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윳쿠리를 연구하는 자 -37-

by mad posted Apr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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윳쿠리들에겐 중추팥소라는 핵심기관이 있다.

이것이 멀쩡하면 신체의 다른 부위가 어떻게 되어도 목숨만은 유지한다.

말 그대로 윳쿠리의 심장.

하지만 모든 윳쿠리가 이것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인간들이 아는 범위에선 인위적으로 중추팥소를 만들어주는 것과

일부 윳쿠리들이 자연적으로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뿐.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연적으로 그것을 가지고 태어나는 윳쿠리들은 뭘까.

그것이 한 남자의 호기심을 맹렬히 자극했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한 공원의 두 그룹의 노숙윳 무리가 절멸했고 한 윳쿠리 가정이 비극으로 향하게 되었다.

 

"능야아아아! 오지 말라제에에에!"

"오쟤서 레-뮤에게 이론 시만지슬 하눙고야! 레-뮤가 기여어서? 지투하눈고야?"

"썩을 할아범! 당장 마리사들을 이 투명하고 느긋할 수 없는 상자씨한테서 꺼내라제! 당장이 좋다제!"

"멍청한 할아범이 레이무의 아가야들한테 손대지 말라구! 바보인거야!? 죽은거야!?"

 

지금으로부터 몇시간 전, 평범하게 노숙윳으로 살던 윳쿠리 일가가 있었다.

언제나 사냥으로 바쁜 아비 마리사, 언제나 육아로 바쁜 어미 레이무

서로간의 자매애가 좋은 5마리의 아가야들.

물론 실상은 노숙윳 무리에서 제일 개판이라 쫓겨나 저들끼리만 살고 있는 녀석들이었지만.

어쨌든 그런 녀석들이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멍청하고 느긋하지 못한 인간씨의 집을 차지하자!'

그동안 인간에게 제대로 접촉한 적 없는 이들은 인간에게 공포심을 품고 있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의 자멸을 초래하는 이런 터무니없는 발상을 떠올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간 것이 시로이 쿄우진이란, 윳쿠리들의 악마가 살고 있는 지옥도.

그 일가는 보기좋게 길가의 윳쿠리를 실험체로 낚을 용도로 만들어진 루트를 따라

겉보기에만 매~우 느긋한 윳쿠리 플레이스를 찾았다. 실험 및 포획용으로 만들어진 윳쿠리방이다.

때마침 방엔 아무도 없었기에 이 일가는 당당히 집선언을 해서 자신들의 것이라고 자신들에게 각인시켰고

이런 일가와 조우한 게, 혼자 이 집에 남아 집안일을 하던 몸첨부 플랑, 스파클이었다.

윳쿠리를 공격해본 적 없고, 스스로도 학대당한 기억때문에 그러한 행위를 하려고 하지 않는 스파클로써는

논리는 커녕 어거지조차 통하지 않는, 말 그대로 막나가는 이 윳쿠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문을 닫고 어쩔 줄 몰라하던 사이에 집주인이 돌아왔고, 그 집주인의 눈에 띄어 지금에 이르렀다.

 

"어째서 마리사님의 완벽한 계획씨가 이렇게 된 거냐제에에에에에!"

"하하하,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렴. 발버둥쳐봐야 너흰 벗어날 수 없으니까."

 

시로이는 신세한탄을 시작한 아비 마리사를 가볍게 비웃어주고 테이블에 올려놓은 두마리의 아기윳

아기 와사종 레이무와 아기 마리사를 상대로 팥소채취를 시작했다.

당연히 이 어리고 오만한 것들이 협조적일 리 없기 때문에 메스로 짼 상처로 팥소를 채취했다.

아직은 이용가치가 있어 죽일 수 없기에 상처는 곧바로 치료해줬지만

그것을 자신들에게 저지른 죄악에 대한 사죄로 착각하는 아기윳들의 태도는 이들이 이미 게스임을 충분히 입증해준다.

...물론 이 실험광은 신경도 안쓰는 부분이지만.

백의의 광인씨는 평상적인 일과처럼 아기윳 둘, 아이윳 둘, 성체 둘로 이루어진 6마리의 가정을

한마리씩 팥소를 채취한 뒤 상처치료를 하고 무심하게 태그를 붙여 각각 개체보관실에 개별보관하였다.

 

"이봐 할아범! 어딜 가냐제! 정정!당당!히 마리사님이랑 싸우자제!"

"여어, 왔냐제 신입."

"포기하라제 여긴 사형 대기실이다제."

 

종 보관실에선 게스였던 윳쿠리들도 상당수가 자포자기 상태로 들어간다.

자신들이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라는 걸 깨닫고 하루하루를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가게 되는 탓이다.

그리고 아직 죽지 않은 녀석들은 이렇게 멋모르는 신참에게 이 보관실의 현실을 가르쳐주곤 한다.

