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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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소에서 태어난 한 윳쿠리 자매가 있었다.

언니인 레미랴와 동생인 플랑.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채, 그들은 인간씨라는 거대한 존재와 만났다.

그들의 말대로 살고, 그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왔다.

단지 그것밖에 몰랐기에 그렇게 자라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에만 충실했다는 것으로 그들은 수석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처음엔 구릿빛의 둥근 뱃지를 받았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인간씨들의 명령을 잘 들었더니 다음엔 은뱃지를 받았다.

그 다음엔 금뱃지를 받았다. 언니인 레미랴는 이후에 플래티넘이라는 것까지 받았다.

그러자 모두가 언니 레미랴를 칭찬하며 우대해줬다.

플래티넘을 가진 윳쿠리는 더 대단한 곳에 가서 공부하게 된다길래

언니와 헤어지기 싫었던 플랑은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플랑은 플래티넘을 따내지 못했다.

그렇게 자매는 서로 울면서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작별을 고했다.

혼자가 된 금뱃지 플랑은 다시금 언니와 만나고자 계속해서 공부하고

인간씨들의 말도 잘 들으며 병같은 것에 걸려 먼저 죽지 않게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플랑은 잠에서 깨어보니 평상시와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자신을 깨우러 온 인간씨도 놀라하고, 또 기뻐했다. 평소와는 다른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몸이 다른 움직임과 감각을 가진 것을 깨달았다. 내려다보니, 인간씨와 비슷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금뱃지 플랑은 몸첨부가 되었다.

몸첨부가 된 플랑은 새로운 가공소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배우며 자라왔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서. 인간씨들의 물건과 그 사용법,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서.

더 좋은 것을 먹고 마시며, 더 좋은 곳에서 자게 되었다. 자신에 대한 대우가 더 좋아졌다.

어쩌면, 그렇다면, 여기서 더 노력하면 언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니를 찾아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니를 만날지도 모른다. 같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기대를 품으며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갔다.

 

그렇게 지내오던 어느 날, 누군가가 이곳을 찾아왔다.

검은 색의 전통복을 입은, 검은 색의 정장을 입은 남자들을 거느린, 한 늙은 남자가.

가공소의 사람들은 그를 보자 두려워했다. 마치 자신이 가공소의 사람들에게 하듯이, 아니, 그 이상으로

그들은 그 검은 옷의 늙은이에게 깍듯이 절하며 예의를 최대한 갖췄다.

그 늙은 남자는 플랑을 지목했다.

가공소의 사람들은 걱정했고, 슬퍼하며, 플랑에게 이렇게 속삭이고 그 남자를 따라가게 하였다.

 

"부디 건강하려무나."

 

그것이, 플랑이 한동안, 몇개월동안 듣지 못하게 된, 마지막으로 상냥한 말이었다.

플랑은 그 늙은 남자의 애완윳이 되었다.

애완윳에 대해선 배웠다. 주인님인 인간씨를 느긋하게 하면 된다.

예절을 지키고, 말을 잘 따르며, 힘들어하는 인간씨를 달래주며 편안하고 느긋하게 해주면 된다.

잘 할 자신이 있다.

있었다.

하지만 그 늙은이의 집에 도착하자, 자신보다 먼저 이 집에서 지내게 된 몸첨부 윳쿠리들을 보자 플랑은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했다.

그곳의 몸첨부 윳쿠리들은 하나같이 우울했고, 몸의 대부분을 드러내며 헐벗고 있었다.

그때 플랑은 직감했다.

자신이 평범한 애완윳으로써 온 것이 아님을.

그렇기에, 그걸 가공소의 사람들도 알았기에, 주인에게 구매되어 팔려가는 자신에게 슬퍼했음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플랑의 고통의 나날이.

플랑은 벗어야 했다.

말투도 바꾸어야 했다.

술을 아름답게 따르는 법을 배워야 했다.

수치심을 잊는 법을 배워야 했다.

언제나 행복한 듯 웃어야 했다.

술접대.

그것이 플랑이 구매된 목적이었다.

검은 독사의 쿠로츠키 카츠오.

그것이 플랑의 주인의 이름이었다.

쿠로츠키를 위해 플랑은 술을 따랐다.

주인의 음험한 눈빛에 표정이 일그러져선 안되었다.

자신의 온몸이 만져지는 것에 불쾌감을 느껴선 안되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불편한 본심을 드러냈으면 언제나 가차없는 벌을 받았다.

매를 맞았고, 모욕적인 말을 들었고, 어둠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신음하며 벌벌 떨어야 했다.

자신보다 먼저 와서 이러한 일들을 했던 선배들이 있었다.

셋이었다. 레이무와 마리사, 앨리스. 모두 몸첨부였다.

하지만 하나씩 사라져갔다.

