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2017.04.29 19:31

윳쿠리 출입 금지 (5 -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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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무는 익숙한 길을 따라 공원 입구로 향했다.

 

 

“느읏... 느긋이 돌아왔다구... 레이무의 집씨에, 느긋이... 느긋... 늣...?”

 

 

공원 입구가 기쁨으로 촉촉해진 레이무의 시선에 들어왔다. 레이무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려다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공원 입구는 레이무의 기억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무언가, 어제 사냥에서 돌아올 때 까지만 해도 없던 무언가가 공원 입구에 추가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레이무가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윳쿠리 안내소’였다. 새것 티가 선명한 큼지막한 윳쿠리 그림 위에는, 커다랗게 X자가 덧그려져 있었다. 윳쿠리 출입 금지. 레이무는 이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어...!!”

 

 

레이무는 절망과 분노로 이를 악물었다. 어제, 아니 반나절 전만 하더라도, 레이무는, 길윳쿠리들은 저 공원 안에서 살던 윳쿠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공원 입구에 들어선 ‘윳쿠리 안내소’는, 이제 길윳쿠리는 공원에 들어 올 수 없다고 하고 있었다.

 

 

“어째서 레이무 보고 제멋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거냐구...! 정말로 제멋대로인게 누구냐구우...!”

 

 

레이무는 저부와 분노로 땅을 박찼다.

 

 

“늣! 거기의 레이무! 느긋이 멈추라제! 이 공원씨는 길윳쿠리 출입 금지라제!”

 

 

표지판 옆에 서 있던 마리사가 레이무에게 소리쳤지만, 레이무는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공원에 들어갈 셈이었다. 공원은 레이무의 안마당, 아니 집이다. 그 안에서라면 인간씨의 눈을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레이무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저 마리사들가 부른 인간씨가 오기 전에 공원에 들어간다면, 레이무의 승리다.

 

 

“웃기지 말라구우우우우!!”

“느읏! 서라제! 안 그러면 느긋할 수 없는 맛을 보여주겠다제?”

 

 

어차피 저 마리사는 투명한 벽씨 때문에 레이무 쪽으로 올 수 없다. 달콤달콤을 주겠다고 꼬셔봤자, 레이무는 속지 않는다. 이대로, 공원씨에 들어갈 수 있다.

 

 

“느으으읏!”

 

 

이제 조금이다. 조금만 더 가면, 레이무의...

 

 

“느벳!”

 

 

레이무는 마리사의 몸통 박치기를 맞고 튕겨져나갔다.

 

 

“느, 느베, 느에엣...?”

“무슨 일이냐구? 대장? 모르겠어~”

“느으, 이 레이무가 공원에 들어가려고 한 거라제.”

 

 

어디선가 나타난 윳쿠리들이 레이무를 에워쌌다.

 

 

“느으... 어떠케... 어떠케 레이무한테 온거야아아아아!!”

 

 

어떻게 마리사가, 자신에게 달려온 것인가. 완전히 허를 찔린 레이무는 경악에 빠져 그렇게 외쳤지만, 마리사에게는 영문 모를 헛소리일 뿐이다. 어떻게 왔냐고 묻는다면, 저부로 뛰어 왔다고 밖에 말할 수 없으니까. 이곳의 ‘안내윳’들은 투명 플라스틱 상자 속에 들어가 있지 않는다. 사실 안내윳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공원과 맺은 계약에 따라 E가 놓고 간 이 윳쿠리들의 임무는, 공원 근처로 오는 윳쿠리들을 무력으로 쫓아내는 것이었으니까. 약품과 강력분으로 강화된 신체를 우레탄으로 코팅한데다가 E에게서 혹독한 훈련과 윳쿠리 맞춤형 장비까지 받은 이 ‘보초윳’들은, 일반 길윳쿠리쯤은 일방적으로 때려 잡을 수 있었다.