이번에 들어온 일가는 며칠만에 자포자기를 하게 될까?

그것과는 별개로 시로이는 이번에 낚여온 일가에게서 채취한 팥소의 유전자를 조사하고 있다.

 

"흐음... 중추팥이 100%유전은 아닌 것 같은데, 중추팥소 생성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있나?"

 

시로이는 컴퓨터에서 종별, 연령별로 나뉘어진 파일들을 열어 각 종의 윳쿠리들의 평균적 유전자 배열을 조회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번에 채취한 일가의 유전자와 대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중추팥소는 선천적으로 생긴다는 가정을 두었을 때, 중추팥소의 생성에 관계된 유전자가 어딘가에 있을텐데...

잠깐, 이쪽 배열은 이번 일가끼리는 똑같은데 평균적 유전자 배열하곤 확연히 다르잖아? 그럼 이 부분이 의심스러운데...

이걸 어떻게 인위적으로 이식하는 법은 없으려나? 아니면 교배를...... 그래! 그게 좋겠군! 교배를 통해서 알아봐야겠어."

 

아무래도 이 일가의 미래는 정해진 것 같다.

중추팥소 생성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교배용 모체로의 운명으로.

백의의 남자는 곧장 실험에 착수하기로 했다.

그 일가의 어미인 성체 레이무를 케이지에서 꺼내 연구실 중앙 테이블의 케이지에 다시 가뒀다.

그 레이무가 종별 보관실에 갇힌 지 몇분도 안되었다.

그 다음 그 남자는 레이퍼의 유전자를 섞어 성욕을 증폭시킨 레이무종 윳쿠리 한마리를 꺼내

연구소 중앙 테이블의 같은 케이지에 넣었다.

 

"느? 이 레이무는 뭐냐제?"

"응호오오오!"

"능야아아아! 레이퍼다아아아! 어째서 이 레이무 레이퍼인거야아아아!"

"뭐, 그야 내가 레이퍼로 만들었으니까. 통칭 레이퍼 레이무랄까?"

"능야아아아! 이쪽으로 오지 말라구? 레이무한테서 느긋하게 떨어지라구?"

 

그러면서 레이무는 케이지 구석으로 기어가 고개를 모서리에 박은 채 엉덩이를 씰룩대고 있다.

제딴엔 나름 레이퍼 레이무를 피하려는 행동이었겠지만 레이퍼에겐 오히려 성욕을 자극하는 행동이 되었다.

 

"응호오! 레이무를 유혹하는거네! 레이무랑 느긋하게 상쾌하자구!"

"능야아아아! 레이무는 마리사가 있는데에에!"

"흐음, 가끔은 이런 꽥꽥대는 소리가 귀찮을 때가 있단 말이야. 귀마개라도 살까?"

"거기 할아범! 왜 가만히만 있는거야! 귀여운 레이무가 게스 레이퍼한테 상쾌!당하고 있잖아! 느긋하지 않게 구하라구!"

"근데 귀마개를 끼면 소리가 차단되어서 실험체의 세세한 상황을 놓칠수도 있으니까 좋은 선택은 아니고."

 

시로이는 레이무의 호소따윈 안중에도 없고 그저 소음이 귀찮게 느껴질 때의 대처법을 고민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레이무는 신나게 상쾌당해서 세개의 줄기가 돋아났다. 그나마 성체라 이정도는 버티는 모양이다.

줄기의 열매는 모두 레이무종. 레이무x레이무이니 당연하다.

그제서야 이 남자는 레이퍼 레이무를 케이지에서 꺼내 원래의 자리에 가둬두었다.

 

"어째서 이제서야 레이무를 구한거야! 레이무가 불쌍하지도 않은거야?"

"응, 안불쌍해."

"어째서 그런 소릴 하는거야! 레이무가 이런 심한 꼴을 당하는데 불쌍하게 여기는 게 당연하잖아!"

"넌 이제 내 실험체니까 아무래도 좋은 게 당연하잖아?"

"그게 무슨"

"말씨름 할 새 없어. 일정 바쁘다고. 두 종류의 앰플 꽂고 도로 집어넣도록 하자."

"레이무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 안되잖아!!"

 

이 레이무는 계속해서 하얀 옷의 남자를 향해 꽥꽥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는 듣는 척도 하지 않은 채

각각 치료액, 수면액이 들어있는 두개의 앰플을 레이무의 머리에 박아넣고는 곧장 처음 넣었던

종별 보관실의 케이지에 넣었다. 넣어지는 동안 레이무는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녹아든 탄산수인 수면액에 의해

금세 잠들어, 침을 흘리면서 태평하게 잠들어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질렀던 난동이 거짓말인 것마냥.

이 작업은 이 레이무를 포함한 일가 6마리가 모두 거쳐갔다. 마리사종도 레이퍼 마리사를 통한 단일교배를 당했다.

