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무는 파츄리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뛰었다. 파츄리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달리 가야할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파츄리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느, 느긋이...! 느긋이이...!!”
레이무는 오랜만에 희망에 벅찬 신음을 내뱉었다. 그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놓칠 뻔 했던 새끼 마리사의 머리칼을 다시 단단히 문 다음, 레이무는 표지판을 꼼꼼히 훑어보았다.
표지판에는, 느긋한 미소를 띄고 있는 레이무가 그려져 있었다. 뱃지 같은 것은 달고 있지 않았다. 레이무의 옆에는, X표도 인간의 발씨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그 대신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그 화살표는, 표지판 옆에 있는 ‘집씨’의 입구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집씨는, 인간의 ‘집씨’가 아니었다. 인간의 집씨라기에는 너무나 작았다. 입구 역시 딱 윳쿠리가 들락거릴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이곳은 윳쿠리를 위한 집씨다. 그렇게 볼 수 밖에 없었다.
“느, 느으읏!”
레이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집씨’의 입구 까지 날쌔게 뛰어갔다.
“느, 느읏! 마리사! 여기는, 길윳쿠리가 들어가도 되는 곳이냐구!?”
레이무는 표지판 옆에 있는 마리사에게 소리쳤다.
“느, 그렇다제! 여기는, 길윳쿠리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제!”
“정말이냐구!? 느, 느으으으읏!! 드디어 찾았다구!”
“ㄴㅃ...!”
마리사는 레이무 만큼이나 신나는 목소리로, 믿겨지지 않는 대답을 했다. 윳쿠리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전설처럼 윳쿠리들 사이에서 떠도는 ‘윳쿠리 플레이스’인 것일까?
“느! 레이무! 아가야가 땅씨에 떨어졌다구?”
“느? 느, 아, 아가야아아아아아!!”
“느휴, 레이무는 덜렁이씨인거라제? 하지만 괜찮다구? 저 집씨 안에 있는 달콤달콤씨를 먹으면, 금방 느긋해 질거라제!”
“늣... 느긋이... 알았...다구...?”
저 안에는, 느긋할 수 있는 달콤달콤씨가 있다. 보통 윳쿠리라면 기뻐 날뛸 만한 말이었지만, 레이무에게는 그저 불길하게만 들렸다.
“느... 마리사... 혹시 그 달콤달콤씨를 우-걱우-걱하면... 그... 영원히... 느긋해지는거 아니냐구...?”
“느?”
마리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알았냐제?”
레이무는 희망으로 부풀었던 팥소가 픽 하고 터지는 것을 느꼈다.
길윳쿠리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 그곳의 이름은 ‘윳쿠리 수거함’이었다. 모든 ‘안내소’에서 거절당한 길윳쿠리들을 유혹해, ‘수거함’안에 든 ‘사탕’을 먹게 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상자안에 얌전히 모이게 된 길윳쿠리들은 하루에 한 번씩 수거함을 비우는 미화원의 손에 의해 길윳쿠리가 마땅히 가야할 곳으로 보내진다.
“느, 느으...! 레이무에게 거짓말을 해서, 독씨를 먹게 하려던 거네...! 마리사도... 그 파츄리도...!?”
“느으! 마리사 거짓말 하지 않았다구! 그리고 저건 독씨가 아니라제! 먹어도 아-야아-야하지 않는다제? 정말로 느긋하게 영원히 느긋해지는 거라제! 마리사가 직접 봤다제!”
그 모습은 레이무도 직접 보았다. 남자가 건넨 사탕을 먹은 윳쿠리들은, 확실히 괴로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리사에 대한 분노가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느읏! 그건 인간씨나 하는 짓이라구! 같은 윳쿠리를 속여서 죽이다니... 레이무는 마리사 같은 게스는 본 적이 없다구!”
“마리사는 게스가 아니라제!? 마리사는, 길윳쿠리들이 느긋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뿐이라제!?”
마리사는 정말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느늣, 마리사의 말을 느긋이 들어보라제! 느, 레이무는 느긋했던 적이 있냐제?”
“느...!”
레이무는 입을 벌렸지만 –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느, 있다구...! 있다구! 레이무도 느긋했던 적이 있다구!! 레이무는 느긋이 살아남아 왔다구! 느긋했던 적이 없을 리 없다구!”
느긋했던 적이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레이무는 악을 쓰며 대답했다.
“그럼, 느긋했던 적이 괴로웠던 적 보다 많은 거냐제?”
“늣...”