 

 

“느으, 마리사의 말을 듣지 못한 거냐제? 여기는 길윳쿠리 출입금지라제. 느긋이 알았으면 얼른 꺼지라제?”

“느, 느으! 레이무는, 레이무는 여기에서 사는 윳쿠리라구우우!?”

“거짓말이라구~ 이 공원은 오늘 일제 구제가 있었다구~ 알고 있어~”

 

 

안내윳, 아니 보초윳들은 레이무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느으! 정말이라구! 레이무는, 느끼삐이잇!?!”

“시끄럽다제! 길윳쿠리는 출입 금지라제! 길윳쿠리 주제에, 공원에 들어오는게 아니라제!”

“레, 느삐잇! 레이무는, 느히이이이이! 아파! 아파아아아아!?!?”

 

 

대장이라 불렸던 마리사는 레이무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억울과 분노의 힘으로 잠시 버티는 듯 했지만, 곧 보통 윳쿠리보다 월등한 마리사의 완력에 밀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늣! 첫날이니까 죽이지는 않겠다제! 운 좋은 줄 알라제? 앞으로는 공원씨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제!”

 

 

마리사는 공원 옆의 횡단 보도까지 레이무를 밀어 부쳤다. 전신주 밑둥에 대가리를 처박은 채 부들대는 레이무의 엉덩이를 곤봉으로 후려 갈기고, 침까지 퉤 뱉어준 다음에야 마리사는 몸을 돌렸다.

 

 

“느끄, 힉, 끄히익... 느...!”

 

 

레이무는 그대로 몸을 잔뜩 움츠린 채 그저 부들부들 떨었다. 윳쿠리에게 장비시키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공을 들여 설계된 곤봉의 맛은 맵디 매웠다. 몇 명인가 사람의 레이무의 옆을 지나쳤지만, 레이무에게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길 한켠에 떨어져 있는 곰팡이 슨 대형 만두. 그것이 레이무였으니까. 누군가 그것을 본다 해도, 미화원이 아니고서야 스스로 치우려고 하지는 않는다. 굳이 그것을 밟아 으깨 신발을 더럽힐 이유도 없다. 그저 한 번 눈쌀을 찌푸리고 가던 길을 갈 뿐이었다.

 

 

레이무는 그대로 한참을 울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느...히... 느끄윽...”

 

 

울음도 비참함도 아직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레이무는 몸을 일으켰다. 온 몸이 쑤셔왔지만, 레이무는 비틀비틀 저부를 움직여 나아갔다. 레이무는, 아직 공원에 진입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느히...잇...! 레이무는... 포기하지 않는다구... 레이무는... 공원씨에... 들어갈 수 있다구...!”

 

 

지금 공원에는 일제 구제로 인해 윳쿠리의 씨가 마른 상태이다. 밖에서 들어오려는 윳쿠리는, 보초윳들이 열심히 막아 줄 것이다. 공원에 들어 가기만 한다면, 레이무는 공원을 거의 독차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찌어찌 공원 안에 들어오는 윳쿠리는 결국 생기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길윳쿠리들이 득시글대던 일제 구제 이전의 공원과는 비교도 안되게 안정되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레이무가 이러한 것을 모두 계산하고 공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다른 대안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과 집을 뺏겼다는 억울함과 윳쿠리 특유의 집착이 합쳐진 것에 불과했지만 – 그래도 그것은 (레이무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겠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레이무는 공원에 들어갈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느으...! 찾았다구...!”

 

 

공원을 둘러싼 철조망을 따라 기어가던 레이무는, 찾던 것을 발견했다.

 

 

오늘 아침 일제 구제를 피해 기어나왔던 땅굴이었다.

 

 

레이무는 또 다시 피어난 희망을 안고 땅굴로 기어들어가 - 마리사의 시체와 얼굴을 맞딱트렸다.

 

 

“느히이이이잇!”

 

 

팥소를 빼물고 죽은 마리사의 시체를 보고 기겁해 비명을 질렀던 레이무는, 이내 그것이 자신의 짝이었던 마리사의 시체임을 기억했다.