아이윳들과 아기윳들은 그 신체의 유약함을 고려하여 줄기를 하나만 가지게 조절한 것만 빼면 다를 게 없다.

이대로 줄기의 열매윳들이 다 자라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성장촉진제를 쓸 수도 있었지만 실험체에게 가해질 유전적 변화의 가능성을 고려해서 촉진제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니 열매윳이 자랄 때까진 며칠은 기다려야 한다.

 

"그럼, 그동안 도스나 만나보도록 할까?"

 

다음날, 시로이는 맛치와 플라티나와 함께 제 26 가공소에 방문했다.

보수공사는 여전하지만 도스가 이 이상의 난동은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로 허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래는 혼자 와도 되지만 조수를 둘씩이나 데려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도스가 요청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여어, 도스. 다음에 보잔 게 하루를 넘겨버리게 되었네."

"나 때문이니까."

"그나저나 네쪽에서 먼저 요구를 해올 줄은 몰랐는데?"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뭐, 처음 있는 일이거든. 내 연구논문을 보여달라고 요청한 윳쿠리는."

 

그렇다. 조수를 둘씩이나 데려온 이유.

눈앞의 이 도스가 시로이에게 요청한, 시로이 쿄우진의 연구논문의 열람때문이다.

두 조수와 시로이는 가방에 다량의 논문 사본을 넣고 가져온 것이다.

 

"한번에 다 가져오진 못해. 양이 꽤 되거든."

"상관없어. 어쨌든 전부 보여줄 생각이잖아?"

"그래, 네가 원하는 지식이 내 논문만이 아니라는 것도."

"무, 무큐?"

"뭐라고 주인!?"

"...넌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냐."

"윳쿠리를 연구한 지 5년이 넘었어. 나 정도의 집념과 광기로 연구하는 자라면 알아볼 수 있지."

"...그래. 난 너의 논문 말고도 더 많은 정보를 얻고싶다. 가능하면 인간들이 접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식을.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언행이야."

"언행?"

"말과 행동. 너의 말투와 억양, 단어의 선택과 문장의 구성. 짓는 표정과 눈빛, 지금까지의 행동과 지금의 행동들.

처음 너를 찾았을 땐 넌 지극히 행복한 녀석이었지. 세상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는 편안한 언행을 했었어.

그런 너의 중추팥을 뽑아 지금의 몸에 이식시켰을 때, 너에게서 강한 분노와 증오, 그리고 공포심을 보았다.

분노와 증오는 적의로, 공포는 도주행위로 나타났지. 실제로 넌 새 몸을 가지자마자 도망치려고 했잖아?

그리고 이곳에 붙잡힌 너는 공포는 사라졌지. 대신 분노와 증오가 더욱 강해졌어. 그럼에도 넌 신중했지만."

"시로이 쿄우진. 네녀석은 확실히 여타 다른 인간들하곤 다르군. 여기 인간들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너만 알아챘어."

"그리고 지금의 넌, 강한 지식욕까지 품고 있다. 알고싶다는 욕구. 지식에 대한 갈망. 그 수준만큼은 나와 비견될 정도로..."

"네놈...!"

"틀렸나?"

 

도스는 이를 갈았다. 자신이 증오해 마지않는 이 인간 남자가 자신에게서 동류의 느낌을 받았다는 게 불쾌했다.

하지만 도스는 감정을 억눌렀다. 그리고 애당초 부정할 수도 없었다.

 

"......분하지만, 네놈의 말이 맞다. 지금 난 아주, 아주 많은 것들을 알고싶다. 나에 대해서, 윳쿠리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얘들아, 가방 열어라."

 

시로이는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을 열고 논문들을 꺼내고, 두 조수가 열어놓은 가방에서도 논문을 꺼내어

순서대로 쌓고 나열해 도스의 앞에 두었다.

 

"이곳 소장에게 말해서 네가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마련해보도록 하지."

"너에게 그럴 권한이 있나?"

"있고 말고. 적어도 여기 소장보단 내가 높으신 분이거든."

"너라면 내가 지식을 추구하는 이유를 알 법도 한데, 왜 날 돕는거지?"

"보고싶으니까. 네가 그것을 정말로 행하는지, 어떻게 행하는지를 말이야."

"......역시 넌 자기 동족을 위해 일하는 녀석은 아니군."

"말했잖아? 난 나를 위해서만 산다고.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연구하고, 그걸 지속하기 위해 타인을 도와 댓가를 받지.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야. 난 내 욕망을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한다. 내 자신마저도 말이지."

"...그래서 주인은 자신을 바쳐서 내 동생을 구했었지."

"무큐..."

"자, 내가 오늘 전해줄 건 전해줬어. 이젠 네가 내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줄 차례야."

"...그래, 네놈의 그 연구란 것에 어울려주지."