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소요, 잠깐만."
히데가 갑자기 날 불렀다.
"음, 왜?"
"잠깐만 여기로 와봐."
이유도 없이 와보라고 하네. 이런게 한두번은 아니지만.
"아, 왜."
"잠깐만..."
"이유가... 흡!"
히데가 덥석 안겨온다.
"히데...너...잠까..."
히데가 중얼거린다.
"안아줘..."
"뭐하는..."
그러면서도 팔은 이미 히데를 감싸고 있네요. 나도 글러먹었구만.
"이대로 조금만, 조금만 더 있어줘..."
"너..."
"좋아...포근해...따뜻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줄사람? 윳쿠리가 이성을 갖췄다는게 더 신빙성 있겠다.
"저...저기, 히데? 나 숨막혀서..."
"헤에에..."
히데가 내 머리를 끌어당겼다.
"자...잠깐..."
히데의 얼굴이 더 가까워진다.
"...쪽"
내가 알던 히데 맞아? 뭐 이런 식이야?
꿈에서나 나올법한...
아, 설마...
"....일어나라고! 몇번을 말하는거야!"
"알았어, 아카리... 아우...졸려..."
"뭔 좋은 꿈이라도 꾼거야? 왜 그렇게 안 깨려고 그래?"
"엄청 좋은 꿈이었다 인마..."
절대로 안 일어날 꿈이지... 한마디로 개꿈이란거지.
"헤에, 어떤 꿈이길래?"
"맞춰보던가..."
"우츠리 언니랑 키스라도 했어?"
"...귀신같은 놈."
"우와...변태."
"기분나쁘다고."
동생한테까지 그 소리를 들을줄이야.
"어쨌든, 빨리 일어나. 1년에 한번밖에 없는 축제인데, 늦잠자면 아깝잖아."
말 그대로 오늘은 여름축제를 하는 날이다.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히데가 가자고 졸라대니 어쩌겠나.
"참, 언니랑 약속 잡았어?"
"겨울때부터 잡아놨다고. 엄청 졸라대더라."
"반대인거 아냐? 우리 애정결핍 오라버니."
"반대겠냐?"
내 친구가 적은것 가지고 저렇게 놀려댄다.
뭐...사실이지만.
"가자. 언니 기다리겠다."
재빠르게 유카타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어으, 시원하네. 역시 바람이 잘 들어온다니까."
"요! 소요!"
"아. 안녕."
히데의 유카타 입은 모습을 처음 보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볼때마다 꽤 예쁘다고 느낀다.
"빨리 가자. 늦을라."
"그래. 아카리, 빨리 와."
"참을성이 없네. 게다 좀 신자!"
축제를 하는 곳은 난고쿠네코 신사(南黒猫神社)와 그 앞 거리다.
여름축제하면 떠오르는 금붕어 잡기도, 물풍선도, 공기총도 있지만, 윳쿠리가 많이 나오는 우리 동네 특성상 윳쿠리를 이용한 놀이가 많은 편이다.
물론, 우리는 그냥 평범하게 금붕어잡기 같은 놀이나 하고있다. 가끔은 평범하게 지내기도 해야지.
"소요! 금붕어! 금붕어!"
"알겠어. 잡자."
"좋았어!"
아무래도 그렇지, 겨우 금붕어 잡기 가지고 아이처럼 들떠있는건 평소랑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그래도, 가끔은 이런 면이 귀여우니까.
히데의 옆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느와아아! 수영장찌라구우우!"
"어머머."
"느벡!"
...이렇게 분위기 깨는 놈들이 하나씩 있다니까.
어디선가 아이윳 한마리가 달려와선 금붕어 수조 안으로 다이빙했다.
"짤려조! 짤려조! 물고기찌 짤려조오!"
"이건 좀 심한데."
"늣꺄아아아아아!"
당연하게도 아이윳은 금붕어에게 뜯어먹혔다.
이런 것도 나름의 재미겠지.
"자, 다른데 갈까!"
"어엇, 자... 잠깐! 으앗!"