 

 

“느읏... 마리사...! 비켜달라구!”

 

 

짝이었던 윳쿠리의 시체 앞에서 슬픔에 젖어 흐느끼는 일 같은 건 없었다. 공원에 들어가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힌 레이무에게, 마리사의 시체는 그저 장애물일 뿐이었다. 레이무는 곧장 마리사의 귀밑털을 물고 힘껏 잡아 당겼다. 마리사의 시체에서 귀밑털이 뜯겨져 나갔다.

 

 

“늣...!”

 

 

레이무는 구멍에서 마리사를 빼내기, 아니 파내기 시작했다. 물컹한 마리사의 시체는 흙보다는 훨씬 파내기 쉬웠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마리사를 파내던 레이무의 이빨에 마리사의 시체와는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흙이었다.

 

 

땅굴을 통해 빠져나가던 마리사를 밟아 죽였던 일제 구제 작업자는, 마리사의 시체를 굳이 땅굴에서 긁어내는 수고를 할 만큼 성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땅굴을 다시 메우는 정도의 수고까지 아낄 만큼 불성실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느, 느, 느으읏...! 땅굴씨, 땅굴씨가아...! 어째서...!”

“뭐야... 일제 구제를 했다더니, 왜 윳쿠리 소리가 들려?”

 

 

망연히 철조망 너머의 공원을 바라보는 레이무의 뒤편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윳쿠리에게 손에 넣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바라볼 여유 같은 것은 없다. 레이무는 주저 앉으려는 몸을 몰아세워 또 다시 뛰기 시작했다.

 

 

“레이무는... 레이무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구우우...! 절대로... 살아가겠다구...!!”

 

 

몇 번째인지 모를 다짐을 하며, 레이무는 늘 그랬던 것 처럼 있는 힘껏 도망가기 시작했다.

 

 

-----------------------------------------------------------------------------

 

 

3일 뒤.

 

 

윳쿠리 수거함의 안내윳인 마리사는, 한 마리의 레이무가 수거함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느읏! 어서 오라구! 여기는, 길윳쿠리 환영!인 거라제!”

 

 

활기찬 마리사의 인사는 완전히 무시당했다. 레이무는 마리사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쳤다. 그리고 이미 이 ‘집씨’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거함 안으로 들어갔다.

 

 

“느응...?”

 

 

마리사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마리사는 레이무를 만나 대화를 하기도 했었지만, 방금 수거함으로 들어간 레이무가 그 레이무라는 것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레이무의 리본이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달콤...달콤...씨...!”

 

 

수거함 안으로 들어간 레이무는 눈앞에 놓인 사탕 덩어리를 보았다. 그리고 3일 전 그것을 핥았던 자신의 새끼 마리사를 떠올렸다. 레이무의 머리에는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었다. 머리에 이고 다니던 새끼 마리사의 곰팡이가 전염되었던 것이다. 두피를 파고 들어 팥소까지 닿은 곰팡이는, 참을 수 없는 통증과 가려움을 레이무에게 쏟아 붓고 있었다.

 

 

레이무는 절대로 버리지 않겠다던 새끼 마리사를 버렸다.

레이무는 절대로 오지 않겠다던 이곳에 왔다.

그러니까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겠다던 레이무가,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느, 느, 느, 느, 느.”

 

 

고통과 가려움, 그리고 공포에, 레이무는 몸을 떨었다. 레이무는 눈물을 흘리며 등뒤의 수거함 입구를 돌아보았다. 본능이 레이무로 하여금 어서 저 구멍을 지나 밖으로 나서라고 명령했다. 레이무는 그것에 따르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곰팡이의 고통과 가려움이 레이무의 고개를 다시 사탕 덩어리 쪽으로 돌리고 - 혀를 내밀게 했다.

 

 

레이무는 사탕 덩어리를 핥았다. 고통과 가려움을 잊게 할 정도의 달콤함이 혀를 타고 들어와 팥소뇌를 녹였다.