구매된 지 3개월이 지나면 술접대만 하던 윳쿠리는 새로운 접대를 해야 했다.

완전히 벗어야 했다.

주인과 같은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주인의 그 어떠한 요구에도 순종적으로 따라야 했다.

레이무는 동생인 마리사와 같이 왔다.

레이무는 동생이 잠자리의 접대를 하게 되는 것을 막으려다가 주인을 거스른 죄로 죽임당했다.

마리사는 잠자리의 접대를 하다가 몸이 버티지 못해 주인의 몸 아래에서 죽어버렸다.

그 둘보다 조금 늦게 들어온 앨리스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잠자리 접대를 하는 것이 무서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렇게, 자신이 조금이나마 의지했던, 자신을 조금이나마 챙겨주었던 선배 윳쿠리들은 모두 사라졌다.

자신만이 쓸쓸히 남았다.

그리고 자신도, 머지않아 구매된 지 3개월이 지난다.

 

그 날은 자신을 구매한 주인, 쿠로츠키 카츠오라는 늙은 남자의 생일이었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공포스러운 집단으로써 이름을 떨치던 검은 독사라는 이름을 가진 야쿠자.

그들의 대장이었던 플랑의 주인. 그의 생일이었다.

한밤중에 검은 독사의 대장의 생일을 기리는 축제가 열렸고, 플랑은 여느때처럼 늙은 주인을 위해 술을 따랐다.

하지만, 술만 접대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

12시가 지나면, 자신의 존재의의는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잠자리의 접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늙은 주인은, 술에 취해가며 얼굴이 벌개진 채 자신의 부하들에게 당당히 선언했다.

12시가 지나는 순간, 이 자리에서 자신의 술노예를 잠자리 노예로 삼겠다고.

그리고 그 첫날밤을 보내는 모습을 이 잔치자리에서 모두에게 당당히 보이겠다고.

플랑을 벗기겠다고.

플랑은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울고 싶었음에도, 웃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게 플랑은, 웃음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순결도, 자존심도, 살아가는 의미도, 그리고 언니와 재회한다는 꿈도...

그런데 그런 절망 속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수많은 검은 정장의 남자들이 지키는 그 요새를 뒤흔든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들에 의해서 검은 독사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자신의 두목을 지킨다는 사명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검은 옷만 입는 자신의 주인과 그의 부하들 사이에 당당히 나타난 하얀 옷의 한 남자.

그 남자가 플랑에게, 절망 속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플랑에게 모든 것을 되돌려줬다.

그 남자는 싸웠다.

검은 옷의 남자들을 철저하게 고통스럽게 만들며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자신의 주인이 자신을 붙잡고 자신의 목숨으로 그 남자를 협박했을 때, 그 하얀 옷의 남자는 플랑의 꿈을 이뤄주었다.

등 뒤에서 나타나 그 늙은 독사를 자신에게서 떼어내고 자신을 그 지옥에서 꺼내준 존재.

그 존재가 언니였음으로 말이다.

그때, 플랑은 이 지옥을 벗어나는 꿈과 언니를 다시 만난다는 꿈을 모두 이루었다.

그러한 기적을 가져다준 남자는, 자신의 목숨과 명예, 그밖의 모든 것을 걸고 그 늙은 남자가

다시는 플랑을 쫓아오지 못하게 철저하게 짓밟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죽이지는 않았지만, 검은 독사라는 이름의 조직은 그날 완전히 무너졌으니까.

 

이제 플랑은 벗지 않아도 된다.

언니를 그리워하며 홀로 지내지 않아도 된다.

작은 잘못으로 무서운 벌을 받을까봐 벌벌 떨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을 잃기 직전에, 모든 것을 되찾았다.

그것을 돌려준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플랑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었다.

앞으로는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살라고, 그러한 미래를 살아가라고.

그리고 모두에게 그 반짝임을 전해달라고.

'스파클'이라고.

 

"에헤헤, 오늘 점심은 카레라이스야!"

"와아, 우리 스파클, 이젠 카레라이스도 만들 줄 아는구나!"

"아이 참, 언니, 너무 띄워주지마 에헤헤..."

"무큐! 스파클이 해주는 밥은 너무 맛있어요!"

"정말이지, 솜씨가 좋다니까. 난 영 요리엔 재능이 없어서 인스턴트 생활이 대부분이었는데."

"빈약한 재료로도 멋진 밥상을 만들지! 그게 내 자랑스러운 동생이라고!"

"에헤헤..."

 

이제 플랑은, 스파클은

웃을 수 있다.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누군가에겐 공포이고

누군가에겐 악마일지라도

자신에겐 기적이고 구원이었던 그 남자 덕분에.

이제 그녀는

스파클은

진정으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웃는다.

참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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