다짜고짜 히데가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갔다.
어딘가 하니... 타코야키?!
"잠깐 히데! 나 돈 없다고!"
"호오, 그러셔? 그럼 이건 뭔데!"
"아 그건 내 지갑..."
"노구치 씨가 10분이나 계시네?"(일본 1000엔의 지폐 도안이 노구치 히데요입니다.)
"아, 잠깐! 언제 가져간..."
"그리고 후쿠자와 씨는 2분이나!(10000엔의 도안은 후쿠자와 유키치입니다.)도합 3만엔! 갑부구만!"
"네가 뭔 소매치기냐?!"
"어서 여친님께 타코야키를 사주시지요 남친님!"
"더러운 자식!"
"사과사탕 사줄게!"
"몇개 먹을래?"
젠장, 또 걸려들어가다니.
"타코야키 10개요."
"윳쿠리 넣어줄까?"
"에?"
"조그마한 아기윳을 그대로 구워서 타코야키랑 같이 먹는건데, 먹을거니?"
"음... 4마리만 넣어주시겠어요?"
"알았어! 저기 네 여자친구가 기다리는것 같으니 빨리 구워주마!"
"아, 잠깐만요?!"
어쨌든 윳쿠리를 굽는 모습은 꽤나 볼만 했다.
히데가 달려와 볼 정도로 제법 좋은 구경거리였다.
먼저 저부를 구워버리고, 다 익었다 싶으면 등을 굽는다. 그 다음 머리, 마지막으로 얼굴을 굽는다.
이렇게 구워지면서 지르는 비명도 꽤나 들을만 하다.
"느삐이이잇! 쌀려죠오오오! 뜨거어어!"
"마리쯔으얼끌쯔으으! 뜨끕따끄으으!"
"으으으읍! 으으으읍!"
"자, 다 됐다! 맛있게 먹고, 잘 되거라!"
"잠깐만요?!"
"하하하하!"
"재미있으신데."
"난 아닌것같다만..."
뭐, 악의는 없으시니까...
그 다음으론 코르크 쏘기.
인형을 쏘는 곳도 있지만 윳쿠리를 쏘는 곳도 많다.
나와 히데가 자주 가던 곳은 좀 특별한 곳인데, 윳쿠리를 올려놓는 선반을 투명하게 해놓고 코르크 총의 압력을 약하게 해 윳쿠리를 밀어 넘어뜨릴 정도로만 조정해놓고 밑에는 포식종을 넣어놔 윳쿠리가 잡아먹히는 모습을 볼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번 축제도 어김없이 그곳이 나왔다.
"좋았어! 올해도 나와있네!"
"그렇게 기뻐할 일인가...?"
"그렇고 말고! 한번 하는데 얼마인가요?"
"500엔이란다."
"이건 내가 살게."
"오, 고마워."
원래 히데는 총같은걸 잘 못쏘지만 이때만큼은 예외다.
정말 정확히 조준해서 단번에 윳쿠리를 날려버릴 정도의 정확도를 선보인다. 윳학의 파워인가.
"느기이이이! 사려죠오오!"
"레미랴한테 주끼시져어어!"
"시져시뎌 실타제에에!"
"우- 먹어버린다도- 이리 오는거다도-"
"능야아아!"
"저런 모습 보는것도 은근히 재밌단 말이지."
"나름의 재미라는게 있는거지..."
평소 덜렁대는 히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조준허고 있다.
이때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것 같다.
그리고 발사.
"느붹!"
"맞췄다아!"
"축하해."
"이야아아아!"
"끼야아아아! 달려죠오오!"
"우우- 먹는다도- 밥씨다도-"
"꺄아아!"
밑으로 떨어진 마리사는 레미랴에게 팥소를 주욱 빨아먹히고 있다.
몸이 급속도로 봉지처럼 되어가는걸 보는게 한두번은 아니지만 그래도 볼만한 구경거리니까.
그리고 히데는 어린애처럼 뛰면서 좋아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시끄럽고 너도 해봐!"