 

 

“하, 하 짜, 하, 짜... 느, 느, 느늣!!!”

 

 

죽어도 괜찮을 정도의 달콤함이었다. 하지만 레이무는 경련하듯 혀를 사탕 덩어리에서 떼어 놓았다. 그것은 공포 때문이었다. 레이무는 아직도, 죽음이 두려웠다. 레이무는 아직도, 살고 싶었다.

 

 

“느, 케엑! 켁! 케겍! 느, 늣! 케에에엑!”

 

 

핥았던 ‘독’을 몸밖으로 빼내기 위해, 레이무는 몸을 버둥대며 침을 뱉고 구역질을 해댔다. 하지만 이미 졸음은 레이무를 덥쳐 오기 시작했다.

 

 

“느, 케, 켁...! 시, 시, 더...! 주꼬, 시찌... 주꼬 시찌 안나아아아...”

 

 

희미해지는 의식의 끝에서, 레이무는 죽고 싶지 않아, 라고 중얼거리며 - 졸음에 삼켜져 정신을 잃었다.

 

 

-----------------------------------------------------------------------------

 

똑똑똑. 

 

E는 노크소리에 서류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들어오세요.”

 

 

E는 노크에 답했다.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부하 직원이 들어 왔다.

 

 

“이E사님, 시험 운영하던 사업에 대한 보고가 올라왔는데요?”

“이랑 E가 바뀌었다. 평가는 어때?”

“윳쿠리 안내소는 바로 정상 운영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사탕 사출 기능이랑 윳쿠리 제압 기능도 의외로 엄청 팔릴 것 같은데요?”

“보초윳은?”

“글쎄요 그건... 아직 뭐라고도 말은 못하겠는데요. 계약서를 쓰기야 했지만 사실상 이제 막 시험 운영 들어간거라고 봐야 하잖아요? 그 공원에서 데이터가 좀 나와 봐야 알 수 있죠.”

“그런가... 그도 그렇군. 알았어.”

 

 

E는 그쯤에서 대화를 중단하려 했다.

 

 

“아, 참고로 ‘윳쿠리 수거함’은 사업 취소하기로 됐습니다. 영 실적이 안나서요.”

 

 

하지만 부하 직원은 기어이 그다지 듣고 싶지 않았던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현장의 작업자들에게서, 자살 권유 단계는 빼도 되지 않냐는 의견이...”

“알았어, 빼빼빼.”

“알겠습니다.”

 

 

부하 직원은 얄밉게도 흠잡을 데 없이 정중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 가서 일 봐.”

“알겠습니다. 그럼 사업 취소된 건들의 실패 요인을 분석해 볼까요?”

“나 참...”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부하 직원에게, E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총책임자의 무능 때문이라고 해야겠지. 윳쿠리에게 자살 권유라니, 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확실히 그렇네요. 누굽니까 그 총책임자는?”

“그러게나 말입니다...”

 

 

E는 한껏 뒤로 기대 앉았다. 어차피 점심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회사 고위직으로써, E는 이대로 부하 직원과의 친분을 돈독히 하기로 했다.

 

 

“진실성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아무리 상대가 윳쿠리라도 거짓말을 했잖아요.”

“음?”

“거짓말이잖아요? 그 사탕. 그걸 먹어도 바로 꼴까닥~은 아니잖아요? 죽는게 아니라... 죽은 듯이 잠드는 거잖아요.”

 

 

E가 윳쿠리에게 권했던 ‘사탕’은, 사실 윳쿠리를 죽게 하지 않는다. 윳쿠리를 고통없이, 즉각적으로 죽이는 달콤한 약 같은 것은 없다. 연구하면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길윳쿠리 안락사를 위한 신약 연구라니 농담도 되지 못한다.