“매일 매일 열심히 사냥하면, 언젠가는 느긋해 질 수 있냐제? 인간씨를 피해 잘 숨어다니기만 하면, 느긋할 수 있냐제? 아가야를 하나만 만들면, 느긋해 질 수 있냐제?”
“느, 시끄럽다구...! 닥치라구...!”
“지금까지 느꼈던 느긋함이, 저 달콤달콤씨보다 느긋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냐제?”
“느... 느으... 느으으으읏!”
자신도 모르는 사이 터져나온 눈물을 따라 레이무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리깐 시선의 끝에서 엉망이 된 새끼 마리사의 모습을 보았다.
“레이무의 아가야는, 느긋할 수 있냐제? 살아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느긋했던 적이 있었던 거냐제? 앞으로 한 번이라도, 느긋할 수 있는 거냐제?”
레이무는 대답할 수 없었다. 곰팡이가 번져 퍼렇게 변색된 몸뚱이와, 길게 늘어난 두피.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빠져 있다. 왼쪽 얼굴은 부서져 팥소 범벅이 되어 있고, 귀밑털에 눌렀던 입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서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리라. 레이무는 고개를 돌려 새끼 마리사를 외면했다. 곰팡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부주의에 의한 것이었다. 그 사실이 레이무에게 막대한 스트레스를 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윳쿠리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
“느읏! 느긋이 마음 먹은 거냐제? 느긋한 결정이라제! 아가야도 레이무도, 분명 느긋할 수 있을거라제! 곰팡이씨는 정말로 느긋할 수 없는 거라제! 마리사도 느긋이 알고 있다제?”
새끼 마리사를 물고 길윳쿠리 수거함 속으로 들어가는 레이무를 보고, 마리사는 처음과 똑같이 신나는 목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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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함 안에는 선객이 있었다. 마리사 한마리와 레이무 한마리. 둘 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외상이나 질병의 흔적이 없는걸 보면, 밖에 있던 마리사의 말을 듣고 좋아라 하며 이곳에 들어왔던 것 같다. 수거함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사탕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레이무는 냄새를 통해 그것이 ‘달콤달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느...흐이... 쟈커...쟈커...히이...?”
레이무의 입에 물려 있던 새끼 마리사가 몸을 뒤틀었다.
“느... 아가야...! 그렇다구...! 달콤달콤이라구...?”
당장이라도 달콤달콤에 달려 들고 싶어하는 자신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레이무는 조심스럽게 달콤달콤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달콤달콤에 혀가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새끼 마리사를 달콤달콤 바로 옆에 내려 놓았다.
“...흐,흐,흥브—윽!”
새끼 마리사는 엉망이 된 몸뚱이를 꿈질거려 달콤달콤에 딱 달라붙고는, 그나마 몸뚱이 중 멀쩡한 부분인 혀를 내밀어 달콤달콤 덩어리를 핥기 시작했다. 레이무가 처음으로 들어본 아가야의 ‘행복’. 그 소리는 그것을 외친 입과 마찬가지로 뭉그러져 있었다. 레이무는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하-ㅉ, 하-ㄱ... 흐, 해, 브흐...!”
사탕 덩어리를 핥아대던 새끼 마리사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둔해졌다.
“느...흑... 아가...야... 미안하다구...”
레이무는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새끼 마리사는 부서진 얼굴 가득 미소를 띈 채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느긋하게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구... 느읏...!”
아니, 그 모습은 분명 행보옥-! 이었다. 레이무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윳쿠리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참지 못하니까.
수거함은 레이무가 머물렀던 어떠한 장소보다도 넓고 편안했다. 아가야를 잃었다는 슬픔과, 그것 이외의 여러가지 감정에 잠긴 채, 레이무는 수거함 안에서 잠시 울었다.
“느응...?”
잠시 후, 수거함을 기어 나오는 레이무를 본 마리사는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그것은 놀라움 때문이기도 했고, 아쉬움 때문이기도 했다. 마리사가 적극적으로 윳쿠리에게 ‘권유’하도록 하기 위해, 마리사에게는 수거된 윳쿠리의 수에 따른 약간의 보상이 지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느응... 마리사는 분명, 레이무도 느긋해지기로 마음먹은줄 알았던 거라제... 느흥, 뭐, 어쩔 수 없는거라제! 레이무, 아가야는, 느긋해진거라제? 마리사의 말이 맞았던 거라제?”
마리사의 말은, 사실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레이무는 입을 다물었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여기로 오는거라제! 달콤달콤씨는, 인간씨가 얼마든지 가져와 주는 거라제?”
“시끄럽다구우...! 레이무는... 레이무는 절대로 여기에 오지 않을 거니까아아!!”