"으앗, 나 이런거 잘 못한단 말이야!"
"거 참 말이 많네! 한번만 해봐! 작년도 이런 식으로 넘어갔잖아! 이번엔 꼭 시키고 말테다!"
"잠깐!"
기어코 내게 총을 넘겨줬다.
"모르겠다! 쏘기라도 해보자!"
"그거야!"
어느 놈을 쏠까... 마침 저기 첸이 하나 보인다.
"모르게써어어! 첸한테 겨누지 말아줘어어!"
"모르긴 뭘 몰라!"
"그래도 모르게써어어!"
조준하고... 쏜다!
"느삐익!"
"맞췄다!!"
"어... 기뻐해야 할 쪽은 나다만?"
오히려 히데가 방방 뛰고 있다.
"뭐 어때! 기쁜건 기쁜거지!"
그런 면이 좀 귀엽기도 하다.
점심 즈음부터 시작한 마츠리도 날이 어둑어둑 해지자 오히려 열기가 더 는다.
여름축제의 꽃인 불꽃놀이같은 놀이가 밤에 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 마을 여름축제에만 있는 도스토바시(ドス飛ばし, 도스 날리기) 역시 밤에 하기 때문에 밤의 축제는 더더욱 열기가 깊어진다.
그동안 뭘 했느냐면...
타케우마 타는것도 봤고, 윳쿠리로 만든 다루마오토시도 하고, 윳쿠리를 산채로 사탕으로 만드는것도 봤고, 여하튼 윳쿠리 여럿 죽였다.
물론 그동안 게다로 밟아버린 윳쿠리 수까지 합친다면 일일이 세기 귀찮지만.
솔직히, 여태껏 먹은 빵의 갯수를 일일이 기억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도스토바시를 할 시간도 다 되었다.
도스토바시는 그냥 도스 화형식이라고 보면 편하다.
도스를 태워 승천시킨다는 거창한 뜻이지만, 보는 재미만큼은 확실하니까.
먼저 도스를 하나 포획해온다.
매년 도스의 성향은 달라서 "게스 인간들을 제제해버리겠다제에!" 라며 달려드는 놈들도 있고, "더이상 개로피지 마라뎌..."라면서 끌려가는 놈들도 있다.
"히데, 여기 앉자."
"그래, 마침 자리도 넉넉하네."
"자, 여러분! 이제 도스를 끌어오겠습니다!"
이번은 좀 다른 놈이 나온것 같다.
"능야아! 주끼시러어! 도스를 끌고가지마아아!"
눈물을 흘리면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도스가 나왔다.
도스의 몸에 밧줄을 묶고 어른 몇명이 도스를 강제로 끌고 가서, 광장 가운데 움푹 패인곳에 갖다 놓는다.
그 안은 짧지만 날카로운 꼬챙이들이 꽂혀 있어서 혹시 모를 도스의 탈출을 막는다.
이 꼬챙이는 에도 시대부터 지금까지 쭉 사용해온 놈들이란다. 녹이 슬면 바로바로 제거해주고 그런 식으로 계속 관리를 해왔다는듯 하다.
"시러시러시러어! 도스는 알고 있다구우! 마리사였을때 봤다구! 타 죽는건 실타구우!"
"타 죽기전에 맞아 죽을 테냐?"
"시러어어!"
어떻게든 도스를 중앙으로 끌고 가 꼬챙이에 꽂아 넣으려고 하지만 당연히 도스는 도망가려고 한다.
"도망칠거야! 느긋하고 싶다구우!"
물론 몸을 세우기 때문에 저부에 꽂기 쉬워질 뿐이다.
"느갸아악!"
"오, 꽂혔다보다."
"이제부터 시작이네."
"기대되는걸."
"매년 보는거지만."
"자, 기름 뿌리러 가자."
도스가 꼬챙이에 꽂히면 각자 기름 양동이를 받아서 도스에게 뿌린다.
에도 시대에는 콩기름이나 깨기름을 썼고 지금은 석유를 쓴다.