 

 

E가 나누어 줬던 사탕도, 윳쿠리 병원 앞의 파츄리가 펫윳쿠리인척 하던 마리사에게 줬던 ‘달콤달콤’도, 길윳쿠리 수거함 안에 들어 있던 사탕 덩어리도, 모두 그저 초고농도로 농축된 라무네 사탕일 뿐이었다.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 실험까지 해 봤다니까. 그거 먹고 잠들면, 말 그대로 ‘죽어도’ 안 꺠어난다고.”

 

 

초고농도로 농축된 라무네 사탕에 의해 죽은 듯이 잠든 길윳쿠리들은 윳쿠리 시체 처리기에 의해 완전히 으깨질때 까지도 잠에서 깨지 않는다. 고통없는 죽음은,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뭐 마무리 할 거 있어? 나 그만 까고 밥이나 먹으러 가지.”

“아, 그럴까요. 어디로 가실건가요?”

 

 

E는 의자에서 일어나 옷걸이에 걸어 두었던 양복 상의를 입었다.

 

 

-----------------------------------------------------------------------------

 

 

수거함 안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던 레이무의 몸뚱이는 미화원의 손과 쓰레기 수거차를 거쳐 윳쿠리 분쇄기 안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분쇄기 안의 완전한 어둠 속에서, 레이무는 잠에서 깨었다.

 

 

‘느, 으...? 레이, 무... 사,라... 있...?’

 

 

마지막 까지 삶에 집착한 탓에. 사탕을 충분히 핥지 않았던 탓에.

 

 

‘느... 가려...워...! 느, 느읏!’

 

 

깨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곰팡이의 고통이 멍한 레이무의 의식을 쿡쿡 찔렀다. 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레이무는 살아가는 것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레이무는 살아 있었다.

 

 

죽고 싶지 않아, 라는 레이무의 마지막 소원은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자비나 행운이 아니었지만 - 그것을 알 수 없었던 레이무는,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눈물을 흘렸다.

 

 

‘레이무는... 느... 살아있다구... 느긋이... 살아있다구...!’

 

 

레이무는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레이무는 무언가 따뜻하고 물렁하고 끈적한 것들이 자신을 완전히 감싸 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완전한 어둠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의 감촉은 레이무에게 매우 익숙했다.

 

 

'레...ㅁㄴ.. 사...그ㄹ구...!'

 

 

레이무의 목소리를 지워버리려는듯 윳쿠리 분쇄기가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

 

이번에도 두 개로 나눠야 할 것을 합쳤다는 느낌이... 여튼 완결입니다. 

후후 1편의 댓글에 단 댓글은 복선이었다구!

 

  • profile
    류민혜 2017.04.29 19:59
    매우 느긋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느구우 2017.04.29 23:21
    저도 감사합니다 ㅎㅎ 보고 있으셨군요.
  • ?
    알트바인 2017.04.29 20:41
    호오. 완전히 빨면 사실상 영원히 느긋해지는 거구나.
  • ?
    느구우 2017.04.29 23:22
    내버려 두면 그대로 아사한다는 설정입니다.
  • ?
    난나나나나나 2017.04.30 16:48
    1화 댓글에서 사탕이 라무네맛이라고 한 게 복선이었다구! 알고이써!
  • ?
    느구우 2017.04.30 20:35
    그렇다구!
  • ?
    령아 2017.05.01 07:56
    실로 느긋한 작품이었어요. 햐아...
  • ?
    느구우 2017.05.01 14:46
    호평 감사합니다 ㅎㅎ
  • profile
    무첸 2017.05.01 13:53
    갈아버린다!
  • ?
    느구우 2017.05.01 14:49
    그런 다음...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군요 윳쿠리 푸드? 비료?
  • profile
    무첸 2017.05.01 15:11
    버린다! 변기에 흘려보낸다!
    (혼란하다!)
  • ?
    건달바 2017.05.06 11:45
    오오오... 실로 비참한 반전!
    전율이 느껴집니다.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어설프게 하면 더 처참해지는군요
  • ?
    느구우 2017.05.07 00:40
    삶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끔살 당하는 거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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