마리사를 쏘아보며, 레이무는 마리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외쳤다.
“레이무는... 마리사와 아가야의 몫까지 느긋이 살아남을 거라구...! 독씨인 달콤달콤씨는, 망할 마리사나 잔뜩 우-걱우-걱 하라구우우!!”
“느읏, 마리사는 당연히 달콤달콤씨를 우-걱우-걱할거라제?”
마리사는 웃는 얼굴 그대로, 그렇게 대답했다. 예상 밖의 대답에 레이무는 입을 벌린 채 굳어졌다.
“지금은 안내윳을 하고 있지만, 마리사도 원래는 길윳쿠리였던 거라제.”
굳어진 레이무를 보며 마리사는 말했다.
“그래서 길윳쿠리의 삶이 어떤지는, 마리사도 잘 알고 있는거라제. 그래서 마리사는, 다른 윳쿠리들에게 얼른 느긋해지라고 말하는 거라제. 말할 수 있는 거라제.”
레이무를 마주보는 마리사의 눈에는, 길윳쿠리의 눈이라면 어쩔 수 없이 품고 다닐 수 밖에 없는 불안이나 공포같은 것은 없었다.
“만약 마리사가 또 다시 거리윳이 된다면, 마리사는, 인간씨에게 부탁해서 ‘달콤달콤씨’를 먹고, 영원히 느긋해 질거라제. 그 편이 정말로 느긋할 수 있다는 것을, 마리사는 느긋이 알고 있는 거라제.”
“느, 느, 느히잇...!”
그곳은 길윳쿠리도 얼마든지 머무를 수 있는 장소였다. 주위에 인간은 없었다. 있는 것은 느긋해보일 정도로 침착한 눈빛을 한 마리사 한 마리 뿐이었다. 하지만 레이무는 그곳에서, 마리사로부터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느아...느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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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는 영원히 느긋해 졌다구 느긋하긴 했지만 어쨌든 영원히 느긋해져 버렸다구 역시 아가야 같은 건 만들지 않는 편이 느긋할 수 있었던 거네 아니라구 그건 어쩔 수 없었다구 아가야를 느긋하게 해줬을 뿐이라구 하지만 만약 레이무가 파츄리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면 아가야의 얼굴은 어차피 곰팡이 때문에 느긋할 수 없었던 아가야였다구 그래서 레이무는 아가야를 죽이려고 아니라구 레이무는 아가야가 그만 울게 하려던 것 뿐이라구 그대로 아가야가 계속 울었으면 레이무도 죽어 버린다구 그래서 레이무는 아가야를 그치만 윳쿠리는 어디에도 들어갈 수 없다구 느긋할 수 없다구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레이무 슬프지 않다구 안내윳 같은 건 게스 라구 인간씨의 노예라구 그러니까 레이무도 안내윳씨를 하고 싶어 역시 그때 레이무도
“느긋이...!!!”
팥소뇌를 헤집는 생각으로부터 도망가듯 레이무는 뛰었다. 하지만 윳쿠리의 체력은 곧 바닥난다. 레이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헥헥대며 저부를 멈추었다.
“느베에에엑!!”
기억들을 쏟아 버리려는 듯 구역질이 나온다. 하지만 배불리 먹어 본적이라고는 단 한번도 없는 몸뚱이는 팥소를 뱉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느베...헤, 헤, 느헤엑...”
팥소뇌는 한번에 한 가지 이상에 집중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이든 쉽게 잊어버린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길윳쿠리들에게, 그것은 축복이었다. 한바탕 헛구역질에 시달리게 되자, 레이무의 팥소뇌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떠올리지 않았다.
“느브... 헥, 느헥...”
헐떡이며 주위을 둘러보던 레이무는, 주변 풍경이 매우 익숙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느늣...!”
레이무는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이 곳은 공원과 사냥터를 오갈때 지나다니던 골목이 분명했다.
“느읏...! 지금이라면, 인간씨도 없는 거라구...!”
순간적으로 팥소뇌에 번뜩인 생각에 레이무는 전율했다. 일제 구제가 끝나 작업자들이 모두 철수한 공원으로 돌아간다. 지금이라면 얼마 안되는 자원을 놓고 다툴 다른 윳쿠리들도 없다. 몇 시간 전에 도망쳐 나왔던 사지(死地)로 다시 돌아간다 - 윳쿠리의 것 치고는 상당히 담대하고 기발한 발상이었다. 레이무는 질리지도 않고 또 다시 피어난 희망을 소중히 품고 저부를 놀려 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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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늘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