"냄새찌 느긋할수 없어어어! 죽는것도 느긋할수 없어어!"
도스가 발광하느라 기름이 여기저기 튀지만, 아무도 상관 않는다.
모두 기름을 뿌리면 이제 마을 어른 몇분이 나오셔서 횃불을 도스에게 던진다.
"느갸아아아아! 뜨거뜨거뜨거어어!"
그럼 이제 소원을 빌면 된다.
딱히 소원 빌것도 없지만.
이걸로 도스토바시는 끝났다. 간단하고 빨리 끝나지만 보는 맛은 나름 있다.
불꽃놀이도 시작했다.
"소요! 이거 봐!"
"어, 센코하나비?"
"이거 하자!"
센코하나비라... 어렸을때 봤던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하게?"
"저기서."
우리가 도착한곳은 사람 없는 신사 계단.
그곳에서 센코하나비에 불을 붙이고 불꽃을 봤다.
"예쁘다."
"우치아게하나비보단 아니지만."
"예쁜건 예쁜거잖아. 어렸을때 보던거랑 좀 느낌이 달라."
"어떻게?"
"몰라. 기분이 묘해. 둘이서 불꽃 보는건 처음이잖아."
"그렇지."
말없이 한참 불꽃을 보던 중 히데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저기 소요, 잠깐만."
히데가 갑자기 날 불렀다.
"음, 왜?"
"잠깐만 여기로 와봐."
이유도 없이 와보라고 한다.
"아, 왜."
"잠깐만..."
"이유가... 흡!"
히데가 덥석 안겨온다.
"히데...너...잠까..."
히데가 중얼거린다.
"안아줘..."
"뭐하는..."
이...이거 설마... 꿈에서 나왔던...
"야, 야... 잠깐...!"
꿈에서 나왔던 대로다.
히데가 내 머리를 끌어당겼다.
히데의 눈밖에 보이지 않을정도로 가깝다.
그리고...
"여긴 레이무의 플레이스라구우! 당장 꺼지라구!"
"아 진짜아아! 분위기 다 망쳐놓네! 으아아악!"
"에? 에? 잠깐, 잠깐?"
"기껏 용기내서 했더니만! 다 망쳤잖아!"
히데는 벌컥 화를 내고, 나는 당황해서 굳어있고, 윳쿠리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느벡! 느푹! 느북!"
"진짜아아!"
히데가 레이무를 밟아대고 있다.
"참나, 윳쿠리는 정말 쓸모가 없다니깐!"
"어... 그렇지."
그러다 갑자기 익숙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음, 보니까 아쉽게 끝난것 같네?"
"아...아카리? 어디 있었어!"
"둘이 잘 해보라고 슬쩍 자리 내준건데, 잘 되다가 마지막에 맥이 뚝 끊겼네."
"기분나쁘다고, 너."
"대놓고 우리 오빠 입술 빼앗으려고 한 언니가 할 말은 아니지?"
"큿..."
"어쨌든, 아쉽긴 하지만 작전 성공! 둘 사이를 좀 더 끈적하게 만드는 작전이었지!"
"그딴게 어딨냐아아!"
아쉽게 끝나긴 했지만, 나로선 나쁘진 않은 여름이었다.
아마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할 여름일거다.
사실 그때, 살짝 닿아서 말이다.
윳쿠리때문에 산통 다 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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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엄청난 흑역사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보고 계십니다!
언제나 부족한 필력과 염장으로 여러분에게 암을 선사하는 LIM입니다.
하야시와 우츠리 이야기를 시리즈 제목 없이 그냥 연재하자니 헷갈릴것 같아서 하야츠리 이야기로 시리즈를 정하고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뭔 소리여?'하셨을 분들을 위한 용어 설명입니다.
센코하나비는 일본어 원문으론 線香花火로, 막대같이 생겼습니다. 스파크같은 불꽃을 만드는 그거 맞습니다.
우치아게하나비는 打ち上げ花火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늘로 쏘아올리는 폭죽입니다.
일본어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고 일본 문화에 대헤서도 정말 티끌만 알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