만한 데미지는 받을 수 없다. 사방에 설치된 두꺼운 스펀지들이 그런 충격을 전부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방 여기저기에 놓인 급식기와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라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거의 받지 않고 지낼 수 있었겠지.
그렇다면 아까 광장에서 봤던 그 더러운 입담의 정체는ㅡ.
"...죽는 줄 알았다고. 3년간 이것들 시중 들어주느라. 지금은 라무네를 먹여놔서 잠들어 있다지만."
"...!!"
지나친 경악에 흔들리기 시작하는 아이코의 눈동자. 극도의 애호파라고 불리는 복지과 녀석들도 아니고, 학대 연구과의 사람이 3년동안 윳쿠리들의 시중을 들어줬다고? 이것들의 건방짐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조금만 띄워져도 한없이 높은 것처럼 굴고, 심한 개체는 자기네들이 신이라도 된 것 처럼 굴기까지 한다고 한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줘도 실패할 '품종 개량'을 시도하는 유우나의 입장에선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가며 길러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 생활을 3년이라니!
"너...정말........"
전부 이어졌다.
조금만 늦어도 짜증을 내는 이것들의 시중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만 했을 것이다.
라무네를 사용하면 되지 않냐고 할 지도 모르지만, 앞서 말했든 윳쿠리 또한 익숙해지는 생물들.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면 일어나는 시간에 불규칙성이 생겨나고 만다. 그것까지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
그래서ㅡ.
"이 바보!!"
"느풉!?"
"멍청이! 돌대가리!! 벽창호!!!"
"끄악! 아파! 그, 그만! 아욱...!!"
"왜 말을 안 했어! 왜 도와달라고를 안 하냐고! 너, 바보야!? 머리가 안 돌아가!?"
"마, 말이 좀 심하ㅡ끄악!!"
"내, 내가 얼마나...얼마나 걱정했는데...절교한다는 말까지 꺼내게 만들고...이 나쁜 년아...으허어어어어엉....!!"
지난 3년 간, 속앓이 했던 것까지 포함해서 손을 휘두르던 아이코는 이내 힘이라도 다 빠졌는지 유우나의 품에 안겨 체면도 잊고 대성통곡을 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을까. 이 빌어먹을 것들의 시중을 들어주면서 얼마나 참았을까.
"왜...히끅...왜...왜에에..."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단 말야."
"뭐...어...?"
"너, 너는 나보다 훨씬 대단하니까! 친구로 계속 있으려면 한 방 크게 터트려야 하는 건 아닐까 해서...그래서..."
"으...!!"
다시 이어지는 주먹세례.
겨우,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3년이나 고생시키다니. 뭐 이런 바보같을 정도로 우직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걸까.
"그, 그런 짓 안 해도...유우나는 내 친구라고...."
"아이코..."
"내 베프는 너 하나 뿐이니까...그런 착각 하지 말란 말야..."
"으으..."
계속해서 훌쩍이는 아이코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쉬는 유우나.
그래, 원래는 이렇게 잘 우는 애였었지.
입가에 그립다는 미소를 지은 채, 유우나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아~이코. 아, 해봐."
"무ㅡ읍!"
살짝 벌려진 아이코의 입에 들어오는 동글동글하고 단단하 무언가.
놀란 아이코의 입 안에 서서히 강렬하면서도 품위있는 단맛이 퍼져나간다.
"므...으? 이거, 뭐야?"
"아까 광장에서 내가 터트린 윳쿠리의 중추팥소. 극도의 스트레스로 딱딱해져서 사탕처럼 변한거야."
"......."
윳쿠리의 중추팥소라는 점에서 조금 흠칫했지만, 그런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달콤함에 무심코 빠져드는 아이코. 열심히 사탕을 빨아먹는 그녀의 머리를, 유우나는 가볍게 쓰다듬었다.
"맛있지?"
"...응."
"며칠 전에 이 녀석들을 가공소에 데려가봤어. 그랬더니 그쪽에서 상품으로 개발하게 협력해 달라고 해서, 그러기로 했고. 값도 꽤 비싸게 받았다고? 취직이나 생활비 걱정은 접어도 될 정도로."
"정말!? 대단하잖아! 축하해!"
"아하하. 고마워. 그, 그래서 말인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우물쭈물하는 유우나. 잠시 심호흡을 하는가 싶더니, 그녀의 눈동자에 결의의 빛이 서린다.
"졸업...하면 말야. 같이 살지 않을래?"
"...어?"
"호, 혼자서 살려니 외로워서! 그, 그리고 또...뭐냐...그..."
"........"
"시, 싫다면 어쩔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그래도 그....... 어떻게...생각해?"
"........풋."
"...응?"
작게, 그리고 이내 마음놓고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코. 그런가, 동거인가.
"아하하하! 알았어. 같이 살자."
"저, 정말로?"
"내기, 내가 졌으니까. 얼마든지 들어줄게. ...앞으로 잘 부탁할게."
"으, 응! 꼭 행복하게 해 줄테ㅡ아, 아니, 그...부, 불편하게 안 할테니까...응....!!"
정말이지 오랫만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두 사람.
그 순간, 방 한쪽에서 거슬리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느그으으...노예에에...? 뭐 하는 거야아아...레이무...일어났다고오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 끼어든 불청객을 향해 향하는 두 사람의 시선.
그 안에 담긴 것은, 굳이 알아보지 않더라도 확실한, 단 하나의 감정이었다.
""넌 오늘 죽었어.""
아아, 이래서 윳쿠리 학대를 그만둘 수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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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전혀 학대 묘사가 없는 에필로그였다구우.(독자학대였다ㄱㅡ사, 살려주세요.)
...다음에는 윳쿠리를 먹는 이야기가 될 거라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